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할머니 연세가 올해 97세이시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이 정정하셨다. 요즘 하루하루 다른 모습을 보이신다. 식사를 하셨지만 뜬금없이 당신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다고 혼내신다거나 무얼 하면 살면서 처음 했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신다. 처음 했고 처음 봤다는 것들이 불과 30분 전에 보고 먹었던 건데 말이다. 글씨는커녕 말씀도 제대로 못 하신다.
백 년을 살면서 글을 쓰는 것을 떠나 제대로 말하고 생각할 수만 있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다. 물론 그전에 백 년 가까이 산 사람조차 흔치 않다. 이 정도 살아냈다면 걸어 다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맑은 정신으로 자신 나이에 대해 듣는 일은 쉽지 않다. 내게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었다.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알지 못하지만 백 년을 지성인으로 살아온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의심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정정하신 시할머니조차 그 연세에 정신이 흐려지셨다. 그 연세에 글을 쓰는 게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서 확신했다. 아, 저자가 진짜 그 연세 분이시다. 확신한 이유 또한 할머니 때문이다. 같이 대화하면서 뜬금없이 나오는 젊은 날 추억과 자랑스러운 일에 대한 무용담. 시할머니 대화방식이 이 책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그럼에도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듯 끊임없이 사유했던 저자의 시대에 대한 세련된 해석도 매력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