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외국에 갔다.

가끔씩 소속 재단에서 성지순례 명목으로 외유를 가는데 부럽기만 하다.

가기전 감기 몸살로 된통 결근까지 해서 갈수 있겠나 싶었는데 인도네시아 5박 6일짜리에 동참 했다.

내가 여행 가면 반드시 시부모님들이 울 집에 와 계신다.

두 아이를 돌봐주시러. 그럼 남편은 홀가분하게 그동안 못했던 일정을 잡고 여유를 즐긴다.

남편이 없는 동안은 그냥 내가 혼자 아이들 건사한다.

직장에 가니 낮이야 보통의 일상이고, 아침에 출근이 문제다.

남편이 자동차로 친정까지 우릴 실어나르고 전철역까지 날 데려다주는 그 10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10분 일찍 알람을 조정하고 9시도 안돼 아이들 재우는 분위기로 만들고, 일찌감치 깨워 땐땐히 입혀 친정으로 길을 나선다.

면허증은 10년 전에 생겼으나 계속 운전대는 못잡는다.

차가 멀쩡히 아파트 앞에 있으나 우리 3명은 칼바람을 받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머니집으로 간다.

아들이 아침부터 엄마 보폭으로 거의 뛰다시피 걷기가 힘든지 다리 아프다고 주저 앉으면 두꺼운 파커 위로 숄백을 돌리고 아들을 업고 뛴다.

힘들면 착한 아들 씩씩한 아들로 얼러 걷게 한다.

그렇게 한 두어번 업고 내리다 친정에 도착하면 나의 임무는 끝난다.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종종한지.

요행히 버스를 타면 버스에서 택시를 타면 택시에서 나의 뻔뻔한 아줌마 화장이 시작된다.

 

여긴 영하 운운하는데 인도네시아는 더울 테지..

약오르는 마음을 남편이 가져올 선물 기대로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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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풍속화를 수업하면 즐겁다.

농업, 상업, 수공업의 생산력 증대로 풍요로워진 삶이 그림 속에 화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져 있어 보고있으면 절로 흐뭇하다.

물론 그 시대에도 변화되는 시대에 소외되는 사람들, 더욱 영세해진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림속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도덕이니 위계니 따위로 감출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 분출되고 있어 더욱 짜릿하다.

학생들에게 18세기의 사회변화와 함께 풍속화 수업하고 올해에는 우리 시대의 풍속화를 그려보게 했다.

학교에 갖혀 입시에 시달리는 고등학생들의 풍속이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풍속화 속의 그들의 삶을 애틋하게 바라 보며 먼 훗날 이 그림들이 이시대를 엿보는 하나의 자료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등교하는 지하철의 모습>

 

 

 

 

 

 

 

 

 

 

 

<등교시간에 교문앞의 풍경> 복장검사에 걸리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분투가 엿보인다.

 

 

 



 

 

 

 

 

 

<영어 수업시간> 노트북을 켜놓은 영어 수업시간. 자다 선생님의 매를 맞은 아이들, 과자먹는 아이들, 꽃무늬 담요 덮고 자는 아이, 휴대폰 만지는 아이, 쪽지 던지는 아이... 아이의 섬세한 눈썰미가 돋보인다. 칠판에는 이 그림을 그린 아이를 찬사하는 영문이 잔뜩 적혀 있고....

 

 

 

 

 

 

 

 

 

 

 

 

<매점 앞> 쉬는 시간마다 미어터지는 매점.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매점 들르기이다.



 

 



 

 

 

 

 

 

 

 

<급식시간> 서로 먼저 먹겠다고 많이 먹겠다고 줄을 서는 급식시간...

 

 

 

 





 

 

 

 

 

 

<야자시간> 힘들어 자는 여고생의 모습.. 교과서 몇 장을 녹이는 강력한 산이 함유된 아밀라아제. 집이 아닌 이곳에서 맨날 자는 여고생이나 노숙자나...

 

 

 

 

 

 

 

 

 

 

 

 

<콘서트에 가서> 쉰내나는 동방쉰기를 응원하러 반짝 반짝 광을 낸 여고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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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느님이 인간에게 꽃이란 걸 만들었는데 최초의 꽃이 코스모스였단다.

우주, 조화라는 뜻의 코스모스는 안타깝게도 여러개가 함께 있을때는 아름다운데 하나의 코스모스는 왠지 약해 보였단다.

그래서 조금더 보완하고 색을 좀 바꿔보고 잎을 바꿔보면서 이세상의 많은 꽃들이 만들어 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드디어 완벽한 꽃 마지막에 만든 하느님의 최고의 야심작은 무슨 꽃일까?






어느 일요일 학교 샘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원예고의 국화 축제에 갔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가지지 않았는데 경기도로 가신 샘을 만나서 구경갔다.

국화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장애아이들이 만든 여러 가지 장식품들을 구경하고 사는 재미가 좋았다.

감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 아이들의 깔끔은 손끝으로 만든 생활 소품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손수 만든 털실 수세미가 하도 예뻐서 하나 쌌다. 차마 수세미로 못쓰지 싶다.



아들 국화 하나와 딸 국화를 하나씩 사서 거실에 놓아 두었다.

이것으로 삭막한 거실에 가을 향을 좀 느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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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이 세상 만물을 만드실때 인간을 먼저 만들었더니 이 인간들이 서로 싸우더란다.

그 싸우는 형국이 너무 가관이라 하느님이 어떻게 하면 저 인간들이 싸움을 멈추고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했단다.

그래서 그동안 만들었던 세상 만물 중에서 인간이 가장 좋아 할 만한 것들을 죄다 모아서 인간에게 기쁨과 즐거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줄 무엇인가를 만들었단다.

실바람으로 줄기를 엮고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로 꽃잎을 빚고 솜털 구름으로 감촉을 만들어서 ........

그리 그리 정성스럽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꽃이라는 것이었단다.

하느님이 그렇게 처음으로 만든 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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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순이 2007-10-29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글에 보니까 인간이 꽃을 심미적 대상으로 대하기 시작한 것도 다~ 생산력의 발전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하더이다. 아주 화려하고 매혹적인 자태로 꽃은 인간들을 유혹했겠지만, 고것이 열매로, 혹은 뿌리나 줄기로 먹을 것을 제공해주자 인간은 비로소 꽃이란 걸 쳐다보게 됐다나요. 첫방문입니다. 티비로 독일 영화-요즘 유럽영화 특선 기간이래서-를 한편 보고 나니 늦었습니다. 나찌에 반대하다가 처형당한 여대생의 죽음을 그린 영화였는데, 보고 나니 좀 울적하기도 하고 해서 컴을 켰다가 들렀습니다. 오늘 수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분숙이 집에도 들렀었는데 그 얘긴 다음에 만나서 하기로 하죠~ 자주 보니까 좋습니다..^^

아사히 2007-10-29 22:16   좋아요 0 | URL
그래요. 나도 자주 보니까 볼수록 좋네요. 분숙씨 이야기도 궁금하구요.사과따러 같이 가면 좋겠어요. 그때를 기다리며 또 일상을 견디며...
 

일주일에 거의 아침은 대충 가볍게 ...

점심은 각자 직장에서 저녁은 아이들 데릴러 가서 엄마 한테서 얻어 먹는지라 요리 할 일이 없다.

냉장고가 별로 크게 쓰일 일이 없다. 주로 주말에 해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기 전까지 보관하는 일 정도...

청소를 잘 안하는 편이라 냉장고가 어수선하다.

다들 김치 냉장고에 와인도 보관하고 김치도 보관하고 과일도 저장해서 먹으면 좋다더만.

별로 뭐..

그런데 얌전한 김치 냉장고가 하나 생겼다.

그것도 공짜로...

우리 시어머니 노래를 좋아하시고 (우리 딸도 할머니 닮아 노래 좋아하고 잘 부른단다) 노래 자랑대회도 잘 나가신다.

가끔식 지역 방송국이나 mbc의 주부 노래 자랑대회에 출현(?)도 하신다.

이럴때 우리 엄마는 온 동네방네 전화해서 tv보라고 자랑하신다.

제작년에는 우리 아파트 노래 자랑대회에 원정오셔서 대상 휩쓸고 찜 기구 하나 상으로 주시고 가시기도 했다.

난 뭐 시들..

그런데 떡하니 김치 냉장고를 대문짝 만한 글로 '대상'이라 써서 우리 아파트 관리실에 맡겨놓으셨다. 새벽시장 노래자랑대회에서 대상받으셨단다.

빨간색이 사이즈도 얌전하니 참 볼수록 마음에 드네.

당장 주말에 농수산물 시장 가서 사과, 배, 포도, 귤, 키위, 토마도(아이들이 사달래서 그래 좋다)과일만 10만원정도 사가지고 집에 와서 온통 과일로 채워 넣었다.

김치가 별로 없어서 아마 저 김치 냉장고는 과일 전용 냉장고가 될 것같다.

감사 차 방문했더니 우리 시어머니 각종 경품을 꺼내서 자랑 겸 배분해 나눠 주신다.

송정 찜질방 티켓, 시청 옆 찜질방 티켓, 쌀, 홍삼 드링크, 가족사진 촬영권, 커플 배낭교환권, 화환교환권 눈이 휘둥그래진다.

슬쩍 보니 실버 노래자랑대회에서 대상받으셨다는데 상금이 70만원이다.

이제 우리 어머니를 별난 시어머니에서 가수 시어머니로 인정해야 할 때가 된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휼륭해 보인다.

벽걸이 tv도 혹시  기대하는 간사한 며느리가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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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사히 2007-10-28 02:00   좋아요 0 | URL
상품을 나눠주시는 경우 대개 저는 사양을 많이 하는 편이죠. 간섭을 좀 싫어해서리...
근데 김치 냉장고는 좀 큰 것이라 물욕을 자극 시켰나봅니다.
곤란한 일은 노래자랑대회에 같이 가자고 하실때 입니다. 방송국이나 시민회관 같은데 가족 모두 동원하시길 바라나 뻣뻣한 며느리는 별로 재미없어 안갑니다. 둘째 며느리가 항상 따라가죠. 같이 노래 자랑대회에 출현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 테즈락 타고 하는 라디오 노래자랑대회에는 참여했어요.
밥도 주고 배도 태워서 오륙도 까지 한바퀴 ....
이 며느리 확실히 간사하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