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한없이 선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그저 '착한' 사람일까? 아주 옛날 '속사정쌀롱'이란 프로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이 책, 스트로브를 통해 느꼈다. 겉에서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로브는 불쌍하다. 죽다가 살아난 여자를 살려 아내로 맞이했다. 그 아내 브란치는 결국 남편 스트로브가 살린 남자인 스트릭랜드와 바람이 나 스트로브를 버린다. 브란치는 정말 못된 여자일까? 아니다. 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 준 스트로브에게 감사했고 잘 살아보고 싶었다. 그녀는 스트릭랜드 안에 깃든 야성을 깨닫고 이상한 성적 욕망에 휩싸인다. 결국 브란치는 올바른 삶을 살고자 "그 남자 싫다."라는 말을 하며 일부러 멀리한다. 결국 죽어가는 스트릭랜드를 데려온다고 할 때도 정말 진심을 다 해 거부한다. 그때 스트로브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내가 너를 도와줬는데 이러면 안 되지."
그때 브란치는 냉랭해지며 쉽게 스트릭랜드를 집에 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한 마디는 브란치에게 큰 상처를 준다. 그 한마디 안에 스트로브가 한 선행은 '댓가성'이 있다는 걸 내포한다.상대가 원하지 않음에도 끊임없이 비굴하게 굴며 온갖 선물 공세를 한다. 상대방에 그걸 받아줄 여유와 같은 애정이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게 부담일 때는 거절할 수도 없고 말 그대로 '폭력'으로 다가온다. 이후 억지로 받고 이후에 상대방이 별 반응이 없다고 생각하면 온갖 호의를 베푼 상대방은 화를 낸다.
"내가 너에게 얼마나 잘 했는데.. 넌 왜 이따위야?" 그러면 상대방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누가 그 호의를 진심으로 원했나? 사람들은 나 이외 사람이 한 노력을 알아채기 정말 힘들다. 남에게 허허 호호 웃으며 내 주기 좋아하는 '호구'는 그저 원래 '호구'인 줄 안다. 뒤늦게 자신 선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권력을 행사하려는 마음은 진정한 '폭력'이다.
이와 다른 대가 없는 사랑'에 대한 대표적 인물이 있다. 타히티 섬에서 스트릭랜드 죽음까지 간호한 17세 소녀인 아타다. 스트릭랜드가 모든 사람이 피하는 문둥병에 걸렸음에도 자신이 선택한 인연을 함부로 끊지 않는다. 끝까지 스트릭랜드 유언을 미련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지킨다.
스트로브를 보며 생각한다. 내가 한 선행은 순수한 호의여야 한다. 뒤늦게 왜 내가 한 호의를 알아주지 않냐며 화를 낼 거라면, 뒤늦게 생색을 낼 것이라면 차라리 하지 말자. 상대방이 선물을 받고 바로 쓰레기통에 넣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선물하자. 신중하게 호의를 베풀어야겠다. 희생에 있어서도 '대가가 없는'순수한 마음으로 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