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
서지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달 전쯤 부터 우리 집 큰아이가 "엄마, 나 오대양 육대주 안다~ 말해 볼까?"하더니 "오대양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남극해, 북극해고.....육대주는 음..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 뭐더라. 아, 맞다! 엄마 나 알아, 가만 있어봐. 다시 처음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어때? 맞지??" 하기에 깜짝 놀랐다.

이제 7살이고 어린이집에서 이것 저것 배우니까 주워들었나보다 할 수도 있지만 '세계지리'의 '세'자도 모르는, 내가 난 아들이 그걸 줄줄이 외워 말하니 '얘는 뭐지?'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에도 나보다 방향 감각이나 길을 잘 찾아서 신기했었는데 우리가 사는 좁은 동네를 벗어난 세.계에 눈을 돌려 관심을 갖고 엄마도 잘 읊지 못하는 걸 읊으니 정말 새로웠다.

'지리'라고 하면 나와 비슷한 세대인 7080세대는 '사회과부도'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지리 시간에 서브로 함께 가지고 다녔던, 잘 펼쳐보지 않았던 그 책. 나는 유독 '지리'시간을 지루하고 힘들어했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은 낭창 낭창한 목소리에 옷도 럭셔리하게 예쁘게 입는 분이셨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개그우먼 '김지선씨'를 조금 닮은 듯 하다) 항상 수업을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몇 몇을 포복절도하게 만드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 수업에 들어가면 그 낭창 낭창한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늘어지고 졸음을 불러오는 목소리 모드로 바뀌었다. 수업도 하필 점심시간 후, 5교시에 배정되어 있어서 잠깐 박장대소하고 웃다가도 수업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난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예 1인용 책상과 한 몸이 되어 바짝 엎드려 잠들고 말았다. 주변 친구들의 제보에 따르면 선생님은 내 주변을 서성이시며 내가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의 강약을 바꿔보고, 나를 살짝 건드리셨단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의 터치에 "아이~C"를 외치며 터치를 하다 멈춘 손을 툭 거둬내버렸다.

그만큼 내가 지루해하고 어려워했던 과목 '지리'

나와 다른 아들을 보는 것이 때로는 좋기도 하면서 부담이 될 때도 있다. 바로 그 때가 아이가 세계 각 나라에 관심을 보이고 궁금증이 생겼을 때였다. 그래서 아이가 더 알기 전에 엄마인 내가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를 만났다.

제목도 참 신선한데,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이라는 부제에 더 마음이 끌렸다.

 

아주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세계지도 덕후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지리가 너무 재미없다는 이야기였죠. 태어나서 한 번도 지리가 재미없었던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중략)

다 큰 어른이 되어서 세계지리를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해본들 이제 더는

공부할 기회도 없습니다. 뉴스에서 하는 말이 어디 얘기인지도 잘 모르겠고,

외국인을 만나도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고,

여행지를 고를 때도 난감하기만 하지요.

어디서 무식자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공부 좀 해보려 하니,

수능을 위한 강의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밖에 없습니다.

드디어 세계지리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정작 어른을 위한 콘텐츠가 없다니요!

그래서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지구에 어떠한 자연경관이 있고,

어떠한 문화가 있고,

또 어떠한 사람이 사는지를,

공부한다는 압박 없이 흥미롭게 넘길 수 있는 그런 책을요.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프롤로그 중

 

이렇게 말하는 저자는 스스로 지리 전문가가 아니라 지리 덕후라고 말한다. 어릴 적 밥상 머리 옆에 붙어 있던 그림 세계지도를 보며, 가족들과 식사 시간 마다 수도 맞추기 게임을 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모든 사람들과 자신의 환경은 다르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세계지리에 대해 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지도를 읽을 수록 나의 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편견에서 벗어나 세상을 마주 볼 수 있게 됩니다.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하지요. 여기저기서 똑똑한 척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덤입니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고백 속에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꽂힌다. 부끄럽지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을 잘 만났다는 생각에 이른다. 저자의 솔직 담백한 글도 그렇고, 지리를 어렵게만 느끼고 어른이 돼서 접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접할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아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은데 지식이 전무한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아들이 더욱 반가워했다. 책을 보자마자 세계지도를 펼쳐서 보고 있기에 '어, 지도도 들어있네?'했더니 특이하게 책의 겉표지 안에 인쇄되어 있었다. 얼마 전 출장간 아빠가 머물고 있는 나라를 찾아 보더니 주변 나라들도 한글로 읽을 수 있는 나라들을 이야기하는데 고슴도치엄마는 왠지 뿌듯했다.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이 책은 총 4장으로 되어 있다.

 

 

1장. 다시 만나는 세계지도

2장. 사람이 만드는 세계지도

3장. 여행자를 위한 세계 기후 읽기

4장. 모험가를 위한 세계지도 탐험


육대주가 아닐 수도 있다

 

최근에는 남극 대륙을 포함해 육대주가 아닌 칠대주로 표기해야한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위에서 당신이 추론했던 것처럼 누가 봐도 하나의 대륙으로 보이는 유럽과 아시아를 유라시아라는 한 덩어리로 묶고, 남극 대륙을 추가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남극 대륙의 면적이 유럽과 오세아니아 대륙보다도 크다는 지점이다. 그저 늦게 발견되고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육대주에서 배척된 남극 대륙의 슬픔을 되새겨본다. 오대양 육대주란 그저 우리가 편해지고자 만든 인위적 구분이란 점을. P14

위도를 읽으면 기후가 보인다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뚱뚱한 허리 부분을 위도의 기준점인 0˚로 설정했다. 이 선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적도다. 지구에서 가장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니, 그만큼 햇빛을 많이 받는 뜨거운 지역이다. 햇빛을 받는 면적이 가장 적은 북극과 남극은 위도 90˚로 두었다. (중략) 고위도로 갈수록 여름에 해는 지나치게 길고 겨울의 해는 지나치게 짧다.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 여행 계획에 큰 도움이 된다. P19

 

지구에서 적도외엔 위도가 무엇인지, 경도가 무엇인지 몰랐던 나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날짜변경선에 대한 설명(P29-30)도 신선했다. 친절하게 복잡한 시차를 재밌고, 편하게 알아보기 위한 책 끝의 체크리스토도 훌륭했다.

 

우리 아이가 다시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를 펼쳤을 때 적도를 이야기하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아직 내가 책을 읽기 전이라 아이의 말에 이래저래 대꾸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일교차가 가장 심한 지역은?

 

일반적으로 사하라사막이나 고비사막 한복판을 일교차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는다. 사하라는 낮에 40˚C 대의 기온을 유지하다 밤이 되면 10˚C대로 뚝 떨어지고, 어떨 때는 영하로 떨어져 눈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일교차 세계기록 1위를 거머쥔 곳은 미국 북부에 위치한 몬테나주의 로마다. 1916년 겨울 새벽에 -48.9˚C를 기록하고 낮 기온은 6.7˚C를 기록하며 무려 55.6˚C의 일교차를 보였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다면?

 

북극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인간의 생태계 파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북해에는 풍부한 플랑크톤이 있어 이를 먹이로 수많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이 살아왔고 최고의 포식자로 북극곰이 얼음 위에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얼음이 녹아내리자 북극곰이 살 곳이 사라지며 생태계는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극해 인근 국가들은 새로운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열리는 북극의 바닷길이다. 이 항로는 원래 여름에만 잠깐 열리던 길이지만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면 바닷길이 항상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떠면 미래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가 아닌 북극항로를 통해 다니지 않을까? 솔깃하지만 그래도,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자. P53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는 했지만 빙하가 녹으면 바닷길이 열려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얼음 아래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재미있는 부분은 아무리 얼음이 쌓여있다 해도 남극은 대륙이라는 점이다. 커다란 얼음 밑에는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호수도 있고 심지어는 화신까지 있단다. 보스토크호라고 이름 붙여진 한 호수는 1.4만㎢라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경기도의 면적보다도 크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4,000m가 넘는 얼음 밑에 파묻혀 있는데도, 호수물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남극의 신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극반도 끝에는 칼데라형 화산섬인 디셉션섬이 있는데, 1967년에 실제로 화산이 폭발했다. 그 후 지금까지도 온천수가 샘솟아 남극에서 온천욕 하기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관광코스로 개발되기도 했다니, 버킷리스트에 '남극에서 온천욕 하기'를 올릴 사람은 한번 넣어 보자. P56

남극에서 온천욕이라니....상상만해도 즐겁다. 이 이야기 아들에게 들려줘야겠다.

 

세계지도에 드러나는 세계의 논리

 

지구는 둥그니까

 

태평양 중심의 지도와 대서양 중심의 지도, 좌우만 조금 비틀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느낌의 지도가 탄생하는 것을 보았다. '원래 지도는 이렇다'라는 말은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 끊임없이 궁금증이 물고 늘어진다. 좌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위아래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애당초 거대한 우주에 위아래가 어디에 있겠는가. 둥근 지구에 동서남북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 누군가가 지구의 위아래를 인위적으로 정했으니 지금의 지도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유럽과 아시아는 왜 다른 대륙일까?

 

유럽 대륙의 면적은 고작 중국가 비슷하다. 그것도 유럽 면적의 40%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땅을 포함해서 말이다. 지리적으로 보나 유럽대륙보다는 유럽반도가 더 적절한 단어로 보인다. 그런데도 유럽대륙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뻔하다. 현대 지리학을 유럽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연히 자신들의 땅을 대륙으로 여기고 싶어 했고, 결국 그들의 노력은 전 세계인이 보는 시계지도로 탄생했다.

P152

P174

 

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나라가 있을까?

 

땅만 있으면 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호주 안에 또 다른 나라가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그것도 한 개인이 직접 세운 나라라면? 호주 서부에는 헛리버 공국이라는 다소 황당한 나라가 존재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존하는 곳이다. 다만, 이곳을 정식 국가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정리되지 않았다. 이곳에 국가가 세워진 것은 1970년, 다소 황당하면서도 진지한 이유로 국가가 세워졌다. 나라를 만든 사람은 이 땅에서 밭농사를 하던 레너드 캐슬리로 호주 정부가 밀 판매량을 제한하자 이에 반발하며 독립을 선언해버렸다. 현제 헛리버 공국에는 전 세계 약2만여 명의 시민권자가 있고, 자체 통화와 헌법, 비자까지 보유하고 있단다.

 

이 책을 보는 묘미는 위에서 꼽은 내용들처럼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생소한 세계 지리적, 문화적 내용을 보는 재미에도 있지만 위의 사진처럼 '여행자편지'라는 꼭지로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한 여행가들이 쓴 글을 보는 것도 참 좋다. 실제 경험을 나누어 주니 더욱 생동감있다.

특히, 4장. '모험가를 위한 세계지도 탐험'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OO한 OO란 제목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세계에서 가장 큰 강,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 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 등 다양한 주제별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펼쳤다.

세계지도를 읽은 여러분의 세상도 크게 확장되었을 것입니다. 어렴풋이 알던 것들 혹은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새로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지식 향유를 넘은 커다란 사회적 구조를 읽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의 확장된 세계를 주위에 무럭무럭 알려주세요! 세상에 뒤틀린 오해를 바로잡는 데는 한 명 한 명의 힘이 중요하니까요. 지리는 따분한 지식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재미있는 수단임을 모두가 느낄 수 있게요.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에필로그 중에서

사실 책 내용 대부분은 흥미롭고 새로웠지만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라 생소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세계지리와 문화에 대해 알면 사고가 확실히 확장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한 번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부분 위주로 여러 번 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 위 글은 출판사 이벤트를 통하여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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