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1 -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미국 폭격기 승무원들의 이야기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1
도널드 L. 밀러 지음, 이동훈 옮김 / 행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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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생중계된 걸프전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 두 번의 전쟁에서 개전과 동시에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쉽게 적을 제압하는 모습은 이제 현대전을 대표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라크군은 두 번에 걸친 전쟁에서 미 공군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이제 현대전은 공군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공군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니 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전혀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오히려 전차 무용론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전차의 중요성을 세계에 각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이런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폭격에 임했다. 그들이 주어진 25회의 임무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겨우 20%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전쟁. 융단폭격이라는 단어가 유명하다. 북괴와 중공군은 미군의 공습 때문에 낮에는 이동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방공망을 제대로 갖춘 나라라면? 나는 군 복무 시절 방공포에서 근무했다. 내가 사용했던 미사일의 명중률은 어느 정도나 됐을까? 무려 96%다. 그리고 그 나머지 4%도 못 맞 춘 것이 아니라 불량률 때문이다. 즉 사정권에 들어 온 적기는 미사일이 발사만 된다면 거의 무조건 격추된다. 그리고 이런 방공망, 화망은 하나가 아니라 2중, 3중으로 처져있다. 이런 강력한 방공망은 아예 적기가 접근하는 것조차 막아 버린다.

2차 대전 당시 대륙을 제패하던 독일군도 영국 항공전은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방공망이 갖춰진 독일을 종전까지 폭격했다. 도널드 L 밀러(이동훈 역)의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은 독일 본토 항공전에 참전한 미국 제8공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독일군과만 싸운 것이 아니었다. 1차 대전보다 3배나 더 높아진 하늘은 승무원들을 극심한 추위와 공포와 몰아넣었다. 그리고 생존율을 높이고, 더 많은 폭탄을 적재하기 위해서 내부는 극히 좁고 불편했다. 몇 년 전 영국 런던의 제국 전쟁 박물관(IWM)에서 본 2차 대전 폭격기의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좁았다. 그러나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 이런 폭격을 그만둘 수 없었다. 전차를 전장에서 계속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생산조차, 못하게 한다면 그만큼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폭격이 이렇게 군수생산에만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적에게 피할 수 없는 공포심을 심어준다. 즉 심리적으로 적의 전쟁 의지를 없애는 것이다. “밤낮으로 피할 수 없는 재난을 기다리는 일은 영혼을 시들게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미국 제8공군의 독일 본토 항공전은 기록의 통해서 폭격의 목표와 효율성은 물론 공습이 점점 정교해지고, 발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석기 시대로 유명한 커티스 르메이가 일본 공습 당시 저고도에서 네이팜탄으로 일본군과 산업시설은 물론 민간인마저 불태워 버리기로 한 결론은 유럽의 하늘에서 수년에 걸쳐서 엄청난 희생을 거쳐 얻어낸 가장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법이었다. 이런 결론 앞에서 양심의 가책은 그냥 계산에 불과할 뿐이었다. 2차 대전 당시의 제2 전선이라고 하면 보통 노르망디를 생각하겠지만, 독일군은 이런 연합군의 폭격을 막기 위해서 투입한 전력은 이미 이탈리아군 전체 전력 이상이었다. 군 복무 시절 비가 오면 항공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틀어 주곤 했다. 제대 후 시간이 흘러 책으로 미 제8공군을 중심으로 독일 본토 항공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끝으로 내 좁은 밀리터리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책을 출간해주고 있는 역자와 출판사에게도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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