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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9
김선미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8월
평점 :
촉법소년의 범죄를 다룬 섬찟한 상상력.
소년 범죄에 대한 다섯 가지의 시선과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재의 소년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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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토리
시끄럽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시끄럽게 싸워서 신경을 거슬렸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타깃이 되어버린 사람과,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신세를 얘기하는 범인.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의 늪에서 빠져나왔으며
교정교육으로 비행을 예방할 거라는 순진한 발상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범인의 레퍼토리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징벌
네메시스의 역주
복수.
오로지 복수.
그것만을 생각하고 바라며
예린이 선택한 건 핏불 테리어 였다.
디데이부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사건의 개요를 보여주는 이야기.
OK목장의 혈투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수십번을 오가는 도로였다.
눈을 감고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내 아들이 중앙선을 넘었을 리 없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고
한 가지 문장만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의 복수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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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이야기 중,
징벌과 네메시스의 역주가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었다.
'징벌'은 미래에는 강화된 소년범죄 처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소년법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11호 처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인권 따위 우위에 두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네메시스의 역주'는 복수의 과정을 역으로 흘러간다는 특이점과
복수를 하게 만든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레퍼토리와 OK목장의 혈투는 끝맺음이 없는 이야기여서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되는 거지, 라는 아쉬움이 남았고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관전 포인트가 있고,
이야기의 끝맺음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주인공을 보호하는 결말이라서
피해자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소년범죄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그로 인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내려야한다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물론,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흉악한 소년범죄는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교화되거나 가정으로 돌아간다며
촉법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예외조항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법으로 보호해주는 것만이 해결법일까?
재범을 하거나, 성인이 되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되는 그런 건 안 되는 걸까?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의 소년범죄와 소년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섬뜩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