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감수성이 풍부했던 중학교시절, 책보단 짧은 문장의 시를 좋아했다. 함축된 의미 속에 담긴 세련미가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편지쓰기와 교환일기 쓰기를 좋아해서 편지, 일기형식의 글 후미에 마음에 드는, 좋아하는 시 구절을 인용해 적기도 했다.
그 때는 내가 글쓰는 걸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도. 그냥 사람이 좋았고 친구가 좋았고 따뜻한 정이 좋았고 사랑이 좋았다.
이성에도 눈뜨고 외모에도 관심이 많아질 시기에 난 그리 패션감각은 뛰어나지 못해 옷매무새를 만지는 손끝이 야무지지 않았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같은 교복치마에 조끼를 걸쳐도 참 예뻐보이는데 난 그냥 촌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계절마다 확연하게 변하는 학교풍경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에는 재주가 있었다.
학교가 시골학교(사는 곳은 도농복합도시라고 늘 말했지만)라 운동장도 엄청 컸고 심겨진 나무가 늘 푸르렀고 화단이 늘 잘 정돈되어 꽃이 피는 3월에는 알록달록 꽃들 앞에서 필름카메라로 사진도 찍으며 추억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학교를 만드신 분의 이름을 딴 ○○동산에 가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고 자율학습 중간 중간 공부가 되지않을 때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너른 벤치에서 졸기도하고 책도 보고 친구들과 시덥지 않은 농담에도 꺄르르 웃곤 했다. 낙엽이 바람에 굴러가는 것만 봐도 재밌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