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 번째로 읽은 고미숙 선생님의 책이다.
공부를 하자는 책에서 사랑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에로스란 책을 읽었고..
사랑에 운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면서 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운명에 있어서 몸과 많은 연관이 있다는 글에 동의보감 책도 읽을 기세.

난 정말 사람을 어지간히도 안 만나는 편이다.
맨날 보는 가족 제외하고 약속 잡고 만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진정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가 제일 제일 제일 친한 친구다.
그 와중에 꼭 인생의 전환기마다 감사하게 시간을 내어주는 선배 언니가 있다.
언젠가 언니가 나의 태어난 날과 시를 잡고 사주를 푸는 거다.
나랑 언니는 교회와 기독교에 대해 얘기하던 사이라 적잖이 놀랐다.
언니가 너무 답답할 때 회사에서 사주 강의를 했는데 이것은 중국의 인구를 갖고 통계를 낸 통계학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미리 이런 성향을 예측하고 생각해서 내 삶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쁠 것이 없지 않느냐는 언니 말에..
끄덕끄덕 인정을 했다.
사실 어떤 삶에 대해 몇백 년 이상을 믿고 도움받아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진정 이 학문이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오감을 넘어선 육감(식스센스)를 얻은 느낌이랄까..
인생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은 느낌이었다.
이제껏 사주카페 같은데 가면 그저 나의 단순한 길흉화복을 묻는 기계적 답변을 원했다면..
알고 보면 사주는 그 이상의 복잡하고 미묘하면서도 재밌는 특성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주 용어들이 나오는데 그냥 뛰어넘었다. 인성이 어쩌고 관성이 어쩌고..
그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아빠가 강의마다 설파했던 `만득 이론`(공같이 생긴 모래로 만든 인형)이다.
사람은 완벽하게 행복할 수 없는 존재란 것이다.
한쪽이 채워지면 다른 한 쪽이 모자라고 다른 한 쪽을 열심히 채워 넣으면 다른 한쪽이 없어져 버리는..
신기한 것은 돈을 쓸어모으는 연예인 근처에 돈을 축내는 가족들이 있는 것은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지 모르겠지만..부에 대한 기운을 그 연예인이 다 쓸어가서 다른 사람은 그 기운을 뺏어내는데 그렇게 당당하다는 거다.
또 자식을 잃고 오래 사는 사람은 어쩌면 자식의 기운을 얻어 간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런 나쁜 기운과 좋은 기운을 지혜로운 공부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도 있단다.
돈이 많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술과 여자가 따라온다.
그러면 돈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흐르면 술과 여자에 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돈은 많이 버나 돈 버느라 거지꼴로 먹을 수밖에 없는(먹을 복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밥을 사주고 같이 먹으면서 먹을 복을 보충할 수 있다. 등등-

어쩌면 일거수일투족을 다 엄마의 도움을 얻었던 나는 인성이 과다한 성격.
이런 성격은 학벌도 높고 자격증도 많이 얻으나 정작 쓰지 못한다는데 진심 찔렸음.-_-
동생은 독립적이고 잘 있는데 나는 왜 그런가..라는 생각이 어쩌면 운명론적 사주와 관계있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기고 싶은 사실은..
사람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살만해지면 그 때부터 고인 물처럼 썩기 시작한다는 사실.
나는 매일매일 읽지도 않는 책을 애 둘을 끌고 빌려오고 반납하는 일을 부지런히 해 오고 있었다.
정말 비슷한 원숭이띠 남편과 친정엄마는 왜 그 고생을 하냐면서 엄청나게 나를 괴롭혔다.(최소한 나한테는 괴롭힘으로 들렸다.)
내가 빌려온 책 한 권이 보이면 분노 분노 분노.
나는 그게 그렇게 서운했다.
애만 보고 있는 나 자신은 정말 이 책에서 나오는 썩은 물과 같았다.
어쩌면 우린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형제들끼리 스트레스 될까 봐.. 미리 걱정 없이 해 주려는 부모의 배려가
아이들에게는 흐르는 물을 고이게 만드는 끔찍한 실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생은 어쩌면 고행이다.

좋은 사주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박복한 사주도 없다.
내가 열혈 구독해서 읽고 있는 ˝예설˝이라는 블로거는 이슈가 되는 연예인들 사주를 알려준다.
그중 너무 재밌었던 사주는 바로 지금 교황님의 사주였다.
부모복도 없어 자식복도 없어 적들은 엄청 많고..
아주 나쁜 사주란 사주는다 갖고 계셨던 것.
그런데 참으로 맞는 사주다.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아 성당에서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신부가 됐고 당연히 자식은 없을 테니 자식복도 없는 거고
적이야 세상은 죄악으로 물들었으니 선을 지향하는 직업상 적이 많아야 어둠을 비추는 등불로 더욱 빛나는 교황님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평화롭고 걱정없는 밝은 이 세상에서 영롱하고 밝고 고매한 교황님인들..그분이 멋진 분이라는 걸 알기야 하겠어?

아무튼-이제 사주는 미신 따위가 아닌 당당한 인문학의 연구분야가 되었다.
지금 여기 도서관에서도 사주 강의가 있네.흐흐
참 재밌다.

이 고미숙 선생님은 나를 재밌는 공부의 세계로 빠지게 하시는군요.
근데 저 5개의 과제 중 3개의 과제가 남았다는 사실.ㅜㅠ

이제 사주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내가 해야 하는 공부를 해야겠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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