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일본의 3대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가 한국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솔직히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어 본 것은 <<냉정과 열정 사이>>와 그림책 <<몬테로소의 분홍벽>>밖에 없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엄청 인기였고 20대때 본 소설 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애정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책읽기에 흥미가 그닥 없었던 때라 그녀의 셈세한 문체에 매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책을 찾아서 볼 정도의 열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읽는 것을 좋아해서 시,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 육아서, 심리서, 인문학책 등 다양하게 보고 있는데 왠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을 여기저기서 보자 감성이 한창 말랑말랑해진 지금 이때 그녀의 책을 다시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일었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책 <<도쿄 타워>>
책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대화에 금방 매료되어 책이 술술 읽혔다.
왜 저자가 제목을 도쿄 타워라고 했을까 궁금해서 도쿄 타워가 나오는 문장마다 표시를 해가며 읽었다.
페이지 9
. 트렁크 팬티에 흰 셔츠만 걸치고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서, 코지마 토오루는 생각한다. 어째서일까. 젖어 있는 도쿄 타워를 보고 있으면 슬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릴 때부터 쭉 그렇다.
페이지 93
.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토오루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수수하고 온화한, 견실하고 마음 푸근한.
페이지 219
사후미와 읽은 책도, 시후미와 들었던 음악도, 토오루를 진정 지켜 주지는 못했다. 초조한 마음에 일어서서 주방으로 같지만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고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중략) 6시가 지나고, 바깥이 마침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
페이지 240
죄책감과 달성감은 양쪽 모두 점점 부풀어 올라, 토오루의 몸안에서 날뛰었다. 이런 식으로 시후미를 꾀어낸 것은 처음이었다.(중략)
토오루는 시후미의 젖은 어깨를 양팔로 끌어안으며, 안심시키기 위해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마치 불안과 흥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시후미이기라도 한 것처럼.
와이퍼 스치는 소리가 난다. .
페이지 283
이 집의 유리창을 닦는 것은, 어릴 떄부터 코우지의 일이었다. (중략) 일단 습관이 되면 간단한 일이다. 벌써 몇 년 넘게 이 집의 유리창이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아차렸는지 어떤지, 토오루로서는 알 수 없다.
페이지 332
. "아사노 말인데, 한번 제대로 소개해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페이지 357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즈음, 시후미와 같이 간 영화 시사회장에서 어머니와 딱 맞닥뜨린 적이 있다. 어머니는 놀란 것 같았으나, 모처럼이니 같이 차라도 한잔 마시자고 하여, 셋이서 가까운 프루트 팔러에 들어 갔다. 토오루는 결코 본의가 아니었다. 지금도 확실히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토오루는 커피 잔을 한 손에 들고, 거실 창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