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했던 중학교시절, 책보단 짧은 문장의 시를 좋아했다. 함축된 의미 속에 담긴 세련미가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편지쓰기와 교환일기 쓰기를 좋아해서 편지, 일기형식의 글 후미에 마음에 드는, 좋아하는 시 구절을 인용해 적기도 했다.

 

그 때는 내가 글쓰는 걸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도. 그냥 사람이 좋았고 친구가 좋았고 따뜻한 정이 좋았고 사랑이 좋았다.

 

이성에도 눈뜨고 외모에도 관심이 많아질 시기에 난 그리 패션감각은 뛰어나지 못해 옷매무새를 만지는 손끝이 야무지지 않았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같은 교복치마에 조끼를 걸쳐도 참 예뻐보이는데 난 그냥 촌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계절마다 확연하게 변하는 학교풍경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에는 재주가 있었다.

 

학교가 시골학교(사는 곳은 도농복합도시라고 늘 말했지만)라 운동장도 엄청 컸고 심겨진 나무가 늘 푸르렀고 화단이 늘 잘 정돈되어 꽃이 피는 3월에는 알록달록 꽃들 앞에서 필름카메라로 사진도 찍으며 추억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학교를 만드신 분의 이름을 딴 ○○동산에 가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고 자율학습 중간 중간 공부가 되지않을 때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너른 벤치에서 졸기도하고 책도 보고 친구들과 시덥지 않은 농담에도 꺄르르 웃곤 했다. 낙엽이 바람에 굴러가는 것만 봐도 재밌다는 듯이......

 

 

오랜만에 만난 시집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를 보고 한동안 옛 추억과 감성에 젖었다.

 

20대, 30대 초반 여러 모양들의 사랑을 하면서 설렘, 애달픔, 외로움, 공허함, 슬픔 등 많은 감정을 느꼈지만 왠지 이 시집을 보는 순간, 난 풋풋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가 작은 것에도 가슴뛰고 감동하고 미소짓고 아파하는 어린 소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 때 그 시절, 이 시집을 만났더라면 열심히 편지에 필사하고 있겠지 싶어 웃음이 났다.

 

 

꽃이랑 넘 찰떡으로 어울리는 시집

 

 

 

 

 

이 시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장 그대가 피었다.

2장 그대가 저문다.

 

1장에는 설렘 가득한 사랑의 여러 모양의 감정이

2장에는 아쉬움, 그리움 가득한 감정이 스며든 시들이 실려있다.

 

그 중 몇 가지 와 닿았던 시들을 조심스레 옮겨와 본다.

 

마음이란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중

마음이란 그런가 봐요

그대의 빈자리 공허함에

숨이 차올랐어요

저 바다의 심연, 그 어둠처럼

온통 고독이었어요

 

마음이란 그런가 봐요

그대 미소 한줌에, 나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다른 마음처럼

행복으로 차올랐어요

온통 맑음이었어요

 

미소

 

봄날의 따스함을 닮았다

겨울의 눈송이를 닮았다

오늘의 밤, 달빛을 닮았다

 

그대의 미소는 그렇다

아름답다 할 모든 것이 담겼다

어느새 나, 그대 미소를 담았다

 

나의 오늘, 그대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중

어둠이 짙다. 달이 사라진 밤처럼

숨이 시리다. 차가운 겨울밤처럼

온 하루 밤으로 가득했다

그런 오늘의 반복이었다

 

그런 오늘의 언젠가

그대가 왔다. 봄날의 따스함을 담았다

그대의 미소, 꽃 피었다. 봄날처럼

나의 오늘은 그대가 되었다.

 

그대란 꽃말

 

그대는 꽃 같아

한 송이 꽂처럼, 그대

향기롭다

 

봄날의 라일락

여름의 라벤더

가을의 코스모스

그대를 부르는 꽃말

 

흐르는 꽃향기

한껏 머금은 나비처럼

나 그대 향기에 물든다


사랑에 빠지면 온 세상이 상대로 물드는 것 같다. 이경선시인도 그녀를 향한 충만한 사랑으로 주체할 수 없는 마음들을 다소 정제된 언어로 표현했다.

지금은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누군가의 어여쁜 여인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지.'하고 추억할 뿐이다.

따스한 햇살아래 흩날리는 눈꽃송이와 참 잘 어울리는 시를 봐서 오랜만에 따뜻하다.

 

 

 

봄처럼 이별 

 

 

그댄 그날의 봄

 

내게 왔다

 

봄처럼 그댄

아리따웠다, 나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댄

 

봄처럼

내게서

저물어갔다

 

아름다이

아스라이

찬란하게

 

그댄 내게 그런 사람이라

 

그댄 내게 그리움이라

짙은 초록의 애달픔이라

깊은 심연의 고독감이라

저 하늘 홀로 외로이 뜬

달빛과 같은 사무침이라

 

그댄 내게 그런 사람이라

짙고도 깊게 핀 마음이라

 


 

 

이별을 하고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한숨, 눈물지었을 수많은 연인들......

어느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그대와 나의 추억 조각들.

 

추억이 담긴 장소에 가고,

무심코 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추억이 깃든 음악을 들으면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문득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옛 추억, 옛 사랑에 잠시 빠져 볼 수 있게 한 시집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삭막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 달근한 꽃내음을 풍기는 느낌으로 다가와주어 다시금 일상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기운이 솟는 것 같다.

 

 

 

 

++ 위 글은 시집을 제공받아 쓴 솔직한 글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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