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니 책 진가를 알겠는 다른 책이 생각난다.
은유라는 가명을 가진 글쓰기 선생님이 쓰신 ‘글쓰기의 최전선‘.
이 책보다는 난 사실 ‘글쓰기 최전선‘이 훨씬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탈리 골드버그
나탈리 골드버그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수많은 필사와 습작을 연습했다.
피 깎는 노력을 해 지금 작가가 된 사람으로 글쓰기 강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나 보다.

이 책 내용은 뻔하다.
글쓰기 강연을 하면서 어떤 학생에게 겪은 일,
내가 습작을 쓰던 시절에 겪었던 우울한 이야기,
내면 편집자는 물론 실질 편집자에게 지적받으며 위축됐던 글쓰기 감각들..
그런 예시를 들며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단 하나.
그럼에도 써라.(다작)
다작은 모르겠지만 글을 어느 정도 읽으니 알겠다.
글 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억지로 썼는지, 흥에 겨워 썼는지, 감정이 앞서 나가서 머리가 엉망진창이 된 채로 썼는지..
좀 더 나아가 내가 쓴 글이 보통 글 중 어느 정도에 속하는지도 대충 알겠다.
(참고로 이 글은 망했다. 나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뿐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쓴 사람조차도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대단한 건 아니다.
글은 진심을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내 마음 전체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거울이 뿌옇게 됐는데 프레임이 아무리 바로크 스타일이라도 사람은 그 거울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듯 글은 투명하고 정확하게 마음을 내 보여야 한다.
평가는 내면에서 해야 한다. 남을 의지하면 안 된다. 그 순간 글은 다시 불투명해진다.
작가인 우리는 늘 의지할 것을 찾아다닌다. 동료들로부터, 비평가로부터 인정받아야만 안심하려 든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나 작품에 대해 보내는 타인의 칭찬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 그 작가는 다른 이들의 비평에서 자유로운 수 없다.(106)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감 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깨닫는 시간이다. 참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감을 잡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습작 기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솔직하게 내면을 바라보고 쓰려 하자.
나 혼자서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할 때도 이와 비슷한 감정이 찾아온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열어 보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자신을 벌거벗기고 해체시키는 기분. 하지만 이것도 괜찮으니 받아들이라. 벌거벗은 자만이 어느 것에도 왜곡되지 않는 진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243)
이 책은 대단한 방법론이 아니다.
어떤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 알려준다.
짧은 글을 여러 개 썼지만 굳이 그렇게 많은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싶다.
아무래도 이건 일 년 동안 몇 십 권 노트에 습작을 했던 내공이다.

˝남 얘기 신경 쓰지 말고 써.
그냥 써.
너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져도 써 그냥 써.
그렇게 하다 보면 출판하자는 이야기도 있을 거고 그러면 작가가 되는 거야.˝
이런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사례와 상황만 바꿔서 50가지 이야기로 늘여놨다.

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줄여서 만들어지고
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여서 만들어지는구나.
그런 생각을 이 책을 보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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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의친구 2017-01-27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현재는 5권까지 나왔답니당~~!

책한엄마 2017-01-28 17:24   좋아요 1 | URL
으아니!!글쓰기에 자신감을 주는 책이 다섯권까지 만들어지는 군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