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가기 전에 쓰는 글들 - 허수경 유고집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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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한 작가인 나는 내 본능과 욕망을 이렇게도 철저히 숨기고 싶어하는 가? 그것이 나의 의문.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냥 막, 말하는 거야. 막, 나,
욕망이 있다고, 나, 뭔가 사는 것처럼 울고 싶다고.......

내 독자들이 나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없으면 나도 없다. 마치 내 가족이없으면 나도 없는 것처럼.

신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언제나 유일신이었다.

나와 인연이 어긋난 모든 사람들을 불러들여 말하기를 미안해, 늦게 왔네. 내 피아노가 내인생을 너무 간섭했어.

죽음이 목표인 이 삶은 너무 거대하구나.

나는 단 한 번도 내 것이었던 그 무엇이 없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나는 나를 비수도 없어서 오늘 죽어도 아무 여한 없는 얼굴을 숙이며 무수한 이국을 지나쳤지.

네가 나의 기대에 맞게 해주지 않아서 나는 외로웠던 거다. 더이상 들키지 않아야겠다. 멀리지켜보며 잊어버려야 할 일들을 잊어야겠다.

볼 수 없는 상처는 영혼의 독 약이 다. 영혼을 거의 죽음까지 몰고 간다.

SNS라는 이 정체불명의 통신은 내가 그 안에 있다. 함께 있다. 기억되고 있다. 참여하고 있다.
등등의 망상을 불러일으킨다. 나치 시절 동안 독일 사람들은 언제나 몰려다녔다. 그것이 무섭다.

불안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불길한 예감을 달래는 시간이 불안의 시간이다.

사랑의 언이가 가장 폭력적인 언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나는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언젠가 어머니와 화해하는 사람들이다.

위로라는 말이 성립되려면 서로의 코드가 맞아야 한다. 나는 위로받을 일이 없는 사람 옆에 너무 오래 머물며 내가 그에게 위로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나는 예술가로서 팔리지 않는다. 즉, 그러니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중이 무섭고 낯설디이런 생각을 할 때쯤이면 오븐에 머리를 박고 죽은 한 여인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것조차진실일 뿐.

멘토, 구루로 사는, 돈을 버는 모든 사람이 싫다. 나는 힘없는 시인일 뿐!

한국인이라는 말이 어색하다. 나는 한국인이다. 나는 아니다. 나는 한국어로 글을 쓰는사람이다. 아니 나는 나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내 모국어는 내 모국어일 뿐이다.

가위들로 채워진 머리를 가진 괴물인 우리, 자기검열의 괴물을 양산하던 그 나날.

그들은 자신과 닮은 것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타자의 것들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며 심지어자의 것을 나쁘다고 말한다.

산문의 가장 강력한 힘은 아마도 담담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 흥분하지 않고 사물을찰하는 능력. 능력이라기보다는 단련을 통해서 나온 인내, 사물과 풍경 앞에서 흥분하지기.

치명적인 것은 겪지 않으면 쓸 수 있는 글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 쓸 시간에 냉정하게 사고를 분석하고 재난 시나리오를 짜고 구조를연습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일이 아닌가.

(자연에게는 인간이 만들어낸 지혜를 인내할 시간이 없다) -

어떤 편이라는 것이 문학에 있다는 그 분위기 때문이었다. 아현동에서 봉천동까지 걸어서 !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때 내가 결심한 것은 시인으로 살면서 어떤 편에도 속하지 않겠다는거였다.

경험이란 경험하는 주체에 의해 선택된 순간이다.

도덕적인 시들은 경외할 대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시는 도덕 너머의 어떤 경계를 아우른다.

내 세대는 ‘적‘과 오랫동안 대치하면서 ‘적‘의 얼굴을 닮아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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