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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평점 :

인간혐오자 - 몰리에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616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희곡이 이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을 지 몰랐다.
실제로 장 라신, 피에르 코르네유와 더불어 17세기 프랑스 3대 고전 극작가라고 한다. 이번에 시카고 플랜의 5번 시리즈가 <인간혐오자>이고, 4번 시리즈가 <타르튀프>라서 다음번에 같이 읽어볼 생각이다.
지금도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위선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고 또 꼬아서 드러나있다고 보면 된다.
1막의 시작은 주인공인 알세스트와 친구 필랭트의 대화로 시작된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는데, 잘 모르는 것 같은 필랭트. 그에 대해 왜 그런 가식을 떠냐면서 유난을 떤다. 등장인물 안내도가 책 앞에 나와있을 정도로 친절한데, 희곡의 양이나 등장인물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고전 그 자체는 얼마나 어렵거나 비유적인 말로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현대어판으로 읽기 쉽게 풀어 쓴 덕분에 인간의 보편 정서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늘 회사나 학교를 가면서 생각하지 않는가? 나의 본성이나 자존심은 집에 두고 나가서는 자본주의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늘 두려워 하지 않는가. 씹을 사람만 빼고 단톡방을 만들어서 신나게 씹고 뜯고 맛보는 것을 말이다. 뒷담화를 한 번도 해본 사람이 없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란 가식과 친절이 두루 있어야 인간관계에서 실패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희곡의 사람에게로 빗대본다면 그래도 필트에 제일 가깝지 않을까. 어지간 하면 좋게좋게 말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희곡에서는 아주 단역으로 나오지만 아카스트 후작의 자존감을 닮고 싶기도 했다. 본인의 가장 긴 대사로 내가 얼마나 잘난집아들에 외모도 빼어나고 명망이 좋은지 읊는 구석인데, 그래도 셀리멘의 사랑이 없어서 힘들다고 토로하는 장면이다. 그러면서 아카스트와 클리탕드르는 둘이 셀리멘의 사랑은 자기것이라고 생각하며, 연적이 사랑을 쟁취하면 서로 쿨하게 떠나가기로 하등 의미없는 동맹조약도 맺는다. 이런걸 보고 김치국 마신다고 하는걸까 생각했다.
요즘 시대상으로는 알세스트 같은 인간혐오자이면서 나만 솔직하고 곧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이버 모욕죄랑 댓글 창 다 막혀서 지독한 악플러로 재탄생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17세기에도 자기에게 다가온 우정을 모욕하여 오롱트와 재판까지 가게 된다. 이 역시 패소. 2만 프랑이나 썼지만서도 자신이 맞고 오롱트와 모든 사람들이 틀린걸 다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쯤되면 참 알세스트도 중증이다. 이 옆에 붙어있는 친구인 필랭트가 참 보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 남자들의 구애와 스무살이라는 젊음에 기대 어장관리를 하는 셀리멘을 향한 알세스트의 마음은 직진한다. 결국 알세스트 외 모든 사람들의 인민재판이 열리는 희곡의 마지막이 제일 재미있다. 어떤 진실이 밝혀지고 어떤 망신과 사실이 남는지를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셀리멘은 그래도 마지막 양심으로 가식을 떤 부분을 인정하는 것 그점만이 괜찮았다. 자의식 과잉의 캐릭터지만 또 20살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필랭트와 엘리앙트의 사랑은 안온하고 서로의 배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아마 필랭트의 처신 기술이라면 말썽은 안부릴 것 같다. 엘리앙트의 성정이면 하얀 거짓말도 넘어갈 것이고 말이다.
고전희곡의 재미를 느꼈던 작품이었다. 현대 드라마로 옮겨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게 역시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