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 뉴베리 수상작으로 읽는 ‘아이 마음속 숨겨진 심리’
이영옥 지음 / SISO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라 했던가, 아이가 엄마의 거울이라 했던가... 유독 우리 아들은 엄마를 참 많이도 닮아간다. 난 비로소 아들을 통해 내가 나의 어떤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는지 발견한다. 엄마인 지인들과도 가끔 그런 얘길했는데 아이의 모습속에 내가 싫어했던 나의 단점들이 나오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심지어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요즘 아이와의 시간을 진득하게 갖지 못했던지라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고 쌓여서 아들은 자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바로 들어주는 것으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듯 굴었다. 그럴 수록 나는 반대로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만 생각하는(물론 아이들이 그렇다는 걸 알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좋지만은 않다.) 아들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지 못하고 "너는 왜 늘 엄마 상황은 보지 않고 너가 필요한 것만 요구하니? 그것도 당장 사달라고....."라고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어찌 어찌 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제서야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지고, 아이가 괜시리 짠해진다. 아이는 아이라서, 엄마가 제일 편하니까 엄마한테 마음껏 요구한 것 일텐데 내가 또 소중한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구나 싶어서 가슴까지 먹먹해진다. 더 심한 날은 먼 타국에 출타중인 애아빠를 괜히 원망하게 된다.

내가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들이 동생인 딸아이에게 나무라는 투로 말하고 말 끝마다 '오빠 말을 안 듣는다','너 자꾸 이러면 XX안 사준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내가 바뀌어야 되겠구나 싶었다. 내가 한 말투에 msg를 더 첨가해 더 앙칼지게 협박조로 말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부족한 나에게 온 책,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은 왠지 엄마인 나를 위로하고 기분전환시켜주는 책 같았다.

 

 

뉴베리 수상작으로 읽는

'아이 마음속 숨겨진 심리'

 

 

이 책은 수년간 발전소 설계 컨설팅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교육심리학을 공부해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이영옥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미 중서부의 한국학교, 시카고 여성회 산하 다양한 단체 등에서 부모와 교사를 교육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는 독특하게 '뉴베리상(18세기 영국에서 최초로 아동도서를 취급한 서점을 운영한 존 뉴베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상으로, 매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를 쓴 사람에게 주는 상) 수상 작품'을 골라 '성공 지능, 그릿, 공감능력, 글쓰기 힘, 자기효능감' 등의 키워드가 담긴 시기별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책에 담았다.

뉴베리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나에게 이 책은 새롭게 다가왔다.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들은 높은 문학 상으로 권장연령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사건의 전개와 해결을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가 있다는 사실!

 

위의 사진처럼 '뉴베리상 수상작' 중 작가가 택한 작품 속에서 말하는 주제와 중요 문장을 뽑아 예쁘게 편집되어 있는 그림이 사이 마다 있어 한 눈에 보기에 좋았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중 마음에 드는 몇 작품과 내용을 꼽아봤다.

우선, 우리 아이가 왜 요즘 유독 엄마에게 애정을 갈구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아빠의 부재로 엄마와 동생하고만 지내다보니 아이가 많이 외로웠나보다. 아직 많이 어려도 자신이 첫째란 생각에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도 참았으리라. 주변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 이모부가 많은 사랑을 주고 잘 챙겨줘도 부모의 넉넉한 사랑에는 미치지 못하나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는 암시를 준다. 아이들에게 소속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외로움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혹시 우리 아이가 이런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건 아닌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중 P128

 

 

 

P194

 

'아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속도가 있다는 것' 알고 있으면서도 내 아이를 볼 때는 여유있게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고 아이의 기질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주기가 참 어렵다. 위의 문장은 꼭 꼭 새겨둬야 겠다.

 위의 지면을 보고 딱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 기대감이 들었다.

<<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라는 책을 통해 풀어 쓴 미운 7살.

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

엉뚱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미운 7살'

라모나는 명랑한 여자아이로 7살이다. 매우 엉뚱하기도 해서 9월의 어느 날, 벌써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할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을 적으며 기뻐한다. 게다가 그 날은 아빠의 월급날이어서 아빠가 선물을 사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어쩌면 식구들이 종종 가는 햄버거집에서 외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떠있다. 그러나 그날 아빠는 안타깝게도 실직 소식을 들고 퇴근한다. 아빠가 실직하게 되자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엄마가 풀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고, 아빠가 직장을 알아보며 집안일을 맡게 된다. (중략) 라모나는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다고 적었던 선물 목록에 하나하나 줄을 그어 지운다. 대신 그 자리에 '행복한 가족'이라는 선물을 적어 넣는다. 예전과 같이 다시 '행복한 가족'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다시 웃고 농담 할 수 있게 된다면, 엄마의 근심 가득한 얼굴에 다시 미소가 찾아온다면, 뚱해 있는 언니가 다시 쾌활해질 수 있다면 고양이가 값싼 사료를 그냥 먹어 준다면... P222-223

라모나는 여러 가지로 돈을 벌 궁리를 하다가 아빠가 무심코 제 또래 아이가 햄버거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쟤는 아마 광고로 백만 달러를 받을걸?"라고 말한 것을 귀담아 듣고 그 때부터 광고 오디션이라도 볼 기세로 광고를 위한 온갖 연습이 돌입한다. 그러다가 교회 연극에서 '양'의 역할을 맡게되고 엄마가 옷감을 만들 시간도 돈도 여의치 않자 낡은 잠옷을 다듬어 의상을 만들어주는데 창피한 라모나는 연극 출연을 거부하며 떼를 쓰고 숨어버린다.

이야기도 흥미 있었지만, 저자의 부연설명에 눈이 더 갔다.


6-7세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한계는 '중심화'의 경향이 아직 다분히 남아있다는 것인데, 이는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에만 집중해서 다른 특징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향이다. 중심화가 대표적으로 표현되는 형태가 '자아중심성'이며, 이는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타인의 조망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 그. P227-228

지난 토요일인 어제, 이런 아들의 특징을 보고 무식한 엄마인 나는 아들에게 "왜 너는 엄마 상황은 못 보고, 너가 원하는 것만 당장 해달라고 조급하게 떼를 부려서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이렇게......."라고 해버렸다. 상황인즉슨, 나는 금요일 밤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아침에도 나쁜 컨디션이 이어져서 아이들이 깨서도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어서 클레이 쿠기 만들자. 주말에 하기로 했잖아. 어서어서."라고 다그쳤다. 결국 나는 지치고 예민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자리를 펴고 앉아 클레이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은 옆에서 자신은 무슨 색으로 무엇을 만들겠다고 당차게 얘기하고 5분,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내 못 만들겠다고 포기해버렸다. 결국 쿠키 만들기는 엄마 몫.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게다가 몸도 좋지 않아 썩 내키지 않은 활동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꿋꿋히 만들었으나 우리 집에는 오븐이나 에어프라이기가 없어서 프라이팬에 오래도록 구워야했다. 굽다가 지루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전자렌지'로 돌리는데 몇 분이 지났을까, 탄 냄새가 나서 돌아보니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미운 7살' 실체를 알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기특한 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P229"

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7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한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엄마만의 이야기(왜 너는 엄마 상황은 못 보고, 너가 원하는 것만 당장 해달라고 조급하게 떼를 부려서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이렇게...)는 자제하도록 해야겠다.

사금피리 한 조각

아무리 어려운 시련을 만나도 이겨낼 수 있는 힘

주인공 목이는 최고의 장인으로 꼽히는 도공 민영감의 열린 창고 문으로 보이는 도자기들에 홀려 그 안으로 들어가 작품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만 도자기 하나를 떨어뜨려 깨고 만다. 목이는 손해배상을 할 수 없으니 몇 달 동안 민 도공의 시중을 들겠다고 자청한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에 땔감으로 쓸 나무를 산에 가서 해오거나 물을 길러오고, 진흙을 퍼오는 일 등을 손에 피가 나도록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기회만 되면 민 도공의 작업을 눈여겨보고, 진흙을 거르는 과정도 독학으로 익힌다. (중략) 목이는 도공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그 당시 풍습은 도공들이 오직 자식에게만 비법을 전수하게 되어 있어 민 도공은 문하생으로 받아달라는 목이의 간청을 한마디로 거절한다. 그러나 결국 목이의 헌신적인 노력과 재질에 감동하여 목이를 양자로 삼고 죽은 친아들의 돌림자로 이름까지 지어주며 자신의 도공 비법을 전수한다.

목이의 '성취동기'를 기대x가치 이론으로 살펴보면, 목이에겐 도자기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기대치'가 아주 높다. 그리고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이 되는 것이 꿈이고 소원인 긍게 도자기 만드는 일의 '가치' 또한 아주 높다. 그러므로 목이의 성취동기는 아주 강하고, 이 강한 성취동기는 그가 아무리 어려운 시련을 만나도 이겨낼 힘을 주면서 꾸준히 노력하게 한다. P51-53


♥아이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 아이에게 무조건 공부를 더 하라고 득달하기보다는 우선 아이가 그 과제에 거는 성공 '기대'치와 '가치'를 알아내어 문제가 되는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P55

나는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즐겨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의 바탕엔 아이가 위의 문장처럼 성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고 노력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동발달 심리학자 바움린드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아의 발달이 좌우되는 걸 보여주며, 애정과 통제 그리고 수용을 겸바한 '권위 있는' 양육 태도가 가장 바람작하다고 했다. 이러한 부모는 아이를 자세히 점검하고, 그 결과 다양한 대안을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도 부모의 제안 안에서 자신의 목표, 가치, 흥미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자율성을 기르게 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P201

그 외 기억해 두고 싶고, 읽고 싶은 뉴베리상 수상작 작품은 아래와 같다.

<<헨쇼 선생님께>> _하루의 짐을 내려놓는 가벼움, 일기 쓰기의 힘.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_친구 간의 우정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작품 소개와 곁들인 심리학자 가트만의 청소년 친구의 기능 여섯가지는 기억해 둘 만하다.

1. 시간을 함께 보내고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 역할

2. 흥미 있는 정보 제공 및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기능

3. 시간과 자원 제공 및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의 기능

4. 자신감을 느끼도록 격려해주는 존재,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기능

5. 친구와 비교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게 하는 기능

6. 서로에 관한 것을 솔직하게 터놓고 서로에 관해 공유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 형성의 기능

<<마틸다>>_아이의 천재성을 개발해주고 싶다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라

여기서는, 밴더빌트 대학의 벤보우 교수의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기르는 데 있어 오로지 '천재성'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아이의 성취와 함께 아이의 행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1.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2. 아이가 어떤 것에 강한 흥미나 소질을 보이면 그것을 개발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3. 아이가 '좀 더 나아지는 것'에 유념하도록 능력보다는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

4. 아이가 지적 모험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배울 수 있는 폭을 넓혀 주어 실수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5.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능력을 평가하고, 혹시 아이에게 집중력이나 다른 사회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이 책은 추천사의 글에서처럼 '요점만 쉽게 정리한 아동 심리서와 재미있는 아동소설을 함께 읽어낸 듯한 뿌듯한 느낌을 준다'라는 표현이 딱 적합한 책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책에서 소개한 뉴베리수상작(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작품을 정리해 놓아서 후에 참고로 찾아 읽어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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