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 엄마가 준 상처로부터 따뜻하게 나를 일으키는 감정 수업
이남옥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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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가족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도 엄마가 되다보니 나의 엄마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삶이 궁금해졌다.

한번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던 엄마의 어린시절, 일찍 돌아가셔서 뵌 적 없는 양가 조부모님들. 지금 현재의 원가족을 이해하는데에도, 친청부모님을 이해하는데에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오늘 만난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란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학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여성학과 가족치료, 놀이치료 등등을 공부하며 우리 가족을 문득 돌이켜 생각해봤었다. 우리 가족은 어떤 가족일까. 특히 '가족치료'를 공부할 때나 현장에서 복지사로 근무를 하면서 가족에 대해 배우고 다른 가족을 돕는 나로서는 정작 우리 가족의 문제는 직면하면서 개선해 볼 엄두조차 못내는 것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도 더러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가족 구성원 중 제일 권위가 낮아서 내가 가족의 문제를 거론하고 긍정적인 변화 방향성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나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참 이상하다. '엄마라는 자리'가 나를 참 많이도 변화하게 만든다. 원가족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강해서 결혼을 선택했던 나인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친정부모님과의 관계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나와 신랑이 속했던 가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신랑과 나도 결혼한 주체로서 부모님 가정으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하고 원가족을 잘 보살피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하지만 우선 나부터 제대로 알고 변화하잔 생각으로 펼친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는 참 잘 읽혔다.

요즘 뭐 특별하지도 않게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전처럼 책 읽고, 글쓰는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는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어제 오랜만에 혼자 책을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마침 도착한 책이었다. 잠시 작가소개와 목차만 훑고 다른 책을 보려했으나 호기심에 내려놓지 못하고 읽게 되었다.

 

 


 

엄마가 준 상처로부터

따뜻하게 나를 일으키는

감정 수업

 

-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중


위의 '소제목'이 나의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가족상담치료의 대가이자 가족상담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저자 '이남옥'님은 독일 올덴부르크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에서 부부가족치료 전문가, 가족갈등관리 ·조정 전문가로 일했다. 2004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며 가족치료와 가족 세우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치료과정을 대중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수많은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짚어내야 할 마음의 기억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엄마를 원망하거나 외면하면서 상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 아래 흐르는 관계의 긍정적인 힘을 발견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 관계의 시작, 엄마를 찾아갑니다.

2부 나를 새롭게 이해하는 엄마와의 대화

3부 뿌리 깊은 자존감의 힘, 가족 심리 테라피

4부 엄마와 나, 달라진 우리의 시간

으로 되어 있다.

글은 저자가 만난 내담자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며 내담자를 포함한 가족들의 다양한 심리 상태와 가족관계 유형을 설명하고 편안한 가족 형태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가족(친정부모님과 친정언니)을 돌아보기도 했고 가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부와 2부는 빠르게 읽혔고 가족치료이론을 통해 긍정적인 가족 형태로서의 방향을 제시한 3부와 4부는 좀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오늘도 공감가는 문장들을 적어보고 그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들을 적어보려한다.

페이지 45.

(엄마와의 에피소드-엄마의 심부름을 하고 잔돈이 남았는데 엄마가 신경쓰지 않자 그 돈으로 과자를 사먹었다. 엄마가 나중에 이것을 알게 되고 집 앞 마당에서 자신을 때렸는데 이것을 친구들이 본 것이 너무 창피하고 속상해서 잊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 안에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용서와 유머입니다. '아, 그런 적이 있었지'하면서 부정적인 에피소드일지라도 안정 애착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고 나에 대한 수용, 관계에 대한 회복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 건강한 관계입니다.

 

책에는 '에착유형(네가지_안정애착, 불안정 양가적 저항 애착, 불안정 회피적 애착, 불안정 혼란형 애착)의 점수를 체크해볼 수 있는 문항지도 수록되어 있다. 총 36문항인데, 나는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불안정 회피적 애착'인 것 같기도 하고 '불안정 양가적 애착'일 것도 같다.


페이지 55.

사랑은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관점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랑이 누구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를 보면서 많이 느낀다. 나는 아이한테 잘한다고 하는데 아이는 불만족스러울 때가 더러 있다.


 

페이지 65.

"두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엄마의 삶을 제가 돌봐야 될까요?"

(중략)

우리가 꿈꾸는 부모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곁에 계시면서 성장 과정을 함께하지만 성인이 되면 부모님의 지지와 격려 속에 세상 밖으로 나가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리울 때 달려가면 언제든지 푹 안겨 쉴 수 있고, 있는 힘껏 사랑을 받지만 떨어져 있더라도 든든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몸은 멀리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연결된 느낌을 받는 것이죠.

독립은 단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와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분리와 독립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죠. 부모가 결혼생활의 외로움과 허전함, 실망감을 자녀를 통해서 풀려고 하면 자녀는 더 이상 자녀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자녀의 분리와 독립은 부모가 자녀의 생활과 감정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정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제가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부모를 받아들이는가, 부모는 나를 받아들이는가.'

나는 결혼을 하면서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였다. 하지만 친정언니는 결혼을 한 후에도 친정부모님과 함께 살며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삶을 꽤 오랫동안 살았다. 물론 육아와 살림 부분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정서적으로 언니에게 많이 의지하는 엄마때문에 언니가 많이 힘들어보였다. 지금은 집도 분리해서 따로 살면서 왕래하는데 예전보다 훨씬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엄마가 언니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아빠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다던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받고자 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페이지 66.

받아들임은 존재를 온몸으로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이해되는 경험입니다. 그 경험이 충족되면 정서적 독립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우리 신랑은 자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친정도 가깝지. 지인들도 가까운 데 살지. 외로울 일 없잖아. 근데 나는 부모님과 자주 볼 수도 없고 친구들도 다 멀리 떨어져있고... 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투정이야." 그런 말을 하면서 시가로 달려가서 심적 위안을 얻으려는 것을 볼 때마다 원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분리가 덜 됐구나 많이 느꼈다.


 

페이지 97.

존재감이 없는 딸이었는데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결사의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보란 듯이 뒤처리를 해주면 그제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역시 나구나'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돼'하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 후 인정 욕구에 목마른 그녀는 역시 인정 욕구가 강한 남편을 만났고, 두 사람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부가 서로 인정받고자 아우성대고 있었던 것이죠.

위의 문장을 보면서 '이거 딱 우린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도 나도 뭔가 사소한 다툼이 생기면,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는데.... 잘 살기 위해 이렇게 이렇게 하는데"라는 말을 서로가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 할 때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서로의 인정욕구를 잘 채워줄 수 있을까

 

페이지 108.

오래된 상처를 뒤덮을 만큼 과거의 기억에서 자신과 맞닿고,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면 뇌의 구조가 달라지면서 긍정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됩니다. 인간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이런 마음이 뇌를 움직이고, 참으로 묘하고 강한 회복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간절히 소망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페이지 161

"당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장점의 뿌리를 찾아보세요. 자신의 장점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세요."

(중략)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하다 보면 어느덧 깨닫게 됩니다.

'내게 있는 성실함의 뿌리는 너무나 귀중한 보물이구나. 내 안에는 이런 좋은 것이 있구나. 그럼 나는 이 유산을 더 좋게 만들어야겠다.'

한 두 달 전인가,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엄마를 모시고 언니네 부부와 간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오랫만에 엄마의 친정식구들과 만났는데 큰 외삼촌, 외숙모, 이모, 외사촌 오빠들, 외사촌 동생들을 보면서 '우리 엄마는 참 선비같은 가정에서 자랐구나. 다들 어쩜 저렇게 점잖고 신사적이신지..'라고 생각했다. 그 분들의 온화한 말투와 표정, 행동들을 보며 '엄마가 비록 너무 일찍 부모님을 여의셨지만 온화한 가정에서 자라셔서 한 번도 우리 자매에게 화를 내신 적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를 보면서 엄마의 뿌리를 찾아보며 나에게도 그 뿌리에서 나온 장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면서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궁금해졌다. 꼭 기회를 만들어서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페이지 163

상담을 진행하면서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떄, 내가 가진 특성 외에 개인에게 흐르는 가족의 맥락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족 시스템 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그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가족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인 '가족세우기'에 대해 알 수 있다. 전에 학교다닐 때도 배운 적이 있고, 텔레비전 프로에서 본 적이 있는데 가족 갈등이 깨끗하게 해결되지 못한 우리 가족도 해보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는 '가계도 그리기'도 있는데 복지사로 일하면서 '사례관리'했을 때가 떠올랐다.


페이지 206

"저는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엄마에 대한 미움만 가득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이 다가 아니었어요.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보고 나니 저는 무엇이든 할 용기가 생겨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가족의 마음을 읽고 변화의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내 안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납니다. 그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기적 같은 일들입니다. 그 과정은 우리 자신에게 해주는 격려의 메세지이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 갈 날들을 위한 힘찬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페이지 219

어떤 사람이 늘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야기 그만하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좀 해" 이렇게 말하면 그 사람은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사람의 부정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대화를 시도해보도록 합니다.

"그렇게 걱정하면서 부정적인 위험 요소를 대비하려는 거군요. 조심스러운 당신의 진지함이 보여요."

그러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빼고 조심스러움, 진지함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프레임을 전환시킵니다. 문제를 조금만 바꾸었는데도, 상황이 바뀌고, 언어만 바꾸어도 문제가 자연사합니다.

페이지 235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지 못하면 세상이 내린 잣대로 그 의미가 굳어집니다.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 있더라도, 달라진 시선 하나로 삶의 희망은 새롭게 재생됩니다. 저는 그래서 항상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럴 만한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입니다."

위의 문장들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과 힘이 되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가족문제가 풀릴 수도 있을 거란 희망도 생겼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가족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족간의 문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참 많다. 가족을 한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고 떨어져서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 추천하고 싶다.

++ 이 글은 '엄마의 꿈방(네이버 온라인카페)'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꼼꼼히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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