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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무더위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2010년의 여름이다.
늦은 밤에도 여름이 가시지 않았음을 알리는 후끈한 더위와, 적당히 불어대는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듯 오묘하게 섞여있다.
9월의 첫 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달을 보기위해 창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어본다.
하늘이 뿜어낸 비 때문인가, 달은 어디에도 없다.
어둠 속에서 보랏빛 구름으로 물들인 저 하늘 어딘가 두 개의 달이 떠있는 것은 아닌가.
저 하늘을 걷어내면 크고 작은 달 두 개가 두둥실 떠올라, 아오마메와 덴고가 떠난 1Q84년이 펼쳐지고 ‘호우호우’ 공기번데기를 만드는 리틀피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상실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1Q84년_
하루키의 판타지 세계는 독자들을 끌어 들이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덴고와 아오마메의 세계로 인도한다.
후카에리의 <공기번데기>소설을 시작으로 1Q84년의 달은 휘영청 밝아온다.
신비의 힘을 가진 선구의 리더를 만나 아오마메는 자신의 계획을 꽤 뚫고 있는 그를 특제 아이스픽으로 살해하게 되고, 정확히 살해가 아니라 부탁을 받게 된다.
리더를 잃은 선구의 끄나풀 우시카와는 끈질기게 아오마메를 찾아 나서고
리더를 죽인 그 날,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엇갈리던 덴고와 아오마메는 3권의 끝자락쯤 둘의 재회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1984년으로 돌아가게 된 그들은 둘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결말을 예고하기 충분하지만,
4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로 인해 깔끔하지 않은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
하루키의 신비한 힘으로 3권까지 줄기차게 읽어내려 간 1Q84는 나에게 상실을 남겼다.
덴고에게 어머니라는 존재의 기억은 ‘상실’이었다. 흰 슬립을 입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닌 젊은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모습. 그것이 ‘상실’의 첫 기억이다.
아오마메에게 증인회는 ‘상실’ 자체였다. 어린 시절 열렬한 ‘증인회’ 교도였던 가족 때문에 ‘증인회’교리를 따랐고, 그 교리는 그녀의 어린 시절과 가족을 상실케 했다.
그리고 1Q84년에 의해 덴고와 아오마메는 서로를 상실했다.
서로를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는 그들의 사랑이 하루키의 거대한 판타지를 연결 짓는 고리만은 아닐 것이다.
1Q84는 상실이 가져다 준 허무를 상념이 만들어낸 세계가 아닐까.
후카에리에게 리틀피플은 시간의 ‘상실’이 아닐까. 하지만, 진실은 하나이다.
원래부터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바로 그 세계가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아, 나에게 상실이라는 미묘하고 텁텁한 과제를 던져 준 1Q84년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두 개의 달이 떠 있을 것만 같은 하루키의 주문을 털어버리고 혼돈의 상태에서 빠져 나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