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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사라 피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7월
평점 :

눈사태로 고립되어버린 호텔, 르 소메.
동생 아이작의 약혼 파티 초대에 응한 엘린은
남자친구와 함께 미니버스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은 길을 지나,
알프스의 르 소메 호텔에 오게 된다.
이곳이 복수를 위한 끔찍한 무대가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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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에 갇혀버린 진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눈사태로 고립되어버린 호텔.
사라진 동생의 여자친구 로라.
풀에서 발견되는 호텔 직원의 사체.
무언가를 감추는 것 같은 호텔 대표와 지배인.
그리고 이곳에 있는 유일한 경찰 엘린.
이곳에 오게 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동생 아이작에게 그날의 진실을 물어보기 위해서.
자꾸만 회피하는 동생에게,
자신의 기억 속에 또렷히 새겨진 끔찍한 기억에,
당사자인 아이작만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날의 진실을 듣기도 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동생의 여자친구이자 호텔의 부지배인 로라가 사라졌다.
약혼을 앞두고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싶었지만,
소지품을 하나도 챙기지 않고 사라진 건 뭔가 이상하다.
휴직 중이지만, 강력계 형사인 엘린의 촉은
이 사건을 해결해야 된다고 말하고,
호텔 직원이 연이어 실종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는데...
고립된 호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하나씩 발견되는 과거와의 연결점.
범인은 대체 누구일까.
엘린은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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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앗아가게 만드는
섬뜩한 사건의 무대
해발 2,200미터에 위치한 호텔.
하나 밖에 없는 길은 눈사태로 막혔고,
기상 악화에 헬기마저 뜰 수 없다.
소개 문구처럼 '복수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
그러니 사건이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이곳엔 엘린이 있었다.
장기 휴직 중이지만, 그럼에도 강력계 형사인 엘린이.
주인공 엘린과 함께
범인을 유추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실종된 누군가가 사실은 범인이 아닐까?
고립된 이들 중에 분명 범인이 있을 거야.
범인의 목적은 요양원이었던 과거와 연결될 거야.
엘린이 과거의 흔적을 찾아낼 때마다
범행의 이유는 요양원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추리가 계속되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게 되면
뜨악! 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엘린은 불안한 심리 상태로
추리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집중할 때는 경찰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사건을 뒤쫓는다.
뛰어난 두뇌로 종횡무진하는 명탐정을 그려낸 것보다
그런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보여서 좋았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범인의 고백은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가 이해되기도 했고,
731부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끔찍한 사진을 발견했을땐 소름이 돋았다.
엘린과 아이작이 샘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선
그 감정을 왠지 알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다.
끝없이 따라붙는 죄책감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유리 빛이 우리는 비추면'
단순히 고립된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이 아니라
그 안에 끔찍한 과거와 주인공의 트라우마까지 담아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