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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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생존이란, 삶이란 순간이 아니라 영속성을 가진 시간을 가리키는거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당신들, 살아갈 당신들이저마다의 힘으로 끝내 버티기를, 나는 가늘고 길게 쥔 펜으로앞으로도 계속 당신들을 쓰고, 나를 쓰고, 이 삶을 기록해 볼 작정이다.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다 용서되는 학력주의자와 공부를 잘해도 가난하면 용서가 안 되는계층주의자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가끔 농담처럼 생각해보곤 한다.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아픔은 이상한 기제다. 심하면 심할수록 뭘 낳아도 낳는다. 그래서창작의 고통을 흔히 산고에 비유하는 걸까.

마음은 중앙으로 향하고, 욕망은 상단에서 춤을 추다 곤두박질치면 위로는 늘 내가 돌아보지않던 자리에서 찾아온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혐오한다는 건 지극히 감정적인 문제이므로 된다 안 된다를 논하기는애매한 것 같다. 그러나 그 혐오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건 좀 다른 문제다.

역사적으로 사회는 혐오와 배척을 통해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실제 사회의 안전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시도한 배척은 우리 자신을향한 배척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삶 같지만, 실은 한자리에 꽂혀 한자리에서 늙어가는 식물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증오와 애정 사이의 연민과 이해의 공동 운명체, 가족이란 건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어떤 사랑이든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은 홀로 나선 길을 바라보는 용기가아닐까 싶다.

짝사랑도 사랑인 까닭은 그것이 결국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것임을 아는 순간에도 최선을다하기 때문이다.

땅을 대한다는 건, 삶을 이해한다는 건, 폼으로 낭만으로 자랑삼아 될 일이 아니었다.

이걸 견디고 넘어서야 가을에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머리로는 아는데, 감정적으로는그걸 넘어서기 어렵다.

어쩌면 세상 모든 불화는 집이 세상의 끝, 막장이 되어버린 데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험 많은 인생을 자처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시련에 혹독하거나 냉정하기 쉽다.

우리 사이에서 창작은 개인의 가치와 꿈의 영역이지 그 대가로 정당한 자본을 얻는 일은우리 사이에 아니다.

니는 책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했는데, 엄마와 아빠는 책을 좋아하는 나를 통해 미래로 도망가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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