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영어를 모르면 사는 게 많이 불편하다.
입시에도, 취업에도 뽑는데 영어 평가가 들어간다.
대학 또한 국문학과는 없어지는데 영어 관련 학과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이 책은 세계에서 '대세'가 된 영어를 세계사의 시점에서 그려낸 책이다.
왜 영어는 전 세계에 필수 언어가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영문 학도에게는 학문 입문서로,
영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어의 기원을 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언어라는 본질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를 알게 한다.

언어에 대해 놀라운 점은 처음에는 '영어'라는 언어가 처음부터 독립되어 만들어진 게 아니란 것이다.
영어가 그만의 특색을 갖게 한 계기는 모두 유명한 작가나 학자를 통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초기 언어는 제프리 초서, 중기는 셰익스 피어가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멋진 영문학도 초년생들이 주황색 벽돌 같은 책을 들고 다녔다.
그 책에는 '셰익스 피어'라는 글자가 있었다.
평범한 출신의 극단에 소속된 작가였을 뿐인 인물 셰익스피어가 만든 단어나 의미가 영국 언어의 기본이 됐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
우리나라에 세종대왕이 있다면 영국에는 셰익스피어가 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언어가 가진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언어는 사람이 이용하는 도구인 만큼 사람들과 같이 변화한다.

역설적이게도 어떤 언어에 관해 논쟁이 일어나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제약과 규칙이 명확하게 정해진 다음의 일이다. (166)

현대 영어에 들어와서 큰 획을 그은 인물은 바로 마크 트웨인이었다.
불과 몇 달 전에 블로거 북클럽에서 읽은 적이 있었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이 책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뤘다

트웨인은 흑인이 쓰는 사투리를 옮겨 쓴 백인이다. 하지만 그는 흑인을 동정 어린 시각으로 그린 작가였다.(198)

아무래도 현대 영어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였다. 이들이 선택한 언어가 영어였다.
영국은 미국식 영어가 우스꽝스럽다며 무시한다.
자신들이 발하는 발음이 고귀하고 우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말한다.
영어가 만국 공용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영어가 우수한 언어이기 때문이 아니란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지닌 막강한 힘 때문이다.(259)

비단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에서 문제 될 수 있는 사안인 '맞춤법'에 대한 시각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맞춤법에 대해 엄격한 사람들을 처방 주의자, 신조어 등 새로 파생되는 언어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들을 서술 주의자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서로 상반된 시각으로 언어를 지키고 유지하는 방법을 고수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간단하게 정의한다.

처방 주의자와 서술 주의자 간의 긴장 상태가 언어에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영어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발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하다.(287)

세계사를 통해 본 영어의 변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언어는 많이 쓰는 사람에 따라 변화되고 주류 언어가 된다.
둘째, 유능한 작가를 통해 한 언어가 눈부시게 발전할 수도 있다.
셋째, 사람을 정복하는 것보다 언어를 정복하는 것이 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이 책을 같이 논의하며 구성원분 중 한 분이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작고 연약하면서 줏대도 없어 보이는 국가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고유한 한국어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아직까지 우리 언어가 힘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저력이 언어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가는 영어를 보며
처방 주의자같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
더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영어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잉글리시가 아닌 글로 벌리 쉬다.
그래서 토익 영어에 듣기 평가에도 정식 발음뿐 아니라 영어 미국어 호주어 등 여러 악센트로 문제를 내고 있다.
영어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지 평가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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