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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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꼈던 인문고전을 향해 문을 두드린 계기가 된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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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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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되어 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p.250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라고 설파한 것은 명저 『팡세』를 남긴 파스칼이고,
사랑을 가리켜 ‘분별력 없는 광기’라고 한 것은 셰익스피어다.
사랑은 사회적 그릇이나 시간의 눈금 안에 갇히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본래 미친 감정이다. 당신들의 그것도 알고 보면 미친, 변태적인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하고 싶지만, 뭐 상관없다. 
  

당신들의 사랑은 당신들의 것일 뿐이니까.' p.12
 

2003년_ 대학교의 첫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했다.
'전설의 고3' 고난과 역경을 견뎌냈으니 말이다. 부푼 기대와 한껏 들뜬 첫 수업, 첫 강의 교수님께서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내라는 과제를 주셨다.

그 당시, 영화를 보고 받게 된 충격은 어떠한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죽음의 꽃이라고 불리는 검버섯이 온 몸에 피어난 ‘노인네들’ 에게 ‘사랑’이 존재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죽음을 앞둔 그들이 품은 욕망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인격을 ‘욕되게’ 하는 ‘변태적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두 노인의 사랑은 아름답기는커녕, 역겨웠고 추악해 보였다.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써내려간 감상평은 감독을 성장애자로 만들었고, 제도와 관념 유교사상을 운운하며 포악스러운 비판을 했던 기억이 난다.

7년이 지난 깊은 밤, 나는 일흔의 이적요 시인과 열일곱의 한은교, 그리고 서른일곱의 서지우를 만났다. 관능적인 이야기이다.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외롭고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깊은 소용돌이 속 고독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다.
 

'눈이 내리고, 그러고 또 바람이 부는가. 소나무 숲그늘이 성에가 낀 창유리를 더듬고 있다. 관능적이다. 'p.13

고요하고 쓸쓸한 인생을 살아온 이적요 시인의 삶에 작은 돌풍을 일으킨 창槍을 품은 소녀, 한은교.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적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우직한 서지우에게 깊고 날카로운 욕망을 심어준 소녀, 한은교.

“할아부지와 선생님, 서로가 너무 많이 사랑했다는 거예요. 절 사랑한 게 아니에요.
두 분하고 함께 있을 때마다 버림받은 기분은 제가 가져야 했다구요. 진짜로요. 끼어들 틈도 없었는걸요.” 라고 말하는 은교.

일흔 살 노인에게 열일곱 소녀는 존재 자체만으로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빛이었다.
서른일곱 서지우에게 열일곱 소녀는 가지고 싶은 욕망이자 뺏길 수 없는 '그만의 것'이어야했다.
시인에게 유일한 ‘내 새끼’였던 ‘서지우’는 주차장에서 은교를 탐하던 그 때부터 경계와 질투심의 대상이 되었다. 불신과 노여움이 몰아친 노인의 마음 속 불씨는 활활 타올라 불안과 경계로 가득 찼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이적요 시인과 서지우 그리고 은교. 깊어만 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깊은 밤_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은교를 향한 광적인 집착과 욕망,

사실 자신이 원하는 문학적 욕구를 분출하지 못하는 허망한 남자 서지우와 고요하고 적막한 남자 이적요가 서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아닐까.

서지우의 젊음과 이적요 시인의 문학적 천재성,
가질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그들의 탐욕은 소녀, ‘은교’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리고 관능적으로 분출되었다.

7년 전, 내가 이 소설을 만났더라면 ‘롤리타’를 지향하는 한국 남성들의 변태적 성의식을 비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은교를 만난 나는, 그들이 열렬히 그립고 또 눈물겹다.

그것은 분명 <사랑>이다. 햇살처럼 고요하게 다가오든, 탐스러운 욕망으로 다가오든, 그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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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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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2010년의 여름이다.

늦은 밤에도 여름이 가시지 않았음을 알리는 후끈한 더위와, 적당히 불어대는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듯 오묘하게 섞여있다.

9월의 첫 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달을 보기위해 창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어본다.

하늘이 뿜어낸 비 때문인가, 달은 어디에도 없다.
어둠 속에서 보랏빛 구름으로 물들인 저 하늘 어딘가 두 개의 달이 떠있는 것은 아닌가.
저 하늘을 걷어내면 크고 작은 달 두 개가 두둥실 떠올라, 아오마메와 덴고가 떠난 1Q84년이 펼쳐지고 ‘호우호우’ 공기번데기를 만드는 리틀피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상실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1Q84년_

하루키의 판타지 세계는 독자들을 끌어 들이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덴고와 아오마메의 세계로 인도한다.
후카에리의 <공기번데기>소설을 시작으로 1Q84년의 달은 휘영청 밝아온다.
신비의 힘을 가진 선구의 리더를 만나 아오마메는 자신의 계획을 꽤 뚫고 있는 그를 특제 아이스픽으로 살해하게 되고, 정확히 살해가 아니라 부탁을 받게 된다.
리더를 잃은 선구의 끄나풀 우시카와는 끈질기게 아오마메를 찾아 나서고

리더를 죽인 그 날,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엇갈리던 덴고와 아오마메는 3권의 끝자락쯤 둘의 재회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1984년으로 돌아가게 된 그들은 둘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결말을 예고하기 충분하지만,
4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로 인해 깔끔하지 않은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

하루키의 신비한 힘으로 3권까지 줄기차게 읽어내려 간 1Q84는 나에게 상실을 남겼다.

덴고에게 어머니라는 존재의 기억은 ‘상실’이었다. 흰 슬립을 입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닌 젊은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모습. 그것이 ‘상실’의 첫 기억이다.
아오마메에게 증인회는 ‘상실’ 자체였다. 어린 시절 열렬한 ‘증인회’ 교도였던 가족 때문에 ‘증인회’교리를 따랐고, 그 교리는 그녀의 어린 시절과 가족을 상실케 했다.
그리고 1Q84년에 의해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를 상실했다.
서로를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는 그들의 사랑이 하루키의 거대한 판타지를 연결 짓는 고리만은 아닐 것이다. 
 

1Q84는 상실이 가져다 준 허무를 상념이 만들어낸 세계가 아닐까.
후카에리에게 리틀피플은 시간의 ‘상실’이 아닐까. 하지만, 진실은 하나이다.
원래부터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바로 그 세계가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아, 나에게 상실이라는 미묘하고 텁텁한 과제를 던져 준 1Q84년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두 개의 달이 떠 있을 것만 같은 하루키의 주문을 털어버리고 혼돈의 상태에서 빠져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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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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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계획하는 설계자가 있다. 

설계를 실천하는 암살자가 있다.   


 

햇빛을 삼켜 버린 거무룩한 하늘을 바라보니, 냉랭한 에어컨 바람이 마음 구석구석을 몰아치고 간 듯 건조하고 차갑게 얼어버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콧등 언저리까지 베어나오는 이 날씨에 말이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쓸고 간 후, 공허해진 마음을 채워 줄 김언수 선생님의 신작이 나왔다.
표지부터가 왜이리 쓸쓸하고 눈물겨울까.
표지에 비춰진 '래생'일 것 같은 '그 남자'의 뒷 모습이 아련하다.
아무래도, 전작인「캐비닛」에서 느꼈던 재기발랄함과 독특함, 그리고 유쾌함은 잠시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소설이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설계자들』은 세상을 원하는대로 설계하는 설계자들과 설계에 따라 움직이는 자객들이 등장하는'거대한 암살조직'의 이야기다.
지식과 교육의 공간인 도서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냉혹함과 잔인함이 드리워진 삶의 밑바닥인
'살인'의 설계가 시작된다. 수녀원 쓰레기 통에 버려진 아이는 도서관 관장 너구리 영감에게 입양되어 '래생'으로의 삶을 살아간다. 수십년간 푸주의 실 권력자인 너구리 영감은 설계자들의 설계를 받아, 자객들에게 임무를 주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면서 래생은 자연스레 17살 자객이 된다.

이유도 모른 채, 아무런 감정 없이 '자객'들은 설계자들의 구미에 맞게 설계를 도와준다.
그것이 ‘자살’로 위장하든,‘사고’로 위장하든 ‘살인’을 해서 흔적도 없이 보내버리든_
단지 그들은 '살인'을 할 뿐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한자라는 거물급 세력이 등장하면서, 박진감이 더해진다.
한자는 오랫동안 암살조직의 푸주였던 도서관을 위협하면서, 위험해진 주인공 '래생'의 과거가
한 겹 씩 벗겨진다.
그리고 ‘미토’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다다르게 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설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더러운 푸주의 모든 것을 뿌리 뽑고자 그녀가 등장한다.

점점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액션 느와르' 장르를 방불케 할 영화같은 장면들이 나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설계자들 홀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나를 붙들어 놓은 소설이었다.

다음 내용이 끊임없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진실'이라고 믿는 '사실'이 모두 계획 된 '거짓'에서 출발하니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하다.

얼굴없는 누군가가 의자에 앉아, 어떤 식으로 세상을 설계를 할 것 인가.
궁리하는 설계자들에 의해 움직여 진다는 것을…이미 짜여진 시나리오라는 것을…안 이상,
우리들은 쉽게 이 소설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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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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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묻습니다. 나도 궁금합니다. 나는 있는 걸까요? 정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내 육신이 거기 있다고 해서,
응, 있어, 나 여기 있어, 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아, 대저 존재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분명 여기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고 그녀가 느낄 고통을 미리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 나는 과연 없는 것일까요? -밀회-

핑크 빛으로 물든 그의 책을 만났을 때, 꽤 감동적이 었다.
김영하가 돌아왔다는 그 말 한마디로 충분하게_ 

김영하가 돌아왔다. 원 샷, 원 킬, 사정거리 밖에서의 저격처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우리에게 내밀었지만,
이 독서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김영하니까! _ 박민규 (소설가)

추천사를 읽고 한참 생각했다. 단편소설로 6년만에 만에 돌아온 그가 '무슨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첫 장을 펼치고, <로봇>과 마주하게 되었다.
  

수경은 전동차에서 삶이란...... 젖은 우산......참고 견디는 것.  라는 경구를 수첩에 적는다. 
돈비린내로 얽힌 사장과의 관계와 '로봇'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문상'이라는 남자_ 
처음으로 '로봇'과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희열의 순간 수경은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모든 걸 잃어도 좋아. 널 사랑해.' 라고 말한다.   

'로봇'이란 남자는 '로봇 3원칙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수경을 떠난다. 
수경을 위해 떠난다는 말만 남기고...
간결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로봇'은 내 마음 속에 차가운 '배려'만 남겼다. 

 

그리고, <밀회>는 여기 어딘가에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받았다.

7년 간의 밀회, 일곱 번의 헤어짐, 일곱 번의 다짐, 일곱 번의 체크아웃, 일곱 번의 거짓말.  

그녀와 일곱 번의 밀회를 즐긴,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마지막 외침이 이상하리 만큼 평온하다. 
 

<명예살인>과 <마코토>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신선하고 독특했다.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소재가 되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쉽게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텍스트로 풀어놓아 속이 시원한 한 편, 아이러니하고 간결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겼다.  

 

김영하 오빠의 귀환이 나는 반갑기만 하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표현들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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