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나는, 유쾌하게 죽기로 했다
슝둔 지음, 김숙향.다온크리에이티브 옮김, 문진규 감수 / 바이브릿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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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든 나이 스물아홉

스물아홉. 참 어려운 나이다.
이때 내가 뭘 했나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던 무서운 기억이 떠올랐다.
보통 '아홉수'라는 게 있나 보다. 아홉 살 열아홉 살 스물아홉 살 참 힘들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봤을 때였다.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을 읽었다. 영혜는 자기 마음대로 삶을 살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강력하게 바라는 걸 할 수 없었다. 자신 목숨을 다 바쳐서 원했던 마지막 소원은 자신이 '나무'가 되는 일이었다. 처음 그 책이 억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야한 내용과 충격적 결말을 위한 소설이라 생각했다. 내 스물아홉을 생각해보니.. 죽음이 가까웠던 그 시절. 그 시절이 떠오르며 영혜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음과 맞바꾼 주인공이 강력하게 원했던 꿈.
죽음으로 완성되는 소원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보다 더욱 위대한 일이 있다.

"살아 가는 일"
살아간다는 건 굉장히 대단하고 위대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린 그 사실을 잃어버린다. 이럴 때 바로 이런 책을 읽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책
바로 이 책이다.

죽음도 쓰러질 무한 긍정

책 처음은 어떻게 병이 발견됐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한없이 재미있게 그렸지만 슬펐다.
아프다는 것. 그 누구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어리고 인기 많은 만화가인 주인공이 아파 쓰러졌다는 걸 마냥 즐겁게 볼 수 없었다.
그런 독자였던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빵 터진 부분이 있었다.

ㅋㅋㅋㅋㅋ
병원에서 첫날이 옆 아저씨 발냄새 때문에 힘들었다는 저 그림.
그 그림이 병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동정 어린 내 마음을 무참히 깨부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병이 걸린 사람에 대해 나는 어쩌면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죽어가는 병을 가진 사람은 불쌍한 사람.
건강하다(고 보이는 ) 사람은 정상인.
그렇기에 내면 깊은 어딘가에서 아픈 사람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멀쩡하게 살아있다가 병원에 있는 사람보다 더 일찍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사실 예전에 보던 오방떡 소녀에 대한 만화를 보며 생각했던 부분이다.

오방떡 소녀님 만화를 본 것은 내 나이 스물아홉 때였다.
내가 죽고 싶었던 그때. 나를 살렸던 것은 오방떡 소녀(언니)였다.
어느새 나는 이제 이 분보다 더 많은 생을 살고 있다.
이 만화를 그렸을 때 오방떡 소녀는 눈에 띄게 야윈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끝을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이 오방떡 소녀와 연애를 시작했다.
이를 보면서 나는 잔인하게도 오방떡 언니보다 의사선생님을 걱정했다.

다시금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나를 반성했다.
누구보다 자신을 당당하게 내보이고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슝둔을 보면서 나 자신이 너무나 창피했다.

슝둔은 의사선생님을 짝사랑한다.
항상 모든 관심은 양 선생님에게 있었다.
그를 위해 항상 예쁜 모습을 유지하고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까 걱정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픈 사람도 꿈과 희망이 있는 사람임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음을 알려준다.

슝둔은 아픔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참 신기한 건 그려낸 아픔이 절대 비극적이고 절망적이지 않다.
아픔 안에서 그려낸 그림이라도 그 안에 숨길 수 없는 행복 바이러스가 곳곳에 숨어있다.

나와 슝둔

슝둔과 나는 동갑이다.
내 스물아홉. 결혼 삼 년 차인 나는 병원에서 과배란 주사를 맞고 배 안에 세 개의 심장을 품었었다.
그때 슝둔은 어딘가에 심장보다 큰 종양을 품었다.
나는 품었어야 했고 슝둥은 꺼져버려야 할 것을 품고 있었다.
나는 품어야 할 것이 나가버려 죽고 싶었다.
슝둔은 종양이 꺼지지 않아 안타깝게 삶을 마쳤다.
(원제는 '꺼져버려 종양 군'이다.)
중국에서 살았던 슝둔이란 친구가 남 같지 않았다.

심지어 어쩌면 내 곁에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2012년 슝둔이 죽고 얼마 안 있어 나는 둘째를 임신했다.
까르르 웃고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둘째를 보면 만화 속에 있는 슝둔이랑 많이 닮았다.

누구나 죽는다.
언젠가는 죽는다.
죽기 전에 누구나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야 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생각한다.
그럴 때 이런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

스물아홉.
그 죽고 싶은 힘든 날을 지나면 또다시 새로운 삶이 기다리도 있다.
서른아홉은 어떤 재미있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살아있다면 누구든 꿈꾸고 사랑할 자유가 있다.

고마워 슝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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