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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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리딩클럽을 통해 책과 함께 오디오 클립을 들었다.

https://audioclip.naver.com/audiobooks/6381012994

즐거운 경험이다. 책을 읽으면 쉽게 책을 덮고 다시 펴는 게 매우 힘들다. 마치 천하장사가 책장을 잡고 있기라도 하듯 다시 손으로 펼치는 게 쉽지 않다. 오디오 클립과 책은 그런 내게 완독을 위한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명품견 벅을 주인공으로 따라가는 야성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귀로 들을 때 더욱 실감 났다. 이 책을 추천하니 영화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좋은 건 얘기하고 봐야 한다.

벅은 학식 있는 판사 가족의 사냥개였다. 평상시에는 서재에서 판사와 함께 따뜻한 모닥불을 벗 삼아 졸고 레저로 같이 사냥을 나가면 둘은 총을 쏘고 그 쏜 사냥감을 주워오는 좋은 파트너였다. 그런 벅이 내기에 빠져 빚을 진 아는 사람의 꾐에 빠져 시베리아로 팔려간다. 그때 비로소 벅은 자신에게 내재된 강한 본능을 깨닫게 된다. 그는 썰매개들 사이 권력 관계를 이해하고 결국에는 대장 자리를 꿰찬다. 그들은 환상적인 호흡으로 놀랄 만한 속도로 우편물을 전해주는 충실한 조직이 된다. 이게 오히려 화근이었을까. 그들은 더 좋은 값에 한꺼번에 팔리고 결국 고지식한 주인을 만나 큰 위기에 빠진다. 이때 벅을 구해준 쏜턴을 벅은 그가 죽을 때까지 충성을 바친다. 그 후 벅은 자신이 가진 본능에 의지해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있는 짧은 단편 <불을 지피다>는 야심만만했던 어떤 사내가 추위에 맞서는 이야기다. 상황을 어찌나 자세하고 실감 나게 설명하는지 귀로 듣기만 해도 추워졌다.

귀로 듣는 단점은 역시나 글자를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한 번 들어 본 이야기는 다른 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이에 귀로 담아 놓았던 좋은 문구를 낚시하듯 건져 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나는 내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제대로 자각했다. 물론 내가 잘나지 않았다는 걸 입으로 되뇌긴 했지만 본심은 아니었나 보다. 이 책을 읽고 비인격적인 사람을 가리켜 ‘개, 돼지‘라고 하는 말을 그만두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봤다. 개보다 내가 나을 게 조금도 없다. 이 두 이야기는 명확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선과 악은 없다. 다만 삶과 죽음만 있을 뿐이다. 벅은 살기 위해 강해졌다. 살려 줬기에 충성했다. 그가 살아남았기에 자유로이 자신과 다른 늑대와 어울리며 춤을 출 수 있었다.

<불을 지피다>에서는 또 어떤가. 타고 온 개는 괜찮다. 손끝이 얼어가는 주인공은 얼어가는 자신 몸을 보며 개를 보온 도구로 사용하려 하지만 시기에 눈이 멀어 살기 품은 감정을 개에게 들키고 만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는 과연 악한 존재인가 약한 존재인가. 아니면 그 둘 다 인가.

영화를 본 분들은 벅이 귀엽다고 말했다. 내가 귀로 느끼고 눈으로 본 벅은 귀여움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그 존재는 단지 살아졌기에 최선을 다한 생명이었다. 그래서 귀여움보다는 고귀했다. 그는 살기 위해 인간을 숭배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었다. 그가 인간을 살렸다고 착하다고, 인간을 죽였다고 나쁘다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벅의 첫 번째 주인이 판사였던 건 어쩌면 선과 악에 대한 판단에 대한 모순을 말해 주고 싶었던 작가가 만든 하나의 힌트가 아니었을까 혼자 추측해본다.

우리는 결국 짐승이다. 짐승보다 못 한 사람만 되지 말자. 이 책을 읽으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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