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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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암울한 현실의 공포를 선물한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나'는 여의치 않은 집안 사정으로

반지하방의 침대 위에서만 지내게 된다.


엄마의 간호를 받으며 겨우 왼손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데,

기댈 곳이 없던 엄마가 그놈을 데려온 순간 매일이 악몽이 되었다.


그럴 줄 몰랐다는 엄마의 후회가 뒤를 이었고,

반지하방에 들어앉아버린 그놈은 전신마비 환자인 나를 통나무라 칭하며

시도때도 없이 엄마를 폭행하곤 했다.


이보다 절망적일 수 있을까.

엄마가 고통받는데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그렇게 괴롭던 여름의 어느날.

하나뿐인 선풍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그놈때문에

욕창이라도 생길까 최신 선풍기를 사온 엄마에게

앨리게이터가 이빨을 드러냈다.

그것도 매우 사납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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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게이터는 악어의 한 종류인데,

이야기 속에서 앨리게이터는 주인공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전신마비로 꼼짝도 할 수 없는 나를 향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절망의 늪.


그 안에서도 살고 싶다는 본능 하나와

아들을 위해 발버둥치는 엄마의 모습이

끝끝내 늪을 빠져나오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이야기는 너무나 슬펐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읽는 내내 현실의 공포가 다가와

마음을 지독하게 짓눌렀다.


귀신과 같은 존재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고 있음에도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공포 문학의 밤을 여는 첫번째 이야기로

매력적인 '앨리게이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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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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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지리도 없는 킬러의 호텔 탈출기


간단한 임무라고 했다. 

딸의 그림을 남자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정말 간단한.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호수를 잘못 봐서 들어간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더니, 

급하게 내려가다 도와달라는 요청까지 받는다. 

게다가 업자 천지가 된 호텔이라니. 

무당벌레는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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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운이 나쁜 킬러의 이야기


'무당벌레' 나나오는 간단한 일을 맡아도 큰일이 되어버린다.

간단히 가방을 전달하면 되는 일이

죽고 죽이는 생존게임이 되어버린 불릿트레인에 이어

트리플 세븐에서는 높이 솟은 호텔로 무대를 옮겼다.


그림을 전달하면 되는 간단한 일은

업자가 모여들어, 누군가는 지키고, 누군가를 죽여야하는

또 한 번의 생존 게임이 되어 버렸다.


나나오는 그럴 계획은 1도 없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끼운 '실수'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가미노의 부탁을 어쩌다가 수락해버린다.


게다가 가미노와 엮이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가려던 계획은 어긋나버리고

육인조 업자에게 위협받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나나오는 모든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미노를 지키고, 마리아에게 위험 상황을 전하고,

호텔에서 탈출해야 하는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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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그려지는 고군분투 탈출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불릿트레인'을 영화로 봤기 때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열차 사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가방을 전달하기 위해 탔던 열차에서

다양한 킬러들과 조우하고 끝내 살아남았던 그 작품.


조금은 어지러우면서도 액션을 보는 맛이 있었는데,

이번 '트리플 세븐'에서는 스펙타클한 장면은 없었음에도

긴박함이 느껴지고, 쫄깃한 긴장감이 흐르는

명장면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나오와 가미노가

육인조의 나라와 마주하고 시선을 맞대는 장면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이었다.


바람총과 독화살로 무장한 육인조.

시체 처리를 맡은 담요와 베개.

모든 걸 기억하는 가미노와 코코.

의아함이 놀람으로 바뀌는 요모기 장관과 사토.

경호원으로 고용된 콜라와 소다.

그리고 나나오와 마리아.

이누이까지.


등장하는 인물이 많아서 어지러울 수 있는데,

처음엔 헷갈렸지만 읽을 수록 재미가 붙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무당벌레, 나나오의 앞날엔

또 어떤 '간단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길게 펼쳐진 열차와 높게 솟은 호텔.

어쩌면 다음은 푹 꺼진 지하가 될지도.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 시리즈가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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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는 거 눈치채!
코노 유타카 지음, 최은지 옮김 / 리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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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생의 만남과 사랑은 어떤 이야기를 남길까.


천년의 기억을 간직한 안은 카레 레시피를 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편, 

과거 연인과 기록해온 교환일기가 고서로 거래된다는 소식에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천년에 얽힌 이야기와 신의 등장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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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천년의 사랑


천년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물의 신이 사랑한 인간 여자는 신의 선택을 거부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삶을 택하고는 신의 분노를 샀다.

남자를 혼내줄 요량으로 강을 범람시켰는데,

물에 휩쓸린 남자를 향해 여자가 뛰어들었다.


물의 신은 두 사람에게 저주와 같은 희망을,

희망과 같은 저주를 걸었다.

윤회를 통해 서로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겠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진 않을 거라고.


남자는 다시 태어날 때마다 윤회를 잊어버리지만,

다시 태어난 여자를 사랑하는 순간 기억이 돌아온다.

여자는 윤회를 기억한 채로 태어나지만,

남자를 사랑하는 순간 모든 기억을 잃는다.


어느새 천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사랑의 굴레.

이번 생의 만남과 사랑은 어떤 이야기를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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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여자의 목숨입니다. 

구하십시오.


첫번째 챕터에서는 각자의 목적으로

문통록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이게 천년의 사랑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지? 라는 의문이 들지만,

'도명초문통록'이 두 사람이 기록해둔 교환일기라는 걸 알려주며

기록하고픈 일이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문통록을 훔쳐달라는

의뢰를 했음을 알게 된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여러 신이 등장하는데,

그로 인해 조금은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면

마지막 챕터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어서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사랑받고 있는 거 눈치채!'


마지막 챕터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것과

이번 생의 이야기를 끝맺는 모험의 결말이 나오는데,

문통록에 기록될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머릿속에선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듯해서 신기했다.


나쁘게만 보이던 물의 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위해 희생을 마지 않는 걸 보면

천년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향한 그 마음 또한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그만 여자를 보내주고

가뭄의 신과 알콩달콩했으면 하는 바램도 살짝 ㅎㅎ


여러 신(神)이 등장하여 복잡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향한 사랑이 변하지 않고

신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사랑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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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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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을 경험한 이들이 믿을 수 밖에 없는 신의 강림.


깊은 산골 마을로 발령한 이준. 

마을 입구가 정문으로 막혀있고, 

교직원이 3명뿐인 시골 학교에서의 삶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정말 신이 있다고 말하는 교회에 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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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만날 준비가 되었나요?


외지인에게도 친절한 '한사람 마을'

이준이 걱정했던 것보다 마을은 좋았다.


이장은 빈 집이 많다며 집 하나를 세도 받지 않고 내주었고,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동네 사람들과 함께 와서

벽지며 수도며 수리해주고 살 수 있게 해주었다.


몇 안 되는 아이들도 쾌활했다.

한사람 마을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서로에게 친절했다.

까만 비닐봉지를 가지고 가는 '교회'만 아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골마을이라 생각했을 터였다.


'제물'이라 부르는 그것.


배를 가르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바친다.

그리고 이장이자 목사인 그의 주도 하에

한달에 한 번, 영접의 대상자가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신은 존재한다.


그렇게 믿는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여기던 이준은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신을 영접한 후, 허리를 펴고 나온 광경을 목격한다.


믿을 수 없는 것도 잠시...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이준도

신을 영접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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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 오셨습니다.


오컬트 장르의 소설을 읽다보면

폐쇄된 마을에선 악행이 이뤄지거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신이 실존한다는,

제물을 매개로하여 영접이 가능하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특수 설정이지만

외지인에게도 친절하고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

지금껏 읽었던 오컬트 소설과는 결이 달랐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한사람 마을의 외지인 '이준'이 영접을 경험한 이후

순식간에 신의 존재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몰입도가 상당하다.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신을 믿을 수밖에 없는 목도의 현장과

그로 인해 어릴 적의 아픔을 되돌리고 싶다는 욕망이

연이어 나오며 이준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았다.

거기다 아무도 모르는 제물의 정체까지.


신은 왜 그곳에 강림한 것일까.

신은 왜 이준의 소원을 그렇게 들어준 걸까.


'의심'이 싹트고, '제물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한사람 마을의 끝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신은 순리를 거스르는 그의 소원을

끔찍한 모습으로 들어주고선

자신의 강림을 끝맺음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제 발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지옥.

그 지옥은 욕망을 잡아먹는 곳이기에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늪과도 같았다.


영접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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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네오픽션 ON시리즈 29
김선미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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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소년의 범죄를 다룬 섬찟한 상상력.


소년 범죄에 대한 다섯 가지의 시선과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재의 소년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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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토리


시끄럽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시끄럽게 싸워서 신경을 거슬렸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타깃이 되어버린 사람과,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신세를 얘기하는 범인.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의 늪에서 빠져나왔으며

교정교육으로 비행을 예방할 거라는 순진한 발상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범인의 레퍼토리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징벌


네메시스의 역주


복수.

오로지 복수.


그것만을 생각하고 바라며

예린이 선택한 건 핏불 테리어 였다.


디데이부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사건의 개요를 보여주는 이야기.

OK목장의 혈투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수십번을 오가는 도로였다.

눈을 감고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내 아들이 중앙선을 넘었을 리 없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고

한 가지 문장만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의 복수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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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이야기 중,

징벌과 네메시스의 역주가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었다.


'징벌'은 미래에는 강화된 소년범죄 처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소년법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11호 처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인권 따위 우위에 두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네메시스의 역주'는 복수의 과정을 역으로 흘러간다는 특이점과

복수를 하게 만든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레퍼토리와 OK목장의 혈투는 끝맺음이 없는 이야기여서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되는 거지, 라는 아쉬움이 남았고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관전 포인트가 있고,

이야기의 끝맺음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주인공을 보호하는 결말이라서

피해자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소년범죄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그로 인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내려야한다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물론,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흉악한 소년범죄는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교화되거나 가정으로 돌아간다며

촉법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예외조항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법으로 보호해주는 것만이 해결법일까?

재범을 하거나, 성인이 되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되는 그런 건 안 되는 걸까?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의 소년범죄와 소년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섬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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