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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색
추설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사랑에 빠지는 시간, 48시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충동적으로 일본 도쿄로 날아온 현서.
그곳에서도 채워질 리 없는 외로움이었지만,
한 여자를 만나며 무채색이던 그의 세상에 따뜻한 색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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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B 0의 세상,
그리고 RGB 255의 세상.
무채색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구렁텅이에 지쳐버린 현서.
다채롭고 밝게 보이는 세상에서
실패의 반복과 외면, 그리고 연애에 지쳐버린 유카리.
그날, 도쿄의 한 술집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마치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는 자석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 번역 앱을 통한 필담.
시끄러운 술집에서도 오직 두 사람만이 진심을 나누었고,
그 진심은 이틀 간의 추억과 사랑으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현서는 구렁텅이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유카리는 다시 와달라며 요청하고,
두 사람은 서로 잊지 말자며 약속하지만
현서의 귀국 이후 연락은 끊겨버렸다.
그날의 만남은 그저 이틀 간의 불꽃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다시 타오를 날만을 기다리는 불씨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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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
한일 커플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로맨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세상에 없던 색'은
드라마로도 다뤄지며 소재가 흔해졌다 생각되는 한일 로맨스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상처 받는 게 싫어서, 아파서,
어느 샌가 세상을 무채색으로 보게 된 현서와
실패하고 무너짐에도 따스한 말 한마디에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 유카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기나긴 터널에도 끝은 있음을,
시린 겨울이 지나면 결국 봄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러니 한 걸음만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색'이라는 것을 매개로
잃을 줄 알았던 색을 사랑으로 찾는 것과
감정이 담긴 글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는 좋았지만, 문단 구성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하나의 문장임에도 줄바꿈을 해서
문장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서의 과거 이야기에선 또 그런 구성이 아니여서
가독성 보다는 감정의 여운을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되긴 했지만,
그 부분이 너무 잦아서 몰입을 방해해버렸다.
대사마저 그렇게 되어 있는 데다가
망설이는 효과를 위한 말줄임표가 생각보다 많아서
나도 글을 쓰는 쪽이다보니 그런 게 더 두드러지게 보여서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좀 컸다.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면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녹여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어두운 터널에서 마침내 빠져나온 현서를 응원하는 한편,
감정을 담아낸 글을 쓰는, 그리고 행복을 찾게 된 유카리와의 재회가
영원한 사랑이라는 결실로 끝맺음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