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맡긴다는 것 - 리더가 일 잘하는 것은 쓸모없고, 일 잘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CEO의 서재 23
아사노 스스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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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젊은 사장님이 생각났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데 내가 일하는 센터의 장이므로 '사장님'이고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한동안은 그 말이 입에 잘 붙지 않아 호칭을 부르지 않았는데 본사 관계자나 거래처에서 자연스레 '사장님'이라고 부르기에 나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물류센터. 일한지 벌써 올해 9월이면 2년이 된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경력을 살려 취업하기에는 어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감으로 업무 시간이 좀 늦은 이 곳에서 지인 소개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사람들 눈치보느라,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진이 빠졌다면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일이 많아 체력적으로 지쳤다. 요즘에는 그래도 눈치도 생기고 사람들도 파악하고 업무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늘 근육통으로 아팠던 어깨며 팔다리가 이제 좀 괜찮은 듯 하다.

아무튼, 어느 직장에 가든지 직장내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난 사실 이 직장에 들어온 초반에는 아무리 단순업무라고 하지만 그래도 배울 것이 있겠지, 사업 노하우나 마케팅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린 사장님과 둘이서만 일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우선 가족사업장이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대리점 쪽의 사장님과 그 외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 예의와 격식을 갖춰서 한다기 보단 허물없이 하다보니 잡음이 오히려 많았고 그 사이에 있는 일개 직원인 나로썬 여러 사람들의 '감정 쓰레기통'의 역할을 해야했다. 그것이 제일 큰 어려움이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잘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했고 서로 간의 조율이 예전보다는 잘 되어서 정말 해야하는 일만 실수 없이 하면 된다.

두번째로 현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말하자면, 사장님이 업무 지시를 내릴때 정확하게 전달을 하지 않아서 불편하다. 늘 해왔던 것이지만 가끔 새로운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방법에 다르고 준비해야할 것도 다른데 내 입장에선 미리 체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나마 브리핑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거의 내가 물어봐야 대답을 하는 식이다. 물론 눈치가 생겨서 오전에 들어온 물건들을 보고 대충 필요한 것들을 짐작을 해서 준비할 수 있지만 뭐든 물어보고 진행해야 하니 일의 효율도 떨어지는 것 같고 일을 함께 하는 부하직원으로서 나를 잘 믿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핑계일수도 있지만 난 적당히 일머리를 쓰려고 한다. 그냥 나를 평가하고, 내가 하는 일을 평가받을 때 대하는 범위에 한계가 있으니 나도 더 발전적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사장님의 일 시키는 방식도 영향이 있지만 여러 가지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직업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을 중요시했던 나인데, 직업적인 일 외에도 개인적으로도 그런 부분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100% 충성심을 가지고 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을 보며 지금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90년대생(나는 그보다 많지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에 쓰여진 경영, 관리 감독에 대한 책이라 도움이 꽤 될거라 기대하고 보았는데 내가 읽는 것보다는 중간 관리자 위치에 있는 우리 남편이 읽으면 더욱 현실감있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뒤표지만 봐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 우리 사장님이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워서 나에게 일을 잘 맡겨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한편으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당히 일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어서 이 책을 통해 일을 맡기는 사람과 일을 맡는 사람의 여러 유형도 살펴보고 나와 비슷한 유형을 엿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일을 맡기는 리더인가?

유형1_플레이어형 리더] 실무를 쥐고 있어야 해!

☞ '이 정도는 부하 직원이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일을 자신이 하고 있다. 혹은 부하 직원의 일을 대신 하는 것이 즐겁다.

리더가 일개 담당자로 실무에 몰입하면서 이런 책임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정도는 부하가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을 맡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리더가 관리자보다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데 자신이 맡은 실무에 중점을 두고 있는 리더는 위험을 감수하기를 주저하며 자신이 플레이어로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계속 리더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임면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래서는 리더로 임명한 의미가 없으므로 결국 리더가 아닌 플레이어로서 활약할 수 있는 직책으로 이동시키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P28

문제점)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부하 직원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의 업무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 간의 업무 소통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사업 방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 전체의 변화를 추진하지 못한다.

자신의 업무를 해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유형2_ 소심 걱정형 리더] 보고받지 않으면 불안하다.

☞ 부하 직원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혹은 부하 직원에게 수시로 보고를 받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문제점)

이메일이나 일간 회의, 주간 보고 등 정해진 절차에 다라 보고받는 것이 만족하지 못하고 "그건 어떻게 되었나?"라며 시시때때로 보고를 요구하는 까닭에 부하 직원들도 그런 리더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하게 된다.

[유형3_ 방임형 리더] 각자의 일은 각자 알아서

☞ 어떤 업무가 부하 직원에게 도전적인 것이고, 어떤 부분이 어렵게 느낄 업무인지 알지 못한 채 그냥 업무를 맡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부하 직원의 업무에는 관심이 없다.

문제점)

방임형 리더는 처음부터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까닭에 기술이나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부하 직원의 특성을 파악해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런 리더들은 '경청'이나 '코칭'같은 커뮤니케이션 연수에 참가시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외, 속수무책형 리더와 부적재 부적소형 리더가 있는데 P46-47에서 보기좋기 정리가 되어 있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P46-47

한정된 시간에 많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부하 직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지도하려고 하면 결국 생산성이 낮은 난감한 사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그러나 본래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 기대치가 높은 우수한 부하 직원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빨리 리더를 보좌하는 위치에 오르게 하고 좀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처리하며 업무에 흥미와 도전의식을 갖게 하고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P56

조직의 자원을 배분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중기적인 구상을 세울 때에는 부하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업무를 맡기게 된다. 하지만 부하 직원의 처우를 결정하는 인사 평가를 할 때에는 목표한 업무의 달성 여부만이 아니라 그 직원이 마땅히 했어야 할 역할과 책임까지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사원의 현재 수준과 인사 평가에서 요구되는 책임과의 차이가 클 경우에는 그 점까지도 평가 결과에 확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자신의 위치에 맞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목표를 달성했는지의 여부만으로 좋은 점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P58-59

 

우수한 사원에게도 방심은 금물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부하 직원의 능력이나 경험보다 수준이 낮은 업무를 맡기면서 "좋은 경험이 될 거야","이건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업무네"와 같은 앞뒤가 안 맞는 메시지를 준다면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부하 직원은 리더가 자신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불신하게 된다.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우수한 사원에게 일을 맡길 때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P79

우수한 부하 직원일수록 많은 업무를 끌어안고 있으므로 일을 맡길 때에는 부하 직원이 양적인 부하를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실히 파악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의욕이 하락하며 노동 생산성도 저하된다. 아무리 부하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매력적인 업무라 해도 부하 직원의 상황을 확인하면서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맡겨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될 것 같은 업무와 지금 시간을 들여야 할 업무 등을 구분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P84

앞으로의 리더는 매우 한정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조직의 성과를 유지하고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나 리더 본인의 시간도 무한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자신이 모든 일을 처리하려 하기보다 일을 맡기는 것이다. 부하 직원에게 적절하게 일을 맡겨서 활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근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의 능력 향상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일석이조를 실현할 수 있다. P93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적어도 앞으로 입사할 젊은 인재가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출세나 높은 연봉이 아니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일과 개인적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휴일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90년대생의 경우 무리해서 승진을 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책임만 무거울 뿐 그에 걸맞는 보수를 받지 못하며 자유 시간도 적은 관리직은 더이상 사원들의 목표가 아니다. (중략) 대다수의 사원은 무엇보다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 P96

지금의 젊은 사원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선배 사원들은 "해봐야 알게 되는 것도 많으니까 일단은 그냥 해봐."라고 말하지만, 젊은 사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이전 세대보다 강한 특징이 있다. 일일이 부하 직원에게 의미를 이해시키면서 지도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의욕이 눈에 띄게 저하되거나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둬버리는 경우도 있다. P103-104

나도 일을 할때 주어진 업무의 '의미'를 이해해야 일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님은 옛날 분이라 무조건 지시하는 대로 해볼 것을 말씀하셨지만 내 생각에 아니다 싶어 말씀드렸다가 호되게 꾸지람을 맞은 적이 있다. 이후에 나는 다른 파트로 옮겨 갔는데 그분께서 나의 새로운 상사분께 "아무개는 일을 빨리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지만, 그 일을 해야하는 이유와 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서는 일에 몰입해 성과를 거두는 아이이니 좀 기다려주기를 바라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리더가 업무의 양을 알고 있으면 설령 부하 직원이 도저히 못하겠다며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 (중략) 최대한 집중해도 하루 이상 걸리는 업무를 맡길 경우에는 먼저 업무의 목적, 업무 내용, 성과나 목적의 결과물을 명확히 하고,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든다. 이때 다음의 일곱 가지 시점에서 업무를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P128

 

「일을 잘 맡긴다는 것」P130

지금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입사했을 초반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누가 시키지않아도 업무일지를 썼었다. 그날 그날 한 일을 적고, 고객응대 내용을 적고 다음 날 처리해야 할 내용들을 적었는데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책에서 처럼 직장 상사가 일을 맡길 때 구두로 간단하게만 전달하는 것보다 '업무 의뢰서'를 작성해서 준다면 일을 계획하고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에서는 '업무 성숙도에 따라 일을 맡기는 방법(페이지 140-143)도 설명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장님이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법은 성숙도1의 부족한 초보자에게 지시형으로 맡기는 방법이란 것이 확인되었다. 생각같아선 '목표를 함께 결정하고 업무 진행방식도 함께 결정하고, 부하 직원에게 행동 계획은 작성하게 하고 문제 해결도 스스로 하게 하며, 부하 직원이 의사 결정을 하고, 상사가 적절히 진척 상황을 확인한다'는 성숙도4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목표와 업무 진행방식을 함께 결정하고, 부하 직원이 원한다면 지지해자고 지원해주며, 자원이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직원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지원한다'라는 성숙도3의 단계로 나에게 일을 맡겨주었으면 한다.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이 책을 우리 사장님과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책을 읽으실 분들이 아니라 너무 아쉽다.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잘 읽혔고, 중간 중간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보기 참 좋았다. 빨리 빨리 문화가 익숙한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일을 잘 맡기는 리더들이 많아져서 알맹이 없는 과잉업무가 아닌 알토란 같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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