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다. 어느 정도 허구도 있겠지만 작가 본심이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전쟁을 겪으며 공부를 잘 한 화자이자 주인공은 먹고살기 위해 미군에 일자리를 얻는다. 보통 '미군'에 일을 다닌다고 한다면 요즘 '유학 갔다 온 여학생'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니까 유학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온 지 모르듯, '양공주'와 '미군 여직원'은 거의 비슷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대였다. 그 당시 현보라는 엄마 쪽 먼 친척이 이웃집에 살며 '썸'을 탄다. 현보는 군에 있다가 해외로 나가고 그 사이 혼기가 다한 주인공은 같이 일하고 은행에 다니는 총각과 결혼한다. 자신이 일했던 자리는 시어머니 이웃사촌인 '춘희'란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일을 대신한다. 안타깝게도 춘희는 미군 사람과 사귀며 잦은 중절 수술을 한다. 주인공은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고단한 시집살이를 한다. 그때 현보를 만나기로 한다. 재회는 무산되고 현보는 베트남 전쟁 때문에 머릿속에 벌레가 들어가 뇌 수술 중 실명한다. 나이가 들어 현보와 춘희를 다시 만나고 상념에 빠지며 소설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