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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조선의 586 - 그들은 나라를 어떻게 바꿨나?
유성운 지음 / 이다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일단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나는 조선 시대의 유학과 과거제도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초·중·고·대를 다닐 때는 조선을 우리 역사의 수치로 생각했다. 조선의 지배층은 부패했으며, 과거제도는 신분을 고착시키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 데이터베이스 되면서 1차 사료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고, 현대 사람들이 쓴 조선과 중세에 글이 아닌 조선 시대 사람과 중세 서구 사람들이 직접 쓴 글을 접하면서 이에 대한 생각은 점점 변해갔다.
합리적인 공무원 시험제도는 서구에서 건너온 것이 아닌 동양의 과거제도가 근간이었으며, 막장이라고 배웠던 조선의 인권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씹던 과거제도를 근세 서구에서는 오히려 극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유성운의 『그들은 어떻게 나라를 바꿨나? 사림 조선의 586』은 왜 읽기 시작했을까? 바로 현 집권 세력인 586 운동권 세대들과 조선 시대의 사림을 비교한 것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은 이 세대에 대해서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과거에는 스스로 문따민이었고 한다. 그러나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며, 매번 찍는 정당도 없다. 선거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찍는 사람과 정당이 달라진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물은 고이면 썩는다고 했다. 어느 한 세력이 장기집권하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길 확률은 높아진다. 적폐로 몰던 세력이 어느 한 순간 적폐가 될 수 있으며, 상대방 비난을 업으로 삼던 사람이 어느 날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될 수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폭발적으로 올리는 정책이 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대 정치의 문제점들일까? 천만에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며, 앞으로 인류의 역사가 계속된다면 사라지지 않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상대방을 비난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더한 사람이었다면? 10을 가지고 그렇게 욕을 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1000이 넘는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국민은 실망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주류 사회로 진입했으며, 어떤 식으로 정권을 유지하려고 할까? 과거를 보면 현대를 제대로 알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우리가 과거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 주변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항상 겉으로는 안빈낙도를 외치며, 스스로 청렴을 외친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횡령, 무단반출, 갈취, 폭언, 상습 지각 등의 비위행위로 혼자서 일주일 동안 감사를 받고 처분을 당한 사람이 있다. 그는 항상 스스로 ‘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살았다.’를 말하고 다녔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생각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단 지위는 높은 지위에 오르는 데에는 성공했다. 내로남불 존재들에게는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앞으로는 그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체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