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죽지 마세요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에 진해에 벚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마침 군항제 기간이라 도시 전체가 정체되고 행사장마다 긴 줄이 있었다. 그런데 젊은 부모들이 유모차를 앞세워서, 새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긴 줄 사이에 유모차를 들이밀면 막을 수가 없다. 뒤에 가서 줄을 서라고 말하거나, 만약 자칫하다가 유모차에 부딪치면, 아동학대 등으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모와 아이들이 앞으로 학교에 간다면? 심각하게 우리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아이에게 맞아도 어른은 방어할 수 없다. 말로 해도 정서학대란다. 아동학대는 무고죄도 없다. 용인 벽돌 투척 살인사건. 아이가 어렸기에 한 사람을 살해하고, 가정을 파괴했어도 처벌하지 못했다. 이런 경고가 있었지만 우리는 이를 방치했다. 즉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이문제는 우리 사회 특히 학교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서울 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교사들 뿐만이 아니라,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의 문제 행동에 선량한 대부분이 피해를 보는 현실을 더는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층간소음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집뿐만 아니라 옆집, 옆집 위층 등 3집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한 현직 교사가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관한 책을 발간했다. 바로 최문정의 [선생님, 죽지 마세요]다. 사람들이 정신과에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람은 가지 않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병원에 가기 때문이다. 이 말에 너무 공감했다. 아침에 집에서 조깅하고, 종일 뛰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때문에 여러 집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그 집의 아이는 행동을 전혀 고칠 생각이 없다. 멀쩡한 이웃들만 수면제를 복용하고 주말에 집에 있지도 못한다.

아이들을 위한 아동학대법. 그러나 이 법이 지금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바로 잡을 수 없다. 교사들이 이러한데 하물며, 일반 어른들은 어떠할까?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대전의 한 선생님의 일로 아동보호기관의 실체와 군대에서까지 악성 민원에 시달린 한 선생님의 사례를 통해서 교육청과 교장, 교감의 대처도 국민이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국민이 대동단결하여 우리 미래를 걱정했던 적이 과연 이전에도 있었던가? 우리의 아동이나, 학생 인권은 인권 국가나, 자유의 나라 미국과도 도저히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미국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수갑을 차고 경찰서로 연행된다. 수업을 방해하면 교장실과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어른들에게 아동학대 경찰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어른들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우리 학생, 아이들의 태도는 오히려 미국에서 전학을 온 학생이 놀랄 정도가 되었다.

몬스터 학부모. 저자는 이런 부모가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악성 민원은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오랜 현장의 경험에서 그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교장, 교감이며 교육청과 교육부다. 영화 ‘다음 소희’ 모임에서 단체로 관람한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소희를 죽인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직장 즉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의 DNA! 명백하게 지위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힌 사건에 대해서 교육부는 구두로만 경고했다가, 국민의 성난 여론을 직감하고 징계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의 모습이었다? 어느 교육감은 뇌물 수수로 압수 수색받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도 멀쩡히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모 웹툰 작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교사는 바로 직위해제되었다. 이것이 과연 공평한 사회일까?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을 때 방관하면, 그 화살은 곧 나에게 돌아온다. 더 이상 이런 사태를 국민이 무시하지 않고, 공감대가 모이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몬스터 학부모와 금쪽이를 더 이상 방관하면 더 이상 우리 미래는 없다. 선량한 대부분이 피해를 받는다. 교감, 교장, 교육청, 교육부도 과거와 같은 대처를 더 이상 반복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제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해야할 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2주 여행, 우리가 몰랐던 강원도 408 - 156개의 스팟 ·매주 1개의 추천 코스 ·월별 2박 3일 코스 52주 여행 시리즈
김수린.김지영 지음 / 책밥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바다와 산, 호수 그리고 DMZ와 스키장, 오션 파크에 이어 이제는 ITX와 고속도로 서울과 연결된 곳 바로 강원도다. 여기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봄의 꽃내음과 여름의 바다, 가을 단풍, 겨울의 눈 모두를 즐길 수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 단오제 등의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52주 여행, 우리가 몰랐던 강원도 408]은 인생의 대부분을 강원도에서 산 김수린, 김지영 2명의 저자가 우리가 몰랐던 강원도를 테마별로 소개하고 있다.

 

 

내가 지금 사는 곳도 강원도다. 이곳에 살면서 그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며 보고 느끼면서 식도락을 즐겼다. 그러나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테마별 여행은 물론, 연화마을, 납작식당, 향호해변, 매월대폭포, 서피비치 등은 처음 듣는 곳이며, 당연히 아직 가보지 못했다. 저자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도 소개하고 있다. 주소와 가는 방법은 물론 주차 정보 등을, 글은 물론 QR코드로도 소개하고 있기에,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곳에 처음 가는 사람들이 난감해하는 여행 코스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여기 가면 점심은 어디서 먹어야 할까? 여행 후 기념품은 어디서 살 수 있을까? 주변에는 또 어떤 시설이 있을까?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코스를 보면 이런 곳을 모두 고려해서 담은 저자의 세세함과 수고를 느낄 수 있다.

 

 

강릉 정동진과 경포호의 지명 유래는 강릉이나, 강원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향호는 왜? 향호로 불릴까? 저자는 그곳에 가는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지명의 유래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마리소리박물관. 박물관이라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할 것 같다. 그러나 이곳은 외진 곳이라,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다. 저자는 이런 점도 놓치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같은 곳이라도 계절 등 시기가 다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가을의 산과 눈 덮인 산은 같은 곳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같은 곳에서 여름에는 물놀이를 즐기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과 스키, 노천탕을 즐긴다. 이처럼 여행에도 다 때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맞춰서 알맞은 장소를 여행하면서, 강원도를 구석구석 즐기면서 진짜 모습을 찾아보자. 요즘은 바빠서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이 책과 함께 강원도를 여행하고 싶다. 북유럽을 통해서 강원도를 여행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5
정토웅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IQ를 측정하는 지능검사. 이 검사가 왜 보편화되었을까? 개인의 성장? 교육을 위해서? 천만에 전쟁터에 내보낼 최소한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명령을 이해하지 못해서, 엄폐할 때 혼자 돌격하고, 돌격할 때 적이 아닌 아군을 공격한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근대 공교육은 왜 성립되었을까? 그렇다면 급식 또 왜 실시되었을까? 모두 교육이나 건강이 아닌 전쟁터에 필요한 병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유럽에는 왜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있을까? 1차 대전 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공중분해 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로켓, 우주선, 핵 모두 전쟁을 통해서 급격한 기술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큰 영향을 미쳤다.

1974년부터 2007년까지 육군사관학교에서 전쟁사 교육을 담당한 정토웅이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전쟁 100개를 골라서 [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100]을 출간했다. 전쟁은 승패 그 자체도 매우 중요하지만,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하며, 오히려 전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 전쟁을 전문 용어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저술했다.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와 함께 전쟁의 천재로 불리는 한니발 그는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진격했고, 칸나에서 로마군을 포위 섬멸한다. 이 칸나에 전투는 이후의 모든 전투의 교과서가 되었고, 그를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그러나 그와 카르타고는 결국 로마에 패한다. 그는 어떻게 승리했으며, 카르타고는 왜 패했을까?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전쟁을 연구하는 이유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은 물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평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5,000년 역사에서 70년 넘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일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이런 평화 시대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전쟁을 연구하고, 국방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작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기습적으로 침공했다. 이처럼 전쟁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며,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뺏긴 이후에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친러 정권이 들어섰을 것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연구하고,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전쟁을 위한 것은 물론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든 오사카/간사이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오사카/교토/고베/나라/간사이 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다니면서 구글 지도나 트립 어드바이저, 네이버 지도를 통해서 가고 싶은 장소를 찾곤 했다. 목적지를 찾을 수는 있지만, 가끔 오류도 발생하고, 엉뚱한 곳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리고 구글 지도 등은 배터리 소모가 극심하기에 보조 배터리를 여러 개 챙겨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만약 여행중 배터리가 방전되면 아무 것도 찾을 수 없고,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쉽상이다. 그때마다 작은 지도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여행 가이드 북은 너무 무겁고, 그 책에는 필요한 지도는 정작 몇 장 없다. 이러한 불편함과 갈증을 에이든의 여행지도가 해소해 준다.

일본.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관광지다. 코로나 전에는 한 해 700만 명의 한국인이 방문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 일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오사카. 교토, 나라가 있는 간사이다. 특히 오사카는 한국인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식도락, 쇼핑으로 유명하며, 유네스코 유산이 몰려 있는 교토, 나라와 가까이 있다. 일본은 우리와 시차도 없으며, 특히 오사카는 잘 짜여진 교통망에 주유패스가 있기에 혼자서도 여행을 즐기기 쉽다. 그렇기에 이곳은 배낭여행, 혼여족의 입문지로도 유명하다. 이런 오사카를 여행 베스트 셀러로 유명한 에이든에서 드디어 여행 지도로 발간했다.


국내 여행은 스마트 폰이 방전되고, 길을 찾을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길 등을 물을 수 있지만, 해외여행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일본 기타큐슈에 갔을 때 스마트 폰이 갑자기 고장 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걷기만 했다. 그 후 해외여행에서는 반드시 책자와 지도 등을 챙겨서 길을 떠난다. 그리고 이런 여행지도의 장점은 한 눈에 길과 위치, 주변 정보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는 정보가 생명이다. 이 책은 최신 정보를 담고 있기에, 맛집과 카페 등의 장소가 틀릴 가능성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번 에이든의 2024~2025 오사카/간사이 여행지도를 보니 보니 지하철 등의 역의 위치는 물론 출구 번호까지 모두 표시했다. 그동안 많은 여행 책자와 지도를 봤지만, 출구 번호까지 표시한 것은 잘 보지 못했다. 각종 맛집은 물론 편의점과 맥도날드 같은 곳도 표시했다. 이런 세세함은 단연코 처음이다. 일본에 자주 가본 사람이면, 일본 여행에서 편의점의 편리성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돈키호테와 헵 파이브와 같은 핫플레이스는 별표로 한눈에 띄게 표시했다. 너무 자세한 정보라서 정작 중요한 곳을 찾기 어렵게 한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정말 지도 한장을 만들기 위해서 수 만 시간의 정성을 쏟은 저저의 노력에 감탄을 보낸다.

코로나 빗장이 풀린 이번 여름에는 오사카에 가지 못했다. 그러나 겨울에는 비행기 편이 많이 증설될 것이기에,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오사카와 외에 나라와 교토는 물론 고베와 히메지성의 위치까지 표시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 여행지 일본 간사이. 이번 겨울에는 에이든의 이번 책자와 오사카, 나라, 교토는 물론 아직 가보지 못한 고베도 가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1 -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미국 폭격기 승무원들의 이야기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1
도널드 L. 밀러 지음, 이동훈 옮김 / 행북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에 생중계된 걸프전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 두 번의 전쟁에서 개전과 동시에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쉽게 적을 제압하는 모습은 이제 현대전을 대표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라크군은 두 번에 걸친 전쟁에서 미 공군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이제 현대전은 공군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공군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니 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전혀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오히려 전차 무용론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전차의 중요성을 세계에 각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이런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폭격에 임했다. 그들이 주어진 25회의 임무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겨우 20%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전쟁. 융단폭격이라는 단어가 유명하다. 북괴와 중공군은 미군의 공습 때문에 낮에는 이동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방공망을 제대로 갖춘 나라라면? 나는 군 복무 시절 방공포에서 근무했다. 내가 사용했던 미사일의 명중률은 어느 정도나 됐을까? 무려 96%다. 그리고 그 나머지 4%도 못 맞 춘 것이 아니라 불량률 때문이다. 즉 사정권에 들어 온 적기는 미사일이 발사만 된다면 거의 무조건 격추된다. 그리고 이런 방공망, 화망은 하나가 아니라 2중, 3중으로 처져있다. 이런 강력한 방공망은 아예 적기가 접근하는 것조차 막아 버린다.

2차 대전 당시 대륙을 제패하던 독일군도 영국 항공전은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방공망이 갖춰진 독일을 종전까지 폭격했다. 도널드 L 밀러(이동훈 역)의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은 독일 본토 항공전에 참전한 미국 제8공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독일군과만 싸운 것이 아니었다. 1차 대전보다 3배나 더 높아진 하늘은 승무원들을 극심한 추위와 공포와 몰아넣었다. 그리고 생존율을 높이고, 더 많은 폭탄을 적재하기 위해서 내부는 극히 좁고 불편했다. 몇 년 전 영국 런던의 제국 전쟁 박물관(IWM)에서 본 2차 대전 폭격기의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좁았다. 그러나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 이런 폭격을 그만둘 수 없었다. 전차를 전장에서 계속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생산조차, 못하게 한다면 그만큼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폭격이 이렇게 군수생산에만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적에게 피할 수 없는 공포심을 심어준다. 즉 심리적으로 적의 전쟁 의지를 없애는 것이다. “밤낮으로 피할 수 없는 재난을 기다리는 일은 영혼을 시들게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미국 제8공군의 독일 본토 항공전은 기록의 통해서 폭격의 목표와 효율성은 물론 공습이 점점 정교해지고, 발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석기 시대로 유명한 커티스 르메이가 일본 공습 당시 저고도에서 네이팜탄으로 일본군과 산업시설은 물론 민간인마저 불태워 버리기로 한 결론은 유럽의 하늘에서 수년에 걸쳐서 엄청난 희생을 거쳐 얻어낸 가장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법이었다. 이런 결론 앞에서 양심의 가책은 그냥 계산에 불과할 뿐이었다. 2차 대전 당시의 제2 전선이라고 하면 보통 노르망디를 생각하겠지만, 독일군은 이런 연합군의 폭격을 막기 위해서 투입한 전력은 이미 이탈리아군 전체 전력 이상이었다. 군 복무 시절 비가 오면 항공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틀어 주곤 했다. 제대 후 시간이 흘러 책으로 미 제8공군을 중심으로 독일 본토 항공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끝으로 내 좁은 밀리터리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책을 출간해주고 있는 역자와 출판사에게도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