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빨강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황의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마을에 간다는 것은 신기하고 매혹적인 곳에 잠시 머무는 것을 의미했다.  -66쪽.

 

책의 뒷표지에 이런글이 적혀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빨강머리 앤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빨강머리앤을 읽은것이 언제였는지도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용도 사실 가물가물하고 어렴풋이 조금씩만 기억에 떠오를뿐이다.  책보다는 티비에서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이, 그것도 조금은 독특한 성우의 목소리가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기억나는것은 양갈래머리의 빨강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그리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여자아이였다는 것.  성격이 어두워질법한 환경임에도 너무나 밝고 명랑한 낙천적인 소녀라는 것.  그정도이다.  그렇게 기억속에는 어렴풋이로밖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빨강머리 앤이라는 책과 그 주인공인 소녀는 잊혀지지 않는 내 어린시절 추억의 한자락이다.

 

이 책은 초록지붕집의 소녀인 루시모드 몽고메리 에게서 앤을 발견할 수 있는 짧은 자서전이다.  책속에서 나는 빨강머리 앤을 다시금 만났다.  앤이라는 이름이 아닌 몽고메리라는 소녀를 통해서.  빨강머리 앤이 태어날 수 밖에 없는 듯한 놀라운 상상력을 지닌 몽고메리의 어린시절과, 그렇게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었던 환경을 바라보며 나도 다시금 소녀였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듯한 즐거움을 맛볼수 있었다.

 

이렇듯 나의 유년 시절은 조용하고 소박하게 흘러갔다.  별반 신나는 사건도 없었고, 생애의 자극이랄 일도 없었다.  어떤 이들은 지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만의 생생한 상상 속에서 나는 요정나라에 드나들 수 있는 입장권을 갖고 있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과 장소의 제한에서 벗어나 신비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77쪽. 

너무나도 아름다운-소녀의 눈에 비친-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자라며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온갖 상상과 꿈을 키우며 삶을 가꾼 소녀의 여러 기록들로 탄생한 빨강머리 앤은 그저 루시모드 몽고메리 뿐만 아니라 나의 어린시절에도 품고있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나역시도 어린시절에 앤을 읽으며 함께 꿈을 꾸고 웃으며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며 즐거워했던것이 아닐까.

 

나는 지칠줄 모르는 꼬마 문인이었다.  오래전에 재가 되어 없어진 것들도 많지만 나의 원고 더미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을 모두 적어두었다.  -86쪽.

길지 않은 자서전속에서 그녀가 풀어내는 아름다웠던 어린시절의 묘사를 읽으며 나역시도 다시금 어린시절로 되돌아가 양갈래 머리를 묶고 자전거를 타는 앤의 모습이 되어 즐거운 웃음소리를 터트리던 아이가 잠시 되어본다.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 이야기-'빨강머리 앤'을 다시금 찾아 만나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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