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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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얘기하려는 '금수' 또한 서간문 형식 소설이다.

먼저 편지를 쓴 사람은 아키.
건설사 사장 딸로 부유하게 컸다. 대학 때 만난 잘 생긴 남자와 캠퍼스 커플로 지내다가 졸업하고 바로 결혼한다. 사장인 아버지도 남자를 후계자로 생각할 만큼 미더워했다.

               
아키와 아리마 커플, 완벽한 이들에게 문제란 찾아올 수 없을 듯했다.


엄연히 말해 이 둘은 서로가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었다.
아리마는 아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고 힘든 시절, 그리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했던 유년기.
그런 어두운 부분을 모두 숨기며 아키와 살아간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아리마는 힘들었다. 예전 가장 힘든 시절에 만나 첫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던 세오 유카 코란 여인을 찾는다. 자신이 가진 결핍에 대한 몸부림이었다.

               
치명적인 미모. 세오 유키코.

백화점에서 만난 세오 유키코는 아르바이트로 몸을 팔았다.
그래서인지 둘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계속한 아리마. 어느 날 세오 유키코는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느라 힘들었고 아리마는 그런 유키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아리마는 유키코에게 이런 관계를 끝내자는 말을 하고 잠이 든다.
그때 유키코는 화가 나 말한다. 아리마 당신은 돌아갈 곳(아키)이 있는데 나는 없다고..
잠이 든 아리마 목을 찌르고 유키코는 자신 목에 칼을 찌른 채 자살한다.
술집 여자와 함께 동반 자살을 한 남자로 알려진 아리마는 더 이상 아키와 결혼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 후 아키는 대학 강사와 재혼하고 아리마는 겨우 벌어먹고 사는 삶을 산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장애인 아들을 둔 아키는 자오산에 놀러 간다. 그때 케이블 카 안에서 전 남편인 아리마를 만난다. 작은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이 재회한다. 긴 시간 둘을 말이 없다가 겨우 용기를 내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그 후 둘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아키는 행복하지 않다. 어쩌다 재혼을 했고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남편은 제자를 사랑하고 심지어 혼외 자식까지 있다. 아리마 또한 행복하지 않다. 지금 레이코란 젊은 여자에게 얹혀살고 있다.

둘은 부부였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너무 몰랐다. 어떤 생각을 갖고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심지어 그 전에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조차 몰랐다.
10년이 지나 편지를 통해 이 둘은 그제야 서로를 알게 되었다.

인생은 뭘까?

가깝다는 건 뭘까?

항상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을 과연 난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계속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이 책은 인물을 통해 운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이 한 일로 벌을 받는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게 과연 인과응보, 혹은 사주팔자 때문일까?
답은 작가도, 독자도 쉽게 내릴 수 없다.
그냥 삶은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너무 뻔한가?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고 작가는 제목을 통해 얘기한다.
'금수'가 '짐승'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직물'이란 뜻인 한문을 사용했단다.
일본도 동음이의어가 있어서 제목으로 말놀이 한 건가 싶기도 하고-

당신에게서 제가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결코 말하지 않았을 말. '모차르트'의 주인이 마치 저에게서 들은 것으로만 착각했던 말. 우주의 불가사의한 구조, 생명의 불가사의한 구조라는 말이 지금 저에게 깊은 전율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나이프로 자신의 목을 찔러 죽은 세오 유카코 씨. 죽어 있는 자신을 바라보았으면서도 다시 살아 돌아온 당신. 나이 들어 한층 일에 집중하고 있는 쓸쓸한 아버지. 또 하나의 숨겨진 가정을 갖고 그 여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세 살짜리 여자아이의 아버지로서 고심하고 있을 가쓰누마 소이치로. 당신이 고양이에게 먹히는 쥐를 봤던 바로 그 시각에 근처 달리아 화원의 벤치에 앉아 무한한 별들을 바라보았던 저와 기요타카. 우리의 생명이란 얼마나 불가사의한 법칙과 구조를 숨기고 있는 것일까요?(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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