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한군이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중2 때문'이라는 농담까지 있는 무시무시한 요즘 십 대들.

이들을 대상으로 고정욱 작가님이 책을 냈다고 한다.
먼저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책은
성공했다.
후속 시리즈로 3권이 더 나왔다. 뿐만 아니라 계속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상영된다.
꼭 이 책을 언젠가 읽어보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 했다.
1월,
동대문 도서관 씨앗 문학회에서 운 좋게 이 책이 선정됐다.
기대했던 책을 읽어볼 뿐 아니라 이 책으로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줄거리

재석이는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할머니와 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 하는 주먹질 덕분에 폭력서클 일원이 된다.
이 사실이 교장에게 알려져 재석은 사회봉사 명령이 떨어진다. 
그 곳에서 얼짱 보담이 할아버지인 일명 '부라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재석이가 점점 변한다.  

 

과연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을까?

 일단 이 책은 부모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읽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책은 성적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닐까?
컴퓨터나 스마트폰 안에서 이 책 이외에 재밌는 것들이 가득하다.
화려한 게임들과 웹툰, 만화 그리고 인터넷 소설 등.
노인복지관에 외제차를 모는 부라퀴 같은 할아버지가 곱상한 손녀를 대동하고 등장한다.
예쁜 손녀 보담이에게 푹 빠진 재석이가 고분고분 할아버지 잔소리를 듣고 행하는 설정이 다소 억지 같았다. 마지막에 가서 신데렐라 스토리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쓰는 단어로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할아버지, 그만하세요. 애들이 질렸잖아요.(100)

 

작가가 간다.

 

고정욱 작가님은 초등학교 학생 대상 동화책을 많이 썼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강연을 많이 다니신다고 한다.
자신이 지은 책에 대해 같이 읽고 얘기를 나누는 강연을 자주 여신다고 한다.
강연 후 졸업할 학생들에게 선물로 '재석이 시리즈'를 선물했다.

요즘 인기 있는 개그맨 '유재석'의 인기 때문인지 '재석이'라는 이름도 강한 인상을 준다.
착한 이미지의 '재석'이가 까칠하다는 제목이 청소년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재밌기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만든다.
이게 바로 능란한 스토리텔러, '명불허전' 고정욱 작가님 실력 아니던가!
그래서 이 책은 성공했다.

 

어른이 청소년에게 다가가기.

처음 이 책을 보고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진 것인 줄 알았다.
아마도 가출에 대한 이야긴가 추측했다.
그런데 '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진 거다.
이 책은  재석이가
까칠한 사춘기를 지나는 이야기다.                            

부라퀴 할아버지는 예쁜 손녀와 카리스마, 재력을 이용해 재석이를 설득한다.
재석이는 처음 이런 할아버지의 말에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할아버지 행동을 통해 진심을 깨달으며 달라진다. 
친구 성민이처럼 부모가 제시한 꿈이 아닌 재석이 스스로 만든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청소년에게는
을 보여주고,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른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알지. 너희는 사지 육신 멀쩡하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고 든든한 밑천인지 모를 거다. (중략)젊을 때 시간을 낭비해선 안 돼. 늙어 봐라. 젊을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마 영혼도 팔려고 할 거다.(85)
책 속의 책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고전 명작을 소개한다.
얼짱 보담이가 추천한
 데미안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다.

일단 데미안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보담의 언어 구사력은 그들이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113)
마음이 이끄는 길로 쾌락을 찾아 온몸을 던지고 나서야 진리를 체득한 조르바의 모습이 재석을 전율케 했다.(165)

물 흐르듯 흘러가는 책 플롯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이 책들.
이 책들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 책 내용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거두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세련되게 명작을 권하는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

재석은 가난하다. 아버지는 부잣집 아들이었으나 그 집마저 부도가 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재석이에겐 희망이 없었다. 전형적인 소위 말하는 '흙수저'인 셈이다.
그런 재석이에게 구원을 준 것은 부라퀴 할아버지다.
결국 부라퀴 할아버지를 통해 재석은 '흙 수저'를 벗어난다.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
재석이가 능동적으로 가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실 바랬다면 욕심이었을까?
아마도 저자는 현실적으로 청소년 스스로 가난을 이겨내기엔 인과성이 부족하다 판단한 것 같다.
이런 결말을 만든 작가보다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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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2-05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ㅎㅎ

이런 책 좋습니다.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데 그 안에 사회 문제 및 철학이 묻어 있습니다.

2016-02-05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