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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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실 경제보다는 재테크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경제학은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는 학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효과적으로 잘 쓰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라는 문장을 보고 내가 경제학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구나 싶었다. 그런 나에게 온 책,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고, 어렵지 않게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우리는 경제학에서 제사하는 많은 개념들을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않고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친구와 장난감을 교환하며 누가 더 이득일지 고민하는 일,
분식점 아줌마가 떡볶이 값을 설정하는 일,
다자인을 전공한 사장이 시장을 고려해 신제품을 만드는 일 드
실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경제학 분야의 대가들이 세운 여러 이론들은 이전에 없던 것을
발명했다기보다는 인간의 행동을 통해 규명해낸 '발견'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학은 사람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문,
그것도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고유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일지도 모른다 .

 


경제학의 쓸모 × 인문학의 사유

 


저자는 열심히 현장을 뛰며 지식을 나누고, 현장에서 다시 배우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대표적인 실사구시형 학자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그는 경제학 개념들이 인간 스스로 체득하는 것들이라면, 그 자취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신화, 역사, 문학, 문화, 철학 등 인문학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으로 인해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다섯장으로 구분된다.


제1장 돈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제2장 경제학적 통찰로 역사를 읽는다
제3장 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경제학은 유용한 도구다
제4장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제5장 사회 변화는 경제적으로 움직인다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부분을 정리하고자 한다.

 

남북전쟁의 발발은
노예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지역간 경제구조의 차이

 


「미국의 남부와 북부가 서로 다른 경제구조로 발전되기 시작한 때는 식민지 시설부터였다. 남부는 당시 영국 귀족층을 중심으로 흡연 문화가 확산되면서 담배 생산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그리고 조면기가 발명된 후에는 목화 생산을 통해 큰돈을 벌게 되었다. 이러한 목화와 담배의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바로 노예였다. (중략) 남부 지방의 대농장주들은 점점 더 흑인 노예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흑인 노예는 그들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반면 상공업 중심으로 발달한 북부에서는 노예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노예를 기반으로 커다란 부를 축적한 남부인들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중략) 상이한 경제구조로 인한 갈등은 관세 문제에서 극에 달했다. 관세는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노예 문제와 함께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북부는 관세를 높여야 유리했고 남부는 관세를 낮춰야 유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중략) 남북전쟁은 인류가 수행하느 여타의 수많은 전쟁들과 마찬가지로 이권 내지는 경제문제로 인해 촉발된 전쟁 중 하나이지, 노예 해방이라는 인권 수호를 위한 선의의 전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8-34


 

 

 

스위스는 어떻게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나
기축통화


「6세기에 프랑크 제국에 흡수, 9~12세기에 신성로마제국의 통치하에 있고 그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게 된 스위스. 스위스가 많은 나라로부터 점령의 대상이 된 이유는 바로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지역을 당악한다는 것은 당시 교역에 있어 커다란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략)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스위스는 어떻게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당시 스위스의 화폐인 스위스프랑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략)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주요 국가 통화의 화폐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어서 스위스프랑이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여러 자원이 필요했는데 이러한 자원들을 전쟁과 관련 없는 지역인 제3국으로부터 조달받고자 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결제 방법이었다. (중략) 고민 끝에 독일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중세중립국인 스위스의 화폐로 결제하는 방법이었다. 독일은 스위스에 금괴를 팔고 스위스프랑을 얻어서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독일 입장에선 스위스프랑의 화폐가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독일은 스위스를 침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침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P50-54



이 책의 좋은 점은 경제관련 이론을 작은 박스안에 담아 부연설명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 정치 등 내가 모르는 분야라 할지라도 책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엄정한 회계로
무역을 장악한 개성상인
복식부기의 원리


 



 

「일찍이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상인이었던 개성상인들 역시 자신들의 경영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 재무제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개성상인은 전국을 연견하는 송방이라는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조선 팔도의 상권은 물론 중국와 일본 무역까지 장악했다. 통신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 한반도를 넘어 중국과 일본을 무대로 활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자신들의 경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안해낸 일종의 재무제표, 즉 사개치부법이 있었기 때문이다.(중략) 우리가 사개치부법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기 떄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개치부법이 현대적 회계 처리 방식인 복식부기의 원리를 차용했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P88-92



책에서는 복식부기에 대해 설명하는데 쉽게 용돈기입에 있어 지출항목과 금액만을 적는 것이 아니라 자금의 조달 방법과 수입도 함께 기록하는 것을 보여준다.(사진참조) 복식부기의 가장 큰 장점이 대차평균의 원리로 장부상의 누락이나 오류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도 오류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을 개성상인들은 복식부기의 원리를 처음 생각해낸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보다 200년이나 앞섰다고 하니 정말 우리 민족이 대단하다 생각된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부동산에 대한 경제적 시각

 


「미국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철저히 백인만을 대상으로 집행되었다. 흑인 내지 주로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좀처럼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흑인의 낮은 신용등급과 흑인 거주 지역은 담보 물건이 불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략) 1950년 당시 모기지 대출을 받은 흑인 다섯 명 중 한명은 8퍼센트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은 데 반해, 8퍼센트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은 백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1950년대!60년대까지도 토지 소유에 대한 완벽한 기회균등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70년대까지 흑인 인종차별철폐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법 또한 함께 시정되기에 이른다. 특히 1977년 제정된 지역재투자법은 시중 은행들로 하여금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빈곤지역에도 대출해주도록 강제했다. (중략) 80년대 들어서도 미국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대함을 저축대부조합 문제해결을 통해 드러냈다. (중략) 1979년부터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 결정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지급불능 위기에 직면한 저축대부조합을 조기에 정리하기보다는 저축대부조합의 자기자본 비율 완화, 세금 유에, 이자율제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중략) 2002년 10월, 조지 부시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이 저마다 집을 소유하기를 희망한다."라는 연설과 함께 10년 내로 대출업체를 통해 소수인종 550만명에게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아메리칸드림 지원법에 서명한다. 이는 저소득 계층의 주택 구입을 보조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으로 인해 시중은행은 저신용자들의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충분히 요구할 법적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중략) 결국 2000년대에 들어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던 미국 주택시장은 2006년 하반기부터 침체국면에 진입했고, 특히 2007년에 들어서는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주택 가격 하락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택 가격 하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화와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져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초래하는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중략)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규제 산업이다. (중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져온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이러한 부실 대출이 아무 제한 없이 전개되도록 법적 근거를 완화해준 정부 당국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내 소유의 주택을 갖고 싶어한 많은 투자자들의 감성적인 열망과 그러한 유권자로부터 표심을 얻고자 했던 정치인들의 계산이 숨어 있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P120-130



책을 정리하며 문득 드는 생각인데, 경제란 것이 국가적, 사회적 배경을 알면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어렵고 어색한 단어가 쉽게 이해되는 것을 보니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을 알 것 같다.
그 외 고대사회의 풍습이었던 순장의 이유나 유럽에 설탕이 퍼지기 시작한 이유와 사탕수수 재배에 노동력을 동원한 노예들이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공공선택이론과 합리적 무시'란 경제적 이론을 들어 설명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부에는 문화, 예술을 통한 경제적 이론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좀 더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미술관이 실제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수에 비해 확연히 적은 작품을 전시하는 이유를 이윤극대화이론에 근거해 설명하는데 '한계비용과 한계편익'에 대해 이해하며 자연스레 끄덕여졌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이 책은 총 46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분량은 많지만 다양한 이야기들로 책을 읽으며 왠지 교양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


경제학에 대해 궁금하다면, 다양한 배경을 통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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