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명작들은 대충 다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모든 내용을 짧게 요약한 그림책과 동화책만 읽고 모든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오만이 부끄러웠다. `어느 정도 읽었고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알량한 나의 독서력에 제동을 걸었던 계기가 됐다.


책을 읽으면서 장황한 상황 설명과 너무 자세한 묘사 때문에 쉽게 숲을 보지 못하고 미시적인 상황 안에서 한참을 헤맸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기 잘 했다. 간단히 읽어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생각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읽을 때는 너무 길고 지루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작가가 이런 상황을 넣은 이유가 무엇일지 찾기 위해 계속 책을 다시 펼쳐보는 나를 발견한다.

톰소여와의 모험으로 많은 돈을 갖게 된 고아나 다름없는 소년 허클베리핀. 왓슨 아주머니댁에서 교육을 받으며 지내는 중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찾아온다. 아버지가 살아있는 이상 자신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핀은 강도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꾸미고 도망치기로 한다. 그 때 다른 지역으로 팔려갈 위험에 놓인 왓슨 부인 노예 짐을 만나 같이 땟목을 이용한 미시시피강 여행이 시작된다. 증기선을 만나 그 안의 싸움을 보며 도망을 치거나 귀족 집안에 들어가 벅이란 친구랑 어울리다 그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다. 스스로 왕과 공작이라고 칭하는 사기꾼을 따라 어느 유복한 집 장례식에 들어가 세 딸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사건에 휘말린다. 결국 핀과 짐은 톰소여의 친척집에 들어가 톰을 만나 장난을 치다 톰이 허벅지에 총을 맞는 사고를 당한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짐과 진심을 나눈다. 왓슨 부인의 유언으로 짐은 자유의 몸이 되고 핀 아버지 사망으로 핀도 어려움이 제거된다. 그는 톰 소여 친적 분 양자로 들어가 셋이 잘 지낸다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마크 트웨인은 책 첫 머리에 이 책은 대해 자신의 깊은 의도를 알려고 노력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이 책을 지었을 뿐임을 강조한다. 이는 반어가 아닐까? 자신이 이 책에 자신의 기본적 사상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미리 이런 선수를 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씌어진지 벌써 2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작가 속내를 유추하는 간 괜찮겠지.
흑인을 위한 책
마크 트웨인은 이 책을 통해 ‘흑인 인권’이 강화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흑인에 대한 폄하적인 생각 또한 집어넣었다. 같이 뗏목여행을 하면서 핀이 짐과 대화하면서 짐이 완전히 핀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 뿐 아니라 가족까지 자유의 몸이 되게 하려는 계획을 얘기할 때다.
옛날 격언대로 <하나를 얻으니까 열을 바란다>는 식이지요. 이것은 내 생각이 모자란 데서 온 것입니다. 지금 내 앞에는 내가 도망치는 것을 도와준 거와 다름없는 검둥이가 있는데, 자기 아들들을-내가 알지도 못하고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친 일도 없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애들을 훔쳐 내겠다고까지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216)
이 세상에서도 제일 불쌍한 건 오합지중이야. 군대가 바로 그렇지-오합지중 말이다. 오합지중은 타고난 배짱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집단에서, 그들의 상관한테서 빌려온 배짱으로 싸운단 말이다. (324)
작가는 흑인 인권에 대한 옳지 못한 생각같은 잘못된 인식을 각성시키기 위해 사기꾼들의 입을 통해 얘기한다. 책에서 진실을 얘기하는 의사를 칭하는, ‘그까짓 놈’이란 흑인들을 `노예로 사용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놈 상관할 게 뭐람.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바보 놈들이 모두 다 우리 편을 들고 있지 않겠어? 그리고 어떤 마을이든 바보 놈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383)
결국 진실이 밝혀진 사기꾼들은 처벌당한다. 그들을 보면서 허클베리 핀은 얘기한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톰 소여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482)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얘기가 더 강력해진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서 빨리 가!-일 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주란 말이야! 짐은 이제 노예가 아니야. 이 지상을 걸어 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않게 자유의 몸이란 말이야!(587)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앵무새 죽이기’와 이 책이 많은 연관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두 권의 책 모두 ‘흑인의 인권’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바라는 책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핀치변호사라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물을 통해 흑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희생적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 이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독자인 어린이 시각에서 노예인 짐을 친구로 두어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인식을 주도록 유도한다. 어른들은 이 책을 보면서 단순히 강아지나 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처럼 흑인 노예와 함께하는 여행기가 아이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갖다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않았을거다. 어쩌면 작가인 마크 트웨인 자체가 `앵무새 죽이기` 안 의 ‘핀치 변호사’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힘이 세다. 소리를 내지 않지만 소리 없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해리포터’같은 손에 땀을 쥐는 여행기 안에 마크 트웨인은 그 이상의 사상을 집어넣었다. 그 시절에 이런 서평을 썼다면 군 사령관한테 혼쭐이 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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