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그 무엇이 나를 보호할까.˝
옹주의 눈에 물기가 그득하게 차올랐다.
누구도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 얼굴. 거기엔 수심과 슬픔만이 가득했다. 유모는 그 슬픔이 깊어지지 않기를 빌었다. 차라리 누군가에게 의지하시옵소서.
하지만 옹주는 마음을 닫은 듯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떤 의욕도, 욕망도 없었다. 그 눈빛에 남아 있는 것은 원망과 두려움과 잔뜩 억눌린 고통뿐이었다.
˝밤이 되어 눈을 감으면 수많은 귀신들이 나를 에워싸. 그것들이 나를 희롱하고 겁을 줘. 놀라 잠을 깨도 사방에 그것들이 보이지. 숲으로 달아나면 숲으로 따라오고, 후원으로 달아나면 후원으로 쫓아봐.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긴 칼을 든 남자가 노려보고 있을 때도 있어. 나는 울면서 도망치기 시작해. 숲 속을 헤매다가 다시 어딘가로 달려가. 하지만 너무 지쳐서 곧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고 말아.˝
갸륵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
참 슬프다.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그 비극적이 프레임 안에 나는 과연 미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은 지푸라기..신을 믿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신을 믿은 덕혜옹주의 일본인 시누이 마사코 이방자 여사는
시누이를 친동생처럼 따뜻하게 보살펴주다가 같은 해에 죽었다.
왕족을 보면 참 슬픈게...정략결혼을 했어도 정작 그들의 가정은 참으로 행복했단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지배와 피지배 계층으로 나누어 압박하고 누군가를 짖누르려 했단 사실이 참으로 마음 아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침략하려했던 일본의 잔인함으로 분노를 느끼기 보다는..
우리의 간사한 이분법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아니..한 왕가를 어떻게 몰락시켰는지...생각해봤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