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해설 징비록 - 한국의 고전에서 동아시아의 고전으로 규장각 대우 새로 읽는 우리 고전 5
류성룡 지음, 김시덕 옮김 / 아카넷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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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이 지은 징비록에서 '1권' 부분을 읽었다. 그대로 원본을 해석해 적은 한글 해석은 술술 읽혔다. 수많은 조선 사신과 일본 적군 이름이 나오고 지역이 어지럽게 나와 사실 완벽하게 그 사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원본 전에 나온 충실한 글과 이에 따른 주변 사실에 대한 해석. 친절하고 자세하다. 사실 '징비록'이란 이름으로 출판된 책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드라마 이름 중에도 '징비록'이 있다. 이 책은 '징비록'을 미혹하게 하는  '자습서'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징비록'은 이 책이다. 사실 이 책이 굉장히 두껍고 어려워 보인다고 지레 겁먹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만화'나 '드라마', '소설'이라고 나온 '징비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진짜 재미가 있었다. 정말 '류성룡'이란 사람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직접 그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글을 통해 들리는 옛 선조의 목소리. 이 목소리는 특별하다.
 이 책 이외 책은 다른 사람이 이 원본을 읽고 각자 나름대로 해설을 한 것이다. 과연 그것이 진짜일까? 가끔 나도 제대로 읽지 않고 다 읽고 이해한 듯 우쭐댔던 그때가 생각났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 그랬던 내가 창피했다. 남이 대신 알려주는 책은 진짜 책이 아니다.
 류성룡이 내게 해 준 이야기를 이랬다. 징비록 안에 왕이 내린 이야기가 지워진 부분이 있다. 혹은 원하는 이야기를 빙 둘러 얘기한 오묘한 뉘앙스가 읽혔다. 내 의심이 맞는지 의심했다. 여지없이 뒤에 나온 해설이 있다. 당시 시대상과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해 조심해야 하는 류성룡 입장을 변호했다.

P186

이 당시 광해군을 세운다. 사실 광해군은 세자 위치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신분이었다고 한다. 후에 반정으로 광해군이 물러남에 따라 책에서 그런 정치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미묘한 느낌은 직접 글로 읽어야 한다. 만약 남이 평가한 이야기를 통해 깨닫기 어렵다.
 일본 관찰사로 가서 느낀 침략에 대한 예측에 대한 글로 시작한다. 어떻게 분명히 침략할 것이라는 의견을 무시하고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류성룡은 객관적으로 간단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처참한 상황이 계속된다. 끊임없이 일본이 침략한 사실을 서술하고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 왕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어떻게 방어했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문체로 설명한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었다

P201
지금 후회하여도 돌이킬 수 없지만 뒷날의 경계로 삼고자 상세히 적었다.

이 부분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1권은 한 마디로 치욕의 역사다. 일본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조선 모습이 냉정하게 설명된다. 왜 그가 그렇게 치욕을 적고 있는가? 그는 지금 불행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저 구절은 두 가지 사실을 내포한다. 첫째, 이 일은 우리나라가 겪은 치명적 실수다. 그렇기에 다시는 겪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둘째, 우리나라는 이 어려움을 분명히 이겨내고 오래도록 국가가 계속 지속될 것이다. 이 참혹한 상황을 꼭 이겨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믿음직한 신하가 가진 기개가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한 류성룡에 대한 평가와 징비록 안에 있는 사실관계는 충분히 쉽게 설명한 책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순수한 목소리를 듣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재미를 위해 소설이나 드라마로 만든 '징비록'을 보더라도 순수한 그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 책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때 법학 공부를 했다. 어떤 법리에 대해 학자들이 생각한 이론에 대한 설명을 한 기본서가 있었지만 꼭 옆에 그 기본이 된 법전이 있어야 했다. 어쩌면 이 책은 조선사, 특히 임진왜란이란 큰 전쟁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여러 책과 매체가 있다. 그래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서적은 바로 임진왜란 가운데 서서 직접 겪고 사실을 이야기한 이 '징비록'이 기본으로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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