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아침.
남편은 자정까지 숙제를 제출하느라,
나는 친구와 연락 문제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느라 밤을 설쳤다.
둘 다 비몽사몽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남는 건 추억이고, 그 추억은 사진을 통해서 남겨진다.
아침에는 저녁과 다른 길로 시내에 들어갔다.
작은 강에는 유람선도 있었다. 바스 시민들이 모이는 운동장이 있다.
저녁에 이곳에서 콘서트를 했다.
아이를 끼고 어디도 나가지 못했을 때는 여행 프로가 그렇게도 싫었다.
나는 자유롭지 않은데 돈까지 벌면서 나가서 여행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이젠 안다. 자유를 잃은 여행에 즐거움을 연기하는 여행은 그다지 재밌지 않다는 걸.
가는 길목에 유명한 바스 번 집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크림티를 먹으려는 사람으로 아침부터 줄을 섰다.
구입하는 사람은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니 오래 전 이곳에서 어떻게 동네 사람들 대부분 식사를 책임지는 빵을 만들었는지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다.
정말 좁은 공간이지만 의미있는 공간이었다.
과거를 최대한 없애지 않고 기억하려고 하는 그들 성격이 그대로 이 공간에서 뿜겨져 나왔다.
오래된 걸 낮춰보면 촌스러 보인다. 오래된 걸 좋게 보면 위대해 보인다.
빵은 평범한 식빵 맛이었다. 고급 빵집에서 먹는 그런 맛이다.
다음에 다시 사 먹어야지, 생각했지만 역시나 이 경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 오늘 목적지는 로만베스, 즉 로마의 목욕탕이다.
로마가 이 곳을 지배했을 때 가장 유명한 온천 휴양지였다고 한다.
지금도 지하수가 아직 그대로 나오고 있다.
이곳은 배스 수도원과 나란히 있다.
베스 수도원 앞에서 악기 연주를 하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 분 연주는 수준급이라 무료로 듣기 죄송할 정도였다....
사실 나는 이탈리아에 가고 싶었다. 더 얘기하자면 로마에 가고 싶었다.
내가 읽고 있는 책,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율리어스 시저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 할아버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율리우스 시저가 어떻게 권력자를 보고 배우며 진정한 권력 중심에 서게 됐는지,
일대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전범국가와 로마를 동일시했던 어떤 유명한 로마에 관한 책보다 유익하다.
결국 남편 숙제와 항공권, 그리고 로마 관광은 아이와 같이 할 수 없기에 결국 로마를 가장 효과적으로 만나는 방법으로 생각한게 바로 여기. 로마 목욕탕에라도 방문하자는 것이었다.
결론은 성공.
완전 성공.
고작 목욕탕이라고 속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아니다. 이 곳은 꽤 비싼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설명이 따로 제공되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아주 잘 되어있다.
일반 영국 안내 뿐 아니라 유럽과 영국 여행으로 유명한 에세이스트 빌 브라이슨 목소리 소개도 되어있다.
이 설명을 듣느라 하루 종일 이 안에 있고 싶었다.
그냥 보면 별 볼일 없는 다 닳아 빠진 동전과 돌맹이와 쇠붙이가 큰 의미로 변화되었다.
이들은 그 힘을 안다. 알아가면서 생기는 즐거움과 성취감.
이야기가 주는 엄청난 힘.
영국 여행이 재밌는 이유는 어떤 곳에 가더라도 아이를 위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로만 바쓰에서도 유모차를 놓는 자리는 물론 아이를 들기 위한 아기띠와 철제 아기 캐리어가 구비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 눈에 맞는 똑같은 물건 찾기와 같은 문제집이 제공됐다.
어른들이 설명을 듣고 있을 때 아이는 이게 어떤 그림인지 문제집 사진과 실물을 확인에 집중하느라 아이를 따로 돌봐야하지 않아도 됐다.이들도 이곳을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 뿐 아니라 느끼고 맛 보는 공간도 만들었다.
앞에 보이는 석조와 똑같은 모조를 앞에 만들고 만지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
실제 나오는 온천수 소리를 듣고 향을 맡고 마지막 공간에서는 그 온천수를 마실 수 있었다.
미지근하고 강황 향이 났다.
이 물은 베스 전역에서 쓰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 샤워하면서도 그런 향이 났다. 비누가 잘 섞이지 않지만 물이 미끌거리며 피부에 좋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