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 흔하지만 가장 특별한 동행에 관하여
한혜진.오승현.박용미 지음 / 책소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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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아이를 낳고 난 후로 극명히 갈린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보니 속아도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는 기쁨,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겉포장 아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헬 오브 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결혼 새내기, 임신 새내기들에게 이런 걸 알려주지 말라는, 나만 모르는 사회적 약속이라도 있던 것일까? 아니면 나도 이렇게 속아서 살고 있는데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잔혹한 복수극일까?」

위의 문장은 꼭 나의 마음을 옮겨놓은 듯하다. 뭔가 아이를 낳고 속은 느낌, 엄마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이다. 문장으로 적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표현을 만났다.

내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애정하는 '엄마들의 온라인 성장카페'에서 카페지기이신 미세스찐님(한혜진님)과 일명 엄방(엄마의 꿈방)의 햇살님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현직 카피라이터 오승현님, 용마란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전직 카피라이터 박용미님이 함께 쓰신 책이 바로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이다.

작년 10월에 이 책이 나오고 바로 예약구매를 통해 만나보았다. 책은 역시나 겉모습도 안의 내용도 너무 너무 근사했다. 딱 제목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느낌.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자기 삶에서 점점 '내'가 사라져가게 된 여성들이 모여 '나'에 대한 공부를 '함께'한다. 나 자신이든 시간이든 경력이든 아니면 그저 물리적인 에너지든,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 속에서 삶의 어떤 것을 상실한 느낌과 그것을 함부로 말하면 모성의 책무를 힐난받는 무언의 압박... 이 모든 힘든 순간들에 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주는 경험은 지속되고 있다. 내가 온전히 존재해야 한 번 더 환히 웃으며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만들어진다는 걸, 이 공간의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감사하고 놀라운 비법을 조난자의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엄마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즐겁게 서로를 구할 수 있다고.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프롤로그 중에서

위의 이유로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가 나오게 됐다고 한다. '엄마의 꿈방'이라는 맘 커뮤니티에서 여러 엄마들이 뼛속까지 내려가 진솔하게 나눈 다양한 경험담과 사유들을 한데 모아 엄마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쓴 책이다.(p89인용)

 

책이 정말 예쁘다. 저런 아치형 문을 인테리어로 한 카페들도 많은데 책표지로 쓴 것은 처음 본다. 책표지에서 한 번 감탄하고 목차에서 한 번 감탄했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의 특별한 목차

짤막 짤막한 문장이나 단어로 구성되어지는 목차에 익숙한 나는 긴 문장의 목차들을 보니 참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하느라, 때론 육아와 살림에 일까지 하느라 바쁠 엄마들을 위한 배려라는 걸 알았을 땐 또 한번 입이 벌어졌다. 책읽을 시간조차 없는 엄마들도 목차들의 주옥같은 문장들만이라도 읽고 '함께 육아하는 공동체'로서 연대하는 느낌을 받고 힘내라고 하는 듯 친언니같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문장 하나 하나 공감되고 마음에 아로새기고 싶은 문장이 가득 담긴 책을 만나면 깨끗하게 책을 보기가 어렵다.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어야할 것 같고 필사도 해야할 것 같고.....그런데 서평은 쓰기가 힘들다. 왜냐면 옮기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많이 쓰면 작가님한테 누가 될까 염려스럽고 서평을 다시 읽기도 힘들다.

그런 책이 이번에 다시 읽은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이다.

아이를 낳은 후에야 비로소 '외로움'이란 단어를 가슴으로, 온몸으로 정학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끊어져버릴 것 같은 허리, 돌덩이 같은 목과 어깨, 현기증 나는 머리, 무거운 두 다리, 시큰시큰한 무릎과 팔목, 그 와중에 너무 굶어 꼬르륵거리는 배, 그래도 참아보려 했다. 몇 분만 노력하면 이부자리에 머리를 뉠 수 있다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그런데 아이는 계속 울었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이내 괴성을 질렀다. 시계를 확인할 때매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중략) 아이의 울음에 내 울음이 섞였다. 엄마가 울어도 아이가 그것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라는 사실이 나를 더 서럽게 했다. 다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냥 이 방에서 나가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높여 음악이라도 듣고 돌아오면 아이가 자동으로 잠들었으면 싶었다. (중략) 쓰러질 것 같지만 시간은 내게 쓰러질 틈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일 또 오늘을 복사한 하루가 돌아올 거라는 사실은 나를 더 두렵게 만들었다. P35


내 손따라 움직여주는 순한 아이를 봤을땐 한없이 사랑스럽고 천사같은데 엄마도 아이를 낳고 몸이 예전상태로 다 돌아오기전에 점점 무거워지는 아기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때 먹지못하는 엄마가 낮에도 돌보고 밤에도 온전히 혼자 돌보려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내가 아는 동생은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데 그 아이들이 어렸을때 젤 힘든 부분이 " 늘 이런식으로 다람쥐쳇바퀴 돌듯 살 것 같아요. 이게 끝나지않을까 두려워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보다 엄마의 촉이 곤란에 처한 아이를 구하곤 한다.

 

다섯 살은 너무 어리다는 걸 선생님들이 감안해주시면 안 되는 건지, 적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아이의 타고난 적응력만 운운하는 반응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 날 밤,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나는 더 이상 유치원에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죽여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나는 체육이 너무 싫어. 원래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싫어."

"응, 체육 선생님은 나한테 하기 싫은 걸 자꾸 하라고 해. 나는 체육 선생님이 무서워. 우리 반 선생님도 무서워, 나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

"유치원에 가기 싫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런데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조용히 하란 듯 말하는 것이었다.

"쉿...! 엄마, 이건 우리끼리의 이야기야. 절대로 말하면 안 돼. 말하면 큰일 나."

그런 말은 누가 쓰는 거냐 고 재차 묻자 아이는 어서 자자며 말을 돌렸다. 대체 무엇이 다섯 살 아이를 이렇게 조바심 나게 한단 말인가? 다음 날, 유치원을 그만뒀다.

(중략)

. P60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적응하는 문제는 아주 큰 문제다. 엄마라면 선생님들이 자기 아이 기질이나 성격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주길 원할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은 없었고 늘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주시는 믿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판타지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엄마라는 드라마, 극장을 가지 않아도 내 삶은 늘 버라이어티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 시시각각 변하는 낯선 상황의 속출, 듣도 보도 못한 괴성과 암호 가득한 몸짓의 언어, 이것은 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예측 불가 스릴러다. 해맑은 주인공 아이가 펼치는 아찔한 모험 스토리는 엄마라는 관객에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릴러 장르이다.

어쩌다 보니 엄마는 영화 감독이 되었다. 고루한 과거로 뛰어든 타임리프 판타지와 예측 불가의 육아 스릴러를 어떻게 결론지을지 매 순간 고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은 '엄마'라는 드라마는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그 묘미! 물론 오늘도 눈물나는 생고생 스토리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일 것이다. 자, 오늘도 레디 액션! P64


끝은 알 수 없는 게 묘미, 눈물나는 생고생.... 아이와 함께 하는 스펙타클한 세계에 대해 너무 재치있게 한 표현들이 재미있어 그 문장들을 옮겨왔다.

바로 옆에 잠들어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다 참아지고 견뎌지는 순간, 바로 아이가 자고 있는 걸 바라볼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이가 잠들면 아이를 그리워하는 이상한 엄마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만큼 사랑이 넘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p97

아이가 자는 동안 엄마는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여행을 한다. 과거 여행은, 경이로움에서 시작한다. 정녕 내 배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신기하다. 기적 같다. 현재 여행은, 하루를 돌아보며더 시작한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잘 자라고 있구나. 이런 아이에게 왜 너 잘해주지 못하고 화만 낼까? 못난 엄마 만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 미래 여행은, 약속으로 시작 한다.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내일은 더 안아줘야지....p99-100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을 많이 한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 그립다」이다. 참 이상한 말이다. 옆에 있는데도 그립다는 말. 사실 연애할때도 이런 느낌까진 아니였다. 온전히 애정을 듬뿍 쏟을 수 있는 상대가 자식이지않나 싶다. 마냥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사랑스런 보물들..... 그런데 그런 아이인데도 낮에 이런 저런 이유로 어린아이와 옥신각신 하다보면 사랑스런 눈빛으로 봐라봐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경우엔 밤마다 잠든 얼굴보며 웅크린 다리를 펴주고 작은 등을 쓸어주면서 엄마가 부족해서, 마음이 넉넉치 못해서 더 다정하게 대해 주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읊조리게 된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이 책 정말 다시 봐도 참 좋다.

정말 좋은 구절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참 몇 문장 꼽기가 힘들었다. 위에 옮긴 것 말고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그 중 아쉽게도 세 개만 더 꼽아봤다.

아이라면 누구나 지나는 흔한 과정일지라도, 엄마에게는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경이로운 다큐멘터리가 된다.

 

시간은 마이너스 통장도,

대출도 안 되는 걸까?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무리 남들이 나를 '엄마'라 칭해도

낯설기만하던 그 단어가 너의 입을 통해 나의 진짜 이름이 되었다

 

엄마로서의 삶은 참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하다. 늘 새로운 이벤트가 있고 엄마나이를 먹을 수록 내공이 쌓여 아이를 대하는 여유와 기술이 생긴다. 그런 능력자들의 공로를 요즘은 그나마 조금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엄마들의 삶을, 목소리를 대변한 근사한 책, 엄마이든 아니든 사람살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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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 엄마가 준 상처로부터 따뜻하게 나를 일으키는 감정 수업
이남옥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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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가족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도 엄마가 되다보니 나의 엄마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삶이 궁금해졌다.

한번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던 엄마의 어린시절, 일찍 돌아가셔서 뵌 적 없는 양가 조부모님들. 지금 현재의 원가족을 이해하는데에도, 친청부모님을 이해하는데에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오늘 만난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란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학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여성학과 가족치료, 놀이치료 등등을 공부하며 우리 가족을 문득 돌이켜 생각해봤었다. 우리 가족은 어떤 가족일까. 특히 '가족치료'를 공부할 때나 현장에서 복지사로 근무를 하면서 가족에 대해 배우고 다른 가족을 돕는 나로서는 정작 우리 가족의 문제는 직면하면서 개선해 볼 엄두조차 못내는 것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도 더러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가족 구성원 중 제일 권위가 낮아서 내가 가족의 문제를 거론하고 긍정적인 변화 방향성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나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참 이상하다. '엄마라는 자리'가 나를 참 많이도 변화하게 만든다. 원가족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강해서 결혼을 선택했던 나인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친정부모님과의 관계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나와 신랑이 속했던 가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신랑과 나도 결혼한 주체로서 부모님 가정으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하고 원가족을 잘 보살피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하지만 우선 나부터 제대로 알고 변화하잔 생각으로 펼친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는 참 잘 읽혔다.

요즘 뭐 특별하지도 않게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전처럼 책 읽고, 글쓰는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는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어제 오랜만에 혼자 책을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마침 도착한 책이었다. 잠시 작가소개와 목차만 훑고 다른 책을 보려했으나 호기심에 내려놓지 못하고 읽게 되었다.

 

 


 

엄마가 준 상처로부터

따뜻하게 나를 일으키는

감정 수업

 

-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중


위의 '소제목'이 나의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가족상담치료의 대가이자 가족상담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저자 '이남옥'님은 독일 올덴부르크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에서 부부가족치료 전문가, 가족갈등관리 ·조정 전문가로 일했다. 2004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며 가족치료와 가족 세우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치료과정을 대중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수많은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짚어내야 할 마음의 기억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엄마를 원망하거나 외면하면서 상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 아래 흐르는 관계의 긍정적인 힘을 발견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 관계의 시작, 엄마를 찾아갑니다.

2부 나를 새롭게 이해하는 엄마와의 대화

3부 뿌리 깊은 자존감의 힘, 가족 심리 테라피

4부 엄마와 나, 달라진 우리의 시간

으로 되어 있다.

글은 저자가 만난 내담자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며 내담자를 포함한 가족들의 다양한 심리 상태와 가족관계 유형을 설명하고 편안한 가족 형태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가족(친정부모님과 친정언니)을 돌아보기도 했고 가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부와 2부는 빠르게 읽혔고 가족치료이론을 통해 긍정적인 가족 형태로서의 방향을 제시한 3부와 4부는 좀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오늘도 공감가는 문장들을 적어보고 그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들을 적어보려한다.

페이지 45.

(엄마와의 에피소드-엄마의 심부름을 하고 잔돈이 남았는데 엄마가 신경쓰지 않자 그 돈으로 과자를 사먹었다. 엄마가 나중에 이것을 알게 되고 집 앞 마당에서 자신을 때렸는데 이것을 친구들이 본 것이 너무 창피하고 속상해서 잊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 안에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용서와 유머입니다. '아, 그런 적이 있었지'하면서 부정적인 에피소드일지라도 안정 애착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고 나에 대한 수용, 관계에 대한 회복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 건강한 관계입니다.

 

책에는 '에착유형(네가지_안정애착, 불안정 양가적 저항 애착, 불안정 회피적 애착, 불안정 혼란형 애착)의 점수를 체크해볼 수 있는 문항지도 수록되어 있다. 총 36문항인데, 나는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불안정 회피적 애착'인 것 같기도 하고 '불안정 양가적 애착'일 것도 같다.


페이지 55.

사랑은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관점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랑이 누구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를 보면서 많이 느낀다. 나는 아이한테 잘한다고 하는데 아이는 불만족스러울 때가 더러 있다.


 

페이지 65.

"두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엄마의 삶을 제가 돌봐야 될까요?"

(중략)

우리가 꿈꾸는 부모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곁에 계시면서 성장 과정을 함께하지만 성인이 되면 부모님의 지지와 격려 속에 세상 밖으로 나가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리울 때 달려가면 언제든지 푹 안겨 쉴 수 있고, 있는 힘껏 사랑을 받지만 떨어져 있더라도 든든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몸은 멀리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연결된 느낌을 받는 것이죠.

독립은 단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와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분리와 독립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죠. 부모가 결혼생활의 외로움과 허전함, 실망감을 자녀를 통해서 풀려고 하면 자녀는 더 이상 자녀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자녀의 분리와 독립은 부모가 자녀의 생활과 감정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정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제가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부모를 받아들이는가, 부모는 나를 받아들이는가.'

나는 결혼을 하면서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였다. 하지만 친정언니는 결혼을 한 후에도 친정부모님과 함께 살며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삶을 꽤 오랫동안 살았다. 물론 육아와 살림 부분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정서적으로 언니에게 많이 의지하는 엄마때문에 언니가 많이 힘들어보였다. 지금은 집도 분리해서 따로 살면서 왕래하는데 예전보다 훨씬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엄마가 언니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아빠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다던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받고자 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페이지 66.

받아들임은 존재를 온몸으로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이해되는 경험입니다. 그 경험이 충족되면 정서적 독립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우리 신랑은 자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친정도 가깝지. 지인들도 가까운 데 살지. 외로울 일 없잖아. 근데 나는 부모님과 자주 볼 수도 없고 친구들도 다 멀리 떨어져있고... 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투정이야." 그런 말을 하면서 시가로 달려가서 심적 위안을 얻으려는 것을 볼 때마다 원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분리가 덜 됐구나 많이 느꼈다.


 

페이지 97.

존재감이 없는 딸이었는데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결사의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보란 듯이 뒤처리를 해주면 그제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역시 나구나'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돼'하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 후 인정 욕구에 목마른 그녀는 역시 인정 욕구가 강한 남편을 만났고, 두 사람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부가 서로 인정받고자 아우성대고 있었던 것이죠.

위의 문장을 보면서 '이거 딱 우린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도 나도 뭔가 사소한 다툼이 생기면,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는데.... 잘 살기 위해 이렇게 이렇게 하는데"라는 말을 서로가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 할 때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서로의 인정욕구를 잘 채워줄 수 있을까

 

페이지 108.

오래된 상처를 뒤덮을 만큼 과거의 기억에서 자신과 맞닿고,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면 뇌의 구조가 달라지면서 긍정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됩니다. 인간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이런 마음이 뇌를 움직이고, 참으로 묘하고 강한 회복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간절히 소망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페이지 161

"당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장점의 뿌리를 찾아보세요. 자신의 장점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세요."

(중략)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하다 보면 어느덧 깨닫게 됩니다.

'내게 있는 성실함의 뿌리는 너무나 귀중한 보물이구나. 내 안에는 이런 좋은 것이 있구나. 그럼 나는 이 유산을 더 좋게 만들어야겠다.'

한 두 달 전인가,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엄마를 모시고 언니네 부부와 간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오랫만에 엄마의 친정식구들과 만났는데 큰 외삼촌, 외숙모, 이모, 외사촌 오빠들, 외사촌 동생들을 보면서 '우리 엄마는 참 선비같은 가정에서 자랐구나. 다들 어쩜 저렇게 점잖고 신사적이신지..'라고 생각했다. 그 분들의 온화한 말투와 표정, 행동들을 보며 '엄마가 비록 너무 일찍 부모님을 여의셨지만 온화한 가정에서 자라셔서 한 번도 우리 자매에게 화를 내신 적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를 보면서 엄마의 뿌리를 찾아보며 나에게도 그 뿌리에서 나온 장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면서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궁금해졌다. 꼭 기회를 만들어서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페이지 163

상담을 진행하면서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떄, 내가 가진 특성 외에 개인에게 흐르는 가족의 맥락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족 시스템 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그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가족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인 '가족세우기'에 대해 알 수 있다. 전에 학교다닐 때도 배운 적이 있고, 텔레비전 프로에서 본 적이 있는데 가족 갈등이 깨끗하게 해결되지 못한 우리 가족도 해보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는 '가계도 그리기'도 있는데 복지사로 일하면서 '사례관리'했을 때가 떠올랐다.


페이지 206

"저는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엄마에 대한 미움만 가득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이 다가 아니었어요.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보고 나니 저는 무엇이든 할 용기가 생겨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가족의 마음을 읽고 변화의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내 안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납니다. 그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기적 같은 일들입니다. 그 과정은 우리 자신에게 해주는 격려의 메세지이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 갈 날들을 위한 힘찬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페이지 219

어떤 사람이 늘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야기 그만하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좀 해" 이렇게 말하면 그 사람은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사람의 부정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대화를 시도해보도록 합니다.

"그렇게 걱정하면서 부정적인 위험 요소를 대비하려는 거군요. 조심스러운 당신의 진지함이 보여요."

그러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빼고 조심스러움, 진지함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프레임을 전환시킵니다. 문제를 조금만 바꾸었는데도, 상황이 바뀌고, 언어만 바꾸어도 문제가 자연사합니다.

페이지 235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지 못하면 세상이 내린 잣대로 그 의미가 굳어집니다.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 있더라도, 달라진 시선 하나로 삶의 희망은 새롭게 재생됩니다. 저는 그래서 항상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럴 만한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입니다."

위의 문장들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과 힘이 되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가족문제가 풀릴 수도 있을 거란 희망도 생겼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가족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족간의 문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참 많다. 가족을 한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고 떨어져서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 추천하고 싶다.

++ 이 글은 '엄마의 꿈방(네이버 온라인카페)'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꼼꼼히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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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 맡긴다는 것 - 리더가 일 잘하는 것은 쓸모없고, 일 잘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CEO의 서재 23
아사노 스스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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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젊은 사장님이 생각났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데 내가 일하는 센터의 장이므로 '사장님'이고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한동안은 그 말이 입에 잘 붙지 않아 호칭을 부르지 않았는데 본사 관계자나 거래처에서 자연스레 '사장님'이라고 부르기에 나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물류센터. 일한지 벌써 올해 9월이면 2년이 된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경력을 살려 취업하기에는 어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감으로 업무 시간이 좀 늦은 이 곳에서 지인 소개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사람들 눈치보느라,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진이 빠졌다면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일이 많아 체력적으로 지쳤다. 요즘에는 그래도 눈치도 생기고 사람들도 파악하고 업무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늘 근육통으로 아팠던 어깨며 팔다리가 이제 좀 괜찮은 듯 하다.

아무튼, 어느 직장에 가든지 직장내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난 사실 이 직장에 들어온 초반에는 아무리 단순업무라고 하지만 그래도 배울 것이 있겠지, 사업 노하우나 마케팅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린 사장님과 둘이서만 일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우선 가족사업장이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대리점 쪽의 사장님과 그 외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 예의와 격식을 갖춰서 한다기 보단 허물없이 하다보니 잡음이 오히려 많았고 그 사이에 있는 일개 직원인 나로썬 여러 사람들의 '감정 쓰레기통'의 역할을 해야했다. 그것이 제일 큰 어려움이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잘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했고 서로 간의 조율이 예전보다는 잘 되어서 정말 해야하는 일만 실수 없이 하면 된다.

두번째로 현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말하자면, 사장님이 업무 지시를 내릴때 정확하게 전달을 하지 않아서 불편하다. 늘 해왔던 것이지만 가끔 새로운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방법에 다르고 준비해야할 것도 다른데 내 입장에선 미리 체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나마 브리핑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거의 내가 물어봐야 대답을 하는 식이다. 물론 눈치가 생겨서 오전에 들어온 물건들을 보고 대충 필요한 것들을 짐작을 해서 준비할 수 있지만 뭐든 물어보고 진행해야 하니 일의 효율도 떨어지는 것 같고 일을 함께 하는 부하직원으로서 나를 잘 믿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핑계일수도 있지만 난 적당히 일머리를 쓰려고 한다. 그냥 나를 평가하고, 내가 하는 일을 평가받을 때 대하는 범위에 한계가 있으니 나도 더 발전적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사장님의 일 시키는 방식도 영향이 있지만 여러 가지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직업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을 중요시했던 나인데, 직업적인 일 외에도 개인적으로도 그런 부분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100% 충성심을 가지고 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을 보며 지금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90년대생(나는 그보다 많지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에 쓰여진 경영, 관리 감독에 대한 책이라 도움이 꽤 될거라 기대하고 보았는데 내가 읽는 것보다는 중간 관리자 위치에 있는 우리 남편이 읽으면 더욱 현실감있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뒤표지만 봐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 우리 사장님이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워서 나에게 일을 잘 맡겨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한편으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당히 일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어서 이 책을 통해 일을 맡기는 사람과 일을 맡는 사람의 여러 유형도 살펴보고 나와 비슷한 유형을 엿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일을 맡기는 리더인가?

유형1_플레이어형 리더] 실무를 쥐고 있어야 해!

☞ '이 정도는 부하 직원이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일을 자신이 하고 있다. 혹은 부하 직원의 일을 대신 하는 것이 즐겁다.

리더가 일개 담당자로 실무에 몰입하면서 이런 책임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정도는 부하가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을 맡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리더가 관리자보다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데 자신이 맡은 실무에 중점을 두고 있는 리더는 위험을 감수하기를 주저하며 자신이 플레이어로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계속 리더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임면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래서는 리더로 임명한 의미가 없으므로 결국 리더가 아닌 플레이어로서 활약할 수 있는 직책으로 이동시키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P28

문제점)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부하 직원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의 업무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 간의 업무 소통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사업 방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 전체의 변화를 추진하지 못한다.

자신의 업무를 해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유형2_ 소심 걱정형 리더] 보고받지 않으면 불안하다.

☞ 부하 직원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혹은 부하 직원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문제점)

이메일이나 일간 회의, 주간 보고 등 정해진 절차에 다라 보고받는 것이 만족하지 못하고 "그건 어떻게 되었나?"라며 시시때때로 보고를 요구하는 까닭에 부하 직원들도 그런 리더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하게 된다.

[유형3_ 방임형 리더] 각자의 일은 각자 알아서

☞ 어떤 업무가 부하 직원에게 도전적인 것이고, 어떤 부분이 어렵게 느낄 업무인지 알지 못한 채 그냥 업무를 맡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부하 직원의 업무에는 관심이 없다.

문제점)

방임형 리더는 처음부터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까닭에 기술이나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부하 직원의 특성을 파악해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런 리더들은 '경청'이나 '코칭'같은 커뮤니케이션 연수에 참가시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외, 속수무책형 리더와 부적재 부적소형 리더가 있는데 P46-47에서 보기좋기 정리가 되어 있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P46-47

한정된 시간에 많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부하 직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지도하려고 하면 결국 생산성이 낮은 난감한 사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그러나 본래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 기대치가 높은 우수한 부하 직원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빨리 리더를 보좌하는 위치에 오르게 하고 좀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처리하며 업무에 흥미와 도전의식을 갖게 하고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P56

조직의 자원을 배분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중기적인 구상을 세울 때에는 부하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업무를 맡기게 된다. 하지만 부하 직원의 처우를 결정하는 인사 평가를 할 때에는 목표한 업무의 달성 여부만이 아니라 그 직원이 마땅히 했어야 할 역할과 책임까지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사원의 현재 수준과 인사 평가에서 요구되는 책임과의 차이가 클 경우에는 그 점까지도 평가 결과에 확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자신의 위치에 맞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목표를 달성했는지의 여부만으로 좋은 점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P58-59

 

우수한 사원에게도 방심은 금물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부하 직원의 능력이나 경험보다 수준이 낮은 업무를 맡기면서 "좋은 경험이 될 거야","이건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업무네"와 같은 앞뒤가 안 맞는 메시지를 준다면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부하 직원은 리더가 자신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불신하게 된다.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우수한 사원에게 일을 맡길 때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P79

우수한 부하 직원일수록 많은 업무를 끌어안고 있으므로 일을 맡길 때에는 부하 직원이 양적인 부하를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실히 파악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의욕이 하락하며 노동 생산성도 저하된다. 아무리 부하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매력적인 업무라 해도 부하 직원의 상황을 확인하면서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맡겨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될 것 같은 업무와 지금 시간을 들여야 할 업무 등을 구분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P84

앞으로의 리더는 매우 한정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조직의 성과를 유지하고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나 리더 본인의 시간도 무한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자신이 모든 일을 처리하려 하기보다 일을 맡기는 것이다. 부하 직원에게 적절하게 일을 맡겨서 활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근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의 능력 향상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일석이조를 실현할 수 있다. P93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적어도 앞으로 입사할 젊은 인재가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출세나 높은 연봉이 아니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일과 개인적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휴일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90년대생의 경우 무리해서 승진을 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책임만 무거울 뿐 그에 걸맞는 보수를 받지 못하며 자유 시간도 적은 관리직은 더이상 사원들의 목표가 아니다. (중략) 대다수의 사원은 무엇보다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 P96

지금의 젊은 사원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선배 사원들은 "해봐야 알게 되는 것도 많으니까 일단은 그냥 해봐."라고 말하지만, 젊은 사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이전 세대보다 강한 특징이 있다. 일일이 부하 직원에게 의미를 이해시키면서 지도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의욕이 눈에 띄게 저하되거나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둬버리는 경우도 있다. P103-104

나도 일을 할때 주어진 업무의 '의미'를 이해해야 일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님은 옛날 분이라 무조건 지시하는 대로 해볼 것을 말씀하셨지만 내 생각에 아니다 싶어 말씀드렸다가 호되게 꾸지람을 맞은 적이 있다. 이후에 나는 다른 파트로 옮겨 갔는데 그분께서 나의 새로운 상사분께 "아무개는 일을 빨리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지만, 그 일을 해야하는 이유와 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서는 일에 몰입해 성과를 거두는 아이이니 좀 기다려주기를 바라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리더가 업무의 양을 알고 있으면 설령 부하 직원이 도저히 못하겠다며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 (중략) 최대한 집중해도 하루 이상 걸리는 업무를 맡길 경우에는 먼저 업무의 목적, 업무 내용, 성과나 목적의 결과물을 명확히 하고,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든다. 이때 다음의 일곱 가지 시점에서 업무를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P128

 

「일을 잘 맡긴다는 것」P130

지금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입사했을 초반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누가 시키지않아도 업무일지를 썼었다. 그날 그날 한 일을 적고, 고객응대 내용을 적고 다음 날 처리해야 할 내용들을 적었는데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책에서 처럼 직장 상사가 일을 맡길 때 구두로 간단하게만 전달하는 것보다 '업무 의뢰서'를 작성해서 준다면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에서는 '업무 성숙도에 따라 일을 맡기는 방법(페이지 140-143)도 설명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장님이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법은 성숙도1의 부족한 초보자에게 지시형으로 맡기는 방법이란 것이 확인되었다. 생각같아선 '목표를 함께 결정하고 업무 진행방식도 함께 결정하고, 부하 직원에게 행동 계획은 작성하게 하고 문제 해결도 스스로 하게 하며, 부하 직원이 의사 결정을 하고, 상사가 적절히 진척 상황을 확인한다'는 성숙도4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목표와 업무 진행방식을 함께 결정하고, 부하 직원이 원한다면 지지해자고 지원해주며, 자원이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직원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지원한다'라는 성숙도3의 단계로 나에게 일을 맡겨주었으면 한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이 책을 우리 사장님과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책을 읽으실 분들이 아니라 너무 아쉽다.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고, 중간 중간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보기 참 좋았다. 빨리 빨리 문화가 익숙한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일을 잘 맡기는 리더들이 많아져서 알맹이 없는 과잉업무가 아닌 알토란 같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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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유치원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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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좋아하는 그림책 인증하기'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에도 그림책을 좋아했지만,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많은 그림책들을 아는 것은 아니여서 이 참에 다양한 그림책들도 알고 접하고 싶어서 참여했다.

한 20일정도까지는 꾸준히 네이버블로그에도 그 기록을 남겼는데 점점 밀리고 하루 하루 바쁘다보니 아예 손을 놓게 됐다.

그래도 아직 프로젝트는 참여중이다.

참 이상하게도 뭔가 좋아하는 것이 생기니 이로 인해 자연스레 연결되어 나에게 따라오는 것이 생겼다.

우선은 책을 꾸준히 읽다보니 좋은 책에 대한 정보가 쉽게 눈에 띄었고 트렌드있는 책을 보는 안목이 좀 생긴 것 같다. 물론 그런책들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 책은 물론 아이들 책, 어른이 보는 그림책에 대한 정보도 많이 생기고 출간 전 책을 먼저 받아보는 설레고 흥분되는 기회도 간혹 생긴다.

이번에 나에게 온 책,

「당근 유치원」은 인스타를 보다가 알게 된 책이다.

창비에서 출간 될(내가 서평이 너무 늦은 바람에 이제 막 세상으로 예쁜 자태를 하고 이미 나왔을 것 같다😂😅😅)

실제 책 사이즈는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으나 비매품이라고 찍혀 온 얇은 소책자를 보게 되었다.

나도 그림책을 받고 반가웠는데 이 책은 우리집 꼬마들도 무척 반가워했다. 사실 큰 아이에게는 미리 '당근'을 좋아하는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곧 선물로 만나게 될거라 얘기해 뒀었다.

이 귀여운 그림책의 주인공은 '빨간 토끼'와 '곰'선생님이다.

책표지를 보니 어릴 적 소풍가서 단체사진 찍은 게 생각이 난다. 흰 색 상의에 비슷한 바지를 입은 토끼아이들 올망졸망 모여있는데 '만세를 하고 있는 아이','윙크를 하고 있는 아이','다른 곳을 응시하는 아이','멋짐'포즈를 취하는 아이,'얼굴옆에 브이를 한 아이'등 표정도 몸짓도 제각각이다.

믿고 보는 '안녕달그림책'

신간.

책 제목답게 '당근 유치원' 대문을 들어서는 엄마와 빨간토끼아이.

머리가 뒤로 좀 젖혀 있는 것으로 보아 억지로 끌려가는 듯 하다. 대문 안쪽에선 다람쥐가 서 있다.

사진으론 안남겼지만 다음장에선

유치원 마당 풍경이 펼쳐진다. 마당 한쪽편에선 고양이 선생님이 반아이들이 아담한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걸 돕고 있고 그 주변에선 물뿌리개로 장난치고 꽃에 물주고 흙장난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다른 쪽에선 여우선생님과 그 반 아이들이 모여 있다.

다람쥐(꼼꼼하게 보니 다람쥐가 원장선생님인 듯)의 안내를 따라가니 곰선생님이 쓰레기를 버리시다가 처음 온 친구와 엄마를 발견하고 놀라는 표정그려있다.

그리고 이어서 선생님 소개.

얼굴이 엄청 넓~~은 우리 곰 선생님.

그림이 참 귀엽다.

 

새로 온 빨간 토끼와 한 아이가 싸움이 나자 "안 돼요!"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선생님.

 

위의 그림이 아이들과 「당근 유치원」을 보며 아이들이 재미있게 본 장면 중 하나다.

"나 처럼 해봐요♪ 이렇게♬"

노래부르며 거대한 몸짓으로 두둠짓 움직이는 곰선생님을 따라 하는 행동도 말도 다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도 " 선생님 똥 마려워요"하자 우리집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는다.

빨간 아이는 처음에는 곰선생님에 대해 부정적이더니,

선생님께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이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급기야 유치원이 좋아져서 휴일에도 유치원을 가고 싶어하는데......

 

 

 

선생님이 좋아져서 " 나는 우리 선생님이랑 결혼해야겠다"라고 하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흐뭇해하며 귀여워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

아이의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아주 귀여운 그림책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곰선생님.

무슨 생각을 하며 웃었나.

나도 아이들도 함께 보며

웃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책도 얇고 가벼워 가방에 쏙 넣고 다니며 읽어달라고 할 때마다 읽어주고 또 읽어줬다.

왠지 이 책.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사랑 듬뿍 받을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가제본 책을 미리 받아 재밌게 보고 솔직히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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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
서지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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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부터 우리 집 큰아이가 "엄마, 나 오대양 육대주 안다~ 말해 볼까?"하더니 "오대양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남극해, 북극해고.....육대주는 음..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 뭐더라. 아, 맞다! 엄마 나 알아, 가만 있어봐. 다시 처음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어때? 맞지??" 하기에 깜짝 놀랐다.

이제 7살이고 어린이집에서 이것 저것 배우니까 주워들었나보다 할 수도 있지만 '세계지리'의 '세'자도 모르는, 내가 난 아들이 그걸 줄줄이 외워 말하니 '얘는 뭐지?'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에도 나보다 방향 감각이나 길을 잘 찾아서 신기했었는데 우리가 사는 좁은 동네를 벗어난 세.계에 눈을 돌려 관심을 갖고 엄마도 잘 읊지 못하는 걸 읊으니 정말 새로웠다.

'지리'라고 하면 나와 비슷한 세대인 7080세대는 '사회과부도'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지리 시간에 서브로 함께 가지고 다녔던, 잘 펼쳐보지 않았던 그 책. 나는 유독 '지리'시간을 지루하고 힘들어했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은 낭창 낭창한 목소리에 옷도 럭셔리하게 예쁘게 입는 분이셨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개그우먼 '김지선씨'를 조금 닮은 듯 하다) 항상 수업을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몇 몇을 포복절도하게 만드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 수업에 들어가면 그 낭창 낭창한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늘어지고 졸음을 불러오는 목소리 모드로 바뀌었다. 수업도 하필 점심시간 후, 5교시에 배정되어 있어서 잠깐 박장대소하고 웃다가도 수업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난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예 1인용 책상과 한 몸이 되어 바짝 엎드려 잠들고 말았다. 주변 친구들의 제보에 따르면 선생님은 내 주변을 서성이시며 내가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의 강약을 바꿔보고, 나를 살짝 건드리셨단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의 터치에 "아이~C"를 외치며 터치를 하다 멈춘 손을 툭 거둬내버렸다.

그만큼 내가 지루해하고 어려워했던 과목 '지리'

나와 다른 아들을 보는 것이 때로는 좋기도 하면서 부담이 될 때도 있다. 바로 그 때가 아이가 세계 각 나라에 관심을 보이고 궁금증이 생겼을 때였다. 그래서 아이가 더 알기 전에 엄마인 내가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를 만났다.

제목도 참 신선한데,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이라는 부제에 더 마음이 끌렸다.

 

아주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세계지도 덕후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지리가 너무 재미없다는 이야기였죠. 태어나서 한 번도 지리가 재미없었던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중략)

다 큰 어른이 되어서 세계지리를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해본들 이제 더는

공부할 기회도 없습니다. 뉴스에서 하는 말이 어디 얘기인지도 잘 모르겠고,

외국인을 만나도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고,

여행지를 고를 때도 난감하기만 하지요.

어디서 무식자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공부 좀 해보려 하니,

수능을 위한 강의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밖에 없습니다.

드디어 세계지리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정작 어른을 위한 콘텐츠가 없다니요!

그래서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지구에 어떠한 자연경관이 있고,

어떠한 문화가 있고,

또 어떠한 사람이 사는지를,

공부한다는 압박 없이 흥미롭게 넘길 수 있는 그런 책을요.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프롤로그 중

 

이렇게 말하는 저자는 스스로 지리 전문가가 아니라 지리 덕후라고 말한다. 어릴 적 밥상 머리 옆에 붙어 있던 그림 세계지도를 보며, 가족들과 식사 시간 마다 수도 맞추기 게임을 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모든 사람들과 자신의 환경은 다르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세계지리에 대해 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지도를 읽을 수록 나의 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편견에서 벗어나 세상을 마주 볼 수 있게 됩니다.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하지요. 여기저기서 똑똑한 척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덤입니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고백 속에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꽂힌다. 부끄럽지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을 잘 만났다는 생각에 이른다. 저자의 솔직 담백한 글도 그렇고, 지리를 어렵게만 느끼고 어른이 돼서 접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접할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아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은데 지식이 전무한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아들이 더욱 반가워했다. 책을 보자마자 세계지도를 펼쳐서 보고 있기에 '어, 지도도 들어있네?'했더니 특이하게 책의 겉표지 안에 인쇄되어 있었다. 얼마 전 출장간 아빠가 머물고 있는 나라를 찾아 보더니 주변 나라들도 한글로 읽을 수 있는 나라들을 이야기하는데 고슴도치엄마는 왠지 뿌듯했다.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이 책은 총 4장으로 되어 있다.

 

 

1장. 다시 만나는 세계지도

2장. 사람이 만드는 세계지도

3장. 여행자를 위한 세계 기후 읽기

4장. 모험가를 위한 세계지도 탐험


육대주가 아닐 수도 있다

 

최근에는 남극 대륙을 포함해 육대주가 아닌 칠대주로 표기해야한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위에서 당신이 추론했던 것처럼 누가 봐도 하나의 대륙으로 보이는 유럽과 아시아를 유라시아라는 한 덩어리로 묶고, 남극 대륙을 추가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남극 대륙의 면적이 유럽과 오세아니아 대륙보다도 크다는 지점이다. 그저 늦게 발견되고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육대주에서 배척된 남극 대륙의 슬픔을 되새겨본다. 오대양 육대주란 그저 우리가 편해지고자 만든 인위적 구분이란 점을. P14

위도를 읽으면 기후가 보인다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뚱뚱한 허리 부분을 위도의 기준점인 0˚로 설정했다. 이 선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적도다. 지구에서 가장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니, 그만큼 햇빛을 많이 받는 뜨거운 지역이다. 햇빛을 받는 면적이 가장 적은 북극과 남극은 위도 90˚로 두었다. (중략) 고위도로 갈수록 여름에 해는 지나치게 길고 겨울의 해는 지나치게 짧다.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 여행 계획에 큰 도움이 된다. P19

 

지구에서 적도외엔 위도가 무엇인지, 경도가 무엇인지 몰랐던 나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날짜변경선에 대한 설명(P29-30)도 신선했다. 친절하게 복잡한 시차를 재밌고, 편하게 알아보기 위한 책 끝의 체크리스토도 훌륭했다.

 

우리 아이가 다시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를 펼쳤을 때 적도를 이야기하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아직 내가 책을 읽기 전이라 아이의 말에 이래저래 대꾸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일교차가 가장 심한 지역은?

 

일반적으로 사하라사막이나 고비사막 한복판을 일교차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는다. 사하라는 낮에 40˚C 대의 기온을 유지하다 밤이 되면 10˚C대로 뚝 떨어지고, 어떨 때는 영하로 떨어져 눈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일교차 세계기록 1위를 거머쥔 곳은 미국 북부에 위치한 몬테나주의 로마다. 1916년 겨울 새벽에 -48.9˚C를 기록하고 낮 기온은 6.7˚C를 기록하며 무려 55.6˚C의 일교차를 보였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다면?

 

북극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인간의 생태계 파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북해에는 풍부한 플랑크톤이 있어 이를 먹이로 수많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이 살아왔고 최고의 포식자로 북극곰이 얼음 위에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얼음이 녹아내리자 북극곰이 살 곳이 사라지며 생태계는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극해 인근 국가들은 새로운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열리는 북극의 바닷길이다. 이 항로는 원래 여름에만 잠깐 열리던 길이지만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면 바닷길이 항상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떠면 미래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가 아닌 북극항로를 통해 다니지 않을까? 솔깃하지만 그래도,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자. P53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는 했지만 빙하가 녹으면 바닷길이 열려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얼음 아래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재미있는 부분은 아무리 얼음이 쌓여있다 해도 남극은 대륙이라는 점이다. 커다란 얼음 밑에는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호수도 있고 심지어는 화신까지 있단다. 보스토크호라고 이름 붙여진 한 호수는 1.4만㎢라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경기도의 면적보다도 크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4,000m가 넘는 얼음 밑에 파묻혀 있는데도, 호수물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남극의 신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극반도 끝에는 칼데라형 화산섬인 디셉션섬이 있는데, 1967년에 실제로 화산이 폭발했다. 그 후 지금까지도 온천수가 샘솟아 남극에서 온천욕 하기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관광코스로 개발되기도 했다니, 버킷리스트에 '남극에서 온천욕 하기'를 올릴 사람은 한번 넣어 보자. P56

남극에서 온천욕이라니....상상만해도 즐겁다. 이 이야기 아들에게 들려줘야겠다.

 

세계지도에 드러나는 세계의 논리

 

지구는 둥그니까

 

태평양 중심의 지도와 대서양 중심의 지도, 좌우만 조금 비틀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느낌의 지도가 탄생하는 것을 보았다. '원래 지도는 이렇다'라는 말은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 끊임없이 궁금증이 물고 늘어진다. 좌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위아래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애당초 거대한 우주에 위아래가 어디에 있겠는가. 둥근 지구에 동서남북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 누군가가 지구의 위아래를 인위적으로 정했으니 지금의 지도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유럽과 아시아는 왜 다른 대륙일까?

 

유럽 대륙의 면적은 고작 중국가 비슷하다. 그것도 유럽 면적의 40%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땅을 포함해서 말이다. 지리적으로 보나 유럽대륙보다는 유럽반도가 더 적절한 단어로 보인다. 그런데도 유럽대륙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뻔하다. 현대 지리학을 유럽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연히 자신들의 땅을 대륙으로 여기고 싶어 했고, 결국 그들의 노력은 전 세계인이 보는 시계지도로 탄생했다.

P152

P174

 

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나라가 있을까?

 

땅만 있으면 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호주 안에 또 다른 나라가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그것도 한 개인이 직접 세운 나라라면? 호주 서부에는 헛리버 공국이라는 다소 황당한 나라가 존재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존하는 곳이다. 다만, 이곳을 정식 국가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정리되지 않았다. 이곳에 국가가 세워진 것은 1970년, 다소 황당하면서도 진지한 이유로 국가가 세워졌다. 나라를 만든 사람은 이 땅에서 밭농사를 하던 레너드 캐슬리로 호주 정부가 밀 판매량을 제한하자 이에 반발하며 독립을 선언해버렸다. 현제 헛리버 공국에는 전 세계 약2만여 명의 시민권자가 있고, 자체 통화와 헌법, 비자까지 보유하고 있단다.

 

이 책을 보는 묘미는 위에서 꼽은 내용들처럼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생소한 세계 지리적, 문화적 내용을 보는 재미에도 있지만 위의 사진처럼 '여행자편지'라는 꼭지로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한 여행가들이 쓴 글을 보는 것도 참 좋다. 실제 경험을 나누어 주니 더욱 생동감있다.

특히, 4장. '모험가를 위한 세계지도 탐험'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OO한 OO란 제목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세계에서 가장 큰 강,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 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 등 다양한 주제별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펼쳤다.

세계지도를 읽은 여러분의 세상도 크게 확장되었을 것입니다. 어렴풋이 알던 것들 혹은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새로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지식 향유를 넘은 커다란 사회적 구조를 읽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의 확장된 세계를 주위에 무럭무럭 알려주세요! 세상에 뒤틀린 오해를 바로잡는 데는 한 명 한 명의 힘이 중요하니까요. 지리는 따분한 지식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재미있는 수단임을 모두가 느낄 수 있게요.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에필로그 중에서

사실 책 내용 대부분은 흥미롭고 새로웠지만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라 생소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세계지리와 문화에 대해 알면 사고가 확실히 확장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한 번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부분 위주로 여러 번 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 위 글은 출판사 이벤트를 통하여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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