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카포 중에도 선한 마음을 품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저자도 그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
둘째, 겉모습을 멀쩡하게 유지하기.
저자에게 어떤 사람이 살 수 있는 중요한 정보 하나를 알려준다. 빵을 포기하더라도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혈색 돌게 보여야만 가스실에 들어가지 않는단 사실이다. 그런 모습이 감독관들에게 아직은 일을 시키기에 쓸만한 사람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바로 이곳에서 적용된다.
셋째, 희망을 갖기.
언젠가는 나갈 수 있다고, 언젠가 이 끔찍한 전쟁이 끝날 거란 믿음으로 참아낸다. 이 '희망'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어느 정도 한계가 지나면 이 희망은 절망으로 바뀐다. 책에서 어떤 사람이 꿈에 아주 정확한 날짜에 하나님이 종전시키겠다는 꿈을 꿨다며 흥분한다. 결국 이 사람은 그날이 지난 다음날 죽는다. 희망이 엄청난 절망으로 변해 육체를 공격한 것이다.
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갖는 한 인간으로서 세 가지 노력이 끝난 후 그는 결국 '운명'을 논한다. 죽음이 당연한 공간에서 아들러가 주장한 '네가 문제다'라는 말도 소용없다. 또한 그들은 굶주림 때문에 성욕을 잃는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갖는 욕망을 '성'에 결부 시켰던 프로이트 이론도 여기서 적용할 수 없다. 그 당시 가장 이성적인 지식인이자 사람 행동과 심리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저자가 마치 점쟁이처럼 '운명'을 말한다. 그런데 이 운명에 대한 선택권은 잔인하게도 본인에게 있다. 그 선택 근거가 본인이 갖은 열등감도 욕망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