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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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진다. 엄마가 되어 내 아이에게 읽어 주는 그림책은 몇 권 정도가 될까? 예전에 친언니가 큰 조카를 낳고 '책육아'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미혼이라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나도 육아를 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책육아'는 커녕 자기 전에 그림책 한 권 읽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거의 홀로 육아를 하느라 그림책에 재미를 붙인 아이가 자기 전에 계속 더 읽어달라고 요구할까봐 지레 겁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내 아이는 낮시간대는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자기 전 모든 의식을 마치고 잘라치면 그제서야 책을 더 x100 보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좋은 그림책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서 보고, 그림책에 내 마음을 비춰보고, 위로도 해주고 그러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나의 책을 보여주었다. 물론 간간히 책을 읽어주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그림책이라도 아이들은 '엄마 책'이라는 인식을 가져 주었다.

요즘은 좋아하는 그림책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알기 위해 동네 책방지기님이 운영하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여 그림책 인증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7살 아들과 책방에 갔는데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그림책이 너무 많아 짧은 시간동안 둘러보기가 아쉬웠다.

이런 나에게 온 책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이 책은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그림책 에세이이다. 그림책을 알기 전에는 '그림책 에세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언젠가 육아에 치쳐서 도서관으로 도피했을 때 봤던 그림책 에세이 <엄마가 되고 난, 이런 생각을 해-표유진 글>를 봤는데 참 좋은 느낌이었다. 책 속에서 보는 그림책 소개가 참 신선했고 엄마가 된 나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렇게 엄마가 되고서 저에겐 내가 나인지 너인지 아무나인지도 모를 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이 요동쳤어요. 모든 게 엄마가 되는 과정이려니 편하게 생각하자 하다가도 나의 작은 몸짓과 표정에 울고 웃는 아이를 보면 또 깊은 고민에 빠지는 밤들이 많았습니다.

<엄마가 되고 난, 이런 생각을 해>에서

그러고 보니 그 책을 통해 좋아진 그림책이 여럿이다. 거기서 소개된 책 중 '슈퍼거북'이라는 책이 좋아서 작가님이 동네 도서관에 초청되어 강연오셨을 때 반가움에 그림책을 들고 뵈러 간 적도 있다. 또한 에세이집에서 소개된 책 중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이 책도 참 반가웠다. 특히나 내가 좋은 느낌으로 보았던 <가만히 들어주었어>라는 그림책을 모티브로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 [가만히 들어 주었어]의 토끼처럼 내 곁에 있어 주고, 얼마가 됐든 기다려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준다면 잠꼬대와 울음을 동반한 나의 요란한 꿈꾸기가 멈춰질까? 요즘의 잠버릇은 말 못 할 고민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만히' 곁에 있어 주고, 기다려 주고, 들어주는 이가 필요한 때문이 아닐까?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P45

 

 

저자는 어떤 연유로 그림책 에세이를 썼을까? 책을 거의 읽을 때쯤에 이야기가 나온다.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_

이 책은 그림책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림책에 관해 잘 알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글은 애초에 내 몫이 아니었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즐겨 보는 사람일 뿐이지만 내가 잘못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림책에 관해 알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림책을 넘기고 있을 때의,

무엇에도 쫓기지 않고 요구받지도 않으며 마음껏 자신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을 얘기하고 깊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P273

앞서 말했듯이, 요즘 하는 '그림책인증'을 통해 그 때 그 때 나의 감정을 그림책에 비춰본다. 짧은 시간동안 책을 보고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기지만 그 짧은 기록의 문장속에 내 자신의 마음이 담겨 있어 살짝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가 되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토닥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받아보고 쉽게 작가님의 SNS계정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이 쓰신 다른 책들도 찾아보았다. 그 중 들어오는 책이 <전업주부입니다만> 이었다. 에세이를 통해 작가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마당이 있는 한적한 주택에 사시고, 텃밭도 가꾸고 살림을 제대로(?) 하시며 남편과 딸의 뒷바라지에 힘쓰는 주부로서의 삶을 잘 살아내셨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틈틈히 자연을 통해, 살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삶을 가꾸고 돌볼 줄 아는 깊이있는 내면을 가지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전업주부입니다만>을 병행해서 읽었다. 왠지 더 알고 싶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다.

두 책 모두 사람의 냄새, 엄마의 냄새, 주부의 냄새, 여자의 냄새가 나서 나는 참 좋았다.

사실 책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힐링하는 마음으로 즐기며 읽었지만 서평은 어떻게 써야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다 오늘도 '나다운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삶이 좀 고단해질때 팍팍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을 만나 반갑다.

 

기억에 남는 구절

78

지금 생각해보니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던 때, 식구들의 귀가 시간에 맞추느라 외출했다가도 허둥지둥 돌아오기에 바빴을 때, 시간에 맞춰서 밥을 짓고 빵을 굽느라 알람을 서너 개씩 맞춰 놓던 그때가 오히려 내게는 웜홀에서의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홀로 있을 수 있었으므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란 말은 할 필요도 없었다. 쌓인 설거지와 세탁종료를 알리는 알람 소리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 온갖 것들을, 책과 바느질감과 식재료들을 그대로 늘어놓고 바느질을 하고 책을 읽고 풀을 뽑았다.

104

나만의 방을 갖고 싶었다. 가능하면 텅 빈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무엇을 하든 처음의 느낌이 날 테니까. 책상을 들요놓고 스탠드에 불을 켠 날, 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 처음에는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중략) 낮에 억눌리며 숨어있던 감정들은 어두운 밤 홀로 있는 시간이면 방구석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와 나를 괴롭혔다. 호젓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시간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몰랐다. 밤마다 내 안의 온갖 감정들과 씨름을 했다. (중략) 애써 마련한 공간과 그 안에서의 시간을 형체도 없는 무언가와의 싸움으로 보내 버리는 게 억울했다. (중략) 나는 왜 내내 내 생각만 하고 있을까. 내 방이 '나'로 가득 차서 나 아닌 무엇을, 혹은 누구를 위한 자리를 만들 수 없었다. 방이 점점 비좁게 느껴졌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고 뒤뚱거리다가 온 밤을 보내 버리는 꼴이었다. 나를 줄이고 줄여서 작게 만들어야 방이 점점 넓어질 터였다.

131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꼭 지금의 우리를 닮은 것 같다고 친구는 잠시도 말을 쉬지 않았다. 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늙지 않았고 서둘지 않고 느긋할 수 있고 그래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해야만 하는 일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지금이 바로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때 아니겠느냐는 말을 들으면서, 요즘 주방에서 일할 때마다 틀어 놓는 영화 <다가오는 것들> 중 나탈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런 생각을 해.

애들은 품을 떠났고, 남편은 가고 엄마는 죽고

나는 자유를 되찾은 거야.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진정한 자유.

놀라운 일이야."

133

친구는 오래도록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따. 설혹 그것이 대단한 쓸모가 없더라도 다른 누구 혹은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정작 그게 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해하며 조바심을 드러냈다. 뭘 좋아하는지, 뭘 하면 즐거울지 고민하는 중이라는 말 속에는 설렘의 흔적이 보였다.

137

언젠가부터 나이를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긴 나이뿐일까? 여자라서, 아이가 있어서, 시골에 살아서, 본질과는 무관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나를 멈춰 서게 하고 돌아서게 한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어쩌면 그것들 모두가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57

집안에서 마당으로 나갈 때마다 버릇처럼 심호흡을 한다. 갇혀 있던 것도 아닌데 나가면 숨통이 트인다. 마당 식물들을 눈에 담으며 몇 걸음만 걸으면 물처럼 고여있던 생각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읽을 것, 공부할 것, 정리할 것, 쓸 것, 연락할 사람, 버려야 할 물건들, 기억해야 할 약속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나면 거기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보고 싶은 사람, 내가 가고 싶은 곳이 보인다. 드러난 것 뒤에 항상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도 그렇다. 들여다볼수록, 책장을 천천히 넘길수록 더 잘 보인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아직 빛이 남아있는 마당에서 낮 동안 숨어있는 꽃들을 발견할 때 나는 내가 리디아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178

해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우리들은 안도하고 또 자란다. 삶의 어느 부분은 좀 모자란 듯 놔두어도 괜찮다. 안 되는 것, 겁나는 것, 피하고 싶은 것들을 인정하고 나면 삶이 그만큼 편해진다.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 진다. 좋아하는 것들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운이 좋다면 여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밀쳐 두었던 뭔가를 잘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숨어있는 재능을 찾아낼 지도, 잊었던 기쁨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삶은 매 순간 모습을 바꾼다.

186

엄마가 되면서 이름을 잃어 버린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삶이 헛헛하다.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가 아니고 하고 싶은 만큼 엄마 노릇을 할 수 없어서 엄마는 운다. ....

215

너른 공원에 있는 한 사람을 주목해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일, 이 섬세하고 정교한 그림책을 발견한 이후 책을 펼 때마다 내가 되풀이하는 놀이다. 누구의 이야기도 다른 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거기 있었다.

한사람의 뒤를 쫓으며 그가 가졌을 이야기를 상상한다. 비록 보이는 것은 몇몇 순간에 불과하지만,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모퉁이를 돌 때마다 슬라이드가 넘어가듯 장면이 바뀌어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지 않아도, 어느새 그 속에서 숨겨진 저간의 사정을 알 것 같은 혹은 지나간 언젠가의 나였을 수도 있겠다는 누군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을 통해 보고 싶은 책_

베라 브로스골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

사노 요코의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정다정과 이소영 <매일의 메일>

오나리 유코<밀크티>

사노 요코 <쓸데없어도 친구니까>

<리디아의 편지>

엄혜원 <수영장 가는날>

엘렌 델포르주+캉탱 그레방 <엄마>

<공원을 헤험치는 붉은물고기>

<채링크로스 84번지>

<건지아일랜드 감자 껍질 파이클럽>

<모네의 정원에서>

무라카미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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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이달의 장르
가랑비메이커 외 20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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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① 책 제목 / 저자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고준영의 딸, 고애라 외 20명의 자녀들

② 감상평과 느낀점

요즘 다양한 책들이 참 많이 출판되지만 그 중에 관심 가는 책의 주제를 보면 부모님에 대한 책도 포함된다. 얼마전에

임희정 아나운서가 쓴 책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라는 책도 참 좋았는데 이번에 만난 책,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도 다른 느낌의 책이지만 참 좋았다. 짧게 두 권을 비교하자면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는 사람들의 틀에 맞춰 부모님을 숨기고 부끄러워했던 지난날들이 죄송스럽고 후회스러워 쓴, 자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모님에 대해 섬세하고, 따뜻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녀의 글 앞에 왠지 숙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는 출판사 '문장과장면들'의 기획자 가랑비메이커와 용기를 내어 오래된 기억을 꺼낸 20명의 자녀들의 인터뷰와 설문을 책에 담았다. 책의 저자가 많다는 것도 특별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다양한 형태의 글로써 묘사하며 더 나아가 아버지를 원망했던 지난 날을 뒤돌아본다. 또한,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로부터의 상처를 글로써 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위의 책을 보며, 잠시나마 나는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세상에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각양각색이고, 때론 그 모습이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무능력한 모습일지라도 그 분들 모두 자식을 향한 사랑은 애틋하고 애잔하고 애처롭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의 자녀들은 저마다 사연있는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만의 언어로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은근히 뭉근한 따뜻함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잘 살아계신다는 이유만으로도 감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펀딩으로 제작되었는데, 책의 표지만 봐도 뭔가 궁금증을 자아내며 든든하지만 쓸쓸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나도 그래서 펀딩에 참여하고 두달 정도의 기다림끝에 받아보았다. 기대했던 것 만큼 내 감성에 맞았다.

(뒤늦게 확인한 후원자목록에 있는 내 이름)

 

③ 마음에 남는 글귀

아버지를 고백하기 위해 스물 한 명의 자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서문

오래된 상처와 미완의 감정을 꺼내는 일에는 분명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한 편의 이야기를 맺을 수 있었다. 여전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밝히지 못한 진심이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용기를 낼 것이다.

나아갈 때 부서지는 것들, 비로소 가볍게 깊어지는 것들을 우리는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서툰 용기가 당신에게 번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P15-16

꽝 닫힌 채 열리지 않는 문 앞을 서성이는 아버지

엄격한 어머니께 끝내 전하지 못한, 늦은 고민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부모 혹은 자식을 향한 원망과 그리움

조금씩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는 모두 이 서글픔을 어디선가 이미 맡아 보았고 그 언젠가 만져보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는 짙은 부채감으로 우리를 따라 올 것이다. (중략) 그 감정들은 이전보다 더 세심한 배려가 되어 관계를 굳게 만들어주기도 할 테지만, 도리어 관계를 무겁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연스러운 일에도 옅은 긴장과 의무감을 느끼게 하면서 말이다.

P22

자신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닉네임에도 자신은 없고 자식이 있다. 궁금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누군가의 말처럼 부모가 된다는 건 자신의 이름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래 머물렀던 적이 있다.

P29

내게 당신은 커다란 나무 같다. 늘 그 자리에 머물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다. 끝없이 뻗어가다가도 별안간 작게 웅크리는. 욕심일지 몰라도 나는 나의 나무, 당신이 언제까지나 내 곁에 커다란 품으로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힘이 들때면 그 커다란 그늘에 숨고 이따금 배가 고플 땐 까치발을 들고서 당신의 열매에 닿고 싶다.

P69

내게는 너무도 익숙했던 아버지라는 그 품이 당신에게는 희미해져버렸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나는 그 품을, 그 이름을, 아버지 당신이 다시 한번 불러볼 수 있기를 바랐다.

P99

우리는 언제쯤 당신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자식의 등만 바라보고 있는 당신에게 밝은 미소로 달려가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P102

할아버지를 간호하던 병실에서 우리가 단둘이 남았을 때, 조용히 건네던 당신의 한마다.

"아들 내가 나중에 늙어도 지금처럼만 해줄래?"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당연하지."라고 얼른 대답하고 말았지만, 그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P104

나에게는 거대한 산 같던 당신이 당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며 조용히 눈물 흘릴 때 나는 알았다. 거대한 산도 울음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랑하는 딸을 떠나보내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당신의 삶이 얼마나 많은 울음을 삼키고 있을까 생각한다. 단단해 보이던 당신의 등이 처음으로 흐느낄 때, 나는 아버지라는 슬픔을 목도했다.

P109

소아마비로 걸음마저 불편한 아버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셨습니다. 독한 진통제 같은 소주 한 잔에 땀방울을 안주 삼아 훔쳐내며 한평생 건축 현장 막일로 자식을 키워내고 가정을 지켜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힘 없는 여든의 백발노인이 되어 호통 한번, 된 술 한 잔 드시질 못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장녀인 제가 건장한 청년을 만나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셨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남편을 만났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께서 더 잘 이해하시지 않겠냐며 허락을 구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한 세상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내 자식마저 고생하며 사는 건 못 보겠다며, 처음으로 자식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가슴이 찢기는 아픔이 그제야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P123

내가 사랑하는 남자, 나는 당신의 우는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울음을 참는 법을 배울 것이다. 영원히 당신을 닮은 얼굴로 살아갈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존재 아래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세상 어느 것보다 자랑스럽다.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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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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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이 책은 2주전에 한참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질 때 받아보았다. 제목에 끌리기도 했는데 책장을 펼치고 얼마간 읽는 와중에 내가 왜 힘든지, 힘들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직장내에서 심한 감정노동을 하고 있었던 것.

바로 아래 책을 읽고 돌아봤던 그 때의 감정을 옮겨와본다.


한 중반쯤 읽을 때쯤 아래의 글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만약 누군가 감정적으로 기생한다해도 내게 힘과 여유가 있고 또 기생하는 정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면 웃으며 받아줄 수 있다. 어쩌면 상대에게는 그것이 자기 인생의 괴로움을 처리할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적 기생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선다면 나 자신을 위해 상대를 끊어내야 한다. 나를 더 이상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지 말라고 상대에게 분명히 밝히고 관계를 정리해야 하다. 그래야 내 삶에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여유와 공간이 생긴다.」-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중.

감정적으로 기생한다는 말. 왜 내가 전에는 참을 수 있었고 이젠 못 참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맞춰 비워야하는 내 감정쓰레기통을 비우지 못하고 계속 타인들로부터 채워짐만 받고 있었던 것.

이제 내 쓰레기통을 비울 때가 됐다.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그랬다간 내가 어떤 괴물로 변할지 모르기에 난 오늘 부터 퇴사D-100부터, 퇴사 당일이 될 때까지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내 감정을 추스리고 내 감정을 날 것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제일인 것 같다.


내가 살면서 겪은 수많은 일, 나의 인간관계에서 벌어진 감정의 드라마는 누구나 경험해보았음 직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하다가 오히려 아픈 상처를 헤집게 될까봐 내심 걱정했지만, 감사하게도 그 과정을 통해 오히려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지를 더욱 잘 배울 수 있었다.

먼저 가본 사람으로서 해주고픈 말이 있다. 당신의 인생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았든, 여태껏 얼마나 괴로워하며 살아왔든 상관없다. 장담컨대 그 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당신은 새로운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저자는 상담사로서 내담자와 상담한 사례를 다루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솔직하게 다루며(심리학 공부중에 자신이 치료사와의 상담 내용도 밝힌다) 때론 심리상담전문가적 위치에서, 때론 삶을 먼저 살아내고 있는 인생선배로서 따뜻하게 삶의 내면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중에 경쟁학원의 유명강사의 별칭과 비슷한 발음의 별칭을 쓰면서 문제를 겪게 되고 그 강사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을 둘러싼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며 업계 사람들의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는 수모를 겪는 내용까지 고스란히 다룬다. (Part 2.괴롭히는 감정, 부정적정서를 쏟을 희생양찾아 대입하기)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이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뉜다.

part1. 옭아매는 감정

나만의 생각으로 바라보다

part2. 괴롭히는 감정

내 안에 있는 나를 보다

part3. 수용하는 감정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다.

part4. 위로하는 감정

다시 살아갈 힘을 얻다

 

 

 

이 책은 위와 같이 한 사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관련 내용을 에세이처럼 몽글몽글 감정에 심금을 울리도록 짧은 글이 실려있다.

그리고 사례가 나오고 그 사례에 대한 심리분석적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감정을 다루기 위한 Tip들도 보기좋게 배치했다.

오늘은 심리서에 대한 책 서평이므로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본 부분들을 발췌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게 모르게 내 감정이 여러 사람에게 휘둘렸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페이지20

'운명에 순응한다'는 것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운명'적으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가 나 자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단련하는 발판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함을 뜻한다.

페이지 62

★★★★★ 감정 기생자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7가지

 

고슴도치효과_

상대방의 사랑을 지나치게 갈망한 나머지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 입히고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다

페이지 75

아동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컷은 아기의 부정적 행동(울거나 남을 때리는 등)이 '공격'본능에서 비롯됐다는 기존의 정신분석학 관점을 반박하며 아기의 이런 행동이 오히려 '사랑'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종류의 '사랑'을 '무정한 사랑'이라고 칭했다.

(중략) 무정한 사랑은 상대를 지나치게 갈망한 나머지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위 부분은 이 주 전부터 떼부림이 심해진 7살 아들을 느끼며 아이의 상황이랑 닮은 것 같아 관심있게 본 부분이다. 외면과 내면이 꽤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엄마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가보다.

페이지 89

무지로 인한 다툼은 종종 에너지 소모로 치닫는다. 서로 상대를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고 그만두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다툼을 멈출 수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소모적 충돌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는 결국 깨진다.

수년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그저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 그 맥락을 발견하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이 관계에 어떤 첨가물을 넣었는지 발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저 사람 왜 저래?'라는 답이 없는 질문과 고통스러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페이지 117-118

감정 표현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다. 그리고 이해의 첫걸음은 이들에게 가라앉아 있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깊이 심호흡하고 마음의 용기를 북돋울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기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을 때 소중한 사람이 이를 무시하거나 오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사랑하지만 미운 감정'을 깨닫고 실제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어머니를 발견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경계를 깨고 어머니와 더 가까워진 듯 보이지만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더욱 선명한 경계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상상과 현실을, 사랑과 미움을, 사랑해야 할 것과 미워해야 할 것을 확실히 구분하는 경계가 생긴 것이다.

페이지 119

 

 

페이지176-177

세상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맹목적인 사람으로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심지어 .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다.

페이지 186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오로지 생존을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때가 많다.

페이지 188-189

 

페이지 200

내게 상처를 준 사람과 화해하는 것보다 나의 내면에 있는 그림자와 화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덜 자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면의 아이와 함께 성장하다

페이지 217-218

오랜 세월 결혼 생활을 유지해온 부부들의 특징을 연구한 결과, 사랑보다 정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바로 '세월의 연단'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상대를 자세히 보고 관찰하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현재 자신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관계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려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된다. 첫째,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관계지만, 다툼 속에서도 그와 내가 긍정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둘째, 혹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스스로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되는가?

(중략)

페이지 219

 

우리 아이가 부모의 눈치보는 아이로 자리지 않도록, 아이답게 자라도록 더 신경써야겠다.

페이지 233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깊은 자기연민은 과연 우리의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할까? 그러자 내면의 내가 대답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일 수밖에 없는 자신을 깨닫고 스스로를 가엾게 여길 때 놀랍게도 내면에는 강한 투지가 생겨난다고. '버텨내! 뚫고 가!'라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고.

곱씹어 보니 과연 그랬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세상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면 의지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자신의 내면에 굳건한 골조를 세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계속 자신을 연민하며 지금보다 더욱 강하고 더욱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p259

꽤 오래전,에 다니는 교회에서 목사님이 '자기연민에 빠지지마라.'고 나를 포함한 여럿에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스스로 안타깝게 여기고 나자신이 강해지도록 애쓰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의아했었다. 지금 책의 내용을 보니 심리학적으로는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나를 성장하는 동기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크리스챤이기도 하니 나의 환경에서 벗어나 나아지기위해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중심을 잘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진다.

잔물결효과

이 책은 책장에 고이 꽂아두고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겪을 때 다시금 꺼내 보고 위로받아야겠다.

기대이상으로 좋은 책을 볼 수 있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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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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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일본의 3대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가 한국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솔직히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어 본 것은 <<냉정과 열정 사이>>와 그림책 <<몬테로소의 분홍벽>>밖에 없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엄청 인기였고 20대때 본 소설 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애정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책읽기에 흥미가 그닥 없었던 때라 그녀의 셈세한 문체에 매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책을 찾아서 볼 정도의 열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읽는 것을 좋아해서 시,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 육아서, 심리서, 인문학책 등 다양하게 보고 있는데 왠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을 여기저기서 보자 감성이 한창 말랑말랑해진 지금 이때 그녀의 책을 다시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일었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책 <<도쿄 타워>>


책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대화에 금방 매료되어 책이 술술 읽혔다.

왜 저자가 제목을 도쿄 타워라고 했을까 궁금해서 도쿄 타워가 나오는 문장마다 표시를 해가며 읽었다.



페이지 9

. 트렁크 팬티에 흰 셔츠만 걸치고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서, 코지마 토오루는 생각한다. 어째서일까. 젖어 있는 도쿄 타워를 보고 있으면 슬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릴 때부터 쭉 그렇다.


페이지 93

.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토오루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수수하고 온화한, 견실하고 마음 푸근한.


페이지 219

사후미와 읽은 책도, 시후미와 들었던 음악도, 토오루를 진정 지켜 주지는 못했다. 초조한 마음에 일어서서 주방으로 같지만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고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중략) 6시가 지나고, 바깥이 마침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


페이지 240

죄책감과 달성감은 양쪽 모두 점점 부풀어 올라, 토오루의 몸안에서 날뛰었다. 이런 식으로 시후미를 꾀어낸 것은 처음이었다.(중략)

토오루는 시후미의 젖은 어깨를 양팔로 끌어안으며, 안심시키기 위해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마치 불안과 흥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시후미이기라도 한 것처럼.

와이퍼 스치는 소리가 난다. .

페이지 283


이 집의 유리창을 닦는 것은, 어릴 떄부터 코우지의 일이었다. (중략) 일단 습관이 되면 간단한 일이다. 벌써 몇 년 넘게 이 집의 유리창이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아차렸는지 어떤지, 토오루로서는 알 수 없다.


페이지 332

. "아사노 말인데, 한번 제대로 소개해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페이지 357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즈음, 시후미와 같이 간 영화 시사회장에서 어머니와 딱 맞닥뜨린 적이 있다. 어머니는 놀란 것 같았으나, 모처럼이니 같이 차라도 한잔 마시자고 하여, 셋이서 가까운 프루트 팔러에 들어 갔다. 토오루는 결코 본의가 아니었다. 지금도 확실히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토오루는 커피 잔을 한 손에 들고, 거실 창문을 열었다.



 


......그 집은 비탈길 위에 있고, 집으로 돌아올 때 역으로 이어지는 긴 비탈길 위에서, 정면에 도쿄 타워가 보였습니다. 돌아올 때는 언제나 밤이었기 때문에 도쿄 타워는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왜 그런지 어른의 인생이 좋게 느껴져서,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열아홉 살 소년들(도중에 스무 살이 되지만)의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먹었을 때, 도쿄 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도쿄 소년들의 이야기를 쓰자, 라고.

<<도쿄 타워>> 작가의 말 중



마지막 저자의 말을 통해 저자가 왜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 묘사에 '도쿄 타워'의 묘사를 곁들였는지 위의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도쿄 타워'가 들어간 문장과 그 앞뒤 상황을 알 수 있는 문장들을 적어보면서 도쿄 타워를 바라보는 주인공 토오루의 심경을 예측해보며, 그녀의 서술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토오루의 심리를 그냥 '슬펐다.' '애가 타고 흥분된다' '그녀가 그립다' 등으로 표현하지 않고 도쿄 타워에 감정이입시킨 것이 놀라웠다.





페이지 142

토오루에게는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시후미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비교할 수 없다. 토오루는 미팅하는 내내 시후미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손으로 살짝 집은 것 같은 작은 코를 가진 시후미. 거실의 관음상과 꼭 닮은, 낭창낭창한 팔을 가진 시후미.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믿어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난 네가 너무 좋아."라고 토오루에게 말한 시후미. 지금 당장 시후미를 만나고 싶다.


페이지 145

토오루에게는 어딘가 위험한 구석이 있다고, 코우지는 생각한다. 저렇게 어른스러운 녀석일수록 언제까지나 어린애라고.


페이지 174

토오루는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무슨 말을 주고받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미에 대해서만, 자신의 말이 제대로 가능하다.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식사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페이지 180

줄곧 보고 싶었다. 시후미만을 생각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을 읽고, 시후미가 듣던 음악을 들었따.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정신이 돌아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시후미는 시치미를 떼고 앉아 있다. 토오루를 고통 속에 내버려 둔 일 따위 없다는 듯이, 어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나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우아하게 술을 홀짝인다.


페이지 182

키미코와는 요즘 일주일에 나흘, 그녀가 강습 받으로 나올 때마다 만나고 있다. 지금까지 없던 빈도이다. 그것이 키미코의 요구 탓인지, 자신의 욕망 탓인지, 코우지는 판단 내리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아는 사실은,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키미코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도, 그 두 가지가 한계점에서 부딪히고 있따. 말 그대로, 한계점에서.


페이지 187

실제, 그날의 일은 무엇이든, 토오루한테는 너무 행복해서 현실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더 아깝게 느껴졌다. 한 가지 한 가지를 좀 더 확실히 맛보고 싶은데, 차창을 흐르는 경치처럼 붙잡을 길도 없고, 어쩔 도리도 없이 행복이 흘러가 버리는 것만 같았다.

(중략) 평소에는 시후미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항상 느껴왔다. 혼잡한 가운데 묘하게 들떠 있는 시후미를 보자, 자신이 지켜주어야 할 무언가로 느껴졌다.


페이지 209

돌아오는 신칸센에서 심한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자기 자신이 가공의 존재인 듯한 기분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 햇살에도, 붐비는 플랫폼에도, 현실에 전혀 스며드지 못했다. 토오루는 외톨이였다. 무엇 하나 믿을 수 없었다. 상황을 이해하거나 파악할 여유가 없었다.


페이지 284

시후미와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 토오루에게는 모든 것이 신선했다. 연상의 아름다운 여성과 토오루 '자신'이 서로 약속하고 만난다는 일에서부터, 전철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시후미의 행동 형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시후미가 소개해 주는 사람들, 술과 식사와 음악, 시후미와 남편의 유별난 생활 공간 등등. 모든 것이 신선하고 놀라움으로 가득 차서, 그때마다 착실하게 눈을 뜨고 받아들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들에 표시해 보았다. 이 책에는 크게 네 인물이 등장한다. 20살 청년 코오루와 코우지, 그리고 그들의 애인 시후미와 키미코. 그 외 코우지의 다른 연인 유리, 잠깐씩 등장하는 시후미 남편과 코우지의 옛 애인 아츠코와 그의 딸 요시다가 주된 인물이다.

코오루와 코우지는 둘 다 위험한 사랑을 한다. 시후미는 남편이 있고, 키미코는 남편과 아이도 있다. 시후미는 사업을 하고 인간관계가 넓으며 사교적이고 키미코는 집을 잘 가꾸는 살림 잘하는 주부이며 댄스와 요가 각종 취미생활을 즐긴다.

나는 개인적으로 코우지와 키미코의 열정적인, 욕망에 이끌린 연애보다 코오루와 시후미의 좋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어울림을 이루는 사랑에 더욱 교감했다. 물론 둘 다 결혼한 연상 여성과 젊고 파릇한 연하 남성과의 위태로운 사랑이야기라 보는 내내 왜인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드라마가 아닌 지면에서 문장으로 묘사를 보다 보니 더욱 그 애틋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했다.

현재 온전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는 유부녀인 나로썬 상상도 못할 도발적인 그녀들의 모습에서 자유분방한 면모를 보며 부럽다기보다 아찔한 감정이 전해져서 뭔가 이상했다.

아무튼 '에쿠니 가오리'만의 특유한 감성이 돋보인 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잠시 일탈하는 기분으로 읽어나간 '도쿄 타워' 언제 일본을 방문해 볼지는 모르겠지만 '도쿄 타워'를 본다면 코오루가 많이 생각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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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은 가정에서 자란다 -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가정의 공통점은?’
심정섭 지음 / 진서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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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력은 가정에서 자란다!」란 책의 제목을 본 순간, 뭔가 나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우리 아이들은 7살, 5살로 아직 어리지만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하는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입시위주의 우리 나라 교육제도에서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잘해주기만 해도 아이들이 원하는 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는 이 책, 더 들여봐야 책의 진가를 알겠지만 왠지 좋은 책일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가정의 공통점은?

 

이 책의 저자는 '강남 대치동 입시 지도 경력 20년'이라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좀 있다고 하는 엄마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학원가에서 오랜 시간동안 영어강의와 입시 지도를 병행하며 수많은 제자를 명문대에 진학시켰다고 한다. 입시 상담을 하며 학부모를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상담을 통해 많은 가정의 교육환경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남들이 부러워할 입시 실적을 낸 가정에서는 절대 불변의 합격 비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 소통과 실천>에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비결은 다름아닌

20년 입시를 넘어 '인생 성공'을 응원하라!

 

「각 가정에서 20년 입시를 넘어 우리 아이에게 평생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진짜 학력"을 고민할 때다. 커피숍 토크에서 자잘한 입시 정보를 구하기보다 아이의 인생을 든든하게 응원할 수 있도록 부모 내공부터 쌓아보자.」라고 말씀하시는 심정섭 선생님의 일침을 맞으며 학생 교육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실사례를 소개하며 그 안에서 입시준비생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 인사성 밝은 아이로 키우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 때로는 스파르타 스타일인 엄마, 하지만 감사해요.

-- 엄마는 말끝마다 제게 '착하고 예쁜 딸'이라고 해 주세요.

-- 첫째 때는 시행착오 겪었지만, 둘째 떄는 적적한 관심과 지원으로!

-- 아이를 이끌기보다 아이의 뜻을 따라주었어요.

-- 때로는 부모의 자리만 지켜줘도 충분해요.

-- 맞벌이 엄마지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어요.

-- 강북 일반고에서 고3의 반전을 이룬 워킹맘

--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도 공부하더라고요.

-- 부부의 교육관이 달랐지만, 일관성을 유지했어요.

-- 명문학군 과잉 사교육을 피해 비학군지로 왔어요.

--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챕터별 제목만 봐도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감이 온다.

사실 책을 읽기전에 네이버오디오클립을 통해 저자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다독다독>이라는 채널인데 그 채널에 초대되어 저자가 책에 쓴 그의 생각들을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했다.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 좀 더 쉽게 책 내용을 알 수 있었고 저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먼저 듣고 책을 보니 책도 더욱 잘 읽혔다.

 

 

책에서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들을 정리해봤다.

 

순히 '옆집 아니는 어떻게 해서 어떻게 됐다더라'라는 풍문 수준의 정보가 아니라 우리 아이는 어떤 성향인지, 우리 아이의 인지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지금의 입시제도하에서 우리 아이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에 대한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하는 것은 '아이는 내 소유물이나 내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한 한풀이 수단이 아니다'라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아이를 '아이만의 삶을 가지고 있는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자녀교육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만의 속도와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내공이 생긴다. P77

오늘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늘 마스크 쓰고 다녀야하잖아. 너무 불편해. 예전처럼 마스크 벗고 어디든 산책도 편하게 하고 놀러다니고 싶어. 삶이 힘들어."라고..... 정확하게는 6살을 산 아이가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안타깝다. 인지적호기심이 조금씩 생겨 한글도 배우고, 영어도 조금씩 배우는데 지금 우리 아이에게는 맘편히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것이 더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갈즈음에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으나, 공부도 마음 편히 쾌적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번 사태로 평범한 일상이 너무 그립다. 그리고 불안한 사회분위기에 좀 예민해져서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너그럽게 봐주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노력해서 부모인 나부터가 중심을 잡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권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전 과목에서 평균 이상으로 하기를 기대한다.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더 잘하게 도와주기보다 못하는 것을 보충해야 나중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 자존감을 살리기보다 공부 자존감을 낮추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중략) 지혜로운 부모들은 제도권 교육의 틀 안아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해도, 아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고,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P87-88

나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해서 점수를 받아왔을 때 낮은 점수의 과목을 더욱 보충하도록 시킬 것 같다. 아이가 잘 하는 것을 더 격려하라는 이야기를 꼭 기억해두고 아이의 공부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도록 도와줘야겠다.

"아이가 내 뜻대로 된다고 자랑 말고, 아이가 내 뜻대로 안 된다고 걱정 마라. 반대로 아이가 내 뜻대로 된다면 걱정하고, 아이가 내 뜻대로 안 되면 안심해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박혜란>> 인용

 

 

한창 미운 일곱살인 우리 아이. 매번 한 번에 말을 듣지 않고 세 네번 이야기해야 움직이는 우리 아이를 보며 더러 한숨을 삼킬때가 있는데 그러지 말고 감사해야겠다. 아이가 앞으로 좋은 인격을 형성하고 좋은 학력을 만드는 일에는 부모의 격려와 인정과 기다림이란 걸 알면서도 행동은 잘 되지 않는다.

 

자녀교육에서 올바른 방향성을 잡기를 원하는 부모님이라면, 학원 하나 더 보내고 문제지 하나 더 풀리기 전에 부모의 올바른 자리를 지키고, 될 수 있으면 부부간에 좋은 관계를 맺어 아이에게 마음의 평안이라는 삶의 그릇을 튼튼히 다져주기를 기원한다.

"사랑과 사랑할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가정이라면, 그곳이야말로 결코 실패 없는 교육이 가능한 곳이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 인용

 

사실 특목고나 유명 자사고에 진학한 이후 학교생활이 자기가 생각한 것과 다르거나 내신이 안 나와도, 학교 명성이나 논술 같은 수시 전형에서 유리할 것을 기대하고 그냥 남는 경우가 많다. 또 성적이 안 나와 일반고로 유턴하거나 검정고시로 가는 것을 실패로 여기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실제로 다른 선택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가정은 고1 때 아이의 말을 믿고 빠른 판단을 내렸다. 이 모습을 보며 필자는 부모와 아이 모두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학력은 가정에서 자란다!>> P117

 

 

 

입시는 타고난 공부머리와 약간의 운이 따라주어야 성공한다!

 

위의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데 입시 전문가가 하기엔 뭔가 이상한 말로 들린다. 왠지 입시 전문가라면 어떤 비밀스런 비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공부에 왕도는 없다더니 내로라하는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선 타고난 공부머리가 필요한가 보다.

입시 현장 경험의 최종 결론

'결국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서 쌓은 20여 년의 경험과 제 개인적인 경험을 보면 이른바 명문대에 가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자식복'과 아이의 '공부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약간 허무할 수도 있는 결론이지만, 아이를 다 키우고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까지 지켜본 많은 부모들이 공감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중략)

명문대 학생들은 어느 시점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데 자기가 재미있어서 더 몰입하고 열심히 합니다. 거기에 어른들의 칭찬과 격려는 잘하는 아이를 더 잘하게 만들고, 결국 그런 아이들에게 '입시운'까지 따라주면 이른바 최상위 명문대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취는 엄밀히 말하면 학부까지입니다. 대학원이나 사회에 나와서 성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이른바 '학운'과 '성공운'이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능적인 면에서도 암기력과 계산력으로 대변되는 문제지 잘 푸는 능력보다 등이 중요합니다.」

- 에필로그 중

마지막 에필로그에 쓰인 문구에 좀 허무한 느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어떤 말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생각을 드러낸 저자가 왠지 더 신뢰가 간다.

<<학력은 가정에서 자란다!>> 이 책에는 중간 중간 '읽어보면 좋은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우리 가정 입시 전략 수립'에 대한 Tip을 제시하기도 한다. 뒷부분에는 '독서모임'에 효과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부모가 먼저 선행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아이를 자연스레 참여시키는 예화가 나온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유명학원에 대한 정보를 서치해서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자신없지만 독서모임에 함께 나가는 것은 시도해 볼만한 것 같다.

저자의 이력이 '대치동 입시지도'인 만큼 사례의 아이들이 대부분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아이들'이어서 다양한 지역의 아이들에 대한 입시 공부 전략에 대해 엿볼 수 없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자녀 공부에 있어 중요한 기본적인 철학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덧, 함께 읽고싶은책

가족의 두 얼굴

역사 하브루타

1%유대인의 생각훈련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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