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부터 우리 집 큰아이가 "엄마, 나 오대양 육대주 안다~ 말해 볼까?"하더니 "오대양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남극해, 북극해고.....육대주는 음..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 뭐더라. 아, 맞다! 엄마 나 알아, 가만 있어봐. 다시 처음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어때? 맞지??" 하기에 깜짝 놀랐다.
이제 7살이고 어린이집에서 이것 저것 배우니까 주워들었나보다 할 수도 있지만 '세계지리'의 '세'자도 모르는, 내가 난 아들이 그걸 줄줄이 외워 말하니 '얘는 뭐지?'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에도 나보다 방향 감각이나 길을 잘 찾아서 신기했었는데 우리가 사는 좁은 동네를 벗어난 세.계에 눈을 돌려 관심을 갖고 엄마도 잘 읊지 못하는 걸 읊으니 정말 새로웠다.
'지리'라고 하면 나와 비슷한 세대인 7080세대는 '사회과부도'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지리 시간에 서브로 함께 가지고 다녔던, 잘 펼쳐보지 않았던 그 책. 나는 유독 '지리'시간을 지루하고 힘들어했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은 낭창 낭창한 목소리에 옷도 럭셔리하게 예쁘게 입는 분이셨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개그우먼 '김지선씨'를 조금 닮은 듯 하다) 항상 수업을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몇 몇을 포복절도하게 만드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 수업에 들어가면 그 낭창 낭창한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늘어지고 졸음을 불러오는 목소리 모드로 바뀌었다. 수업도 하필 점심시간 후, 5교시에 배정되어 있어서 잠깐 박장대소하고 웃다가도 수업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난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예 1인용 책상과 한 몸이 되어 바짝 엎드려 잠들고 말았다. 주변 친구들의 제보에 따르면 선생님은 내 주변을 서성이시며 내가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의 강약을 바꿔보고, 나를 살짝 건드리셨단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의 터치에 "아이~C"를 외치며 터치를 하다 멈춘 손을 툭 거둬내버렸다.
그만큼 내가 지루해하고 어려워했던 과목 '지리'
나와 다른 아들을 보는 것이 때로는 좋기도 하면서 부담이 될 때도 있다. 바로 그 때가 아이가 세계 각 나라에 관심을 보이고 궁금증이 생겼을 때였다. 그래서 아이가 더 알기 전에 엄마인 내가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를 만났다.
제목도 참 신선한데,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이라는 부제에 더 마음이 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