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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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이 책은 출판사 서평을 보고 확 끌려서 보게 된 책이다. 특히, "거실을 나가지 않고도 문밖의 봄날을 엿보게 하는 책 '우울한 날에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된다"라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우울증과 관련된 신간책이 나오면 호기심에 많이 살펴본다. 나와 나의 주변에 아무도 모르게 스며들어서 우리 삶을 서서히 갉아먹는 '검은개'라는 녀석. 나라고 살면서 우울증에 얼마나 안전할까 싶기도 하고 요즘 현대인들이 뜻하지 않게 많이 겪는 병이여서 제대로 알아두자는 의미로 관심있게 보고 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전에 봤던 책들과는 많이 달랐다.

 

아래, 저자의 소개만 보더라도 우울증을 알았다고 하기엔 저자의 이력이 엄청 대단하다.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며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 하나의 직업을 갖고 유지하기도 힘든데 주위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직업을 하나도 아닌 여러 가지를 가지신 만능 재주꾼처럼 보이는 분이 우울증을 겪으셨다니...... 이유가 뭘까, 저자는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놀랄 만한 점은 또 하나 더 있다. 저자는 우울증을 1~2년도 아니고 무려 25년간의 긴 세월동안 앓았다고 한다.

나는 각자의 어둠을 다스리는 법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용기와 두려움이 버무려져 아름다운 형태가 되고 어둠은 비단 나 혼자만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야생에서 얻은 건강한 방식으로 삶의 어둠을 풀어내는 에마 미첼의 이야기는 내게 큰 위안이 된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가 날아오르고 꽃이 피고 흙이 노래한다. 자연의 색채가 흐려지고, 다시 생기를 얻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그 세상을 엿보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임이랑 작가의 추천의 글


'임이랑 작가'가 이 책의 느낌을 다섯 줄의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딱 적합한 표현이다 싶었다.

 

표지도 어찌나 이쁜지 표지의 열매와 잎사귀만 바라보고 책을 쓰다듬어도 마음이 한결 좋아진 느낌이다.

 

책을 받자 마자 읽고 싶었지만 삶의 수많은 무게와 핑계로 읽지 못하다가 일이 끝나고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에 잠깐 회사 근처 벚꽃나무 아래에 차를 세워놓고 책을 펼쳤는데 책과 꽃, 나무, 바람, 햇살 모든 것이 조화롭고 완벽해서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으로 마음에 든 구절을 옮겨와 본다.

 

 

 

 

페이지 19

5월 관목 숲에서 풍기는 산뜻하고 풋풋한 냄새는 온갖 식물이 발산한 피톤치드가 혼합된 것으로, 우리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무의식중에 이를 들이마시게 된다. 세로토닌 분비는 산림욕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더욱 많은 증거를 보여준다. 세로토닌은 뇌 신경세포 간의 신호를 전달하는 화합물인데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감소한다. (중략) 세로토닌과 인간의 기분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며 자연과의 접촉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사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피부나 망막이 햇빛에 자극을 받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는데 햇빛이 강한 날일수록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11월에서 3월 사이에 햇빛이 약해지면 어떤 이들은 겨울 우울증 혹은 계절성정서장애를 앓기도 한다. 나도 이런 계절성정서장애에 취약한 편이라 겨울이 유독 힘겹게 느껴진다.


 

페이지 20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또 한 가지 놀라운 자연 접촉 경로는 ''

우리가 과 같이 가벼운 운동을 하면 혈류 내에 엔도로핀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감소시키며 온화한 황홀감과 은근한 자연적 도취 상태를 불러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나의 정신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의 거대한 요소들을 체험하는 일, 그리고 시선을 내려 나무 그루터기나 풀잎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미묘하고 작디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일의 조합이다. 걸을 때면 내 마음은 지극히 민감한 집중 상태로 접어든다. 나는 식물 군집, 텅 빈 달팽이 껍데기, 나무 열매와 이삭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눈앞의 작디작은 디테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주변 환경에 깊이 침잠하는 것이 느껴진다.


 

페이지 25

숲속이나 들판을 산책하는 것은 삶이 대체로 괜찮게 느껴질 때도 할 수 있는 일이며, 일상적 우울감과 언젠가 닥쳐올 까칠하고 고된 나날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인생이 한없이 힘들게 느껴지고 찐득거리는 고통의 덩어리에 두들겨 맞아 슬퍼지는 날이면, 초목이 무성한 장소와 그 안의 새 한 마리가 기분을 바꿔주고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중략) 당신이 무기력해져 소파나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들큼한 슬픔의 진창에 빠진 기분일 때, 이 책으로 내가 관찰한 것들을 읽으며 사진과 그림을 보고, 나아가 직접 고둥이나 족제비를 찾아 나섬으로써 위안을 찾게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책 곳곳에 꽃과 열매, 나무, 새 등의 사진과 저자가 직접 한 스케치가 있어 눈이 참 즐겁다.


 

책을 보며 책 속에 실린 예쁜 꽃들과 열매들을 바라보고 언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 '민망초', '담쟁이' 는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페이지 60

음울한 계절이면 내가 찾아다니는 이런저런 사소한 광경이 있다. 미세한 식물학적 지표들, 결국에는 봄이 오고 말 거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는 기분 좋은 신호들이다. 지난달에 나타난 사양채와 갈퀴덩굴 새순처럼 이 꽃차례 배아도 그런 신호 중 하나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밤은 짧아질 것이며 내 생각들도 다시금 밝아지고 가벼워지리라.


페이지 64

나는 정리하고 진열하는 일과 연결된 정신적 경로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것이 우리 조상들이 채집 여행 후 손에 넣은 잎과 열매, 씨앗, 견과류와 조개를 처리하던 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중략)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발견한 것들을 가지런히 늘어놓는 소위 '놀링kolling'이라는 행위가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은근한 도취감을 준다는 것이다.


페이지 112

해가 지평선에 가 닿는 동안 올빼미는 먹이를 물어 뜯고, 나무와 산울타리에는 황금빛 후광이 내려앉는다. 평생 목격한 것 중에서도 손꼽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우울증에 지치든, 얼마나 기만당하고 무기력해지고 황폐해지든 간에 이런 광경과 만나고, 그에 따른 치유 효과로 머리를 채울 수만 있다면 계속 싸워나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 열매와 잎사귀가 있어서 꽃과 함께 찍었더니 참 잘 어울린다.


 

페이지 116

우울증을 제어하려면 꾸준한 경계가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의 산책, 창의적으로 보내는 시간, 그리고 홀로 있을 때 곁을 지켜줄 호박색 털복숭이 친구라는 방어용 무기를 갖춘 일상적 전투 말이다. 일거리가 평소보다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가정사의 스트레스가 쌓여 나쁜 기운이 엄습할 때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야외 활동의 유익한 효과가 사라지고, 우울증의 가차 없는 절망이 더욱 거세게 나를 훑는 것이다.


페이지 125

새 떼 자체도 장관이고 경이로운 광경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먹잇감을 찾는 송골매의 모습은 내게 더욱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겨우내 무거운 생각에 짓눌려 심신을 까딱하지 못했던 내게 춤추는 찌르레기 수만 마리 사이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맹금을 바라본 장대하고 야성적인 몇 분의 시간은 머릿속의 암담함을 몰아내고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

 


페이지 132

이제 나는 그 기억들 상당수와 화해했고 더는 나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날카롭고 쓰라린 기억을 담아 놓은 상자에는 보이지 않는 틈새, 확인할 수 없는 구멍이 있어서 이따금 그리로 새어 나온 기억이 내 생각을 물들이곤 한다. 겨울 날씨에 따른 햇빛 결핍이 그런 기억들과 중첩되고, 가족문제로 인한 아드레날린 증가와 만성 코르티솔 과다가 겹쳐지자 나는 더 이상 가시덤불 속에서 내 마음을 끄집어낼 수 없게 되었다. (중략) 그리하여 3월이 된 지금 나는 침몰했고 머릿속의 상자들은 모두 활짝 열렸다. 마음속에서 비합리적이고 무의미하지만 도무지 가라앉을 줄 모르는 압도적인 자기혐오와 비판이 폭발한다. 그것은 우울증이 지닌 무기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무기다.


페이지 134

나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우울증의 압력에 저항하려던 노력도 무의미해졌다. 내 마음은 우울증이 갈망하는 자기소멸을 향해 비틀비틀 나아간다.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기고 보니 나의 시선이 그녀가 서술하는 자연속에서 소생하는 것들의 무한한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울한 그녀의 상태와 변화와 극복 과정에 대해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생의 위로>> 책 제목처럼 펼치는 장면 장면마다 자연이 깃들어 있고 고달팠던 마음과 불안했던 마음들이 정리가 되고 위로가 된다.

언제든 마음의 안정과 위로가 필요할 때, 펼쳐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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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 뉴베리 수상작으로 읽는 ‘아이 마음속 숨겨진 심리’
이영옥 지음 / SISO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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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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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의 거울이라 했던가, 아이가 엄마의 거울이라 했던가... 유독 우리 아들은 엄마를 참 많이도 닮아간다. 난 비로소 아들을 통해 내가 나의 어떤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는지 발견한다. 엄마인 지인들과도 가끔 그런 얘길했는데 아이의 모습속에 내가 싫어했던 나의 단점들이 나오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심지어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요즘 아이와의 시간을 진득하게 갖지 못했던지라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고 쌓여서 아들은 자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바로 들어주는 것으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듯 굴었다. 그럴 수록 나는 반대로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만 생각하는(물론 아이들이 그렇다는 걸 알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좋지만은 않다.) 아들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지 못하고 "너는 왜 늘 엄마 상황은 보지 않고 너가 필요한 것만 요구하니? 그것도 당장 사달라고....."라고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어찌 어찌 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지고, 아이가 괜시리 짠해진다. 아이는 아이라서, 엄마가 제일 편하니까 엄마한테 마음껏 요구한 것 일텐데 내가 또 소중한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구나 싶어서 가슴까지 먹먹해진다. 더 심한 날은 먼 타국에 출타중인 애아빠를 괜히 원망하게 된다.

내가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들이 동생인 딸아이에게 나무라는 투로 말하고 말 끝마다 '오빠 말을 안 듣는다','너 자꾸 이러면 XX안 사준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내가 바뀌어야 되겠구나 싶었다. 내가 한 말투에 msg를 더 첨가해 더 앙칼지게 협박조로 말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부족한 나에게 온 책,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은 왠지 엄마인 나를 위로하고 기분전환시켜주는 책 같았다.

 

 

뉴베리 수상작으로 읽는

'아이 마음속 숨겨진 심리'

 

 

이 책은 수년간 발전소 설계 컨설팅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교육심리학을 공부해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이영옥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미 중서부의 한국학교, 시카고 여성회 산하 다양한 단체 등에서 부모와 교사를 교육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는 독특하게 '뉴베리상(18세기 영국에서 최초로 아동도서를 취급한 서점을 운영한 존 뉴베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상으로, 매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를 쓴 사람에게 주는 상) 수상 작품'을 골라 '성공 지능, 그릿, 공감능력, 글쓰기 힘, 자기효능감' 등의 키워드가 담긴 시기별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책에 담았다.

뉴베리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나에게 이 책은 새롭게 다가왔다.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들은 높은 문학 상으로 권장연령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사건의 전개와 해결을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가 있다는 사실!

 

위의 사진처럼 '뉴베리상 수상작' 중 작가가 택한 작품 속에서 말하는 주제와 중요 문장을 뽑아 예쁘게 편집되어 있는 그림이 사이 마다 있어 한 눈에 보기에 좋았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중 마음에 드는 몇 작품과 내용을 꼽아봤다.

우선, 우리 아이가 왜 요즘 유독 엄마에게 애정을 갈구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아빠의 부재로 엄마와 동생하고만 지내다보니 아이가 많이 외로웠나보다. 아직 많이 어려도 자신이 첫째란 생각에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도 참았으리라. 주변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 이모부가 많은 사랑을 주고 잘 챙겨줘도 부모의 넉넉한 사랑에는 미치지 못하나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는 암시를 준다. 아이들에게 소속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외로움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혹시 우리 아이가 이런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건 아닌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중 P128

 

 

 

P194

 

'아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속도가 있다는 것' 알고 있으면서도 내 아이를 볼 때는 여유있게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고 아이의 기질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기가 참 어렵다. 위의 문장은 꼭 꼭 새겨둬야 겠다.

 위의 지면을 보고 딱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 기대감이 들었다.

<<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라는 책을 통해 풀어 쓴 미운 7살.

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

엉뚱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미운 7살'

라모나는 명랑한 여자아이로 7살이다. 매우 엉뚱하기도 해서 9월의 어느 날, 벌써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할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을 적으며 기뻐한다. 게다가 그 날은 아빠의 월급날이어서 아빠가 선물을 사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어쩌면 식구들이 종종 가는 햄버거집에서 외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떠있다. 그러나 그날 아빠는 안타깝게도 실직 소식을 들고 퇴근한다. 아빠가 실직하게 되자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엄마가 풀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고, 아빠가 직장을 알아보며 집안일을 맡게 된다. (중략) 라모나는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다고 적었던 선물 목록에 하나하나 줄을 그어 지운다. 대신 그 자리에 '행복한 가족'이라는 선물을 적어 넣는다. 예전과 같이 다시 '행복한 가족'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다시 웃고 농담 할 수 있게 된다면, 엄마의 근심 가득한 얼굴에 다시 미소가 찾아온다면, 뚱해 있는 언니가 다시 쾌활해질 수 있다면 고양이가 값싼 사료를 그냥 먹어 준다면... P222-223

라모나는 여러 가지로 돈을 벌 궁리를 하다가 아빠가 무심코 제 또래 아이가 햄버거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쟤는 아마 광고로 백만 달러를 받을걸?"라고 말한 것을 귀담아 듣고 그 때부터 광고 오디션이라도 볼 기세로 광고를 위한 온갖 연습이 돌입한다. 그러다가 교회 연극에서 '양'의 역할을 맡게되고 엄마가 옷감을 만들 시간도 돈도 여의치 않자 낡은 잠옷을 다듬어 의상을 만들어주는데 창피한 라모나는 연극 출연을 거부하며 떼를 쓰고 숨어버린다.

이야기도 흥미 있었지만, 저자의 부연설명에 눈이 더 갔다.


6-7세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한계는 '중심화'의 경향이 아직 다분히 남아있다는 것인데, 이는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에만 집중해서 다른 특징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향이다. 중심화가 대표적으로 표현되는 형태가 '자아중심성'이며, 이는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타인의 조망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 그. P227-228

지난 토요일인 어제, 이런 아들의 특징을 보고 무식한 엄마인 나는 아들에게 "왜 너는 엄마 상황은 못 보고, 너가 원하는 것만 당장 해달라고 조급하게 떼를 부려서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이렇게......."라고 해버렸다. 상황인즉슨, 나는 금요일 밤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아침에도 나쁜 컨디션이 이어져서 아이들이 깨서도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어서 클레이 쿠기 만들자. 주말에 하기로 했잖아. 어서어서."라고 다그쳤다. 결국 나는 지치고 예민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자리를 펴고 앉아 클레이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은 옆에서 자신은 무슨 색으로 무엇을 만들겠다고 당차게 얘기하고 5분,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내 못 만들겠다고 포기해버렸다. 결국 쿠키 만들기는 엄마 몫.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게다가 몸도 좋지 않아 썩 내키지 않은 활동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꿋꿋히 만들었으나 우리 집에는 오븐이나 에어프라이기가 없어서 프라이팬에 오래도록 구워야했다. 굽다가 지루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전자렌지'로 돌리는데 몇 분이 지났을까, 탄 냄새가 나서 돌아보니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미운 7살' 실체를 알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기특한 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P229"

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7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한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엄마만의 이야기(왜 너는 엄마 상황은 못 보고, 너가 원하는 것만 당장 해달라고 조급하게 떼를 부려서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이렇게...)는 자제하도록 해야겠다.

사금피리 한 조각

아무리 어려운 시련을 만나도 이겨낼 수 있는 힘

주인공 목이는 최고의 장인으로 꼽히는 도공 민영감의 열린 창고 문으로 보이는 도자기들에 홀려 그 안으로 들어가 작품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만 도자기 하나를 떨어뜨려 깨고 만다. 목이는 손해배상을 할 수 없으니 몇 달 동안 민 도공의 시중을 들겠다고 자청한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에 땔감으로 쓸 나무를 산에 가서 해오거나 물을 길러오고, 진흙을 퍼오는 일 등을 손에 피가 나도록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기회만 되면 민 도공의 작업을 눈여겨보고, 진흙을 거르는 과정도 독학으로 익힌다. (중략) 목이는 도공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그 당시 풍습은 도공들이 오직 자식에게만 비법을 전수하게 되어 있어 민 도공은 문하생으로 받아달라는 목이의 간청을 한마디로 거절한다. 그러나 결국 목이의 헌신적인 노력과 재질에 감동하여 목이를 양자로 삼고 죽은 친아들의 돌림자로 이름까지 지어주며 자신의 도공 비법을 전수한다.

목이의 '성취동기'를 기대x가치 이론으로 살펴보면, 목이에겐 도자기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기대치'가 아주 높다. 그리고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이 되는 것이 꿈이고 소원인 긍게 도자기 만드는 일의 '가치' 또한 아주 높다. 그러므로 목이의 성취동기는 아주 강하고, 이 강한 성취동기는 그가 아무리 어려운 시련을 만나도 이겨낼 힘을 주면서 꾸준히 노력하게 한다. P51-53


♥아이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 아이에게 무조건 공부를 더 하라고 득달하기보다는 우선 아이가 그 과제에 거는 성공 '기대'치와 '가치'를 알아내어 문제가 되는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P55

나는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즐겨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의 바탕엔 아이가 위의 문장처럼 성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고 노력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동발달 심리학자 바움린드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아의 발달이 좌우되는 걸 보여주며, 애정과 통제 그리고 수용을 겸바한 '권위 있는' 양육 태도가 가장 바람작하다고 했다. 이러한 부모는 아이를 자세히 점검하고, 그 결과 다양한 대안을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도 부모의 제안 안에서 자신의 목표, 가치, 흥미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자율성을 기르게 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P201

그 외 기억해 두고 싶고, 읽고 싶은 뉴베리상 수상작 작품은 아래와 같다.

<<헨쇼 선생님께>> _하루의 짐을 내려놓는 가벼움, 일기 쓰기의 힘.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_친구 간의 우정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작품 소개와 곁들인 심리학자 가트만의 청소년 친구의 기능 여섯가지는 기억해 둘 만하다.

1. 시간을 함께 보내고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 역할

2. 흥미 있는 정보 제공 및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기능

3. 시간과 자원 제공 및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의 기능

4. 자신감을 느끼도록 격려해주는 존재,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기능

5. 친구와 비교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게 하는 기능

6. 서로에 관한 것을 솔직하게 터놓고 서로에 관해 공유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 형성의 기능

<<마틸다>>_아이의 천재성을 개발해주고 싶다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라

여기서는, 밴더빌트 대학의 벤보우 교수의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기르는 데 있어 오로지 '천재성'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아이의 성취와 함께 아이의 행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1.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2. 아이가 어떤 것에 강한 흥미나 소질을 보이면 그것을 개발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3. 아이가 '좀 더 나아지는 것'에 유념하도록 능력보다는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

4. 아이가 지적 모험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배울 수 있는 폭을 넓혀 주어 실수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5.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능력을 평가하고, 혹시 아이에게 집중력이나 다른 사회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이 책은 추천사의 글에서처럼 '요점만 쉽게 정리한 아동 심리서와 재미있는 아동소설을 함께 읽어낸 듯한 뿌듯한 느낌을 준다'라는 표현이 딱 적합한 책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책에서 소개한 뉴베리수상작(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작품을 정리해 놓아서 후에 참고로 찾아 읽어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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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엄마 영어 습관 - 엄마의 생활 영어 & 영어책 읽기 66일 프로젝트
최혜림.이은별 지음 / 넥서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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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 하고 싶은 공부들이 많아졌다. 학창시절에도 이런 열의가 있었다면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나에게 맞는 진로를 결정하고 그 분야에서 뭐라도 됐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공부가 재밌어지고, 하고 싶어지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학창시절엔 계획세우고 책상정리 하느라 시간을 들이고 정작 앉아서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은 적었던 내가 틈새시간을 아껴쓰고 그 시간동안 책을 보고 있는 내가 이젠 낯설지 않다.

 

 

 

엄마라면 알 것이다. 엄마가 되면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환경보다 변화무쌍한 것은 '엄마 마음'이라는 거. 널을 뛰듯 요동치는 그 마음을 잡아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해보았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이를 돌보느라 나를 돌보지 못해 '내가 좋아하는 것','내가 하고 싶은 것'조차 모르고 무채색의 표정으로 마냥 살아만 갔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읽기'였다. 뒤늦게 책을 보는 재미에 빠져 시끄러운 나의 감정에서 벗어나 조용한 나만의 굴로 들어가 몰입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가 원하는 위로와 공감을 내가 원하는 때에 책을 통해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육아를 하면 시간이 많지만 바쁘고, 바쁘지만 지루하고, 지루하지만 각종 이벤트가 생긴다.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총 시간의 반 이상이니, 잘 때도 아이한테 신경을 쓰면서 자야하니 하루 하루 바쁘지만 늘 허기가 생겼고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책을 통해 삶에서 도피하고, 친구한테 위로받지 못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혼자 책읽기는 때론 무료했다. 어느 정도 책을 읽기 시작하자 책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그런 중에 만난 엄마들의 성장하는 온라인카페 '엄마의 꿈방'은 나에게 함께 읽는 장을 마련해주었고 뭔가 배우고자 하는 열망에 불을 지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어 공부를 하며 함께 성장을 돕는 꿈친구들과 온라인 스터디를 했다. 지금의 나의 '읽고 쓰는 습관'은 여기서 토대를 다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영어는 학창 시절에도 부담스러워했었는데 엄마가 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줘야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인 공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2주전에 내게 온 책,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다.

 

 

 

 

엄마의 영어 습관 만들기 Tip4) 함께할 사람

 

 

 

 

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죠. 66일의 레이스도 생각보다 완주하기 어려운 긴 시간입니다. 가능하면 함께 달리실 분들을 만나시기를 강하게 권해드립니다. 이미 몸을 담고 있는 커뮤니티 내에서 스터디 제안을 하셔도 좋고, 요즘에는 온라인에서 스터디 그룹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스터디 메이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저자가 직접 수년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마들을 대상으로 영어 스터디를 운영한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 중에서

 

실제로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데로 온라인카페에서 EB샘이란 별칭과 헬렌샘이란 별칭으로 영어 스터디를 운영하는 이은별, 최혜림선생님이시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맘스 잉글리시 표현사전」-최혜림, 김우선, 이은별 공저 란 책으로 오랜 기간동안 스터디를 진행해 주셨는데 나도 참여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일 중요한 건 영어 울렁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평소 아이와 같이 일상생활 속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들을 영어표현으로 배울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 그리고 작년에는 '발음'교정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셔서 자신없었던 영어 발음도 많이 좋아졌다.

 

영어 발음을 위한 EB샘 운영스터디, 과제했던 흔적

 

이번에 첫 책 「맘스 잉글리시 표현사전」의 저자 중 두 분이 다시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란 책으로 다시 우리 엄마들을 위한 실천 가이드 북같은 알토란 같은 책을 내셨다.

 

 

책을 쓰신분들의 이력은 아래와 같다. 우리는 이미 두 분을 알고 있기에, 믿고 따라가지만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통해 영어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으면 한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은 아래 사진 처럼 바쁜 엄마를 위한 쉬운 영어 66일 영어 습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러닝과 리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안내한다.

 

 

 

 

 

 

 

 

 

하루 10분,

엄마의 영어 습관을 만들어가는 66일

제가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로 일하는 사람이 되어서 뒤돌아보니, 하루 영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던 엄마의 엄마표 영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였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영어 습관이란 이렇게 사소한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은 엄마의 작은 영어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쓰여졌습니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 중

엄마는 늘 바쁘다. 일과 육아, 크고 작은 집안의 일들, 일까지 하는 엄마라면 더 더욱 그렇다. 그런 <mark>마가 자신을 위해, 온전한 시간을 내어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생활 영어 표현 중 빈도수 높은 핵심 표현으로 이루어진</mark> 이 책의 내용을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표현을 예시로 담아왔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다. 영어 문장 외우는 것에 자신이 없는 나도 지난 스터디로 짧은 시간에 외울 수 있을 정도니 엄마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자주 쓰는 표현을 활용하여 말할 수 있게 제시하고 연습문제도 들어있다. 여러 번 소리내에 외우고 스스로 테스트하기에 Good! 또한 각 이슈에 맞는 다양한 책(원서)를 소개한다. 특히나 괄목할 만한 점은 리딩 레벨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AR레벨이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으로 표기된 AR또는 Lexile 레벨을 표기하였다. (우리가 비원어민 입장에서 책을 대하기 때문에 언어 레벨을 의식하며 책이 포함하는 어휘, 문장의 구조에 따라, 레벨을 따라가며 독서를 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만큼, '근거가 있는' 영어 책의 레벨을 제시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 중)

 

66가지 흥미로운 주제에 관하여, 인지적 레벨을 구분한 후에, 그 안에서 리딩 레벨에 따라 추천해 주는 대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공부 해 나갈 수 있는 책, 이 책을 보니 이 책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긴다.

 

 

영어에 관심이 있는 엄마라면,

 

우리 아이가 일상 언어를 영어로 자연스레 말하길 원하는 엄마라면,

꼭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를 보며 도움을 받길 바란다. 또한, 책에 입력된 QR코드를 이용하거나 네이버오디오클립을 이용하거나 넥서스 홈페이지를 통해 MP3파일을 다운받아 내용을 들을 수도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거라 기대한다.

그리고, 함께 영어공부하여 영어 습관을 잡길 원한다면, 네이버 온라인카페 <엄마의 꿈방>에 가입하여 이제 막 새로 진행될 영어스터디에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

         「하루 10분 엄마 영어습관」을 보는 방법

         66일 동안 만드는 영어 습관

(엄마와 아이가 말할 수 있는 66일 동안의 실전 대화문)

패턴으로 배우는 엄마표 영어 표현

(핵심 문장을 바탕으로 이를 활용해 패턴 말하기 연습하기, 다양한 문장 활용하는 연습하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는 영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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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했던 중학교시절, 책보단 짧은 문장의 시를 좋아했다. 함축된 의미 속에 담긴 세련미가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편지쓰기와 교환일기 쓰기를 좋아해서 편지, 일기형식의 글 후미에 마음에 드는, 좋아하는 시 구절을 인용해 적기도 했다.

 

그 때는 내가 글쓰는 걸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도. 그냥 사람이 좋았고 친구가 좋았고 따뜻한 정이 좋았고 사랑이 좋았다.

 

이성에도 눈뜨고 외모에도 관심이 많아질 시기에 난 그리 패션감각은 뛰어나지 못해 옷매무새를 만지는 손끝이 야무지지 않았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같은 교복치마에 조끼를 걸쳐도 참 예뻐보이는데 난 그냥 촌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계절마다 확연하게 변하는 학교풍경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에는 재주가 있었다.

 

학교가 시골학교(사는 곳은 도농복합도시라고 늘 말했지만)라 운동장도 엄청 컸고 심겨진 나무가 늘 푸르렀고 화단이 늘 잘 정돈되어 꽃이 피는 3월에는 알록달록 꽃들 앞에서 필름카메라로 사진도 찍으며 추억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학교를 만드신 분의 이름을 딴 ○○동산에 가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고 자율학습 중간 중간 공부가 되지않을 때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너른 벤치에서 졸기도하고 책도 보고 친구들과 시덥지 않은 농담에도 꺄르르 웃곤 했다. 낙엽이 바람에 굴러가는 것만 봐도 재밌다는 듯이......

 

 

오랜만에 만난 시집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를 보고 한동안 옛 추억과 감성에 젖었다.

 

20대, 30대 초반 여러 모양들의 사랑을 하면서 설렘, 애달픔, 외로움, 공허함, 슬픔 등 많은 감정을 느꼈지만 왠지 이 시집을 보는 순간, 난 풋풋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가 작은 것에도 가슴뛰고 감동하고 미소짓고 아파하는 어린 소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 때 그 시절, 이 시집을 만났더라면 열심히 편지에 필사하고 있겠지 싶어 웃음이 났다.

 

 

꽃이랑 넘 찰떡으로 어울리는 시집

 

 

 

 

 

이 시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장 그대가 피었다.

2장 그대가 저문다.

 

1장에는 설렘 가득한 사랑의 여러 모양의 감정이

2장에는 아쉬움, 그리움 가득한 감정이 스며든 시들이 실려있다.

 

그 중 몇 가지 와 닿았던 시들을 조심스레 옮겨와 본다.

 

마음이란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중

마음이란 그런가 봐요

그대의 빈자리 공허함에

숨이 차올랐어요

저 바다의 심연, 그 어둠처럼

온통 고독이었어요

 

마음이란 그런가 봐요

그대 미소 한줌에, 나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다른 마음처럼

행복으로 차올랐어요

온통 맑음이었어요

 

미소

 

봄날의 따스함을 닮았다

겨울의 눈송이를 닮았다

오늘의 밤, 달빛을 닮았다

 

그대의 미소는 그렇다

아름답다 할 모든 것이 담겼다

어느새 나, 그대 미소를 담았다

 

나의 오늘, 그대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중

어둠이 짙다. 달이 사라진 밤처럼

숨이 시리다. 차가운 겨울밤처럼

온 하루 밤으로 가득했다

그런 오늘의 반복이었다

 

그런 오늘의 언젠가

그대가 왔다. 봄날의 따스함을 담았다

그대의 미소, 꽃 피었다. 봄날처럼

나의 오늘은 그대가 되었다.

 

그대란 꽃말

 

그대는 꽃 같아

한 송이 꽂처럼, 그대

향기롭다

 

봄날의 라일락

여름의 라벤더

가을의 코스모스

그대를 부르는 꽃말

 

흐르는 꽃향기

한껏 머금은 나비처럼

나 그대 향기에 물든다


사랑에 빠지면 온 세상이 상대로 물드는 것 같다. 이경선시인도 그녀를 향한 충만한 사랑으로 주체할 수 없는 마음들을 다소 정제된 언어로 표현했다.

지금은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누군가의 어여쁜 여인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지.'하고 추억할 뿐이다.

따스한 햇살아래 흩날리는 눈꽃송이와 참 잘 어울리는 시를 봐서 오랜만에 따뜻하다.

 

 

 

봄처럼 이별 

 

 

그댄 그날의 봄

 

내게 왔다

 

봄처럼 그댄

아리따웠다, 나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댄

 

봄처럼

내게서

저물어갔다

 

아름다이

아스라이

찬란하게

 

그댄 내게 그런 사람이라

 

그댄 내게 그리움이라

짙은 초록의 애달픔이라

깊은 심연의 고독감이라

저 하늘 홀로 외로이 뜬

달빛과 같은 사무침이라

 

그댄 내게 그런 사람이라

짙고도 깊게 핀 마음이라

 


 

 

이별을 하고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한숨, 눈물지었을 수많은 연인들......

어느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그대와 나의 추억 조각들.

 

추억이 담긴 장소에 가고,

무심코 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추억이 깃든 음악을 들으면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문득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옛 추억, 옛 사랑에 잠시 빠져 볼 수 있게 한 시집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삭막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 달근한 꽃내음을 풍기는 느낌으로 다가와주어 다시금 일상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기운이 솟는 것 같다.

 

 

 

 

++ 위 글은 시집을 제공받아 쓴 솔직한 글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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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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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진다. 엄마가 되어 내 아이에게 읽어 주는 그림책은 몇 권 정도가 될까? 예전에 친언니가 큰 조카를 낳고 '책육아'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미혼이라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나도 육아를 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책육아'는 커녕 자기 전에 그림책 한 권 읽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거의 홀로 육아를 하느라 그림책에 재미를 붙인 아이가 자기 전에 계속 더 읽어달라고 요구할까봐 지레 겁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내 아이는 낮시간대는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자기 전 모든 의식을 마치고 잘라치면 그제서야 책을 더 x100 보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좋은 그림책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서 보고, 그림책에 내 마음을 비춰보고, 위로도 해주고 그러고 나서야 아이들에게 나의 책을 보여주었다. 물론 간간히 책을 읽어주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그림책이라도 아이들은 '엄마 책'이라는 인식을 가져 주었다.

요즘은 좋아하는 그림책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알기 위해 동네 책방지기님이 운영하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여 그림책 인증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7살 아들과 책방에 갔는데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그림책이 너무 많아 짧은 시간동안 둘러보기가 아쉬웠다.

이런 나에게 온 책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이 책은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그림책 에세이이다. 그림책을 알기 전에는 '그림책 에세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언젠가 육아에 치쳐서 도서관으로 도피했을 때 봤던 그림책 에세이 <엄마가 되고 난, 이런 생각을 해-표유진 글>를 봤는데 참 좋은 느낌이었다. 책 속에서 보는 그림책 소개가 참 신선했고 엄마가 된 나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렇게 엄마가 되고서 저에겐 내가 나인지 너인지 아무나인지도 모를 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이 요동쳤어요. 모든 게 엄마가 되는 과정이려니 편하게 생각하자 하다가도 나의 작은 몸짓과 표정에 울고 웃는 아이를 보면 또 깊은 고민에 빠지는 밤들이 많았습니다.

<엄마가 되고 난, 이런 생각을 해>에서

그러고 보니 그 책을 통해 좋아진 그림책이 여럿이다. 거기서 소개된 책 중 '슈퍼거북'이라는 책이 좋아서 작가님이 동네 도서관에 초청되어 강연오셨을 때 반가움에 그림책을 들고 뵈러 간 적도 있다. 또한 에세이집에서 소개된 책 중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이 책도 참 반가웠다. 특히나 내가 좋은 느낌으로 보았던 <가만히 들어주었어>라는 그림책을 모티브로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 [가만히 들어 주었어]의 토끼처럼 내 곁에 있어 주고, 얼마가 됐든 기다려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준다면 잠꼬대와 울음을 동반한 나의 요란한 꿈꾸기가 멈춰질까? 요즘의 잠버릇은 말 못 할 고민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만히' 곁에 있어 주고, 기다려 주고, 들어주는 이가 필요한 때문이 아닐까?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P45

 

 

저자는 어떤 연유로 그림책 에세이를 썼을까? 책을 거의 읽을 때쯤에 이야기가 나온다.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_

이 책은 그림책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림책에 관해 잘 알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글은 애초에 내 몫이 아니었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즐겨 보는 사람일 뿐이지만 내가 잘못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림책에 관해 알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림책을 넘기고 있을 때의,

무엇에도 쫓기지 않고 요구받지도 않으며 마음껏 자신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을 얘기하고 깊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P273

앞서 말했듯이, 요즘 하는 '그림책인증'을 통해 그 때 그 때 나의 감정을 그림책에 비춰본다. 짧은 시간동안 책을 보고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기지만 그 짧은 기록의 문장속에 내 자신의 마음이 담겨 있어 살짝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가 되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토닥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받아보고 쉽게 작가님의 SNS계정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이 쓰신 다른 책들도 찾아보았다. 그 중 들어오는 책이 <전업주부입니다만> 이었다. 에세이를 통해 작가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마당이 있는 한적한 주택에 사시고, 텃밭도 가꾸고 살림을 제대로(?) 하시며 남편과 딸의 뒷바라지에 힘쓰는 주부로서의 삶을 잘 살아내셨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틈틈히 자연을 통해, 살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삶을 가꾸고 돌볼 줄 아는 깊이있는 내면을 가지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전업주부입니다만>을 병행해서 읽었다. 왠지 더 알고 싶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다.

두 책 모두 사람의 냄새, 엄마의 냄새, 주부의 냄새, 여자의 냄새가 나서 나는 참 좋았다.

사실 책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힐링하는 마음으로 즐기며 읽었지만 서평은 어떻게 써야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다 오늘도 '나다운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삶이 좀 고단해질때 팍팍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을 만나 반갑다.

 

기억에 남는 구절

78

지금 생각해보니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던 때, 식구들의 귀가 시간에 맞추느라 외출했다가도 허둥지둥 돌아오기에 바빴을 때, 시간에 맞춰서 밥을 짓고 빵을 굽느라 알람을 서너 개씩 맞춰 놓던 그때가 오히려 내게는 웜홀에서의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홀로 있을 수 있었으므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란 말은 할 필요도 없었다. 쌓인 설거지와 세탁종료를 알리는 알람 소리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 온갖 것들을, 책과 바느질감과 식재료들을 그대로 늘어놓고 바느질을 하고 책을 읽고 풀을 뽑았다.

104

나만의 방을 갖고 싶었다. 가능하면 텅 빈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무엇을 하든 처음의 느낌이 날 테니까. 책상을 들요놓고 스탠드에 불을 켠 날, 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 처음에는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중략) 낮에 억눌리며 숨어있던 감정들은 어두운 밤 홀로 있는 시간이면 방구석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와 나를 괴롭혔다. 호젓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시간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몰랐다. 밤마다 내 안의 온갖 감정들과 씨름을 했다. (중략) 애써 마련한 공간과 그 안에서의 시간을 형체도 없는 무언가와의 싸움으로 보내 버리는 게 억울했다. (중략) 나는 왜 내내 내 생각만 하고 있을까. 내 방이 '나'로 가득 차서 나 아닌 무엇을, 혹은 누구를 위한 자리를 만들 수 없었다. 방이 점점 비좁게 느껴졌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고 뒤뚱거리다가 온 밤을 보내 버리는 꼴이었다. 나를 줄이고 줄여서 작게 만들어야 방이 점점 넓어질 터였다.

131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꼭 지금의 우리를 닮은 것 같다고 친구는 잠시도 말을 쉬지 않았다. 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늙지 않았고 서둘지 않고 느긋할 수 있고 그래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해야만 하는 일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지금이 바로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때 아니겠느냐는 말을 들으면서, 요즘 주방에서 일할 때마다 틀어 놓는 영화 <다가오는 것들> 중 나탈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런 생각을 해.

애들은 품을 떠났고, 남편은 가고 엄마는 죽고

나는 자유를 되찾은 거야.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진정한 자유.

놀라운 일이야."

133

친구는 오래도록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따. 설혹 그것이 대단한 쓸모가 없더라도 다른 누구 혹은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정작 그게 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해하며 조바심을 드러냈다. 뭘 좋아하는지, 뭘 하면 즐거울지 고민하는 중이라는 말 속에는 설렘의 흔적이 보였다.

137

언젠가부터 나이를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긴 나이뿐일까? 여자라서, 아이가 있어서, 시골에 살아서, 본질과는 무관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나를 멈춰 서게 하고 돌아서게 한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어쩌면 그것들 모두가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57

집안에서 마당으로 나갈 때마다 버릇처럼 심호흡을 한다. 갇혀 있던 것도 아닌데 나가면 숨통이 트인다. 마당 식물들을 눈에 담으며 몇 걸음만 걸으면 물처럼 고여있던 생각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읽을 것, 공부할 것, 정리할 것, 쓸 것, 연락할 사람, 버려야 할 물건들, 기억해야 할 약속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나면 거기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보고 싶은 사람, 내가 가고 싶은 곳이 보인다. 드러난 것 뒤에 항상 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도 그렇다. 들여다볼수록, 책장을 천천히 넘길수록 더 잘 보인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아직 빛이 남아있는 마당에서 낮 동안 숨어있는 꽃들을 발견할 때 나는 내가 리디아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178

해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우리들은 안도하고 또 자란다. 삶의 어느 부분은 좀 모자란 듯 놔두어도 괜찮다. 안 되는 것, 겁나는 것, 피하고 싶은 것들을 인정하고 나면 삶이 그만큼 편해진다.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 진다. 좋아하는 것들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운이 좋다면 여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밀쳐 두었던 뭔가를 잘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숨어있는 재능을 찾아낼 지도, 잊었던 기쁨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삶은 매 순간 모습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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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서 이름을 잃어 버린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삶이 헛헛하다.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가 아니고 하고 싶은 만큼 엄마 노릇을 할 수 없어서 엄마는 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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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공원에 있는 한 사람을 주목해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일, 이 섬세하고 정교한 그림책을 발견한 이후 책을 펼 때마다 내가 되풀이하는 놀이다. 누구의 이야기도 다른 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거기 있었다.

한사람의 뒤를 쫓으며 그가 가졌을 이야기를 상상한다. 비록 보이는 것은 몇몇 순간에 불과하지만,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모퉁이를 돌 때마다 슬라이드가 넘어가듯 장면이 바뀌어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지 않아도, 어느새 그 속에서 숨겨진 저간의 사정을 알 것 같은 혹은 지나간 언젠가의 나였을 수도 있겠다는 누군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을 통해 보고 싶은 책_

베라 브로스골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

사노 요코의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정다정과 이소영 <매일의 메일>

오나리 유코<밀크티>

사노 요코 <쓸데없어도 친구니까>

<리디아의 편지>

엄혜원 <수영장 가는날>

엘렌 델포르주+캉탱 그레방 <엄마>

<공원을 헤험치는 붉은물고기>

<채링크로스 84번지>

<건지아일랜드 감자 껍질 파이클럽>

<모네의 정원에서>

무라카미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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