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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평점 :
영접을 경험한 이들이 믿을 수 밖에 없는 신의 강림.
깊은 산골 마을로 발령한 이준.
마을 입구가 정문으로 막혀있고,
교직원이 3명뿐인 시골 학교에서의 삶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정말 신이 있다고 말하는 교회에 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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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만날 준비가 되었나요?
외지인에게도 친절한 '한사람 마을'
이준이 걱정했던 것보다 마을은 좋았다.
이장은 빈 집이 많다며 집 하나를 세도 받지 않고 내주었고,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동네 사람들과 함께 와서
벽지며 수도며 수리해주고 살 수 있게 해주었다.
몇 안 되는 아이들도 쾌활했다.
한사람 마을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서로에게 친절했다.
까만 비닐봉지를 가지고 가는 '교회'만 아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골마을이라 생각했을 터였다.
'제물'이라 부르는 그것.
배를 가르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바친다.
그리고 이장이자 목사인 그의 주도 하에
한달에 한 번, 영접의 대상자가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신은 존재한다.
그렇게 믿는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여기던 이준은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신을 영접한 후, 허리를 펴고 나온 광경을 목격한다.
믿을 수 없는 것도 잠시...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이준도
신을 영접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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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 오셨습니다.
오컬트 장르의 소설을 읽다보면
폐쇄된 마을에선 악행이 이뤄지거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신이 실존한다는,
제물을 매개로하여 영접이 가능하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특수 설정이지만
외지인에게도 친절하고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
지금껏 읽었던 오컬트 소설과는 결이 달랐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한사람 마을의 외지인 '이준'이 영접을 경험한 이후
순식간에 신의 존재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몰입도가 상당하다.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신을 믿을 수밖에 없는 목도의 현장과
그로 인해 어릴 적의 아픔을 되돌리고 싶다는 욕망이
연이어 나오며 이준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았다.
거기다 아무도 모르는 제물의 정체까지.
신은 왜 그곳에 강림한 것일까.
신은 왜 이준의 소원을 그렇게 들어준 걸까.
'의심'이 싹트고, '제물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한사람 마을의 끝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신은 순리를 거스르는 그의 소원을
끔찍한 모습으로 들어주고선
자신의 강림을 끝맺음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제 발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지옥.
그 지옥은 욕망을 잡아먹는 곳이기에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늪과도 같았다.
영접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었던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