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랑이 아가씨⟫,제목에서 명시했듯 ⟪호랑이 아가씨⟫는 하루아침에 호랑이로 변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하루아침에 변한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변화는 서서히 시작됐다. 어느 날 손톱에 못 보던 주황색 털이 나질 않나, 손톱도 길쭉한 게 갈고리 모양으로 뻗어있다. 보통 사람이 이렇게 크나? 의심은 점차 커진다. 평소보다 고기가 더 땅기고 자주 걷는 거리를 걷는데 가뿐하다. 사실 읽기 전에는 몸 전체가 호랑이로 바뀌어서 고생하는 걸 상상했는데, 점차 변한 상황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주인공이 무당을 찾아갔는데 거기서 듣는 영혼에 대한 설명도 기대한 그 느낌이라서 재밌었다.




  영혼이라는 개념은 독특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개념 같다. 그래서 더 끌리는 소재가 아닐까?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다던가, 전생에 원수지간이었다던가, 그런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거다. 그럴 때 무당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정말 그게 내 전생이 맞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주인공의 상황은 다르다. 몸이 좀 이상한 거 같아서 찾아갔을 뿐인데 몸 안에 호랑이 영혼이 있다고 한다. 한국만큼 호랑이와 밀접한 나라가 있을까?

  예전에는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지만, 동시에 사람을 지키는 산신령으로 전해지는 게 호랑이다. 주인공 영혼에 있는 호랑이도 그 산신령이다. 어떤 계기로 일어난 거라는데, 자칫 손톱에서 그치지 않고 몸 전체가 호랑이가 된다고 한다. 도로 한복판에서 바뀔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이성을 잃을지 어쩔지 모를 일이다. 소설로 봤을 때는 신묘한 일이지만 현실로 겪으면 오싹한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공과 엄마는 박수무당에게 방법을 묻고, 그 기운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억울한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하며 방법을 알려준다.




    방금까지 말한 건 전반적인 내용이지만, 여타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주인공이 어떻게 해결하는지였다. 표지처럼 주인공은 당장이라도 뛰어서 호통을 칠 것 같았고, ⟪호랑이 아가씨⟫ 내용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돕는 장면이 나온다. 단순히 그들을 연민하고 안타까워하고 내가 나서야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불의에 맞서는 경향이 크다. 즉 완성형 해결사가 아닌 미완성형 해결사, 그 면모가 두드러져서 마음에 들었다.

  앞뒤 가리지 않는 적극적임 뒤로 언제 정체가 들킬지 모르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다 보니 사건 해결, 사람들의 사연에 집중하면서도 긴장됐다. 심지어 주인공이 잡은 거점은 시내 한복판도 아니고 경찰서 앞이다. 간판에 112까지 휘갈겨 넣었다. 초반에 젊은 경찰, 늙은 경찰 두 분이 나오는데 대립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그러길 바랐다.

  주인공은 경찰이 되려고 준비했던 만큼, 또 그가 가진 사연 때문인지 더 절실했었다. 단순히 운이 나빠서 경찰 시험에 떨어진 걸까? 운이란 대체 뭘까? ⟪호랑이 아가씨⟫ 은 실제 우리가 겪거나 마주할 수 있는 사건을 진중하게 다루면서 동시에 오태경이라는 인물이 성장하는 서사가 담긴 소설 같다. 무조건 사건 해결! 사건 해결! 감동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서린 분노, 슬픔, 괴로움이 느껴지고 고민하며 고군분투하는 태경과 주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인상적인 건 만성 방광염을 앓는 중년 여성이었다. 주인공은 호랑이 영혼 때문에 신통력이 있는데, 그 신통력으로만 해결하지 않고 한의원을 소개해 준다. 신통력이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없어도 태경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준 모습으로 보였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여, 옆집의 그 못된 남자가 진열장에 놓인 핫브레이크와 컵라면 위에다 침을 뱉을 때 나도 그곳에 있었다.
그때 난 무엇을 했지? 아무것도.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왜 남의 영업장에다 피해를 입히느냐고 항의했어야 하는데, 입을 꾹 닫고 캔맥주 두 개만 계산해 슈퍼를 나섰다. 왜냐하면…… 나는 경찰이 될 거였으니까. 괜한 소란에 휘말려 면접에 불리한 이력을 남기긴 싫었다. - P39

‘다행이다. 경찰이 되지 않아서.‘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오후, 산왕경찰서 뒷문을 보면서 생각했다. 세상에, 그게 다 무슨 말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경찰이 되려 애써놓고. 시험에 탈락할 때마다 죽고 싶다고, 경찰이 아닌 오태경 인생은 의미가 없다며 펑펑 울어놓고.
역시, 사람은 뭐든지 경험을 해봐야 안다. 죄를 짓고 경찰서를 출두한 뒤, 처벌받으리라는 전망에 격노하면서 ‘액운타파 사주112‘ 카페로 찾아든 이들을 만나, 난 내가 얼마나 순진한 철부지였는지 깨달았다. -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착각이길 바라고 있지만 무언가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꾸준히 책을 읽는 건 매력적인 책이 많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후자가 더 크다. 오늘 소개할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속 주인공도 나처럼 부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인물로 보였다. 결말까지 봤을 때 그건 아니었다.





    왜 제목이 비너스인가, 그 의문을 시작으로 읽었지만 차례차례 책 내용으로 빠져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특징이라고 할 만큼 그가 내는 책마다 400-500 장을 넘는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도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양이 많은데 552쪽이다. 소설 외 내용을 제외해도 500 페이지로 꽤 부담스러운 숫자다. 겉으로 봐도 두께가 있어서 한 손으로 잡기 불편하고, 막상 읽으려고 하면 이걸 언제 다 읽지? 마음이 든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읽으면 가장 빠르게 읽겠지만 이런 내 우려와 달리 이번에도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는 한 번 읽으면 몰입해서 읽을 만큼 가독성도 좋다.

  지금 내가 쓴 문단처럼 세 줄 이상은 신경 써서 쓰지 않으면 가독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는 양이 많지만 적절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한 장을 넘기려던 손이 두 장을 넘기게 된다. 마치 눈으로 봤을 때 족히 5인분은 나올 법한 케이크가 잘게 자르면 10 조각으로 나오는 느낌. 한 덩어리로 보면 먹기 힘들지만 조각으로 나눠서 먹으면 금세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음을 알게 된다. 이때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앞으로 더 남았어? 하는 복잡 미묘함도 있다.




    제목처럼 비너스가 전면으로 나올까, 기대도 했지만 책 소개 글에서 밝혔듯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은 미술관이나 비너스가 나오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수의사이고 천재 IT 사업가 동생이 있다. 어느 날 낯선 여성이 찾아와 그 동생이 실종됐다고 알린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믿을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설상가상 친족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덧붙여 뇌 질환을 앓던 화가 아버지가 남긴 작품이 사라졌다는 것,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던 어머니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사실까지 있다고 하니 주인공이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소개 글을 나열했을 뿐인데도 길다. 수의사인 주인공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들, 주인공의 가족들, 낯선 여성까지. 일본 소설이라서 이름도 낯설고 헷갈려서 곤란했지만 각 인물마다 개성이 남달라서 기억하기는 좋았다. 특히 초반, 도중에 나오는 유마라는 인물은 읽는 내내 여러 오해를 품어서 살짝 미안했다. 한편으론 주인공에게 정감이 가지 않아서 읽기 어렵기도 했다.

  수의사인 주인공, 의사 집안 친가 덕분에 SF와 의료 사이를 넘나드는 내용이 즐비해서 보는 입장에서 즐거웠다. 모든 수의사가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두 번째 사진을 보면서 대동물 수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방문하는 손님들도 가지각색이라 그 동물들이 어디가 아픈지, 보호자마다 다른 대처도 유의 깊게 봤다. 물론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의 주 골자는 실종된 동생을 찾는 것. 이 간결하면서도 위험한 문장에 친족 갈등, 부친의 유작, 모친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얽힌 탓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섣불리 동생이 사라진 사실을 밝힐 수도 없지만 주변을 탐문하지 않으면 실마리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과학 X 엔터테인먼트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만약 납치됐다면 누가 납치했는지, 혹은 자작극이라면 어떤 이유로 그런 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몇 번이고 가설이 빗나갔다. 개 중에는 맞춘 것도 있지만 약간의 반전도 있었다.

과학과 미스터리가 만났지만 무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각 인물이 가진 감정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냐고 하면 그건 아닌 거 같다. 어느새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던 사건이 현시점에서 폭발하고 그 한가운데에 주인공이 봉착한 느낌이 들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사람은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일단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거짓말을 한 번 했다. 평소라면 열 번 이상 했겠지만 오늘은 의도치 않게 몇 시간가량 비평했고 지금은 혼자 글을 쓰고 있고, 지루하지 않다고 되뇌고 있다. 사실 요새 지루하다. 지루하다는 말로 종이 한 장을 채우고 싶을 만큼. 서평을 마치고 난 뒤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의식이 흐르는 대로 생각을 이끌고 있지만, 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가? 최초 거짓말은 무엇일까?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할수록 인류애라는 게 상실되는 절망감이 뒤따라오니까. 언제 인류애가 넘쳤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정말로 누군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느라 논문을 뒤적거렸다. 물론 오늘 서평에선 그 논문을 전면 다루지 않는다. 아직 다 소화하지 못했을뿐더러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건 ⟪페이크와 팩트⟫이기 때문이다.




    다소 사진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다. 방향보다 주목할 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저 바둑판과 뒤편에 가려진 원숭이이다. 두 요소는 제목에서 비롯된 걸로 보였다. 처음에는 가짜 뉴스, 과대광고, 허위 사실 유포, 등을 떠올리며 페이크와 팩트를 봤다면 원문 제목을 읽고 그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제는 ⟪The Irrational Ape: Why Flawed Logic Puts us all at Risk and How Critical Thinking Can Save The World⟫ 로, 비이성적 유인원(원숭이 맞음): 결함이 있는 논리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유와 비판적 사고가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다. 제목이 긴 만큼 544페이지에 걸쳐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제목 같다. 그래서 표지에서 유인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바둑판 디자인은 이와 별개로 신기했다. 다음 장을 넘겨서 저자 소개, 목차를 읽어야 하는데 Fake, Fact를 찾고 그 규칙을 찾느라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평소 대각선으로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탈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찾아보면 왜 표지가 이렇게 디자인됐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는 '가짜'와 '진짜'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한때 팩트체크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처럼 '짜가'라는 말도 생기기 시작한 때가 있었다. 알다시피 짜가는 교묘하게 진짜를 모방한 상품, 짝퉁을 일컫는 속된 말이다. 발음 때문인지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북한 감이 있다. 산업화, 도시화 이후 대량생산으로 기성품이 나온 것과 유사할 수는 있지만 짝퉁은 그 대상이 된 상품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 뉴스도 뿌리째 뽑아내야 하는 것이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처음 떠올린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왜 사람들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지 못하고 속는 가로 이어지게 된다. 흔히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맞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겠지만 나 또한 그렇다. 저자는 일화와 함께 그 인간 내면을 조명하며 어떻게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위 사진 속 일화는 권위가 주는 오류로 소개되는 일화이다. 어윈 스톤은 라이너스 폴링에게 비타민C가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하였고 그는 그걸 의심하지 않고 따랐다. 매일 3000밀리그램을 먹으면 활력의 묘약이 될 거라고 주장한 장문의 편지가 라이너스 폴링을 움직인 걸까? 자세한 내막은 당사자가 아니니 알 수 없지만, 정말 그 말대로 건강 상태가 나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솟는 것 같고 이전보다 감기에 덜 걸린다고 느낀 라이너스는 복용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추후 책도 냈다. 우후죽순 비타민C 판매량이 늘어나는 결과까지 초래됐는데 2024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하게 복용해서 좋지 않다는 것과 부작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눈치 좋은 분이라면 권위가 주는 오류가 무슨 의미인지 이미 유추했을 것이다.

  종종 우리는 거짓말에 속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속은 거지?' 의문을 품는다. 특히 뻔한 속임수에 속았다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답답한 마음이 앞서서 그 뻔한 눈속임에 속았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들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피해자를 향한 비난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의미로 그런 사람을 두고 너도 당해봐야 알 거라고 저주를 퍼붓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모습을 보고 거짓말이 이렇게 나쁘다고 일갈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렇게 끝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속지 않는 방법이 달리 있냐고 하면 속지 않는 게 최선책이라는 말과 사후 대처밖에 할 말이 없다.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속임수도 나날이 복잡해진다는 거다. 이건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알고 있었지만 속는 사례가 속출하는 거다.

그렇다면 거짓말하고 속임수를 부리는 이들은 모두 간악한 속임수를 쓰는 걸까? 악마의 속삭임이라 칭할 그런 속임수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오류는 모두 거창하지만은 않다. 사소한 오류로도 발생한다.

  글을 쓰는 지금 나도 모든 걸 드러내지는 않는다. 좋은 내용을 쓰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좋은 내용이라 함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여긴 정보를 담거나 내가 소개하려는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진 책인지를 잘 소개하는가, 이 두 가지를 만족한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오류가 한 가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좋은 의도로 매력적인 책을 소개하고 내 의견을 정갈하게 정리하여 보여 주고 있지만 만약 어떤 특정 책이 재미도 없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 괜찮은 면만 보여 주려고 한다면, 이걸 보는 입장은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다. 이런 오류는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지 독자 혹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화려하기 때문에 종종 잊게 된다. ⟪페이크와 팩트⟫를 읽으면서 한 걸음 물러서서 사실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에서 온 편지
찰스 디킨스 외 지음, 홍수연 외 옮김 / B612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 내용인 '사라진 5백 파운드의 행방을 찾아라'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액자 소설 형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신경이 쓰였다. 문학을 배울 때 한 번은 마주하는 액자식 구성. 흔하다면 흔하고 아니라면 아니지만, 저자가 한 명이 아닌 일곱 명이었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했다. 저자가 모두 분위기를 통일해서 이어나가는 걸까? 노력하면 위화감이 없을까? 아니면 그 위화감을 장치로 이용해서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걸까.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너무 우려한 탓인지 아니면 그 사이 집중력이 저하된 탓인지 1장은 몇 번씩 다시 천천히 읽어야 했다. 조르간 선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가 보는 풍경을 같이 살펴보듯 빽빽한 묘사가 길게 이어졌다. 그가 어디에 있고 왜 그걸 보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답답했다. 원문에도 있던 건지 번역을 맡은 주석으로 기재해 주신 건지 모르지만 낯선 단어를 비롯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1장은 조르간 선장부터 레이브록 부인, 알프레드 레이브록, 키티, 톰 페티퍼가 나온다. 간략하게 이들이 어떤 인물이고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암시하는 대목으로 보였지만 단연코 조르간 선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어느 페이지를 봐도 조르간 선장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다리(주로 허벅지)를 찰싹 치며 말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면 그런다고 부연 설명이 나오는데 호탕한 모습만큼 조르간은 유쾌한 인상을 가진 남자로 보였다. 위아래 푸른 옷에 억센 구릿빛 손까지, 다부진 선장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낙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어지는 2장 조르간 선장이 때때로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1장은 찰스 디킨스, 2장은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가 썼다고 차례에 표시되어 있다. 1장에선 내가 산만한 만큼 조르간 선장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보였는데 2장에서 엄숙하게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기꺼이 그를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도운 걸 수 있지만 이야기 속 인물로 가정해서 생각하면 조르간은 그들에게 외지인인데다 도울 이유는 없었다. 그가 편지를 건네준 데 이어 행하려면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가 따라오지 않으니, 이런 점에서 앞으로 얼마나 시끌벅적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다에서 온 편지⟫의 이야기 중심은 조르간보다는 사라진 500 파운드이기 때문에 시시콜콜 조르간이 어떤 인물인지 파헤치지 않지만, 조르간 선장은 삭막할 수 있는 순간을 환기시켜 주어서 계속 눈길이 갔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추리보단 미스터리가 더 비중이 큰 느낌이었다. 3장 내용이 길게 느껴져서 그런 듯하지만, 조르간이 가져온 편지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신경 쓰였기 때문에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겠다. 단지 뒤이어 차례차례 나오는 요소가 생각지 못한 반전이어서 위와 같이 생각했다.

  다 읽고 났을 땐 기존 원문을 번역한 책이 1장, 2장, 5장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고 모든 장을 번역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다. 약 240페이지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소설이었다. 저자가 가진 특징인지 모르지만 독특한 표현도 많고 인물이 가진 감정이 뚜렷해서 읽는 내내 눈이 즐겁기도 했다. 특히 날것의 감정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분노를 터뜨리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뭘 하다니?" 선장이 대꾸했다. "뭐라도 해야지! 내 저기 저 작은 방파제까지 내려가 소금물에 녹슨 쇠고리 하나라도 비틀겠네. 아무것도 안 하느니보다 바로 가서 뿌리째 비틀어 뽑거나 안 되면 내 이라도 비틀어 뽑겠네. 아무것도 안 하다니!" 선장이 별안간 소리쳤다. -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힐튼과 김종성
김종성.정성갑 지음 / 브.레드(b.read)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까지 작가와 저자라는 단어를 구분하지 않았듯 살면서 건물과 건축물을 구분하지 않았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지나가다 보는 건물을 보고 깊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호기심을 느낀 적은 없었다. 단순히 취향 차이일까? 관심이 있었다면 달리 보였을까? ⟪힐튼과 김종성⟫을 읽은 이유도 호텔이 궁금해서였다.

  힐튼 호텔은 어떤 호텔일까? 내게 있어 호텔은 쉬는 곳, 행사차 방문하는 곳이었다. 호텔과 관련된 책은 호텔경영이 전부였다. 특정 호텔을 다루기보다는 호텔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거기서 일하는 직종을 더 중점적으로 살폈었었다. 그래서 힐튼 호텔과 건축가 김종성이 궁금했고, 저자가 전하려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도면까지 공개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처럼 힐튼 호텔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힐튼 호텔을 보여 주려는 게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마치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을 슬쩍 알려 주는 것처럼. 저자를 잘 몰라서, 힐튼 호텔을 몰라서 낯설고 어색하지만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끼는지,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 은연중에 묻어있는 것 같았다. 특히 1장은 어떻게 힐튼 호텔이 지어지게 됐는지, 건축가 김종성이 의도한 바가 담겨 있었다. 호텔은 방문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은 휴식이나 기분전환 혹은 업무가 주 이유로 꼽힌다. 호텔이 늘어났지만 그 호텔이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다른지 검색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렵다. 문외한인 난 다른 건물처럼 호텔을 쓱 보고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소재부터 건축 방식, 구조를 하나씩 어떤 목적으로 정하였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난 힐튼 호텔이 어떤 호텔인지 잘 몰랐다. 둘째 자칫 '~는 ~로 하기로 했다.'라는 말이 설득하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그가 기억하는 순간을 회고하듯 전하면서 각자가 간직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호텔은 호텔이라고 본 시각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폐장하고 재개발하는 등 이미 그 시절 힐튼 호텔을 볼 수 없지만, 2장 김종성 건축가가 거쳐온 과정과 3장을 빌어 그 현장 사람들이 기억하는 순간을 보고, 마지막 4장에서 지금 힐튼 호텔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