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란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이다. 스스로를 절대 약자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그런 일을 거부한다면 결국 육체 탐닉, 폭력으로 강한 척, 정치로 사람을 짓누르기, 어설픈 자기만족인 종교로 빠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무교인 친구는 내가 독실한지 모른다. 목 놓아 외쳐도 그저 웃을 뿐이다. 사실 난 종교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같이 성당을 다녔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어느 날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꿀꿀아, 너는 정말 신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미사 드리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처음 놀랐다. 나보다 더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 친구가 이런 대단한 고백을 내게 하다니!! 그럼에도 나나 이 친구는 주말마다 꼬박꼬박 성당과 교회를 다닌다. 나도 항상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하다가 확신이 들었다. 신은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이런 물음을 할 자유를 준 것이다. 우린 너무 무식해서 보이는 시각이 너무 편협해서 모르는 게 많은 것일 뿐. 분명 신은 우리에게 그 진리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정적이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강신주 박사에게 끊임없이 대들었다. 내가 신이 없을 것 같다는 물음을 생각해 낼 수 있다는 사실로 관대한 신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신주 박사가 편협한 생각을 진리인 듯외치는 것도 어쩌면 나름 용기다. 이에 반발하는 수강생을 원하고 그렇게 나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게 아마 강신주 박사가 강연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래서 나는 그를 유능한 강연자라고 생각한다.
그를 통해 이상용 평론가라는 좋은 분을 알게 된 것도 영광이다. 그분이 해설해주는 무서운 영화에 관한 평론도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