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아이 러브 유 - 아웃케이스 없음
리처드 라그라베니즈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2015.12.31. 새해가 되기 전에 본 마지막 영화.

친정 식구들이 모여 있는 시간.
나는 잠시 아이들을 맡겨놓고 소파에서 혼자만 있듯 집중해서 이 영화를 봤다.
예전에 보고 싶던 영화이기도 했고
친정엄마네 집 C&M 케이블 티브이에서 무료 영화인데다가
무료 영화 기간이 공교롭게도 12월 31일까지였다.
한마디로 우연처럼 만난 영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보기에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10년 동안 잘 사는 케네디 부부.
케네디 부부가 싸우는 장면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여자는 말없이 삐졌고 남자는 왜 그런 건지 물어본다.
여자 홀리는 자신의 엄마에게 자기 때문에 애를 안 낳는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한 듯한 남편에게 화를 낸다.
남편 제리는 언제든 아이를 원하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냐며..
여자는 더 돈을 모은 다음에 아이를 낳자는 것뿐이라며 반박한다.
남편은 당신이 사 모으는 명품 구두 때문에 돈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고 여자는 당신이 사업하겠다며 빌린 돈 때문이라며 무섭게 싸운다.
그런 평범한 부부.

그런데 사진이 몇 장 나오더니 그 인자해 보이던 남편이 죽었단다.
여자는 정신이 나가있고 끊임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홀리의 서른 번째 생일날부터 제리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 편지는 제리의 고향이자 둘이 처음 만난 아일랜드 여행권을 선물하기에 이른다.
홀리의 친한 친구들인 두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제리의 친한 친구였다는 윌리엄을 만나며 새로운 로맨스를 만들기도 한다.

어쩌다 홀리는 여행 중에 한 친구는 임신했다는, 다른 한 친구는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여기에 홀리는 무너져 버린다.
이해할 수 있다.
홀리는 결혼을 했었다. 그리고 아이도 가질 수 있었다.
이 두 친구보다 우월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순식간에 남편의 부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었다.
친구를 순수하게 축하해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찌질해 보였을 것이다.
그 이전에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에 대해 처리하는 것 또한 힘든 일이었다.
다시 홀리는 숨어버린다.

그리고 떠나간 제리의 편지를 곱씹으며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찾았다.
창조하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갖는데서 끝내지 않고 만들기로 결심한다.
홀리는 신발 만든다.
그리고 힘을 얻고 결혼하는 친구에게 나타나 웨딩슈즈를 선물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상한 남편이 죽기 전에 남긴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단순한 멜로로 볼 수도 있다.

나는 일단 그렇게 보지 않았다.

홀리의 좌절은 사랑하는 남편이 떠난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홀리 아빠는 가족을 버리고 홀리 엄마는 홀로 두 딸을 키워냈다.
왜 하나님을 내 남편을 데려가셨냐는 홀리의 분노에 홀리 엄마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나도 똑같다며 같이 화를 낸다.
남편의 부재는 죽음뿐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없어져 버리거나 믿었던 그 무엇에 좌절하는 상황을 포괄한다.
그런 좌절 안에서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죽는 날만 기다린다.
그럴 때 죽은 남편의 편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뭔가 메시지가 날아온다.
하나님을 믿으라는 전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책에 적혀있는 어떤 문장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런 영화를 통해서일 수도 있다.

너만 그렇게 상처받은 게 아니야.
넌 괴로운데 주위 사람은 행복해 보여서 상대적 박탈감에 더 깊게 힘들어하는 것 너만 겪는 게 아니야.
넌 소중해. 다시 힘내보자.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
그리고 열정을 다해서 후회 없이 살아봐.

영화는 이렇게 내게 얘기해주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라드 버틀러가 고향인 아일랜드를 버리고 뉴욕에 살게 한 치명적 여인이 힐러리 스웽크라는 거다.
아마도 레이챌 맥아담스 정도의 사랑스러움이라면 납득을 조금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 계속 주위에 있던 `솔직 증후군`을 앓고 있던 청년이 아닌 남편의 고향 친구인 윌리엄과 로맨스로 여지를 준 것은 마음에 든다.
아마도 친구란 비슷한 취향과 느낌을 공유하는 사람일 테고 그러니 둘의 로맨스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의 인연과의 만남을 보니 `미 비포유`에서 약혼녀가 주인공의 절친과 결혼하는 것
요즘 빠져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와 정환이가 삼각관계에 빠진 이유도 납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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