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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대비행동매뉴얼 - 민간인을 위한
(주)S&T OUTCOMES.가와구치 타쿠 지음, 이범천 외 옮김 / 성안당 / 2021년 6월
평점 :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전쟁대비 행동 매뉴얼이라고?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장과 선원들이 배 안이 가장 안전하다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배는 한번 기울면 복원되기 힘들며, 골든 타임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 이 안타까운 사건 때 비상대피 행동요령 등을 우리가 미리 교육했더라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는 항상 안심하라면서 사재기를 죄악시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비상식량을 비축한다. 이는 오랜 역사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정부는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했지만, 정부 요인들은 제일 먼저 도망쳤다.
이런 평화로운 시대에 전쟁이 터지거나 재해가 발생하면 우리는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시기는 정말 드문 시기다. 5000년의 역사에서 1000번의 외세 침략을 겪은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가? 1945년 일본 전토가 연합군의 공습을 받았다. 도쿄 대공습 당시 많은 사람이 불을 피해서 강으로 뛰어들었지만, 강이 끓어 올라서 오히려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공습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지하로 안전하게 대피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민간인을 위한 전쟁대비행동매뉴얼』 성안당 출판은 전쟁을 대비한 매뉴얼이지만 전쟁이야말로 모든 재난의 총집합이기에 각종 재난에 대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아무런 지식 없이 재난을 만나면 허둥지둥대지만, 지식이 있다면 아는 만큼 대처할 수 있다. 위기 시에 비상식량을 미리 준비한 사람과 쌀 한 톨 없는 사람의 대처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강릉으로 무장 침투한 공비들은 왜 자동차를 탈취해서 신속하게 이동하지 않고, 산길을 걸어서 탈출하는 방법을 택했을까? 전장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디에 은폐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는 것은 물론 각종 재난에 대비한 지식을 쌓아보자. 당장 쓸모없는 지식 같지만, 무슨 일이 발생하면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소중한 지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