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운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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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니는 회사는 다름 아닌 물류센터이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간단한 컴퓨터 업무만 한다고 하였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업무의 강도가 쎄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경력대로 취업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다닌지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나는 지금은 포장일 위주로 하고 있다. 본사와의 협약, 업무 협조, 협의, cs업무는 함께 일하는 사장님이 모두 하신다. 그런데 요즘 주문량도 많아 한참 바쁜데 예전보다 컴플레인에 대한 응대에 사장님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내가 알기로도 한 제품 불량 건으로 사장님이 두 번에 걸쳐 새 제품을 보내줬다고 하는데 어느 날도 고객님께서 다시 받은 제품 중 또 불량이 있으니 새 제품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전화상으로 얘기하는 것이 들렸다. 옆에서 잠깐만 들어도 '와, 이 분 진상 고객이시구나. 불량을 두 번이나 바꿔드렸으면 우리 쪽에서도 최대한 응대 한 것 아닌가. 이번에 또 원하는 대로 보내드려도 또 불량이라고 자꾸만 그러실 것 같네.'라는 생각이었는데, 20분 정도가 지나도 통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은 고객님께 더 이상 물건을 보내드릴 수 없으니 불량 제품을 착불로 보내시고, 확인 후 환불처리를 해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 분은 완고하게 끝까지 새제품을 보내달라고 요구하셨단다. 결국 처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자, 고객은 본사에 까지 연락을 취해 본인의 억울하고 답답함을 이야기하셨고, 결국 새제품 보내드리고, 그 고객이 상담센터 직원분께 사과를 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말이 마무리지 이로 인해 우리 센터는 좀 타격이 있다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사장님도 매우 답답해하며, 본인이 말하는 스킬이 부족한 것 같다고 책을 좀 많이 봐야겠다고 하셨다. 상대방이 이런 저런 말들을 늘어놓았어도 원하는 것은 일관되게 요구를 했는데 본인이 그것을 금방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러던 참에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5년동안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콜센터에서 근무한 상담원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쓴 책이다. 혹시 진상고객에 대한 대처법을 이 책의 저자는 알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책이 오자 마자 펼쳤다.

 

 

 

「콜센터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회에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환경에 처한 상담원 이야기가 보도되고, 진상 고객이 화제가 되었다. 상담원의 현실이 밝혀지는 것을 보며 혹시 콜센터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2018년 10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어도 우리가 일하는 현실은 예전 그대로다. 상담원의 아픔이 사라지는 건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P180

 

 

「일기예보에 민감해진다. 태풍, 지진 같은 재난 상황에서 콜센터는 아수라장이다.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공연은 진행되지만 관람을 못 하는 고객이 생긴다. 왜 이런 재난 상황에서 공연이 취소되지 않는지 항의하는 민원, 반대로 공연 취소가 결정돼도 민원은 빗발친다.(중략)

 

사무실 환경은 그야말로 미세먼지가 가득하다고 보면 된다. 그 안에서 끊이지 않는 콜을 받으면 금세 목이 건조해져 따갑다.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지 못할 만큼 옆 사람과 거리는 턱없이 좁아서 한 명이 감기에 걸리면 전염되기 쉽다. 독감에 걸려 며칠 고생했다가 겨우 나았는데 주위 직원들이 그대로 옮아 굉장히 미안했던 적이 있따. 어디 그뿐인가. 계속 앉아 있다 보니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상담원이 많다. 통화하는 동료들을 보면 다들 거북목이라 조금 웃기면서도 슬프다. 늘 모니터를 보느라 안구건조증은 말할 것도 없고, 점심을 먹고 바로 앉아 있으니 소화불량을 달고 산다. 몸보다 아픈게 마음이다. 우울과 불안 증세로 퇴사하는 동료를 종종 본다. 친한 선배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데, 전화를 받다가 갑자기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든다고 한다. (중략)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폭식증 등 식이장애에 시달리고 심각한 불면증에 걸리는 동료도 있다.」 P33-34

 

「고객에 맞춰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진짜 내 마음이 어떤지는 돌아보지 못한다 민원 고객, 진상 고객을 응대하면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동요하기 마련인데도 드러낼 수 없다. 회사는 고객에게 좋은 감정만 드러내길 바란다. 이곳에서 나는 마음이 없는 돌멩이라고 생각해보지만, 나를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 고객 앞에서 상처받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마음이 텅 빈 듯 헛헛하다. 감정 조절이 몸에 배서 사람을 만나는 거도 감정을 쏟는 일처럼 느껴진다.」 P35

 

「온갖 사람을 상대하며 멘탈이 강해진 게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스스로 마주하기 힘들어 회피하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주문을 외워보지만 다친 마음을 추스르는 일은 매번 고달프다.」 P71

 


늘 시시때때로 고객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한들 그게 어찌 무뎌질까. 위의 세 문단의 글들만 봐도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들의 고충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년도에는 관련법도 제정되었다지만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것에 저자는 5년의 경력을 뒤로 하고 결국 퇴사를 택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함이 이 책의 다른 동료들을 묘사한 글들에서 느껴진다.

 

 

 

P74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선 기업에서 악성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됐다. 콜센터는 일이 커져서 본사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고, 본사는 콜센터 내에서 조용히 처리 되길 원한다. 최대한 상담원이 진상을 막아내다가 도저히 감당 안되는 고객을 만나면 본사나 콜센터에서 대충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끝내버린다. 비상식적인 고객과 싸우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 보상을 하고 조용히 시키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대응은 잠재적인 진상을 더 키울 뿐이다. 진상의 힘으로 승리를 경험한 자는 더 큰 진상으로 돌아오고, 그 때마다 상담원은 최전선에서 총알받이가 된다.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P74-75

「콜센터의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전문 아웃소싱업체에 맡긴다. 외주화가 어쩔 수 없는 업계의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에서 아웃소싱업체를 평가하는 기준은 분명 잘못되었다. 기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응대율을 달성하는 것밖에 관심이 없다. 자연스럽게 콜센터를 운영하는 아웃소싱업체도 응대율에만 목을 매고, 상담원을 콜받는 기계로 취급한다.」 P75

 

 

 

진상고객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 콜센터를 운영하는 아웃소싱업체를 대하는 태도 모두가 진상고객이 더욱 활기를 치며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게 만드는 데 어쩔 수 없는 요인이 된다는 걸 나도 건너서 보게 되니 이런 상황이 고객을 응대하는 여러 사업장에서 번번히 나타나겠다는 걸 알게 됐다.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이 책에서는 진상 고객을 아래와 같이 재치있게 유형별로 나눠 관련 사례를 묘사했다. 진상중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싶었다. 그리고 보이지않는 상대와 대화한다고 예의없이 기본도 지키지않는 사람들이 정말 새삼 많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나도 상담원과 통화할 때 좀 더 신경써서 이야기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진상보고서


씨x, 미친X, 개XX야! 죽여버린다! : 욕설형

목소리가 섹시하시네요! : 성희롱형

너 일하는 데가 어디야, 내가 찾아간다! : 협박형

그러니까 네가 거기서 전화나 받고 있는 거야 : 무시형

사장(팀장, 윗사람) 바꿔! : 상급자 바꿔형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말실수 인정하시죠? : 꼬투리 잡기형

규정이고 정책이고 난 몰라! : 우기기형

너 내가 누군지 알아? : 자기 PR형

순 날강도 아니야? 생때같은 내 돈을! : 구두쇠형


 P126


위의 사진 속 이야기는 저자가 소개한 재미난 에피소드 중 나도 피식 웃음을 터트린 이야기다. 가끔 저런 일이라도 있어야 갑갑한 업무자리에서 잠깐이라도 웃으며 환기가 될 것 같다.

 

 

「낫지 못한 마음에 상처가 덧씌워지는 일을 반복하면 누구나 지친다. 초심은 사라지고 딱 컴플레인이 걸리지 않을 정도의 의무적인 친절만 유지한다. 상담 중에 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고객과 감정싸움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말대꾸를 해서 고객을 무안하게 만들면 잠깐의 승리감을 맛볼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간단히 끝날 통화가 길어지고, 민원으로까지 번진다. 그러면 관리자에게 문책을 당하고 손해를 보는 건 나다.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최대한 고객에게 친절히 응대하며 상담을 수월하게 끌고 나가는 게 내가 터득한 업무 스킬이다.」 P136

 

 

 

상담원의 콜을 무작위로 청취하여 점수를 매기고 성과에 반영하는 '상담 품질(QA)평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저자의 콜센터는 친절한 상담원과 불친절한 상담원의 상담품질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성과에 반영하는 비율도 미미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친절함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거란 생각이 든다.

 

 

「결국 월급의 대부분은 최저임금에 별 볼 일 없는 수당 몇 개가 전부다. 5년 전에 비해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됐는데 월급은 왜 그대로일까? 여기에 콜센터를 운영하는 아웃소싱업체의 꼼수가 있따.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 기본급이 늘어난 만큼 기본급 외의 수당을 깎고 없애는 수법을 쓴다. 입사한 2013년에는 기본급이 백만 원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직무수당, 만근수당이 있었고 인센티브도 최대 40만원이었다. (중략) 많은 월급을 바라는게 아니다. 다만 상담원의 값어치를 매기는 방법이 지금보다 예의를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P143

 

 

 

예상은 했었지만 급여가 낮아도 너무 낮다. 저자도 서울에서 월세내고 공과금내고 생활비쓰면 2주에 한번씩 주말 근무를 해서 수당을 받아도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하니 정말 친절한 상담원이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며 일하기 쉽지않았겠다싶었다. 사실 저자가 5년이란 긴 시간을 통해 얻은 것이 있기에 무수히 많은 상처를 감내하면서도 참고 다녔겠다싶었는데 책에서 그 내용이 많이 볼 수 없는게 좀 아쉬웠다.

 

 

 

일 잘하는 상담원이 되려면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고객 상황에 맞게 응대하기','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기',' 직접 테스트해보기','컨디션 조절','메일 쓰기와 전화 스킬' 등의 제목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컴플레인 건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선 고객의 말에 집중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일을 잘 했더라면 본사에 보고되는 일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감한 성격을 지녔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 반대에는 풍부한 감수성과 이해심이 가득한 나를.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니 길이 보였다. 차분하게 내 생각을 글로 옮기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질,

거기에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더하면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다짐했다.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P205

 

 

 

「콜센터 일을 적극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도저히 못 할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상 고객을 만나 일주일 만에 도망치는 사람, 잘 버텨 1년을 채우고 나가는 사람, 지겹게 다닌 사람, 모두 콜센터에서 느끼는 바가 있을 거다. 내가 타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취급받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낮은 자리에서 보이는 세상이 있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무엇을 찾고, 어떤 것을 느끼는지는 나의 몫인 것 같다.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느끼면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고, 작은 의미라도 찾으려고 노력하면 얻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결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지금 나도 사실 내 업무환경이 썩 마음에 들진않는다. 하지만 나도 저자처럼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아니고, 지금의 경험이 나중에 내가 하는 다른 일들을 위해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언제 또 흔들리며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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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장수연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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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동그란 원안에 해드폰을 쓰고 무언가를 듣고 있는 이 책의 표지가 참 앙증맞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다름아닌 10년차의 MBC라디오 PD.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는 라디오피디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그 직업의 반짝임 속에 어떤 면이 숨어있을까 궁금해서 선택한 이 책. 사실 가볍게 읽을 책일거라 생각하고 펼쳤지만 생각보다 글에 깊이가 느껴졌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도 안겨주는 책이었다. 특히, 경험들 속에 녹아있는 글들에 저마다 울림이 있었고 오랜 시간동안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일을 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진솔한 책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11시반에 출근하는 워킹맘이라 오전에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2시간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동안 보통 간단히 집안을 정리하고 책을 읽거나 서평을 쓴다. 그 시간이 나에겐 참 소중하고 활력이 되는 시간이다. 그런데 요즘엔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출근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그 시간을 내 시간으로 활용하지 못한지 꽤 오래되었다. 궁여지책으로 아이들이 잠깐 한눈판 사이 책을 몇 장 읽거나 그것으로도 욕구가 해소가 되지 않으면 밤까지 잘 참았다가 아이들을 재우고 작은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는다. 이 책도 그렇게 읽은 책인데, 왠지 늦은 밤 심야 라디오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밤시간에 듣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 책도 야심한 밤에 참 읽기가 좋았다.

 

이 책은 총 4가지 챕터로 되어있다.

 

 

Chapter 1.

낭만적 입사와 그 후의 일상

 

챕터1은 라디오감성에 대해 저자가 느낀 것을 쓴 글이다. 아래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가지고 왔다.

 

결혼한 부부가 연애 시절의 설렘을 추억하며 살아가듯이, 회사 생활을 할 때도 힘들 때 꺼내 볼 '옛날 사진'이 몇 장 있으면 좀 낫다. 소설 한 편에 얽힌 이 일련의 사건들은 라디오 피디라는 내 직업과의 로맨스다.P18

 

김연수 소설가가 쓴 <<소설가의 일>>에 그녀에 대한 일화가 쓰여있단다. 난생 처음 독자들과 대화하는 행사를 했는데 질의응답시간에 어떤 사람이 손을 들고 라디오 피디가 꿈인데 나중에 부탁하면 자기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겠냐고 물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는데 정말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다. 거의 첫 부분의 이 일화를 보고 저자의 이야기에 더욱 흥미가 일었다.

네 삶에 라디오가 켜져 있다면, 일상이 조금 더 즐거워 질 거야. 주변의 작은 것들을 더 알아보게 될 거야. '노래 한 곡을 듣는 완벽한 방법'같은 삶의 잔기술들, 유용한 건지 무용한건지 도대체 헷갈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거야. 오늘 내가 만든 2시간의 방송으로 이렇게 문장을 맺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P21

 

짝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처럼, 머릿속 고민처럼, 책 속 문장처럼,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을 적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래듯 누군가는 라디오가 주는 뭉근한 따뜻함에 기대 인생의 터널을 지난다. 세상에는 이런 매체도 필요할 것이다.P34

 

'뭉근한 따뜻함'이란 단어가 참 라디오와 잘 어울린다. 단어 어감도 좋아 속으로 몇 번씩 되뇌어 봤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가장 힘든점이 '방송을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가장 위로가 되는 부분도 그 지점이다. 수많은 하루 중에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뭐든 받아들이기가 덜 심란하다. 매일 하는데 어떻게 매일 좋겠나?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이상할 때도, 고약할 때도 있는 게 자연스럽지. 매일 잘할 수 없기 때문에, 매일 기회가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P38

 

나는 서사를 만들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매체가 라디오 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만남, 우정의 구축, 인연으로 이어지는 신비, 생방송의 해프닝, 이 모든 일상의 반복 그리고 시간의 축적, 첫 방송에서 바들바들 떨던 디제이가, 고정게스트와의 첫 만남에서 다소 어색하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청취자들은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에는 에피소드가 쌓이고 디제이에게는 캐릭터가 부여되며, 팬들에게는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서사다. 각본없는 서사.P43

 

 

난 당신의 삶 한 귀퉁이 한 조각 이자

그대의 감정들의 벗 때로는 familia

때로는 잠시 쉬어가고플 때

함께임에도 외로움에 파묻혀질 때

추억에 취해서 누군가를 다시 게워낼 때

그때야 비로소 난 당신의 음악이 됐네

그래 난 누군가에겐 봄 누군가에게는 겨울

누군가에게는 끝 누군가에게는 처음

난 누군가에겐 행복 누군가에겐 넋

누군가에겐 자장가이자 때때로는 소음

이소라의 <<신청곡>> 인용

 

 

저자는 위의 곡을 라디오에 대해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한 귀퉁이 조각이자 그대 감정의 벗, 누군가에겐 자장가 때로는 소음' 저자의 글이 좋은 이유가 참 적절하게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다른 책의 좋은 글들을 곁들여 자신만의 색깔로 글에 생각을 담아내서이다.

 

 

 

 

 

 

Chapter 2.

프로듀서의 일

 

 

P93

위의 사진 속 글은 저자의 매니저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격을 드러내는 관계'를 말한다.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라 더욱 글에 힘이 느껴졌다.

 

 

 

P98

위의 사진 속 문장들은 저자가 <이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 7분짜리 인물다큐를 위해 70대 어르신(새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는 할아버지)를 인터뷰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70대 남성이라는 정보만으로 말귀 못 알아듣고 방송이 뭔지도 모르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말한게 편접됐다고 노여워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떠올린 것) '개인을 보는 연습'이란 제목에 걸맞게 본인의 개인의 편견에 대해 쓴 글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나의 가해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참 멋진 분이란 생각이 든다.

 

 

 

P101

 

 정유정 작가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피디라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방송국 직원인가 피디인가.

 

 

저자는 정유정 소설가의 인터뷰를 상기하며 자신이 피디라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것인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 생각해보는데 그녀의 글쓰기 방식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빗대어 생각해보고 자신의 고민의 답을 찾는 그녀의 넉넉함이 좋았다.

 

좋은 피디가 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재능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 인지도 모른다. (중략) 그렇다면 '욕구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찾은 방법은 스스로를 '피디'라고 생각하지 말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략) 프로그램이 먼저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먼저여야 계속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다.P102

 

유쾌하고 감동적인 라디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못하고 거기 출연한 연예인을 섭외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질투로 속이 시끄러운 날, 나는 그 프로그램들의 첫 방송을 본다. (중략) 저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출발할 때의 방향이나 콘셉트가 유지된 부분은 어디고 달라진 부분은 어디인지, 달라졌다면 언제 어떤 계기인지, 이런걸 찾아보는 일이 재미와 위로, 그리고 배움을 준다.P114

 

피디들끼리 '스튜디오의 오류 '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스튜디오 안에서 출연자들과 녹음할 때 듣는 느낌과, 녹음이 끝난 뒤 편집실에서 혼자 헤드폰을 끼고 듣는 느낌, 그리고 실제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듣는 느낌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녹음할 땐 박장대소했던 부분이 라디오로 들으면 썰렁할 때도 있고, 편집하면서 이건 아닌데 싶어 거슬렸던 부분이 전혀 문제로 느껴지지 않고 지나갈 때도 있다.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려면 프로그램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P121

 

챕터2는 궁금했던 라디오 프로듀서로서의 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파트였다. 항상 창의적인 것을 요구하는 피디일. 스트레스도 많고 공영방송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부담감으로 정말 힘들 것 같다.

 

 

Chapter 3.

오늘도 출근

 

 

 

태풍처럼, 해일처럼, 폭우처럼, 폭설처럼, 생각할 수 있는 그 모든 무지막지한 것들처럼 쏟아져내리는

시간들을 지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오전에는 딴짓을 하자고 다짐한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자고. 내 일과 조금도 관련 없는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오늘의 나를 구원해주길.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인용하며 '제약을 가해오는 회사에 대한 은밀한 복수로서 책 읽기와 글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P151)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도 끄덕끄덕 해본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나의 책 읽기와 글쓰기 이젠 나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남편때문에, 혹은 자식때문에 속시끄러울 때마다 난 책 읽기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글쓰기로 마음을 정돈했다.

 

'나이든 사람들은 체력이 달려서인지 일에 의욕이 없어 보여. 시간만 떼우다 퇴근하려는 것 같아'라는 편견이 불쾌하고

모욕적이라면 '요즘 젊은 것들은 편한 것만 찾지 열정이 없어.'라는 생각 역시 그렇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위와 같은 생각을 윗세대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세대 간 격차에서 오는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기게됐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세대가 나이든 세대를 설득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지란, 우리 사회처럼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 강력한 존댓말 문화와 장유유서의 가치관이 오래도록 지배해온 공기 속에선 매우, 매우 어렵다는 게 내 경험이다. 기성세대를 설득하는 방법으로 편집실을 늘리고 52시간 근무제를 정착시키는 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생각을 바꾸는 것, 마음을 달리 먹게 만드는 것이 설득으로 쉬이 되는 일이던가. 그래서 나는 만약 변화가 필요하다면, 결정권을 가진 기성세대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게 아니라 변화의 동력에 있는 젊은 세대에게 결정권을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P158

 

채용과 업무 배치, 보상 체계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걸쳐 시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분들은, 그건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이기때문에 노조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아마 실현되기 어려울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이라는 말의 속내가 의심스럽다. 성벽 안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일하지 않아도 보수를 지급받고, 진짜 일할 사람은 계약직으로 젊은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지금이 정말 괜찮은가?P169

 

선배에게 말할 때는 최대한 직설적으로 분명하게, 과한 겸양이나 쓸데없는 웃음을 제거하고. 후배에게 말할 때는 '만약 선배라도 이 말을 했을까? 한 번 더 생각한 후에 말 꺼내기. 최대한 선배를 대할 때와 후배를 대할 때의 차이가 크지 않도록, 예의를 갖춰 담백하게.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연차가 아니라 내가 하는 업무만으로 평가받겠다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도록 노력할 것 .P176

 

챕터3에서는 기성세대와 차세대에 대한 생각을 담담한 어조로, 냉철하게 다루고 있다. 공영방송국도 관료제적인 면모가 다분히 보이고 비탄력적인 모습들도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위에서 정리한 문장 중 특히 마지막 문단의 글은 기억해두었다가 사회생활하면서 선배와 후배를 대할 때 위의 기본자세를 잘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Chapter 4.

퇴근하겠습니다

 

인과관계가 자주 어긋나는 인생의 면모에 대해 생각한다.

인생은 이유가 분명치 않은 일투성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결과로 암이 찾아온 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방식의 원인이 암인 것이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이게도 더 너그러워지겠다고 다짐한다.

너의 지금은 네 과거의 결과라고 말하는 대신,

현재가 원인이 되어 너의 미래가 달라지길 바란다

말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에서

 

사실 난 마지막 챕터부터 먼저 읽었다. 아무래도 나도 일하는 워킹맘이다보니(짧은 시간동안 일하지만) 일하는 엄마로서의 삶이 제일 궁금했나보다. 챕터4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을 위에 옮겼다. 이 책에서 제일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다. "너의 지금은 네 과거의 결과라고 말하는 대신, 현재가 원인이 되어 너의 미래가 달라지길 바란다" 나에게 해주는 위로 같은 문장이다. 이 책 속의 문장들이 나중에는 내 기억속에 희미해져도 위의 문장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쉼없이 달려오다가 '갑상선암'에 걸려 겨우(?)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일의 전선으로 들어간 그녀. 지금도 방송을 위해 고민하고. 아이와 함께 짬내서 시간을 보내느라 고군분투할 그녀를 마구마구 응원해 드리고 싶다.

 

책을 덮으며, 책 표지가 책 내용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가 귀엽긴 하지만 고급스러운 그녀의 글을 조금 더 빛나게 하는 디자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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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송세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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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을 보니 "가끔 힘들때 울어도 괜찮아."라고 위로할 것만 같은 책을 만났다. 바로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라는 책이다.

고운 분홍색표지의 이 책의 질감은 살짝 물기를 머금은 밀가루를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이다. 200페이지가량의 책인데 글밥도 많지않고 여백이 많아 읽기가 쉽다. 그래서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PM 11:59_어제, 지나가버린 <관계>

AM 12:00_오늘, 머물러있는 <사랑>

AM 12:01_내일, 다가올 <>

으로 특이하게 표현했다.

 

 

다시 쓰고 싶은 용기가 났다.

사랑 앞에서 바보같이 엉엉 울기밖에 못하는 부끄러운 이야기, 가족, 친구, 많은 이들과 부대끼며 넘어지는

솔직한 내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마음을 다한 내 글로 인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것.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p208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은 30대의 저자가 자신이 삶에서 겪었던 사랑과 관계와 꿈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진심을 담아 군더더기없이 부드럽게 표현한 글들이 담겨 있다.

 

 

삐죽삐죽 못난 표정으로 울고 말았던 지난날들을 다시 생각해봤어요.

인간관계, 사랑, ,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

울기밖에 못한 날들이 다수였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어요.

제 눈물엔 언제나 진심 이 함께했다는 사실이요.

진심으로 사랑해서, 간절해서, 고마워서..

눈물이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진심이 피어있었어요.

이 책은 제가 울었던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부디 울지 말라는 말이 위로가 아닌 세상이었으면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주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큰 노력 없어도 누군가의 일상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그 일상에 함께 뛰어들 수도 있다.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잊는다는 말처럼 그래서인지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대수로운 일인지에 대한 생각은 점차 무뎌지고 있는 듯하다. (중략) 스스로 되물어본다. 나는 누구의 일상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있는지. 혹은, 소중한 이의 일상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P31-33

 

 

한 달 전쯤 고마운 분으로부터 소중한 책들과 편지를 선물로 받았다. 책들도 읽고 싶었던 책이라 좋았지만 편지가 참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어떤가요? 건강은요? 아직도 바쁜가요?"라고 묻는 편지였다. 그냥 딱 봐도 내 삶을 들여다보고 요즘 어떻게 살고 있구나 예측하는 글이다. 그 짧은 물음이 얼마나 내 가슴에 다가와 울림을 주는지 한동안 목이 메일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편지를 받고나서 새삼 문득 나도 저자분처럼 타인의 일상을 궁금해하며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타인에게 힘이 되는지, 일상에 단비같은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어 조금은 더 주변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미련하게 되지도 않는 위로의 말들을 늘여놓았다. 친구를 아끼는 마음에, 내 친구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뼈아픈 말들을 꺼내 놓고 말았다. 내 위로가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든 친구의 마음을 더 세게 짓누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중략) 위로는 늘 어렵다. 뜻하지 않게 상대를 더 많이 아프게 할 수도 있다.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고 믿지만, 정답에 가까운 위로가 있다면 화가 난 내 마음이 아닌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닐까. 위로하는 순간 만큼은 내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을 더 위에 앉혀 두고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P35-36

 

 

나도 위로가 힘들다. 어줍잖게 위로했다가는 '네가 뭘 알아서....넌 날 온전히 이해못해.'라고 상대가 생각할까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위로해야할 상황이 생길때는 도움이 못돼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기도를 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한다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뼈절히 느끼고 타인이 만족할 만한 공감을 위해 내가 하지 못한 경험들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으려 노력중이다. 이 책이 왠지 나와 결이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이 썼다고 생각하며 반가웠던 점이 저자가 무엇보다 '진심'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맺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한다. 점점 살면서 세상에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다해 다가가고 가면을 쓰고 대하는 것이 아닌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대하고 싶어진다.

 

 

이해라는 것이 뭘까. 그동안 나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아왔을까. 이미 정답을 정해놓은 채 억지로 상대를 그 답안에 끼워 넣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작은 그림 하나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내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결 하나 하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화르르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왔다.P45-46

저자가 연필드로잉을 배우면서 작은 사물하나 그대로 이해하지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통해 '타인 이해'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이 참 와닿았다. 나또한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지,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앞으로는 타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생각하며 선한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만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 보다

남의 기쁨에 공감해주는 일에

더 마음을 써야하는 지도 모르니까

 

 

종종 그런 사이가 있다. 서로 힘들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유독 가까워지는 사이, 대부분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나 요즘 이래서 힘들어." "나는 요즘 이래서 힘들어" 서로 힘든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그래 우리 조금 더 힘내보자."하며 그날의 만남을 마무리 짓는 사이. 아마 그런 사이는 알게 보르게 서로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힘든 너도 있으니 힘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 사이를 결코 나쁜 사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왜인지 모르게 둘 중 한 명이 행복하게 잘 지낼 땐 다시금 멀어지는 사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P49

 

 

나도 힘들때마다 날 찾아주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와 만나고 그 친구는 웃으면서 기운을 내고 떠나지만 나는 뭔가 씁쓸하다. 마치 나의 힘듦에 비해 자신의 힘듦의 크기가 좀 더 작다고 생각되어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자신이 힘들때만 연락하나 보다. 나는 충분히 친구의 기쁨에도 공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말이다.

 

 

 

"프로필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엄마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냉랭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 스토리를 보았는데 위의 사진처럼 모두가 자신과 관련된 사진인 것을 보고 새삼 놀라는 대목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진' 혹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사진' 그것도 아니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올리지 않나. 우리 엄마에게는 본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도 '',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도 '' 가장 행복한 순간도 ''였던 것이다. 엄마에게 전부는 온통 다 ''였던 것이다.P60 라고 말하는 저자의 엄마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그 외, 가족같은 강아지와의 이별을 미리 두려워하며 막상 이별이 닥치기 전 이별을 연습하는 모습과 길고양이를 예쁘다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 그것으로 인해 길고양이는 늘 따스한 온기를 찾아 떠돌며 급기야 이유없이 미워하고 밀쳐내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안아주지 말라는 이야기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을 처음 제목을 보고 접했을 때 저자가 울음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는데 거의 책의 뒷부분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울기 좋은 밤 열 두시"라는 제목아래 1번부터 5번까지 번호를 매기고 정말 사소한 이유(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타인을 위한 내 공감이 부족한 탓일까)로 울게 된 에피소드를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부분에서 '은영'이라는 이름 대신 은영이로 살면서 만나야 했던 가슴 아픈 사랑, 이제 그만하고 싶어져서 울기밖에 못하는 못난 은영이를 이제 놓아주려고 지난날의 아픔을 깨끗이 씻고 으뜸이 되라는 뜻의 '세아'로 개명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을 읽으니 저자가 '은영'이란 이름으로 낸 책 <짝사랑계정>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세아'라는 이름으로 사는 그녀가 더욱 빛날 삶들을 응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았던 문장을 남기려 한다.

 

 

 

문득 생각해 봤다. 왜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아니, 허점투성이인 이들의 모습에 그토록 열광했던 걸까. 왜 잘하지 못한 경기를 보며 다 같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 웃었다가, 울었다가 마음을 다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던 걸까. 그건 바로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던 그들의 치열함 떄문은 아니었을까.

(중략)

 

그래서 나는 차라리

'치열'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잘하지 못해도, 턱없이 부족해도 인정받을 방법.

서툰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비장의 무기는 바로 '치열함'이라고 믿으면서.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 위 글은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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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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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실 경제보다는 재테크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경제학은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는 학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효과적으로 잘 쓰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라는 문장을 보고 내가 경제학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구나 싶었다. 그런 나에게 온 책,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고, 어렵지 않게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우리는 경제학에서 제사하는 많은 개념들을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않고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친구와 장난감을 교환하며 누가 더 이득일지 고민하는 일,
분식점 아줌마가 떡볶이 값을 설정하는 일,
다자인을 전공한 사장이 시장을 고려해 신제품을 만드는 일 드
실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경제학 분야의 대가들이 세운 여러 이론들은 이전에 없던 것을
발명했다기보다는 인간의 행동을 통해 규명해낸 '발견'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학은 사람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문,
그것도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고유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일지도 모른다 .

 


경제학의 쓸모 × 인문학의 사유

 


저자는 열심히 현장을 뛰며 지식을 나누고, 현장에서 다시 배우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대표적인 실사구시형 학자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그는 경제학 개념들이 인간 스스로 체득하는 것들이라면, 그 자취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신화, 역사, 문학, 문화, 철학 등 인문학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으로 인해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다섯장으로 구분된다.


제1장 돈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제2장 경제학적 통찰로 역사를 읽는다
제3장 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경제학은 유용한 도구다
제4장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제5장 사회 변화는 경제적으로 움직인다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부분을 정리하고자 한다.

 

남북전쟁의 발발은
노예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지역간 경제구조의 차이

 


「미국의 남부와 북부가 서로 다른 경제구조로 발전되기 시작한 때는 식민지 시설부터였다. 남부는 당시 영국 귀족층을 중심으로 흡연 문화가 확산되면서 담배 생산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그리고 조면기가 발명된 후에는 목화 생산을 통해 큰돈을 벌게 되었다. 이러한 목화와 담배의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바로 노예였다. (중략) 남부 지방의 대농장주들은 점점 더 흑인 노예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흑인 노예는 그들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반면 상공업 중심으로 발달한 북부에서는 노예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노예를 기반으로 커다란 부를 축적한 남부인들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중략) 상이한 경제구조로 인한 갈등은 관세 문제에서 극에 달했다. 관세는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노예 문제와 함께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북부는 관세를 높여야 유리했고 남부는 관세를 낮춰야 유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중략) 남북전쟁은 인류가 수행하느 여타의 수많은 전쟁들과 마찬가지로 이권 내지는 경제문제로 인해 촉발된 전쟁 중 하나이지, 노예 해방이라는 인권 수호를 위한 선의의 전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8-34


 

 

 

스위스는 어떻게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나
기축통화


「6세기에 프랑크 제국에 흡수, 9~12세기에 신성로마제국의 통치하에 있고 그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게 된 스위스. 스위스가 많은 나라로부터 점령의 대상이 된 이유는 바로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지역을 당악한다는 것은 당시 교역에 있어 커다란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략)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스위스는 어떻게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당시 스위스의 화폐인 스위스프랑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략)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주요 국가 통화의 화폐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어서 스위스프랑이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여러 자원이 필요했는데 이러한 자원들을 전쟁과 관련 없는 지역인 제3국으로부터 조달받고자 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결제 방법이었다. (중략) 고민 끝에 독일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중세중립국인 스위스의 화폐로 결제하는 방법이었다. 독일은 스위스에 금괴를 팔고 스위스프랑을 얻어서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독일 입장에선 스위스프랑의 화폐가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독일은 스위스를 침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침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P50-54



이 책의 좋은 점은 경제관련 이론을 작은 박스안에 담아 부연설명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 정치 등 내가 모르는 분야라 할지라도 책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엄정한 회계로
무역을 장악한 개성상인
복식부기의 원리


 



 

「일찍이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상인이었던 개성상인들 역시 자신들의 경영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 재무제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개성상인은 전국을 연견하는 송방이라는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조선 팔도의 상권은 물론 중국와 일본 무역까지 장악했다. 통신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 한반도를 넘어 중국과 일본을 무대로 활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자신들의 경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안해낸 일종의 재무제표, 즉 사개치부법이 있었기 때문이다.(중략) 우리가 사개치부법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기 떄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개치부법이 현대적 회계 처리 방식인 복식부기의 원리를 차용했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P88-92



책에서는 복식부기에 대해 설명하는데 쉽게 용돈기입에 있어 지출항목과 금액만을 적는 것이 아니라 자금의 조달 방법과 수입도 함께 기록하는 것을 보여준다.(사진참조) 복식부기의 가장 큰 장점이 대차평균의 원리로 장부상의 누락이나 오류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도 오류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을 개성상인들은 복식부기의 원리를 처음 생각해낸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보다 200년이나 앞섰다고 하니 정말 우리 민족이 대단하다 생각된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부동산에 대한 경제적 시각

 


「미국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철저히 백인만을 대상으로 집행되었다. 흑인 내지 주로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좀처럼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흑인의 낮은 신용등급과 흑인 거주 지역은 담보 물건이 불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략) 1950년 당시 모기지 대출을 받은 흑인 다섯 명 중 한명은 8퍼센트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은 데 반해, 8퍼센트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은 백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1950년대!60년대까지도 토지 소유에 대한 완벽한 기회균등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70년대까지 흑인 인종차별철폐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법 또한 함께 시정되기에 이른다. 특히 1977년 제정된 지역재투자법은 시중 은행들로 하여금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빈곤지역에도 대출해주도록 강제했다. (중략) 80년대 들어서도 미국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대함을 저축대부조합 문제해결을 통해 드러냈다. (중략) 1979년부터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 결정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지급불능 위기에 직면한 저축대부조합을 조기에 정리하기보다는 저축대부조합의 자기자본 비율 완화, 세금 유에, 이자율제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중략) 2002년 10월, 조지 부시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이 저마다 집을 소유하기를 희망한다."라는 연설과 함께 10년 내로 대출업체를 통해 소수인종 550만명에게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아메리칸드림 지원법에 서명한다. 이는 저소득 계층의 주택 구입을 보조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으로 인해 시중은행은 저신용자들의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충분히 요구할 법적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중략) 결국 2000년대에 들어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던 미국 주택시장은 2006년 하반기부터 침체국면에 진입했고, 특히 2007년에 들어서는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주택 가격 하락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택 가격 하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화와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져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초래하는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중략)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규제 산업이다. (중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져온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이러한 부실 대출이 아무 제한 없이 전개되도록 법적 근거를 완화해준 정부 당국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내 소유의 주택을 갖고 싶어한 많은 투자자들의 감성적인 열망과 그러한 유권자로부터 표심을 얻고자 했던 정치인들의 계산이 숨어 있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P120-130



책을 정리하며 문득 드는 생각인데, 경제란 것이 국가적, 사회적 배경을 알면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어렵고 어색한 단어가 쉽게 이해되는 것을 보니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을 알 것 같다.
그 외 고대사회의 풍습이었던 순장의 이유나 유럽에 설탕이 퍼지기 시작한 이유와 사탕수수 재배에 노동력을 동원한 노예들이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공공선택이론과 합리적 무시'란 경제적 이론을 들어 설명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부에는 문화, 예술을 통한 경제적 이론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좀 더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미술관이 실제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수에 비해 확연히 적은 작품을 전시하는 이유를 이윤극대화이론에 근거해 설명하는데 '한계비용과 한계편익'에 대해 이해하며 자연스레 끄덕여졌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이 책은 총 46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분량은 많지만 다양한 이야기들로 책을 읽으며 왠지 교양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


경제학에 대해 궁금하다면, 다양한 배경을 통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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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언니가 알려주는 우울증 극복 설명서
양아람.서현령 지음 / 청춘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나의 책읽기는 관심 주제로 보통 하게 되는데 어쩌다보니 '우울증'에 관한 궁금증때문에 관련책들을 보게되었다. 지난번엔 '뇌과학'측면에서 우울증을 잘 다루고 해소하는 법을 알았다면 이번에 만난 책 옆집 언니가 알려주는 우울증 극복 설명서는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나는 이랬는데 이럴땐 이렇게 하면 좋더라. 조바심내지 말고 길게 보고 꾸준히 조금씩 변화시켜나가자.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위로에 섞인 말을 듣는 듯 하다.

 

 

 

이 책은 '양아람'이라는 저자가 대학을 다니면서 우울증에 걸렸는데, 치료를 쉬는 중 회사를 다니다 우울증에 재발하여 이후 10년동안 꾸준한 상담과 약물치료로 우울증을 극복하며 겪은 삶을 ''라는 매개를 통해 풀어내며 자신을 알고, 자신의 감정변화를 적어보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서현령'이라는 상담심리전문가가 '양아람'씨를 만나며, 그녀가 보여준 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그녀의 상태를 알려주고, 우울증 극복 tip을 편안하게 알려준다. 또한 자신이 상담을 하며 만났던 분들의 사례를 들려주며 이해를 돕는다.

책을 한 2주전쯤 만났을 때 나는 무척 바쁘긴했지만 바빠서 그런지 오히려 감정은 평온하고 잠잠했다.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부터는 몸도 계속되는 감기로 지친데다 일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어지니 감정선이 바로 예민해지고 화가나고 답답하고 어디론가 벗어나고 급기야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다시 집어든 이 책은 2주전 처음 받아보고 읽었을 때랑은 느낌이 달랐다.

 

병이 온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기 떄문에

몸이 나에게 항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가 나를 무시했기 때문에 온 것입니다.

그러니 부끄러워 해야하는 대상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 자신입니다.

옆집 언니가 알려주는 우울증 극복 설명서

 

외부 요인에 대한 분노 밑도 끝도 없는 우울감 나의 문제점 알아가기(외부의 문제점을 내가 한순간에 고칠 수 없으므로) 자존감의 저하 나의 환경에 대한 원망, 분노(이 때 눈물이 제일 많이 생깁니다) 나의 모든 것을 인정하다 안정이 찾아옴

 

 

저자는 위와 같이 우울증의 과정을 표현했다. 보다 보니 예전에 한창 몸도 마음도 지쳐서 힘들었을 때가 딱 상황이 저랬구나 싶었다.

 

 

 

"주변에서 앞날을 준비하는 동료들을 보니 내가 다른사람과 뭐가 달라서 이렇게 우울증이 왔고 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제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병원에서는 제가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구조가 취약하다는 걸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저는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P7

 

저에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 기본적인 낮은 자존감

- 언제부터인지 모를 매사에 조급한 마음

-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 등

"이 정도야 다 지난 일이고 넘길 수 있는 일이야. 나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제 감정을 꾹 참고 넘어가려 애썼습니다. 그랬더니 우울증 증상이 무한 반복이었고,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에서 몸으로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p9

 

나를 내가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것

가까운 지인들과의 교류.

 

위의 두 가지가 저자가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두가지이다.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와닿는다.

다음 아래에는 저자가 우울증에 대한 생각을 죽 나열한 것이다. 이와 겹치는 것이 있는지 확인해보며 읽게 된다.

 

1.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다가 현재의 자신이 된 여러가지 이유를 만났을 때 절망이나 원망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과거의 나쁜 기억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정말 좋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2.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좀 서둘렀던 게 탈이 됐을 뿐입니다. 조금의 페이스 조절을 시도하면 됩니다.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계속 쫓기듯 생활한다면 여러분의 주변인들과 균열이 생길 겁니다. 흔히 말하는 워커홀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곤 최악의 경우 번아웃증후군으로 연결될지도 모릅니다. 좋지 않은 일이죠. 조금만 천천히 쉬면서 가도 됩니다.

3.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평소 병원도 가까이하지 않았다면 꼭 병원을 찾아가 검진 을 받도록 합니다. 우리의 몸은 정직합니다. 무리를 했다면 그만큼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4. 우울함이 엄습한다면 자신의 기분을 기록해봐야 합니다. 당신의 감정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글로 상담을 받을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5. 휴식을 택해야 한다면 과감히 휴식을 합니다. 휴식은 짧지만 중요한 시간입니다.

6. 문제점을 위한 생각을 피하고 쉬고만 싶다면 자신의 상태를 의심 해봐야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좋지 않습니다.

7. 강한 의지와 책임감 그리고 성실함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악을 써도 되지 않은 일은 애초에 내 소관이 아니니 보내줍니다. 내가 끝내야만 하는 일인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안 되는 것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난 좀 힘들긴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줄 알았는데 2,3,5,6,7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다. 특히 7번과 2번이 제일 와닿는다. 요즘 회사내의 안 좋은 분위기로 많이 기분이 다운됐는데 7번의 문장처럼 '내 힘으로 되지않으니 안되는 것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 다짐해 본다.

 

당신의 생기있는 삶을 응원합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삶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의 좌절감, 세상과 단절되는 것같은 고독감, 세상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이대로 살아가 버리게 될 것에 대한 초조감 등 우리 아픔의 모든 이야기가 시 속에 나옵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에는 자연에서 위로를 얻고, 사람의 온기로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며 다시 힘을 얻기도 합니다. 또 삶 속에서도 아람씨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나갔고, 온라인 상에서 우울증에 대해 사람들과 나누며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을 사고 있었습니다.(중략) 저는 상담심리 전문가로 20여년간 공부하며 상담과 교육, 강의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회복의 주제, 상담의 원리 가 있었습니다. 그 원리들이 아람씨의 시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기에 그 부분을 주제로 삼아 12개의 글 을 썼습니다.

이 책은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잘 지내고 있지만 삶을 더 잘 살아내고 싶은 분, 내 마음과 관계에 대한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번쯤 느낀 분들을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혼자인 것 같은 고립감,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무기력,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좌절, 뒤처질 것에 대한 불안, 내 인생이 망쳐질 것 같은 위기, 세상에 대한 원망 등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또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으로 전해져 삶의 생가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P18-20 서현령심리상담가의 말

 

 

위의 사진은 아람씨가 밤에 산책하러 갔다가 밤중에 꽃이 예뻐보여 찍은 사진이란다. 우연히 찍은 사진안에 꽃들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고 예쁘지만 힘들어 보였기에 힘들게 일하는 여성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진속의 꽃이 간호사란 힘든 직업을 가진 여동생같기도, 자신같기도 하다고... 앞으론 이 꽃들이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말고 정말 아름다운 모습으로 웃고 있길 바란다는 그녀의 소망이 지금은 이루어졌을까?

 

봄빛을 위한 몸부림의 노래

 

내 봄빛의 가면은

어떤 것을 보았으나 보았다 할 수 없었고

어떤 것을 말하고 싶으나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귀를 막았고 눈은 보기를 꺼려 했으며

입은 사라져 버렸다

 

현령 선생님의 우울증 극복 Tip

나를 돌아본다.

 

나를 돌아보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까요?

방법 한 가지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입니다. 알아차림이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한가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 입니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은 어땠는지, 그때의 핵심적인 감정은 어떤 것이었는지, 특별히 선명한 기억이 있다면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어린 시절의 아쉬움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마음 안에 남아있는 나의 미해결과제와 미해결 감정이 지금 현재 나의 인간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자 는 것입니다. '지나간 그 일이 지금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그때 그 마음이 그렇게 중요했구나'하고 알아치리면 자신을 이해 할 수 있고 새로운 해결책이 떠오르게 되기도 합니다.

(중략)

중요한 한 가자가 더 있습니다. 바로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입니다. 아람씨가 시를 쓰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면 감정이 순화되고 생각이 정리됩니다. 어느 방법이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치유를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물론 모두가 나의 모든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상대에 대한 기대를 줄여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내 이야기를 전혀 비판하지 않고 모두 들어주는 사람','온전히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60

 

 

현령 선생님의 우울증 극복 Tip

자연을 만나며 지금-여기로 돌아온다

 

 

자연은 어떻게 우리에게 선물이 될까요? 저는 자연이 주는 힘으로 지금-여기로 돌아와 현전(presence)하게 해주는 힘을 말하고 싶습니다. (중략)

과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큰 도구가 호흡입니다. 자연에 주의를 기울일 때 호흡을 확인한다면 치유의 힘은 더 커질 것입니다. (중략)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했던 아람씨는 그 사랑의 크기 만큼 자연으로부터 위로와 치유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p62-65

 

 

현령선생님의 우울증 극복 Tip

목소리를 낸다

 

위기를 만났을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관계의 위기 상황 때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을 설득하거나 도움을 청하고, 어떤 사람은 공격적으로 화를 내거나 요구를 하면서 문제에 대처합니다. (중략) 또 한가지 방법은 아닌척, 모르는 척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억누르는 것입니다. 싸우는 것보다 나은 선택으로 보이지만 내 안의 목소리를.누르다보면 어느 순간 무기력하고 우울해집니다. 억울한 마음이들고 병이 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내 요구를 못하는 것 뿐 아니라 당연하게 주장해야 할 내 이야기도 하지 못하는 식으로 커져 갈 수도 있습니다.

(중략)

내 목소리를 내고 내 존재를 드러내려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지금 내 감정은 뭐지?','지금 내가 바라는 건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보는 것입니다.

(중략)

주장하며 부딪치라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의 욕구를 알아주자 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찾아 목소리를 부여해주는 것은 우리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 p92-95 현령선생님의 말

 

'나를 돌아본다'도 정말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겐 '목소리내기'가 참 중요했다. 남편과의 소통이 잘되지않아 혼자 답답해하며 남편에 대한 섭섭함, 분노, 억울함 모두 억누른채 살다가 보니 어느새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손이 많이 가는데, 남편은 늘 바깥일에 바빠 함께 마음을 나눠주지 못했고 어쩌다 같이 있는 경우에도 괜한 트집을 잡아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스스로 나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지못하고 ', 난 어린 아이들 키우느라 지쳤구나. 뭐 좀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냥 내가 피곤해서 좀 예민한 것 뿐일거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덮기 일쑤여서 더 마음불편한 시기를 길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어떤 계기로 '스트레스지검사'를 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않지만 스트레스검사(심장변이검사)했는데 자율신경계 부교감신경이 안좋다고 진단을 받았다. 부교감신경 그래프가 들쑥날쑥해야 좋은거라고 하는데 난 그래프의 높낮이가 거의 비슷하다고 한 것 같다. 의사선생님께 나 정도면 괜찮은거 같았는데 오길 잘한거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힘들었겠다고, 많이 참고살았다고 그러셨다.

다행히도 나는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고 나를 성장시키고자하는 열망이 커서 '책읽기와 글쓰기'로 상태가 금방 호전되었고 상담은 짧게 마칠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나의 노력들과 맞물려 일하고자하는 의지가 곧바로 실현되어 난 우울한시기를 딛고 워킹맘이 되었다. 몸은 비록 힘들지만 오히려 시간을 안배해 규모있게 쓸 수 있었고 아이들도 좀 커서 돌보는것이 좀 수월했다. 틈틈히 공허하거나 복잡한 마음은 신앙생활과 책읽기로 달랬다. 그랬더니 낮아진 자존감이 회복 되었고 남편에게 섭섭한 점, 무엇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의견들을 거침없이 피력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정말 몰라보게 삶의 질이 달라졌다.

다시 자연스레 웃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나도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목소리내기'는 정말 중요하다. 현령상담사님 말씀처럼 '주장하며 부딪치는 게 아닌 나의 욕구를 표현하는 삶'을 꾸준히 살아야겠다.

 

그 외 기억하고 싶은 팁들이 있는데,

1. 아무리 우울하고 무기력해도 밖으로 나가자. 산책이라도 하든지 지인이라도 만나든지

2. 남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는 것이 아닌, 그것이 유치하든 사차원이든 내 색깔을 찾아내고 지켜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다.

3. 인지치료이론에서는 우리가 가진 당위성(반드시, 항상, , 그래하한다)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가 생겨난다고 본단다. 꼭 그래야 한다는 마음으로버리고 '그러면 좋지만 아니어도 할 수 없다'라고 마음을 바꾸자.

4. 고통스러운 감정을 지우기보다 삶의 생생함을 느끼며 감정을 잘 받아들이고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겠다.

5. 삶을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자.

 

치유의 최종목적지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의 아름다운 본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힘듦만을 얘기하다가 새로운 안목을 발견하고 나의 존재로서의 아름다움(p204)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경지에 나도 꼭 오르고 싶다.

이번에 만난 책,

두 번을 봤는데 참 좋다!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자고. 내가 먼저 행복해지자고.

 

 

 

++ 본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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