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 여성 인물 도서관 7
김미승 지음, 클로이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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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책갈피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안타까움이 있는 반면 후련해지기도 해요. 여기저기 구멍 난 우산 안으로 스며드는 비에 젖으면서도 어떻게 할 줄 몰라 발만 동동거리던 사람들 중에서 그래, 나는 그냥 비를 맞겠어라는 마음으로 우산 밖으로 당당히 걸어 나와 비를 그대로 맞을 때의 그런 후련함이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인권'이라고 하지요. 인권은 인종, 국적, 성별, 종교, 언어, 나이, 신체적 특징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이고요. 옛날에는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신분, 나이, 장애, 성별 등에 따라 차별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당당히 맞섰던 사람들이 존재했어요.

회사와 공장이 늘어나고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도 많아지던 일제 강점기,

최전빈과 혼인 후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가 남편이 죽음을 맞이해요. 시댁에서 쫓겨난 주룡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고, 어려운 집안 사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평원 고무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좋은 일이라는 소문과 달리 공장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버는 돈이 적었었어요. 작업반장의 눈 밖에 나면 멀쩡한 작업물도 불량 판정을 받고 월급보다 많은 벌금을 내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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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공장 여공 생활은 고되고 힘들었다. 사리원 병원 아주머니도 잘 몰랐던 것처럼 밖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달랐다. 여공들은 환기 시설 하나 없는 공장 안에서 하루 열두 시간 이상, 열다섯 시간까지 쉴 틈 없이 일해도 고무신 한 켤레 값보다 못한 임금을 받았다. 같은 일을 하는 일본인 노동자가 버는 돈의 사분의 일 정도였고, 남자 직공이 버는 돈의 절반 수준이었다. 74쪽

그러던 어느 날 그나마 받던 월급도 다시 삭감되고 정리해고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되지요. 더 이상은 부당한 대우를 참지 않겠다, 우리가 지면 모든 노동자들도 권리를 잃게 된다는 위기감에 강주룡은 목소리를 내기로 해요. 그렇게 앞장서고, 노력하는 강주룡(1901~1932)의 용기가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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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꼬르륵. 여공들은 서로를 민망하게 쳐다보았다. 처음 한두 번 들릴 때는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계속 듣고 있으면 자칫 투쟁의 의지가 약해질 수 있었다.

"여러분, 우리 내기할까요?"

뜬금없는 주룡의 말에 여공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살아오면서 자기가 제일 행복했던 때를 이야기해 봅시다. 어떤 얘기든지 좋아요. 다 같이 듣고 박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거지요. 우승자에겐 내가 평양에서 제일 맛있는 국밥을 사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몇 그릇이라도 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여공들이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105~106쪽

단식 투쟁을 시작한 마흔아홉 명의 동료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강주룡의 말에 저도 옆에서 같이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네요. 평원 고무공장의 사장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경찰 고발로 맞서요.

흩어진 동료들 사이에서 강주룡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세상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문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다잡아요. 평양에서 가장 높은 을밀대의 지붕 위로 올라가 광목천으로 몸을 둘둘 말아 을밀대 지붕 모서리에 묶어요. 바로 그곳에서 강주룡은 노동자의 높고 푸른 권리를 외쳐요.

[독후 활동]

청어람 주니어에 올라와 있는 독후 활동지를 살펴보았어요. 5학년 2학기에는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오늘날의 우리 '새로운 사회를 향한 움직임', '일제의 침략과 광복을 위한 노력' 수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요.

저는 지금 배우는 교과 활동에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회 5학년 1학기 2단원 인권 존중과 정의로운 사회를 배우는 시기이거든요.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옛사람들의 활동 살펴보기' 수업 활동에 이 책을 인용하기로 했어요.

독후 활동지를 하나씩 넘겨 보는데, 국어 시간에 다형어, 다의어를 배우고 있어, 독서 활동지의 '공'에 대한 문제가 제일 먼저 눈에 띄네요. 단어의 의미와 뜻을 찾거나 주요 사건과 관련된 관찰 질문을 시작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세상일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활동으로 이어갔어요.

글 속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들을 모아 이야기해 보고 현재의 생활 속에서 인권 보장이 필요한 사례는 무엇인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보며 인권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헌법의 역할과 중요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보았어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강주룡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라는 한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항일_운동 #여공 #을밀대 #고공_시위 #체공녀 #노동_운동가 #강주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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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는 동물의 세계
세레넬라 콰렐로 지음, 알레시오 알치니 그림, 조은영 옮김 / 타임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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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 늑대가 필요할까요?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냐고요?

아니요,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먹고사는 데 모차르트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요."

이탈리아 환경 운동가 풀코 프라테시의 말로 시작하는 [서둘러,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멸종하는 동물의 세계/세레넬라 콰렐로 글, 알레시오 알치니 그림/타임 주니어] 책은 멸종 동물 이야기로 시작해요.

가슴 아픈 멸종 동물 이야기 / 하늘에서 사라진 동물 / 멸종 동물의 연구와 보존 / 분더카머 / 박물관의 동물 / 대표적인 멸종 동물 / 현상금이 걸린 동물 / 멸종 동물이 남긴 것 / 멸종 후 다시 발견된 동물 / 전설 속 멸종 위기 동물 / 멸종의 이유 / 멸종 위기에서 보호하는 방법 / 멸종 위기 동물의 적 / 멸종 위기의 상징, 판다와 호랑이 / 신기하고 이상한 동물 / 범상치 않은 동물 / 경이로운 곤충의 세계 / 강돌고래와 쇠돌고래 / 해양 생물이 처한 문제 / 장수 동물 거북의 위기 / 오세아니아의 멸종 위기 동물 / 멸종 동물의 복원 / 동물 보호를 위한 일 / 새로운 동물의 발견 / 내일 우리의 모습

마지막 나그네 비둘기, 외로운 오하우나 달팽이, 해적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금강앵무, 마야인의 깃털 달린 뱀 케찰 등 멸종했거나 멸종을 앞둔 위기의 동물들이 등장해요. 인구 증가와 오염, 불법 무역, 식용 등의 이유로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매일 3만 개체가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어요.

멸종 동물, 멸종 위기 동물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와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과 함께 동물에 얽힌 전설과 신화, 뒷이야기도 같이 소개하고 있는데요. 생물 다양성, 함께 사는 동물 모두가 지구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지 거기에 덧붙여 동물들이 처한 문제와 멸종 동물의 복원을 위한 노력이 적혀 있어요. 털매머드의 배설물로 시베리아의 토양이 비옥했던 것을 들어 털매머드의 세포를 코끼리에게 집어넣어 다시 만들겠다고 한 러시아판 쥐라기 공원 이야기는 충격적이네요.

개개인이 모두 바쁜 현대 사회이지만, 오늘도 '잠깐 멈춤'을 해 봐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늘도 '그래, 요즘 개인 사업자들이 힘들잖아, 나라도 사줘야지'라는 자기 합리화된 사고로 편리함 속에 살고 있는 '나'이지만, 그나마 환경에 부담이 덜 되는 방안들을 생각해 보게 돼요. 고백 하나 하자면, 얼마 전에 삼베실을 샀어요. 천연 수세미를 만들어 써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이 묻으면 묵직해지고 뻣뻣해지는 수세미를 쓰자니 손가락들이 아프고, 기름때 없는 그릇만 따로 모아야 하니 신경이 쓰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한숨을 쉬었어요. 내가 참 편리함 속에 길들여져 있었구나, 불편해지니 문제 상황을 약간은 뾰족하게 생각할 수 있네요.

동물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일에 덧붙여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사업들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 줘요. 물론, 완벽한 답은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을 수는 없지요. 나도 함께, 미래를 지켜가고 싶다는 연대 의식에 희망의 불을 나누어 주는 듯해서 기분 좋게 책을 덮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타임주니어 #멸종하는동물의세계 #환경 #멸종동물 #초등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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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여성 인물 도서관 6
이진미 지음, 달상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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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바로 저거로구나!'

희순의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 어른들을 따라 흥얼거렸던 <경복궁 타령>이었다.

"노래는 뭇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는 뜻이란다. 노래를 함께 부르며 지치고 힘든 마음을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게지."

외당의 다정한 목소리가 엊그제 들은 것처럼 또렷이 떠올랐다.

'노래는 힘이 세다고 하셨지. 그래, 노래를 지어 퍼뜨리는 거다!'

희순은 그 자리에서 종이와 붓을 꺼내 노랫말을 짓기 시작했다. 어찌 표현하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잘 이끌어 낼까 고민하며 노랫말을 고치고 또 고치느라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노래를 지으며 희순은 노랫말이 입에 잘 붙는지 소리 내어 불러 보았다. 53

윤희순 의사(1860~1935)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단발령에 대항한 의병부대에게 밥을 지어주고, 의병가를 만들어 퍼트리며 의병활동을 시작했어요. 노래의 힘이 세다는 것을 어린 시절 경험으로 알고 있는 노래가 힘이 세다는 사실을 이용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힘을 실어 주기로 했지요.

우리나라 의병들은 나라 찾기 힘쓰는데

우리들은 무얼 할까 의병들을 도와주세.

내 집 없는 의병대를 뒷바라지하여 보세.

...

우리 조선 아낙네들 나라 없이 어이 살며

힘을 모아 도와주세.

만세 만세 만만세요 우리 의병 만세로다.

여성이 앞장서서 일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시절, 의병 활동을 장려하며 군자금과 식량을 조달했어요. 탄약과 무기를 직접 제조하여 공급하고, 여성 의병을 조직하는 등 적극적으로 독립활동을 이어나갔어요. 1910년 경술국치로 국권을 상실하게 되자 가족과 함께 만주로 이주하여 항일 운동을 계속해요.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항일운동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군자금을 모았지요. 1912년에는 '노학당'을 세우고 '항일, 애국, 분발, 향상'의 정신으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길러냈어요. 하지만 일제의 감시와 탄압으로 학교는 3년 만에 문을 닫게 되어요. 좌절의 순간, 윤희순은 어렵고 힘든 길을 함께 걸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요. 산만했던 마음을 비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요.

'조선의 독립이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가닿지 못한 그곳까지 당신이 힘내어 걸어 주오. 당신도 가닿지 못한다면 누군가 또 뒤를 이어 걷지 않겠소. 황소처럼 뚜벅뚜벅, 한 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언젠가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소. 그러니 힘을 내주오. 당신은 당신이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오.'

희순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휘영청 떠오른 둥근 달덩이 너머로 외당과 제원, 항골 아낙들, 경도와 그의 아내, 종수와 노학당 제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희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대로 주저 않지 않겠다. 천 번을 넘어지면 만 번을 일어서겠다. 내 마지막 숨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걸어가겠다.' 97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의사

덕분에 이렇게 우리가 살 수 있는 거지요. 그분의 지혜와 용기를 되새기며,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얻어 봅니다.

보통의 인물 소개서와 다르게 책을 시작하며 [인물 관계도와 연표]가 들어 있어요. 간단하게 인물에 대해 알고 책을 읽으니, 조금 더 여유 있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며, 인물이 가지게 되는 삶의 태도나 특성들이 어떻게 다져지고, 키워졌는지를 알 수 있어서, 사건 당시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요. [ #항일_의병_운동, #삼일_운동, #의병장 #독립운동가, #일제_강점기_여성_항일_운동 ] 해시태그로 정리되어 있는 [그때 그 사건], [인물 키워드]로 다시 한번 윤희순 의사가 살았던 그때의 상황과 역사적인 정보를 같이 알 수 있어, 좀 더 입체적으로 인물에게 접근할 수 있어요.

출판사에서 활동지를 제공해 줘요. 활동지는 [책 소개], [독후 활동지]로 나누어져 있어요.

[책 소개]는 간단한 소개 글, 관련 교과, 연계 단원으로 정리해 주고 있어 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연계 단원으로 5학년 2학기 사회가 나오는데요. 국어 5학년 2학기(가) [1단원 마음을 나누며 대화해요] 권기옥((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독립운동가에 대한 글을 읽을 때, 도덕 5학년 [3단원 긍정적인 생활] 부분에서 함께 소개해도 괜찮겠어요.

[독후 활동지]는 전중후로 나뉘어 있어 필요에 따라 PDF를 사용하거나 HWP 파일을 편집해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관찰 질문, 생각 질문, 토론 질문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독서 중 활동에서는 '오늘날의 군자는 어떤 사람인지, 친구들에게 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소개하기' , 독서 후 활동에서는 ' 나를 위로해 준 노래의 가사 쓰고 이야기하기' 활동이 눈에 띄어요. 학생들이 군자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과거의 인물을 보며 현재의 나의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을 풀어갈지 궁금해지는데요. 단편적인 개별 지식의 습득을 넘어서 학습 내용을 자기 지식화 혹은 체화하고 이를 통해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해 보는 '깊이 있는 학습'에 적합하게 구성되어 있어 활용하기 좋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청어람주니어 #의병가 #안사람_의병대 #의병장 #독립운동가 #윤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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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아동문고 329
안미란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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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러 고양이 그냥 씨가 낮 근무를 시작했어요.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들의 사진 모델 서비스도 제공하는 카페 영업을 담당해요. 해 질 무렵이 되면 두 번째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이동해요. 동물 직업 상담소 소장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해 직업이나 집을 소개해 주고, 도시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안내해 주는 생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인간이 동물을 싫어할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 원래 있어야 할 곳을 떠나 마음대로 돌아다닌 것. 사실 이건 인간 탓이지만 걔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쿠마짱과 폴라스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첫 번째 이유가 자기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에게 이용당하기 거부한 것. 고라니처럼 지나치게 예민해서 우리에 가둬 기르기 힘들거나, 코알라나 판다처럼 편식이 심하고 까탈스러운 경우야. 그것도 아니면 호랑이나 표범처럼 포악스럽거나."
포악스럽다는 말을 할 때 슬그머니 폴라스키를 보았다. 사냥꾼이라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p.17

그냥 씨에게 쿠마짱과 폴라스키가 찾아왔어요. 줄어든 숲에서 먹을 것을 찾아온 일본 출신 흑곰 쿠마짱, 빙하가 녹아 물범 사냥이 힘들어져 도시의 찻길을 헤맨 러시아 출신 북극곰 폴라스키. 그들의 능력과 경력으로는 직업 찾기가 어렵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데요. 제 마음을 보는 것 같아 한편이 따끔따끔하네요.
그렇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를 내치는 건 예의 바른 생명체 답지 못한 거지요. 예의 바른 고양이 그냥 씨는 그들의 장점을 살려 키즈 카페, 편의점, 냉동 창고에서의 면접을 추진해요.

비닭이(비둘기)부부와 황조롱이 부부, 어미 너구리와 다섯 아기들, 홀로 남겨진 아기 너구리까지 저마다 살기 위해 도시에 모였어요. 그냥 씨의 도움이 있었기에 도시에서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조금 무거워요. (하지만 재미를 잃진 않았어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쿠마짱,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근무 환경 속 질병으로 고통받는 폴라스키의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법적 가족, 사회적 소수자, 이주 노동자, 동물권, 노동 윤리, 생태 환경, 문화 다양성, 생활 안전, 사회 갈등, 의료 문제, 다문화 등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돼요.


"야생 동물이 자연 속에 있으면, 즉 인간의 구역인 도시로 넘어오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어. 그런데 도시로 오는 순간, 공포의 괴물이 된다 이거지."
'자기들이 먼저 선을 넘어왔는데?"
이건 쿠마짱의 말.
"야생에서 살 만하면 굳이 왜 여기까지 왔겠어?"
으르렁대는 폴라스키의 말. p.17

'선넘은' 인간들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동물들은 사람들의 구역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유해"동물이 되어 버렸네요.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쿠마짱, 폴라스키, 그리고 그냥 씨와 아기 너구리. 그들의 도시 생활 분투기에 눈물 찔끔, 짠한 마음도 드는데요.
그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더해 주고 싶어요. 함께 하는 친구들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요. 그들이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작은 싹이 트고 잎이 무성해지며 꽃이 피어나기를 응원해요.

생선을 보자 오랜만에 나도 호들갑스러워졌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니까.
"그거 알아? 사람도 생일날 생선 주는 거."
카페 손님들은 생일 축하 자리에서 선물을 줄 때 '생선'이라고 했다. 생일 선물을 줄여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좀 아는 척을 했다.
"음, 생선은 모두가 만족하는군."
쿠마짱이 흐뭇하게 생선을 잡았다. 흰곰도 검은 곰도, 너구리도 고양이도 좋아하는 생선을 실컷 먹으며 떠들었다. 우리는 꿈처럼 행복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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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이 트고 잎이 무성해지는 그 나무에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물 한 번 주고 싶어요. 저 또한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함께 즐길 수 있겠지요.
내가 잘 가고 있는 건지 계속 관찰하고, 확인해야 다른 누군가도 힘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렵다면 멈추기도 하고 속도를 줄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가 봐야지요. 오늘도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노력해 봐요.


#그냥씨의동물직업상담소 #안미란 #유시연 #창비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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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 전으로 갔다 라임 청소년 문학 62
실비아 맥니콜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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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을 뼈저리게 후회해 본 적 있는가? 수백만 번을 곱씹으며 지금과 다른 결말을 상상해 본 적은.....
p.7

'범생이 땅콩' 나오미는 반려견 디젤의 죽음, 부모님의 별거로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여름방학을 보내요. 나오미는 같은 반 친구인 모건을 따라 호수로 가는데요. 잘나가는 친구들은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며 놀아요. '범생이 땅콩'에 '썩은 달걀'까지 더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에 나오미도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는 물속으로 과감하게 몸을 던지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게 돼요.
죽는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일까? " 멀리서 들리는 모건의 목소리를 들으며 모건을 믿지 말아야 했다는 생각과 함께 죽음을 맞이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요. 눈을 뜨니 집이네요. 반려견 디젤의 목소리가 들리고, 머리에 혹이 난 것을 제외하고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죽기 딱 일주일 전으로 돌아 왔어요. 나오미는 모건이 자꾸만 가까이 다가 오는 것도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지만 자신을 죽게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부담스스러워요. 디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지 않게 챙겨야 하고, 엄마 아빠와의 관계도 회복시키고 싶은 나오미는 일주일의 시간이 바쁘기만 해요. 나오미가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데요. 죽기전과 조금은 다른 변화가 생겼어요.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이런 일을 도와줄 친구가 생겨서 더 든든했다. 엄마처럼 여자 형제는 없지만 내 곁에는 모건이 있었다. 디젤까지 합치면 친구가 둘이나 되는 셈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p.159

아무도 믿지 못했던 나오미가 다른 이와 함께한다는 것이지요. 언뜻 보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결국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지요. 자신의 말을 멈추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이 먼저 아닐까 해요. 오래 걸리고 지난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믿음과 신뢰를 느낄 수 있어요. 함께 이야기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이 곧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요. 나오미도 모건의 말과 행동에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결국 그와의 관계를 받아들여요. 그 속에서 이해와 배려를 배우는 모습이 좋아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는 것이 결국 내 삶과 온전히 연결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일주일전으로갔다 #실비아맥니콜 #라임 #라임서포터즈 #청소년소설 #라임청소년문학 #재미있는책 #타임슬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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