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송세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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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을 보니 "가끔 힘들때 울어도 괜찮아."라고 위로할 것만 같은 책을 만났다. 바로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라는 책이다.

고운 분홍색표지의 이 책의 질감은 살짝 물기를 머금은 밀가루를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이다. 200페이지가량의 책인데 글밥도 많지않고 여백이 많아 읽기가 쉽다. 그래서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PM 11:59_어제, 지나가버린 <관계>

AM 12:00_오늘, 머물러있는 <사랑>

AM 12:01_내일, 다가올 <>

으로 특이하게 표현했다.

 

 

다시 쓰고 싶은 용기가 났다.

사랑 앞에서 바보같이 엉엉 울기밖에 못하는 부끄러운 이야기, 가족, 친구, 많은 이들과 부대끼며 넘어지는

솔직한 내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마음을 다한 내 글로 인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것.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p208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은 30대의 저자가 자신이 삶에서 겪었던 사랑과 관계와 꿈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진심을 담아 군더더기없이 부드럽게 표현한 글들이 담겨 있다.

 

 

삐죽삐죽 못난 표정으로 울고 말았던 지난날들을 다시 생각해봤어요.

인간관계, 사랑, ,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

울기밖에 못한 날들이 다수였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어요.

제 눈물엔 언제나 진심 이 함께했다는 사실이요.

진심으로 사랑해서, 간절해서, 고마워서..

눈물이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진심이 피어있었어요.

이 책은 제가 울었던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부디 울지 말라는 말이 위로가 아닌 세상이었으면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주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큰 노력 없어도 누군가의 일상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그 일상에 함께 뛰어들 수도 있다.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잊는다는 말처럼 그래서인지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대수로운 일인지에 대한 생각은 점차 무뎌지고 있는 듯하다. (중략) 스스로 되물어본다. 나는 누구의 일상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있는지. 혹은, 소중한 이의 일상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P31-33

 

 

한 달 전쯤 고마운 분으로부터 소중한 책들과 편지를 선물로 받았다. 책들도 읽고 싶었던 책이라 좋았지만 편지가 참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어떤가요? 건강은요? 아직도 바쁜가요?"라고 묻는 편지였다. 그냥 딱 봐도 내 삶을 들여다보고 요즘 어떻게 살고 있구나 예측하는 글이다. 그 짧은 물음이 얼마나 내 가슴에 다가와 울림을 주는지 한동안 목이 메일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편지를 받고나서 새삼 문득 나도 저자분처럼 타인의 일상을 궁금해하며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타인에게 힘이 되는지, 일상에 단비같은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어 조금은 더 주변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미련하게 되지도 않는 위로의 말들을 늘여놓았다. 친구를 아끼는 마음에, 내 친구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뼈아픈 말들을 꺼내 놓고 말았다. 내 위로가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든 친구의 마음을 더 세게 짓누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중략) 위로는 늘 어렵다. 뜻하지 않게 상대를 더 많이 아프게 할 수도 있다.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고 믿지만, 정답에 가까운 위로가 있다면 화가 난 내 마음이 아닌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닐까. 위로하는 순간 만큼은 내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을 더 위에 앉혀 두고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P35-36

 

 

나도 위로가 힘들다. 어줍잖게 위로했다가는 '네가 뭘 알아서....넌 날 온전히 이해못해.'라고 상대가 생각할까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위로해야할 상황이 생길때는 도움이 못돼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기도를 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한다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뼈절히 느끼고 타인이 만족할 만한 공감을 위해 내가 하지 못한 경험들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으려 노력중이다. 이 책이 왠지 나와 결이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이 썼다고 생각하며 반가웠던 점이 저자가 무엇보다 '진심'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맺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한다. 점점 살면서 세상에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다해 다가가고 가면을 쓰고 대하는 것이 아닌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대하고 싶어진다.

 

 

이해라는 것이 뭘까. 그동안 나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아왔을까. 이미 정답을 정해놓은 채 억지로 상대를 그 답안에 끼워 넣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작은 그림 하나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내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결 하나 하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화르르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왔다.P45-46

저자가 연필드로잉을 배우면서 작은 사물하나 그대로 이해하지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통해 '타인 이해'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이 참 와닿았다. 나또한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지,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앞으로는 타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생각하며 선한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만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 보다

남의 기쁨에 공감해주는 일에

더 마음을 써야하는 지도 모르니까

 

 

종종 그런 사이가 있다. 서로 힘들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유독 가까워지는 사이, 대부분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나 요즘 이래서 힘들어." "나는 요즘 이래서 힘들어" 서로 힘든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그래 우리 조금 더 힘내보자."하며 그날의 만남을 마무리 짓는 사이. 아마 그런 사이는 알게 보르게 서로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힘든 너도 있으니 힘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 사이를 결코 나쁜 사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왜인지 모르게 둘 중 한 명이 행복하게 잘 지낼 땐 다시금 멀어지는 사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P49

 

 

나도 힘들때마다 날 찾아주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와 만나고 그 친구는 웃으면서 기운을 내고 떠나지만 나는 뭔가 씁쓸하다. 마치 나의 힘듦에 비해 자신의 힘듦의 크기가 좀 더 작다고 생각되어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자신이 힘들때만 연락하나 보다. 나는 충분히 친구의 기쁨에도 공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말이다.

 

 

 

"프로필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엄마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냉랭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 스토리를 보았는데 위의 사진처럼 모두가 자신과 관련된 사진인 것을 보고 새삼 놀라는 대목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진' 혹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사진' 그것도 아니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올리지 않나. 우리 엄마에게는 본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도 '',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도 '' 가장 행복한 순간도 ''였던 것이다. 엄마에게 전부는 온통 다 ''였던 것이다.P60 라고 말하는 저자의 엄마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그 외, 가족같은 강아지와의 이별을 미리 두려워하며 막상 이별이 닥치기 전 이별을 연습하는 모습과 길고양이를 예쁘다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 그것으로 인해 길고양이는 늘 따스한 온기를 찾아 떠돌며 급기야 이유없이 미워하고 밀쳐내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안아주지 말라는 이야기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을 처음 제목을 보고 접했을 때 저자가 울음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는데 거의 책의 뒷부분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울기 좋은 밤 열 두시"라는 제목아래 1번부터 5번까지 번호를 매기고 정말 사소한 이유(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타인을 위한 내 공감이 부족한 탓일까)로 울게 된 에피소드를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부분에서 '은영'이라는 이름 대신 은영이로 살면서 만나야 했던 가슴 아픈 사랑, 이제 그만하고 싶어져서 울기밖에 못하는 못난 은영이를 이제 놓아주려고 지난날의 아픔을 깨끗이 씻고 으뜸이 되라는 뜻의 '세아'로 개명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을 읽으니 저자가 '은영'이란 이름으로 낸 책 <짝사랑계정>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세아'라는 이름으로 사는 그녀가 더욱 빛날 삶들을 응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았던 문장을 남기려 한다.

 

 

 

문득 생각해 봤다. 왜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아니, 허점투성이인 이들의 모습에 그토록 열광했던 걸까. 왜 잘하지 못한 경기를 보며 다 같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 웃었다가, 울었다가 마음을 다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던 걸까. 그건 바로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던 그들의 치열함 떄문은 아니었을까.

(중략)

 

그래서 나는 차라리

'치열'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잘하지 못해도, 턱없이 부족해도 인정받을 방법.

서툰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비장의 무기는 바로 '치열함'이라고 믿으면서.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 위 글은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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