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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냥꾼 - 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네이선 라브.루크 바 지음, 김병화 옮김 / 에포크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1933년 일본 동대사의 정창원에서 화엄경론질(華嚴經論帙)이란 불경을 감싸고 있던 종이가 발견된다. 바로 신라의 민정문서(民政文書)이다. 이는 당시 불경을 감싸기 위해서 재사용된 문서로 우리나라의 행정문서 중 가장 오래된 고문서다. 당시에는 쓸모가 없어진 문서를 이면지로 재활용한 것이지만 이 문서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삼국시대의 인구를 기록한 것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문서로서 신라 시대 인구를 나누는 기준과 인구구조, 노비 비율 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래된 종이 한 장은 시간이 지나면 귀해지고, 사료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네이선 라브, 루크 바(김병화 역)의 『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역사 사냥꾼』은 우리나라가 아닌 서양의 오래된 물건을 통해서 역사적 가치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일제강점기 안동의 광산김씨 문중에서 보관되던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간송은 즉시 파악했기에, 당시 기준으로 기와집 10채 가격을 주고 이 책을 구입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 책을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오늘 간송의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에게 한글의 원리가 전해질 수 있었다. 만약 간송이 아니라 고문서의 가치를 모르는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샀다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혼란기 속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고문서 등 역사 유물의 전문가로 스스로 역사 발굴가, 시간 여행자, 역사 사냥꾼으로 칭하고 있다. 고문서 등은 그 자체로서 골동품 등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과거를 밝히고,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그 과정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우리는 그동안 역사적 유물이라면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자금성,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등의 화려하고 웅장한 것들을 주로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사료적인 가치는 이런 문서가 훨씬 더 크다. 편지나 문서 몇 장의 발견으로 우리가 알던 역사가 뒤바뀌기도 한다. 한 예로 정조 암살설을 주장하던 학자들도 심환지와의 편지가 발견된 후 스스로 대부분 그 가설을 폐기했을 정도다. 문서, 고문서를 통해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