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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고 -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도연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색즉시공 그리고 묻따말감 :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 - 도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불교서적에서 발견한 법구경의 말씀을 듣고, 지금까지 제일 좋아하는 말로 삼고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고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 괴롭다.
- 『법구경』
어릴 적에는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할 수가 있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커보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좋아하는 것을 소유하려는 마음도 나에게는 짐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옛날부터 내가 좋아하는 말씀의 참 의미를 깨달아 가고 있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유지하기보다 미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짓을 덜 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이번에는 법구경이 아니라 현재 수도승으로 계신 도연스님의 글을 만났다. 카이스트 출신의 재원인 스님이라 어떤 좋은 말씀을 해주실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었다. 혹시 미국 유명대 출신의 어떤 스님과 비슷하실까 하는 생각도 했더랬다. 개인적으로 그 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거론하지는 않겠다. 책은 사계절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공(空)으로 되어있다.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인 <색즉시공>을 녹여낸 차례이다. 색즉시공이란 생과 사가 다르지 않음을 뜻한다. 태어남이라는 봄에서 가을이라는 태어남의 계절이 있다면, 죽음으로 볼 수 있는 겨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인생도 기승전이 있다면 한번 씩 가라앉는 겨울이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겨울도 파도처럼, 회전문처럼 돌고 돌아오게 되어있는 것이고, 그 겨울을 잘 보내야 다시 여물게 싹을 틔우고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계절을 잘 보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짧고 간결한 글로 나타내고 있다. 책의 서문에 고단한 마음에 차를 한잔 내어드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셨다는데, 수도승의 구도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읽는 동안 내가 늘 내려놓지 못하는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에 대한 내용을 새겨들으려고 노력했다. 책에서는 두 무리의 늑대라고 표현하셨더라. 선한늑대와 악한늑대. 불행구슬을 먹이로 하는 것처럼 악한늑대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야 내 마음속의 선한 마음이 남고 그들의 싸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계속적으로 불행이나 불편한 사실을 곱씹으면서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을 얼른 내려 놓아야 결국은 나 자신에게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잘 대처해야 하겠다.
그리고 최근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화가 나는 경우도 생기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똑같이 화가 화르륵 일어나는 경우도 생겼는데, 책의 내용 중에 분노란 뜨거운 돌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에 조금 머릿속에서 이미지화를 시키니 조금 더 빠르게 나에게 그만 상처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수천 수 만번 생각하고 끝장을 보고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어야만 그만했는데, 화나는 일이 있을 경우 내가 이 사실을 계속 생각하는 것이 내 손에 쥔 뜨거운 돌로 나를 스스로 불고문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더 빨리 그만두기를 종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불덩어리를 쥐고 있는 게 뜨거운 줄 알면 얼른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이치에 맞는 걸 알면서도 못하는 건 나에게 너무 손해니까.
그리고, 늘 감사 일기를 써라, 적어보자 하면서도 내면의 삐딱함 때문에 잘 못했었는데, 감사하게 여기면 감사할 이유가 된다는 내용을 잘 기억하려고 한다. 이런 사소한 것도 감사해야 하나가 아니라 감사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감사하라는 <묻따말감>을 늘 외치려고 한다. 그리고, 남을 위해 사소한 것이라도 선행을 베풀고, 마음속에 욕심 없이 사는 것 그것이 조금 더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한다. 너무나 맥시멀라이프인 내게 물건의 소유욕도 뭔가의 결핍의 방증이라고 하니 조금 더 물건으로 채워 넣지 않는 삶을 추구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큰 캐릭터의 표지가 아동서 같아서 조금 부끄러웠는데, 계속 읽다보니 이야기의 중간 중간 등장하는 캐릭터가 어린 나 같고, 정이 붙게 되었다. 특히 명상부분에 등장하는 나를 온전히 쉬게 하고 명상에 집중하라는 그림은 좋아하는 그림의 표정과 닮아서 책에서 뒷부분을 읽으면서도 계속적으로 보는 그림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역시 좋아하는 것이 생기고 사소한 행복이 따라오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이 평온하다면 그것대로 더 평온함을 줄 것이고, 막막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조금의 깨달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언가를 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아요.
고요히 앉아 숨 쉬며 그저 명상하세요.
무언가를 찾고, 계획하려 하지 말고
나에게 갖추어진 것에 온전히 머물러요.
내마음에글로붙이는반창고 p.86
인간은 생각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변화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지요. 인생의 작은 부분이 바뀌면,
결국 인생 전반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내마음에글로붙이는반창고 p.116
세상은 허무와 고통으로 가득합니다.
공허한 마음과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가치 있고 보람찬 일과 의미와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 모릅니다.
내마음에글로붙이는반창고 p.128
걱정은 당신을 지배하지만, 격려는 당신을 일으킵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롭고 버거워도
자기 자신을 너무 힐난하거나 비난하지 말아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며 다독이고 격려해주세요.
내마음에글로붙이는반창고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