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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킨 36가지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장하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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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중들의 삶 속에서 충신의 대명사로 남아 있는 사육신. 그들은 김질의 고변으로 세조에게 잔혹한 고문을 당할 때도 시종일관 당당함을 잃지 않았으며, 세조를 나으리로 불렀다고 한다. 특히 박팽년은 세조가 아껴서 역모에 가담하지 않았다고만 한다면 살려 준다고 했으나, 그는 거부하고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이는 실제 역사가 아닌 소설 속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실록에는 당시의 기록을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세조실록 2년 6월 2일(1456)의 기록은 살펴보자.
성상문 : "진실로 상교(上敎)와 같습니다. 신은 벌써 대죄(大罪)를 범하였으니, 어찌 감히 숨김이 있겠습니까? 신은 실상 박팽년(朴彭年)·이개(李塏)·하위지(河緯地)·유성원(柳誠源)과 같이 공모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들뿐만이 아닐 것이니, 네가 모조리 말함이 옳을 것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유응부(兪應孚)와 박쟁(朴崝)도 또한 알고 있습니다.“
박팽년 : 박팽년에게 곤장을 쳐서 당여(黨與)를 물으니, 박팽년이 대답하기를, "성삼문(成三問)·하위지(河緯地)·유성원(柳誠源)·이개(李塏)·김문기(金文起)·성승(成勝)·박쟁(朴崝)·유응부(兪應孚)·권자신(權自愼)·송석동(宋石同)·윤영손(尹令孫)·이휘(李徽)와 신의 아비였습니다."하였다. 다시 물으니 대답하기를, "신의 아비까지도 숨기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을 대지 않겠습니까?"하였다. 그 시행하려던 방법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성승·유응부·박쟁이 모두 별운검(別雲劍)이 되었으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고문에 시종일관 당당했다던 성상문은 세조가 죄의 경중을 말하자, 술술 불기 시작하며, 소설 속에 가장 당당했던 박팽년은 소설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가장 많은 인원을 말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까지도 불어버린다. 그리고 별운검을 통한 거사계획도 그의 입을 통해서 밝혀진다. 우리가 아는 소설 육신전은 저자 남효온이 3살 때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몇십 년이 지난 후 지은 책이고,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관 등의 기록이다. 어느 기록이 더 신뢰성이 높을까? 이처럼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던 사실과 실제 역사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이야기에는 세조를 깎아내리고 사육신의 충절을 높이고자 한 대중들의 마음이 들어 있다.
미야자키 마사카츠(장하나)의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킨 36가지 이야기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는 우리가 몰랐거나 잘 못 알고 있었던 이야기와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서 만든 역사 속의 가짜뉴스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대중을 선동하는 이런 가짜뉴스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저자는 그 기원을 고대 그리스의 인기 정치가의 출현에서부터 찾고 있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 또는 드라큘라처럼 적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 이런 선동이나 가짜뉴스가 필요했다. 때로는 역사를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해서 이런 거짓말이 필요하다. 학교에 다닐 때 흑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 링컨이 미국의 노예를 해방했다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더 많았다. 이는 세계사뿐만이 아니라 한자의 생성원리 등 우리가 배웠던 많은 부분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뻔히 무엇이 진실인지 알면서도 학생들과 대중들에게 진실이 아닌 거짓을 가르친 것이다.
집권과 인기를 위해서 이런 가짜뉴스로 대중들을 선동했을까? 중세 마녀사냥과 유대인학살 당시에는 페스트 등으로 인한 사회불안과 대중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서 이런 거짓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관동대학살 당시 일본인들의 불만과 폭동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조선인을 학살했던 일본인들의 기원이 중세 유럽에 이미 있었다. 이미 집권했던 사람들도 체제 유지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가짜뉴스를 활용했다.
저자는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런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이런 가짜뉴스의 전파력은 매우 강해졌으며, 과거와 달리 훨씬 쉬운 방법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가짜뉴스는 전파하는 사람보다 막는 사람이 훨씬 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비대칭적인 구조다. 이 책을 통해서 세계사 속의 가짜뉴스를 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