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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씽크_오래된 생각의 귀환
스티븐 풀 지음,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2월
평점 :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사리졌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인류역사는 아이디어의 역사이다. 아이디어는 인간의 삶 모든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디어는 인간의 고유영역이다. 인간만이 말이나 글로 표현하여 전수하거나 비판하거나 실현시킬 수 있다. 비록 아이디어는 손에 잡히지도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수많은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삶을 진일보 시키거나 멍청하게 후퇴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아이디어는 그 존재와 영향력이 무시못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이것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하거나 사색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스티브 잡스가 혁신적인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면 그때가서야 아이디어에 대해 감탄하고 끝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스티븐 폴의 [리씽크]는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이 시대에, 책 제목 그래로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 어떤 아이디어도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것을 핵심 논지로 삼고 있다. 예를 들자면 현재 우리가 진리라고 여겼던 아이디어도 과거에는 이단으로 여겨진 것이 있다. 지금은 실현가능성이 없기에 외면당했던 아이디어가 미래에는 각광받는 신사업의 핵심요소가 될때도 있다. 또한 오래전에 나왔던 아이디어가 현대에 와서 부족한 요소들이 채워지며 완성되는 경우가 있다.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인 줄 알았던 것도 이미 과거에 약간의 형태만 다를 뿐이지 유사한 아이디어가 선재했던 사례도 있다. 즉, 아이디어는 영원히 절대 진리일 수 없고 영원히 일관된 평가를 내려서도 안된다. 아이디어는 시간을 포함한 여러 요소들이 달라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19세기 말의 영국에서는 누구도 곤충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에 열린 '세계를 먹여 살리는 곤충들' 컨퍼런스에 참석한 연설자들은 곤충식이 미래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p.113
"망원경, 컴퓨터, 온라인 데이트처럼 때로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나온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워 보이는 이론과 기술에도 뜻밖의 조상이 있을지 모른다."p. 153
특별히 이 책에서는 인문고전의 영역을 다루면서 오래된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고 영향을 받는 사례들을 소개하였다. 예를 들어 손무가 쓴 [손자병법]은 수천년전에 기록되었다. 손자병법 속에 등장하는 시간적, 공간적 요소는 완전히 달라졌고, 책을 있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을 만큼 현대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럼에도 그 책이 전하는 아이디어와 정신과 개념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차용한다. 이 대목에서 예전에 이지성 작가 쓴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연관되어 이해되었다. 인문 고전을 이해하는 것은 과거의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질을 꿰뚫어본 천재들의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는 주장이다. [리씽크]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했다. 오래된 아이디어도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오래된 생각들도 다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전반부가 아이디어의 상대적인 개념을 소개한다면 후반부에서는 아이디어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틀린 이론을 이유없이 옹호하거나 압도적인 효용성 때문에 검증을 소홀히 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원칙에 맞선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기도 하며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일에 미리 결론을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또한 윤리적 문제로 인해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할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바르게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심리는 실로 복잡해서 어떤 생각들은 확실히 틀렸는데도 강력한 플라세보 효과를 발휘한다."p.250
"원래 우리는 복잡하고 정교한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너무단순한 아이디어는 순진하다고 평가한다. (때로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사실 좋을 때도 있다."p.300
"우리 시대가 특별히 과거보다 새롭고 독보적이지 않으면 과거의 아이디어들도 얼마든지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지 전에 들어본 것이라고 해서 다시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p.309
"여전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오늘날 폭넓게 인정받는 대로, 그 잔학성에도 불구하고 나치의 과학조차 부분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v-2 로켓 기술, 암연구, 영양학, 보건 분야의 지식)들을 지니고 있었다.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싫다고 해서 소식까지 거부해서는 안된다."p.325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폴은 무엇을 전공했을까?'였다. 책의 내용은 마치 고요한 하늘위에서 터지는 핵폭발을 보는 듯 하다. 과학, 역사, 생물, 우주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하는 벽따위는 우습게 부숴버리는 저자의 지식 체계를 보게 된다. 과연 통섭의 천재라 부를 법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디어에 대한 저자의 논지는 저자가 조사한 방대하고도 적절한 사례들이 열거되면서 설득력있게 전달되었다. 게다가 저자는 사례를 열거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통시적인 관점으로 그것들을 재해석하고 논지를 도출해냄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수긍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다만 이 책에 대한 아쉬운 점은, 아이디어에 대한 수많은 생각할 여지는 주었지만, 정작 아이디어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라든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서론과 본론은 만족스러울만큼 풍성한데, 왠지 결론이 없는 듯한 논설문을 보는 기분이다. 우리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하루에도 대학교를 포함한 수많은 지식 생산 기관에서는 박사학위 논문이 쓰여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폭발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시대일 수록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좋은 책이 요구된다. [리씽크]가 바로 그런 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였다. 즉, 저자의 관점이 반영된 적용과 방향제시가 결론부분에서 충분히 있었더라면 머리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도 시원하게 열리는 경험을 했으리라.
총평한다. 이 책은 저자 '스티븐 풀'이 얼마나 지적으로 대단한 사람인지 읽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만든다. 그가 수집하고 재해석한 수많은 사례들을 통하여 아이디어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오래된 생각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론, 아이디어는 절대적인 것이 없고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디어를 대할 때 겸손하게, 그리고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검증하는 자세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